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경희대 논술 분석
경희대 인문논술의 특징을 간추려 정리하면, 요약과 비판을 중심으로 한 글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표현력(정서체를 포함)이 중요한 채점 지표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실질 배점의 4분의 1가량) 문장 표현이나 글씨체도 연습해야 합니다. 문법적 오류가 없고 명료한 문장력, 제시문의 의미를 풀어낼 수 있는 환문 능력, 반복된 표현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을 풀어낼 수 있는 어휘력이 필수적입니다. ‘펜’으로 답안을 작성하기 때문에 답안을 미리 설계하고 신중하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시험은 인문계열과 사회계열로 나뉘고, 사회계열에서는 수리논술을 추가 출제합니다.

경희대는 2022학년도(작년)부터 전통적 유형에 더해 물음의 방식을 다소 비틀어 논리적 사고를 새로운 유형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유형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몇 안 되는 기출문제에 더해 새 유형의 물음에 맞춰 출제될 수 있는 예상 문제를 반복해서 풀이해야 합니다.

교과의 실질반영률은 높은 편입니다. 5등급일 경우 1000점 만점 기준 약 20점 감점이 예상됩니다.
[2023학년도 논술길잡이] 새 유형의 예상문제 반복해서 풀어봐야
1000점에 20점이면 별로 감점되는 것 같지 않아 보여도, 실제로는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단적으로 2022학년도 경희대 인문논술 합격자 가운데 교과 평균 5등급을 넘는 학생은 세 명밖에 없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하느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유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경희대가 독특하게도 논술 기본점수에 60점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합격생과 지원생 간 논술점수 편차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이런 이유로 교과의 작은 점수 차이가 합격과 불합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두 번째로는 당연한 일이지만, 교과 점수가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성실하고 우수합니다.

오늘은 경희대가 2022학년도에 출제한 두 문항 중 1번 문항을 소개합니다. 문제를 풀어보고 답안을 명민하게 구상해보거나 글을 써 보기 바랍니다. 문제 해설과 답안은 다음주에 공개합니다. 특히 현대시인 [가] 제시문에 대해서는 더 신중하게 접근하길 바랍니다.
수능 최저자격은 높은 편이 아니지만, 이탈률이 상당합니다.

· 인문 (한의예 제외) : 4개 영역(탐1) 중 2개 합5 + 史5

· 인문 (한의예) : 4개 영역(탐1) 중 3개 합4 + 史5

· 인문 (체육) : 국/영 중 1개 영역 3등급 (태권도학과는 2품(단) 이상 필요)


[논제 I]

[다]의 시각에서 [가]와 [나]의 상황에 대해 평가하시오. [701자 이상 ~ 800자 이하: 배점 40점]

[가]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나]

한국 사회에서 개인들은 자기 정체성이 희미한 가운데 남들과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비교하며 행복과 불행, 오만과 콤플렉스 사이의 왕복을 거듭한다. 귀천이나 우열의 가파른 위계 서열에서 상위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자존감을 찾으려 한다. 그래서 실제 자신이 처한 현실이나 맞이하게 될 미래를 직시하면서 스스로를 투명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천박한 통념과 허위의식에 사로잡힌다. 육체노동을 경시하던 조선 시대의 직업관이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위세 경쟁과 맞물려, 차별의식이 더욱 첨예해져 일상에서 스스럼없이 편견을 노출하면서 사람에게 모멸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나의 지인은 어느 중학교에서 급식 도구를 운반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교사 한 명이 멀리서 이분을 가리키며 “너희들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손가락질당하는 사람에 대한 모멸이자, 동시에 그런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도 모르는 상당수 아이들에 대한 저주이기도 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그럴듯해 보이는 직업으로 쏠리는 가운데 행복의 본질은 점점 잊혀져간다. 그렇게 남의 이목에 신경을 곤두세우도록 자라나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일에도 모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일에 매우 방어적이 되고, 밀리고 눌리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언사를 퍼붓기 일쑤다. 바로 다음과 같은 말들이다. ‘나 무시하지 마!’ ‘내가 그렇게 우습게(만만해) 보여?’ ‘뒷방 늙은이 신세 취급하지 마라.’ ‘***면 다야?’ ‘나(우리)를 뭐로 보길래,’ ‘이래 봬도…….’ ‘내가 누군지 알아?’ ‘지가(제까짓 게) 뭔데,’ ‘얻다 대고…….’ ‘너 도대체 몇 살이야?’ ‘말 다 했어?’ ‘눈에 뵈는 게 없어?’ ‘두고 보자.’와 같은 표현이 오갈 때 인간관계는 극도로 긴장 상태가 된다. 인간관계가 더 이상 개인에게 만족이나 위안을 주는 것이 아닌, 피곤한 힘겨루기가 되는 것이다.

[다]

뉴올리언스는 재즈의 고향이자, 블루스의 발원지인 미시시피 삼각지의 중심지다. 블루스는 슬픔과 독창성과 다양한 음악적 전통의 혼합 속에서 탄생했다. 뉴올리언스는 백인과 흑인 간 빈부격차가 극심한, 분열된 도시다. 피부색에 따라 거주구역마저 분리된 이 도시에서 음악이라는 자산은 인종주의라는 깊은 결핍을 상쇄시켰다. 세컨드 라인 퍼레이드(뉴올리언스의 전통적인 춤이 곁들여진 브라스 밴드 퍼레이드)를 주관하는 ‘사회부조와 기쁨 클럽’은 남북전쟁 이후 장례식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지원과 우애와 안전을 제공하기 위해 신설된 ‘해방 흑인국(Freedmen’s Bureau)’에서 나온 ‘아프리카계 미국인 공제회’가 발전한 조직이다. 이 클럽은 지금보다 사람들의 관계가 긴밀했던 시절의 여러 상호부조 형태 중 하나로, 뉴올리언스에 여전히 잔존해 있다. 그들의 이름 자체가 상호부조와 기쁨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관계 안에서 서로를 묶어주는 유대가 의무인 동시에 축복임을 보여준다. 뉴올리언스 사람들은 잦은 축제 속에서 전통과 고향과 서로에 대한 유대를 새롭게 다졌다. 퍼레이드의 이러한 순기능을 경험한 대표적인 인물로 뉴올리언스 출신 재즈 거장인 루이 암스트롱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 퍼레이드 덕분에 뉴올리언스 전역을 비교적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외교적 특전을 누린 기억을 떠올리며 몹시 즐거워했다. 그는 경쟁 집단의 마을들, 특히 평소에는 출입이 제한되었던 백인 지구들을 누비고 다니며 연주를 했다. 퍼레이드는 당연히 곳곳을 돌아다니기 마련이고, 암스트롱이 젊었을 때 퍼레이드에 참가했던 연주자들은 거의 어디든 갈 수 있었고 가는 곳마다 환영받았다. 이것이 암스트롱에게 ‘턱시도 브라스 밴드’와 함께한 초기 퍼레이드가 가장 행복한 기억인 이유다. 암스트롱은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뭐라도 된 기분이었다.” 포인트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경희대는 2022학년도(작년)부터 전통적 유형에 더해 물음의 방식을 다소 비틀어 논리적 사고를 새로운 유형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유형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몇 안 되는 기출문제에 더해 새 유형의 물음에 맞춰 출제될 수 있는 예상 문제를 반복해서 풀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