본문 바로가기
  • 경제 기타

    '정부의 은행'이자 '은행의 은행'…발권력으로 통화량 조절

    중앙은행은 M1, M2, Lf로 측정되는 통화량의 기초를 이루는 현금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현금을 발행하는 기능을 ‘발권력’이라고 부르는데, 중앙은행은 한 나라 안에서 독점적으로 발권력을 갖는다. 현대의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현금은 앞서 배운 것처럼 태환 능력이 없음에도 독점적 발권력을 바탕으로 발급하기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얻어 각국에서 화폐로 사용된다. 독점적 발권력을 가지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현금을 ‘본원통화(monetary base)’라고도 한다. 이는 한 나라 안의 통화량 크기를 결정하는 데 가장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현금이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다. 결국 중앙은행은 시중에 유통되는 본원통화의 양을 조정해 시중의 통화량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번 주에는 중앙은행과 본원통화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지금의 역할과 유사한 최초의 중앙은행은 1694년에 설립된 영국의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이다. 물론 이 은행이 처음부터 중앙은행의 모습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재정적 위기에 처한 정부가 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고,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은행권을 발행할 수 있는 특혜를 주면서 이 은행의 은행권은 신뢰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하나의 은행이 아닌 여러 은행에서 다양한 은행권을 발행하고 있었다. 잉글랜드 은행은 정부의 보증을 받게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은행의 은행권을 사용하고, 현금의 독점적인 발권자가 되면서 중앙은행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후 각국에서도 정부에 의해 발권력을 독점적으로 인정받은 은행이 중앙은행의 지위를 갖고, 이들 은행이 현금을 발행하는 화폐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되었다.

  • 역사 기타

    지위 상승한 예술가들 뒤엔 고리대금업자가 있었다

    원시 시대 배경의 영화를 보면 인간과 유인원 중간쯤 되는 존재들이 동굴 안에 모여 구질구질하게 살아간다. 오래된 편견으로 근거 없는 설정이다. 빙하시대 절정기를 제외하면 인류는 대부분 넓게 트인 곳에서 생활했다. 그럼 동굴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저장소이자 집회나 예식을 치르는 장소, 그도 아니면 별장이었다. 동굴은 오랫동안 사물을 보존하는 데 적합하다. 자연히 원시 인류 유산의 대부분이 동굴에서 발견됐고(들판에서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이 때문에 우리는 선사시대 인류가 동굴로 주택 문제를 해결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동굴마다 빠지지 않는 게 벽화다. 보통은 동물이 오브제인데, 몸통마다 돌로 찍은 흔적이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와 너무나 잡아먹고 싶은데 사냥감의 속도며 중량에 절망한 끝에 군침만 흘리며 벌인 정신 승리였다는 가설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 그림이 음향적으로 가장 울림이 깊은 곳에 그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동굴의 용도가 주거가 아니라 예식 등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곳에 그림을 그린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무리 중에 가장 귀가 예민하고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 즉 예술가였을 것이다. 보통 2인 1조로 작업했을 텐데(가정이다) 음향 담당이 미술 담당에게 동굴 이곳저곳에서 소리를 질러보라고 한 뒤 장소를 확정하면 미술 담당이 벽에 들소를 그렸다. 가장 큰 역할이었지만 그럼에도 이 공간은 예술가의 것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제사장이었고, 예술가는 하잘것없는 무대와 소품 책임자였다(이문열의 소설 <들소>에는 원시 예술가가 어떤 대

  • 키워드 시사경제

    샤오미 전기차 돌풍…그런데 왜 포르쉐를 닮았지?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첫 전기차 ‘SU7(Speed Ultra 7)’을 정식 출시했다. 2021년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이다. 최근 애플이 10년 매달린 전기차 프로젝트를 포기한 것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애플 베끼는 카피캣(copycat)’으로 불리던 샤오미가 전기차 분야의 다크호스로 치고 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시장의 전반적 업황이 나빠지고 있어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전기차 진출 선언 3년 만에… 샤오미의 ‘괴력’카피캣은 복사(copy)와 고양이(cat)을 합친 말로, 독창성 없이 남을 모방하는 기업이나 제품을 가리킨다. 중세 유럽에서 고양이를 불길한 동물로 여긴 데서 유래했다. 중국 가전업체는 카피캣의 전형적 사례로 통했다. 샤오미,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은 애플과 삼성을 노골적으로 베끼며 성장했다. 물론 이들의 기술력도 상향 평준화하면서 몇몇 제품은 ‘대륙의 실수’라는 찬사(?)를 받는 단계에 올라서기도 했다.샤오미는 SU7 출시 24시간 만에 사전 주문 8만8898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 창업자인 레이쥔 최고경영자(CEO)는 “가속력 등의 측면에서 포르쉐 타이칸과 테슬라 모델S를 뛰어넘는다”며 “15~20년 안에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겠다”고 했다.가장 관심을 모았던 가격은 표준 모델 기준 21만5900위안(약 4000만 원)으로 매겨졌다. 테슬라 ‘모델3’보다 3만 위안(약 550만 원) 싸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700km로 모델3(600km)보다 길다. 상위 모델인 프로 가격은 24만5900위안(약 4500만 원), 맥스는 29만9900위안(약 5500만 원)으로 책정됐다.샤오미는 베이징 외곽에 연 20만 대의 생산

  • 과학과 놀자

    실제같이 정교한 영상…개방 앞두고 우려 목소리 커

    지난 2월 챗GPT를 개발한 미국 기업 오픈AI가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AI) ‘소라(Sora)’를 공개해 관심이 뜨겁다. 소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동영상을 생성하는 AI로, 현재는 제한된 수의 창작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지난 2월 챗GPT를 개발한 미국 기업 오픈AI가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AI) 소라(Sora)를 공개해 관심이 뜨겁다. 소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동영상을 생성하는 AI로, 현재는 제한된 수의 창작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챗GPT를 필두로 글 쓰는 AI, 이미지를 제작하는 AI, 번역하는 AI, 코딩하는 AI 등 고유한 능력을 지닌 AI가 속속 등장했지만, 유독 소라의 등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소라 이전에도 영상을 만들어주는 AI는 있었다. 하지만 이전의 AI들이 만든 영상은 총길이가 20초를 넘지 못했고 품질도 떨어졌다. 반면 오픈AI의 발표에 따르면 소라는 최대 1분 길이의 고화질 영상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다.더 놀라운 것은 소라가 생성한 영상의 내용이다. 소라가 만든 영상은 굉장히 생생하고 정교해 미국의 기술 전문 매체 테크노피디아는 소라가 세상에 나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할리우드의 종말’이라는 말을 기사에 실었다. 영상에는 강아지 털에 하얀 눈이 덮여 있는 모습이나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거리에서 한 여자가 걸어가는 모습, 멸종된 털매머드가 털을 휘날리며 눈 덮인 들판을 밟으며 다가오는 모습 등이 담겼는데, 그야말로 실제보다 더 실제 같았다. 오픈AI의 발표에 따르면 이 모든 영상은 오직 텍스트 몇 문장만으로 탄생했다.오픈 AI는 소라 공개 이후 반나절 뒤 기술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적힌 바에 따르면 소라의 핵심 기술은 &lsquo

  • 경제 기타

    물가 오른만큼 지원금 주면, 金사과 먹을 수 있을까

    사과 한 개가 한때 1만 원에 가까웠다. 라면에 김밥을 먹으려 해도 1만 원은 있어야 한다. 소득이 물가를 못 따라간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친다. 그래서 물가를 따라잡을 수 있게 소득을 늘려주겠다는 공약이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건 ‘민생 회복 지원금’이다.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을 준다는 내용이다. 물가가 올랐으니 소득도 늘어야 한다는 단순 명쾌한 논리다. 그러나 소득을 늘려 물가를 잡겠다는 구상이 현실화했을 때 실제 일어날 결과는 기대한 것과 많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솔로 나라’의 소득과 물가‘솔로 나라’라는 가상의 국가가 있다. 이 나라에선 사과가 1년에 3개 생산되는데, 사과 한 개 가격은 5000원이다. 이 나라엔 영수·상철·현숙·옥순이 살고 있다. 이들의 연소득은 영수 1만원, 상철 7000원, 현숙 5000원, 옥순 3000원이다. 영수·상철·현숙은 사과를 사 먹을 수 있지만 옥순은 그럴 수 없다.어느 날 이 나라에 새 대통령이 당선돼 이렇게 선언했다. “사과가 너무 비싸 국민 여러분이 고통받고 있으니 1인당 2000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습니다.”덕분에 솔로 나라 국민의 소득 수준이 다 같이 높아졌다. 영수는 1만2000원, 상철은 9000원, 현숙은 7000원, 옥순은 5000원을 갖게 됐다. 하지만 모두가 사과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해서 사과 생산량이 3개에서 4개로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과 생산량은 계속 3개고 영수·상철·현숙·옥순 중 누군가는 여전히 사과를 먹을 수 없다.한 가지가 달라지기는 한다. 사과 가격이다. 기본소득을 받기 전엔 영수&midd

  • 경제 기타

    방대한 데이터 동시 처리…AI 혁신의 핵심

    인공지능(AI)의 시대가 온다고 하죠. 그러면서 요즘 많이 언급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AI 반도체입니다. AI 반도체는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도 꼽히는 기술인데요, 기술 관련 비문학 지문에서 AI 관련 지문이 언제든 출제될 수 있으니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순차처리에서 동시처리로 발전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다루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통해 그동안 다루지 못했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습득하고, 적용해요. 그러려면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으로 실행하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AI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AI 전산용 반도체가 바로 AI 반도체인 셈입니다. 기존의 반도체는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데 특화돼 있어요. 하지만 AI 반도체는 여러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구조죠. AI의 딥러닝에 특화되었다는 의미에서 흔히 신경망처리장치(Neural Processing Unit, NPU)라고 부르기도 해요. 많은 연산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전력을 쓴다는 뜻입니다. 전력을 많이 쓰는 건 그만큼 열도 많이 낸다는 뜻이죠. 고성능 반도체일수록 전력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지금은 NPU 장치가 반도체에 들어간 형태의 AI 반도체를 만들고 있지만, 미래에는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뉴런)와 연결고리(시냅스) 구조를 모방한 반도체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가 사람의 뇌처럼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거죠.AI 반도체를 이해하려면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알아야 해요. AI 반도체에 필수 부품입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고 곳곳에 구멍을 뚫은 형태의 반도체 부품이죠. 이 구멍들을 통해 정보가 오갑니다. 많이 쌓아 올리고 잘 연결하는 게 기술이죠. 이 기술을 ‘본딩’이라고 합니다.

  • 시사 이슈 찬반토론

    외국인 돌봄 도우미 '차등 임금' 불가피한가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육아와 간병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다락같이 오른 최저임금이 가사도우미 쪽으로도 파장이 미치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KDI 공동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하루 10시간 이상의 전일제 가사·육아 도우미를 쓸 경우 월평균 264만 원이 들어간다. 30대 가구 중위소득 509만 원의 절반을 웃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나서 외국인 인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필리핀 근로자 등을 돌봄 인력으로 도입하는 홍콩·대만·싱가포르보다 한국의 비용이 4~6배에 달하는 현실에 “오죽하면 중앙은행까지 나섰겠나”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국인 활용을 유인할 수 있는 돌봄 도우미 차등 임금, 불가피해졌나.[찬성] 획일적 최저임금, 홍콩 4배·싱가포르 7배…가사도우미 비용 너무 커 출산 기피한국 가사도우미 인건비가 높다. 시간당 임금이 1만1433원(2022년, 한국은행 집계)에 달한다.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1721원)의 6.6배, 홍콩(2797원)·대만(2472원)보다도 4배나 높다. 싱가포르 등은 모두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해 쓰면서 적은 부담으로 가사와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필리핀 근로자들은 이 임금으로도 이들 3국에서 육아 업무를 잘 해낸다. 이들 나라는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화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다원화다.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국가적 재앙으로 인식된다. 지난 20여 년 간 수백조 원의 천문학적 돈을 투입해도 개선되기는커녕 초저출산율은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가 계속된다. 지방에서는 인구절벽으로 인한 지역

  • 숫자로 읽는 세상

    교대 졸업해도 2명 중 1명은 임용 탈락

    교육대학교를 졸업하더라도 2명 중 1명은 임용고시에 탈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점점 더 가속되는 저출생 영향으로 교사 임용 규모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교육부를 통해 전국 10개 교육대학과 한국교원대 등 11개 대학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수치가 확인됐다고 밝혔다.먼저 2024학년도 전국 10개 교육대학 및 교원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총 3463명이었다. 이 가운데 임용에 합격한 학생 수는 1792명으로, 전체의 51.7%에 불과했다.학교별로 살펴보면 10개 교대 가운데 서울교대가 62.01%로 가장 높은 합격률을 보였으며, 대구교대는 57.10%, 전주교대 53.9%, 진주교대 52.82%, 부산교대 52.58% 순으로 나타났다. 경인교대와 청주교대, 춘천교대의 경우 합격률이 절반도 되지 않았다.이런 현상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신규 초등교사 채용이 줄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강 의원은 분석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제외한 전국 12개 교대의 평균 임용률은 62.1%(2020년 기준)였다. 2년 새 임용률이 10%p가량 줄어든 것이다.강 의원은 “교원 수급에 대한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동시에 과밀학급 해소와 기초학력 보장 등 양질의 공교육을 위해 적정 교원 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