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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논증과 그 비판을 다룬 글…전제와 결론을 파악하며 읽어야

    가령 갑이 냉장고 문을 여니 딸기 우유와 초코 우유만 있다고 해 보자. 갑은 이것 중 하나를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과 관련하여 반자유의지 논증은 갑에게 자유의지가 없다고 결론 내린다. 우선 임의의 선택은 이전 사건들에 의해 선결정되거나 무작위로 일어난다. 여기서 무작위로 일어난다는 것은 선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제하에 반자유의지 논증은 선결정 가정과 무작위 가정을 모두 고려한다. … 가령 갑의 딸기 우유 선택이 심지어 갑이 태어나기도 전에 선결정된 것이라면 갑이 자유의지로 그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 가령 갑의 딸기 우유 선택이 단지 갑의 뇌에서 무작위로 일어난 신경 사건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유의지의 산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이 논증에 관한 다양한 비판이 가능하다. 반자유의지 논증을 비판하는 한 입장에 따르면 반자유의지 논증의 선결정 가정을 고려할 때의 결론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무작위 가정을 고려할 때의 결론은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따라서 반자유의지 논증의 결론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임의의 선택이 나의 자유의지의 산물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 내가 그 선택의 주체여야 한다. 둘째, 나의 선택은 그 이전 사건들에 의해 선결정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어떤 선택이 그 이전 사건들에 의해 선결정되어 있다면, 이것은 자유의지를 위한 둘째 조건과 충돌한다. 따라서 반자유의지 논증의 선결정 가정을 고려할 때의 결론인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중략)다음으로 어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口禍之門 (구화지문)

    ▶ 한자풀이口 : 입 구禍 : 재앙 화之 : 갈 지門 : 문 문입은 재앙을 부르는 문이란 뜻으로말을 함부로 하면 화를 부른다는 의미   -  《전당서(全唐書)》“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혀는 곧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신하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 폐구심장설 안신처처뢰: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당나라 말기에 태어나 당나라가 망한 뒤 후당 때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의 《전당서(全唐書)》에 나오는 말이다. 말에 관한 글을 모은 설시(舌詩)에 실려 있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란 뜻이다. 화(禍)의 근원이 바로 입이다. 재앙이 입으로부터 나오고 입으로부터 들어간다 하여 옛 성현들은 늘 입을 조심하라고 가르쳤다.《주희(朱熹)》 경재잠(敬齋箴)에는 ‘독에서 물이 새지 않는 것과 같이 입을 다물고 발언에 신중을 기하라(수구여병: 守口如甁)’는 구절이 있고, 《태평어람(太平御覽)》도 ‘입으로 인해 병도 생기고 화도 부른다(병종구입 화종구출: 病從口入 禍從口出)’고 했다.“화는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 “모든 중생의 화는 입 때문에 생긴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 등 입을 경계하는 우리말도 많다.중국 서진 시대 부현이 편찬한 저서 《부자(傅子)》에도 말을 조심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무릇, 말이 많음을 삼가야 한다. 개미가 뚫은 작은 구멍이 제방의 둑을 무너뜨리고,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 생긴 구멍이 산을 무너뜨린다. 병은 입을 거쳐 몸으로 들어오는 것이며, 재앙 또한 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어오고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시범 보이다'에 씌워진 겹말의 굴레

    모든 언어에서 잉여적 표현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국어에서는 대개 한자어를 중심으로 토박이말이 덧붙는 경우가 많다. 한자어만으로는 의미가 충분히 살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홍성원의 소설 《육이오》에는 ‘넓은 대로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이 오직 불길만이 휘황하게 타고 있을 뿐이었다’ 같은 대목이 나온다(표준국어대사전). 군더더기 비판하지만 ‘시범하다’는 어색해‘대로(大路)’는 크고 넓은 길이다. ‘대로’만 써도 되는데 앞에 ‘넓은’을 더했으니 중복 표현이다. 하지만 구의 형태로 이뤄져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읽고 쓰는 데 거슬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글의 흐름상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어떤 표현이 의미 중복에 해당한다는 것과 그런 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입말을 비롯해 수필 등 시적 표현이 허용되는 글이라면 ‘넓은 대로’라고 한들 시비 걸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결함을 생명으로 하는 신문방송이나 보도자료 등 공공언어를 쓰는 데라면 기피 대상이 된다.그중 중복어로 자주 지적되는 ‘시범(을) 보이다’ ‘박수(를) 치다’ 같은 말은 관용적 표현으로 인정돼 사전에도 올랐다. 현실적으로 많이 쓰는 말이라 그 용법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다만 단어가 아니라 구(句) 형태의 말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피해(를) 입다’ ‘부상을 입다/당하다’ ‘허송세월을 보내다’ 같은 표현도 겹말 시비에 오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 다 용례로 올라 있다. 관용적으로 굳어 그리 쓸 수 있다고 본 것이다.순전히 토박이말 사이에서도 잉여적 표현을 찾아볼

  • 영어 이야기

    같은 단어도 상황에 따라 명사 또는 동사로 사용돼요

    Observations of mammalian mothers interacting with their newborns reveal a number of complex and often predictable behaviors, many of which appear to fulfill fairly specific functions. These include licking or stroking the infants to establish respiration, digestion, and elimination, and to dry them so that they can maintain optimal body heat. Characteristic vocalizations are often noted that function to initiate interaction or nursing and that facilitate recognition. Most mammalian mothers position their bodies in such a way that the young can find the mammary glands. These behaviors may be regarded as bonding mechanisms, or simply as behaviors that enhance neonatal survival. The two functions are not mutually exclusive, of course.- 《The Cambridge Encyclopedia of Child Development》에서 -새로 태어난 새끼와 상호작용하는 포유류의 어미를 관찰하면 복잡하고도 가끔은 예측 가능한 행동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중 다수는 매우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새끼가 호흡, 소화, 그리고 배설을 잘할 수 있게끔 하고, 그들의 몸을 말려서 최적의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핥거나 쓰다듬는 것을 포함한다. 특유의 발성은 상호작용이나 보살핌을 시작하고 인식을 가능하게끔 하는 기능을 한다. 대부분의 포유류 어미들은 그들의 몸을 새끼가 유선을 찾을 수 있게끔 위치시킨다. 이런 행동은 유대 메커니즘이나 단순히 새끼의 생존을 증진하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물론 이 두 기능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해설영어는 다양한 접미사를 사용해 어휘의 품사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eliminate라는 동사에 -ion이라는 접두사가 붙어 elimination이라는 명사가 만들어집니다. digest(소화하다)와 interact(상호작용하다)에 각각 -ion이 결합되어 명사 digestion(소화)과 interaction(

  • 영어 이야기

    문장에는 문법적 주어와 의미적 주어가 있답니다

    Sapir’s influence directed attention to issues of semantics, that is, how languages convey meaning. A logical conclusion of this trend was to provide a whole new way of doing research. After all it is not necessary to go to France to learn French, for instance. All you need is a French speaker to teach you, preferably a native speaker. In the same way, in studying an unrecorded language from, say, the New Guinea highlands, it is often easier to bring the informant to the linguist rather than the reverse. The informant has the adventure of traveling abroad, and the linguist has access to laboratory equipment that can measure sound production, and so on.-《Anthropology》에서-사피어의 영향은 의미론, 즉 어떻게 언어가 의미를 전달하는지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경향의 논리적 귀결은 완전한 새로운 연구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결국 예를 들어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로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당신이 필요한 모든 것은 단지 당신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쳐줄 수 있는 프랑스어 화자, 가급적이면 프랑스어 원어민이다. 동일한 방식으로, 예를 들어 뉴기니 산악지대에서 사용되는 기록되지 않은 언어를 연구할 때에도 (언어) 정보 제공자를 언어학자에게 데려오는 것이 그 반대보다 보통 더 쉽다. 정보 제공자는 국외로 여행하는 모험을 하고 언어학자는 말소리 생성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실험실 장비에 접근할 수 있다. 해설영어의 기본 어순은 주어-동사-목적어입니다. 주어의 경우 대부분 문법적 주어이기도 하면서 의미적 주어의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Tom likes Mary라는 문장에서 Tom은 문법적 주어로서 likes와 수일치를 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likes의 주체로서 의미적 주어의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이 일치하지 않는 경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100년간 써온 '기대난망', 사전에 없는 까닭

    “애초 집단면역은 기대난망이었는지 모른다”라고들 한다. “미친 집값 잡기, 정녕 기대난망인가?” 이런 제목의 신문기사도 눈에 띈다. 끝모를 코로나19 사태로 사회 분위기가 가라앉은 탓인지 ‘기대난망’이란 말을 자주 접한다. 그런데 이 말은 좀 특이한 구성이다. 국어사전에 나오지도 않는다. ‘기대’와 ‘난망’이 결합해 의미상 중복 표현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상적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전에는 ‘기대난’(期待難: 기대하기 어려움)과 ‘난망’(難望: 바라기 어려움)이란 말이 따로 있다. 기대하는 것은 바라는 것이다. 그러니 기대난이 곧 난망이다. 망(望)이 ‘바랄 망’ 자다. 두 말을 섞어 ‘기대난망’을 만들었으니 겹말에 해당한다. ‘동해 바다’가 의미중복 표현인 것과 같다.기대난망이든 기대난이든 난망이든 이들이 사전에 나타나는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초의 국어대사전인 《조선말큰사전》(한글학회, 1957년)에는 보이지 않는다. 어근인 ‘기대’만 있을뿐 아직 기대난이나 난망이란 말이 생성되기 전이라고 짐작할 만하다. ‘-난(難)’은 취업난, 공급난 등에서 보듯이 ‘어려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그러니 ‘기대난’은 파생어라 굳이 사전에 없어도 조어법상 만들어 쓸 수 있을 것이다.《표준국어대사전》(1999년)에는 ‘기대난’이 표제어로 등장한다. ‘난망’은 그보다 이르게 1991년 발간된 《금성판 국어대사전》에서 올림말로 다뤘다. 이때 ‘난망’의 용례로 ‘기대 난망’을 제시했다. ‘기대 난망’이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구의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붕정만리 (鵬程萬里)

    ▶ 한자풀이鵬 : 붕새 붕程 : 법 정萬 : 일만 만里 : 마을 리붕새는 단번에 만 리를 난다는 뜻으로앞길이 매우 멀고도 큼을 일컬음 -《장자(莊子)》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도가(道家)는 무위자연(無爲自然) 네 글자로 압축된다. 순리를 인위적으로 거부하지 말고, 자연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는 뜻이다. 장자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장자》다. 장자는 풍자적이고 비유적인 이야기로 도가 사상의 본질을 짚어준다. 그런 점에서 장자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장자》 첫머리에 ‘붕(鵬)’이라는 새 이야기가 나온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이 곤(鯤)이다. 곤의 크기가 몇천 리인지는 알지 못한다. 곤이 변해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이 붕(鵬)이다. 붕 또한 크기가 몇천 리인지는 알지 못한다. 한데, 이 새가 한번 힘을 써 날면 그 날개가 마치 하늘 전체를 뒤덮는 구름과 같고 바다를 뒤집을 만큼 큰바람이 인다. 붕은 그 바람을 타고 북쪽 바다 끝에서 남쪽 바다 끝까지 날아간다. 붕새가 남쪽 바다로 날아갈 때는 물결치는 것이 3000리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 리나 올라간 붕새는 6개월 동안 계속 난 다음에 비로소 날개를 쉰다.붕정만리(鵬程萬里)는 ‘붕새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 리를 올라간다’는 글에서 유래했다. 붕새가 단번에 1만 리를 난다는 뜻으로, 앞길이 매우 멀고도 큼을 일컫는다. 대자연의 웅대함이 형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붕정(鵬程)은 붕새가 나는 것과 같이 지극히 먼 거리를 뜻한다. 붕새가 9만 리를 날 듯, 보통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할 원대한 꿈이나 계획을 빗대어 붕정만리라는 표현을 쓴다. ‘참새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겠는가’라는 말도 《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범인(凡人)이면서 우부(愚夫)인 주인공이 장원급제한 비결은?

    [앞부분 줄거리] 일자무식에 머슴살이 하던 민시영은 아내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북한산에 사는 월봉대사를 찾아 가르침을 받는다. 10년이 안 돼 월봉대사는 패글제를 가르쳐주며 민시영이 과거에 응시하도록 한다.곧 앞서 이끌며 몰아내자 따라 들어가 전정(殿庭)에 숙배하니 임금이 물으시기를,(중략)“그러하다. 내 어젯밤 몽중(夢中)에 어떠한 도사 한 분이 와 날더러 이르기를 ‘패글제는 이러한 글제를 내라.’ 하되 그 연고를 해득지를 못하였더니 이제야 그 부인의 지성을 상제(上帝)께옵서 감응하시어 내 마음을 깨치게 함이라. 또 몽중 도사는 너의 선생 월봉대사요, 글제의 ‘하득제갈량이라.’ 하는 것은 내 시영을 얻을 징조로다. 오호라, 고인(古人)이 이르기를, ‘가빈(家貧)에 사현처(思賢妻)요, 국난(國難)에 사양상(思良相)이라.’ 하였으니 내 나라가 어지러움을 근심함에 또한 양상을 얻었고 네 가빈하니 또 양처를 얻었도다. …”[가운데 부분 줄거리] 민시영은 사또가 되어 고향에 돌아왔으나,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걸인 행색으로 집을 찾아간다.부인 … 허허 길게 탄식하고 돌아 들어와 이불을 덮어쓰고 스스로 하는 말이,“… 대장부가 아녀자와 더불어 십 년의 기약을 서로 하였는데 저다지 신의 없이 돌아오니 어찌 그러리오? 비록 그러하나 잠깐 용모를 살펴보니 티끌의 때가 없고 정수리에 은은한 정기가 있고, 미간에 아름다운 태도를 감추고 있으니 의관은 남루하나 완연히 진흙 속의 옥이 티끌 밖에 드러나 있도다. 반드시 무슨 거동이 있을 것이라. … 기약을 어겨서 흔연히 받아들이면 이는 반도지폐(半途之廢)가 될 것이니 물리쳐 나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