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街談巷說 (가담항설)

    ▶한자풀이 街: 거리 가 談: 말씀 담 巷: 거리 항 說: 말씀 설 길거리나 항간에 떠도는 뜬소문 하찮은 이야기나 소문을 일컬음 - 반고(班固)는 후한 초기의 역사가이자 문학가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아 기전체 역사서인 를 편집했으며 등의 작품을 남겼다. 반고의 문학성은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 왕충(王充)은 후한시대 유물론자로, 공자 맹자 등 성인의 추앙을 반대해 비난도 받았지만 학문은 매우 깊었다. 왕충이 어느 날 반고의 등을 두드리며 “너는 후에 반드시 한나라 역사를 쓸 것이다”라고 했다. 이때 반고는 열세 살이었고 왕충은 반고보다 다섯 살 많은 열여덟 살이었다. 인재가 인재를 알아본 것이다. 명마도 백락(말의 최고 전문가)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사람도 그 재주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빛을 발한다는 백락일고(伯樂一顧)가 연상되는 일화다. 반고는 소설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소설(小說)은 패관(稗官: 민간에 나도는 풍설과 소문을 수집하던 말단 관원)으로부터 나왔으며, 가담항설(街談巷說)과 도청도설(道聽塗說)로 만들어졌다.” 가담항설(街談巷說)은 길거리에 떠도는 뜬소문으로, 하찮은 이야기를 이른다. 풍설(風說) 풍문(風聞)과 비슷한 말이다. 도청도설은 에 나오는 말로, 길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 길에 흘려버린다는 뜻이다. 공자는 “길에서 들은 이야기를 길에서 옮기는 것은 덕을 버리는 짓이다(道聽而塗說 德之棄也)”라고 했다. 말과 관련된 고사성어는 많다. 설왕설래(說往說來)는 서로 변론을 주고받으며 옥신각신하거나 말과 말이 오가는 것을 이르며 마이동풍(馬耳東風)은 ‘말의 귀에 동풍(東風)’이라는 뜻으로,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OO를 출범합니다"는 우리말일까?

    글쓰기에 앞서 ‘무엇을 담을까’를 궁리한다면 그것은 글의 ‘내용’을 생각하는 것이다.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한다면 이는 글의 ‘형식’을 헤아리는 것이다. 글의 내용과 형식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면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그 가운데 우리가 다루는 것은 주로 ‘형식’에 관한 얘기다. 형식이란 곧 어법을 뜻한다. 어느 정도 내용(글에 담을 자료)을 얽었다면 이후에는 말을 다듬어야 한다. 즉 ‘형식’을 얼마나 장악하느냐에 따라 글의 완성도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자동사-타동사 구별 못한 非文 많아좋은 글은 어법을 잘 지키는 데서 나온다. 어법은 (모국어 화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룩한) 가장 자연스러운 ‘말의 표현 방식’이다. 어법을 벗어나면 어색해지고 이는 곧 세련되지 않은, 격을 갖추지 못한 표현이 되고 만다. 그중 한 가지, 오늘 우리가 공략할 대상은 ‘자동사와 타동사의 구별’이다. 너무 기초적인 문법이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의외로 틀리는 이가 많다. “제4기 전자정부추진위원회를 출범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전자정부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전자정부 발전 유공자를 포상했다. 이와 함께 홈페이지에 정책뉴스로 이를 알렸는데, 공교롭게도 문법 오류의 함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출범하다’는 자동사다. ‘날 출(出), 돛 범(帆)’이 어울렸다. 돛을 달고 나아가다, 즉 배가 항구를 떠난다는 뜻이다. 여기서 의미가 확대돼 비유적으로 어떤 단체가 새로 조직돼 일을 시작한다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무역선 두 척이 아침 일찍 출범했다” “그 회사는 자본금 50억원으로 출범했다”처럼 쓴다. “~위원회를 출범합니다”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이론의 차이점을 정확히 파악하는게 중요

    심리 철학에서 동일론은 의식이 뇌의 물질적 상태와 동일하다고 본다. 이와 달리 기능주의는 의식은 기능이며, 서로 다른 물질에서 같은 기능이 구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 기능이란 어떤 입력이 주어졌을 때 특정한 출력을 내놓는 함수적 역할로 정의되며, 함수적 역할의 일치는 입력과 출력의 쌍이 일치함을 의미한다. … 기능주의는 의식을 구현하는 물질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설(Searle)은 기능주의를 반박하는 사고 실험을 제시한다. ‘중국어방’ 안에 중국어를 모르는 한 사람만 있다고 하자. 그는 중국어로 된 입력이 들어오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중국어로 된 출력을 내놓는다. 설에 의하면 방 안의 사람은 중국어 사용자와 함수적 역할이 같지만 중국어를 아는 것은 아니다. 기능이 같으면서 의식은 다른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동일론, 기능주의, 설은 모두 의식에 대한 논의를 의식을 구현하는 몸의 내부로만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식의 하나인 ‘인지’ 즉 ‘무언가를 알게 됨’은 몸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과 맞물려 벌어진다. … 로랜즈의 확장 인지 이론은 이를 설명하는 이론이다.(중략) 확장 인지 이론은 의식의 문제를 몸 안으로 한정하지 않고 바깥으로까지 넓혀 설명한다는 의의를 지닌다.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 평가 - 동일론은…와 달리 기능주의는…설(Searle)은 기능주의를 반박…동일론, 기능주의, 설은 모두…로랜즈의 확장 인지 이론은이론은 어떤 현상(대상)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론은 논리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론은 완벽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같은 현상(대상)을 놓고 다르게 설명한다. 이를 잘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騎虎之勢 (기호지세)

    ▶ 한자풀이 騎: 말 탈 기 虎: 범 호 之: 갈 지 勢: 형세 형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 중도에서 그만둘 수 없는 형세 - 독고(獨孤) 씨는 수나라 문제(文帝) 양견의 황후다. 독고 씨 아버지인 신(信)은 북주의 대사마였는데, 양견이 앞으로 크게 될 사람임을 알아보고 열네 살짜리 딸을 양견에게 줘 사위를 삼았다. 독고 씨는 결혼 당초 남편에게 첩의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았다고 하는데, 어찌나 질투가 심했던지 후궁에게 감시의 눈을 떼지 않았고, 그녀가 쉰 살로 죽을 때까지 후궁에게서는 한 명의 자식도 태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단 한 번 문제가 후궁의 미녀에게 손을 댄 일이 있었는데, 이것을 안 독고 씨는 문제가 조회에 나간 사이 그 미녀를 죽이고 말았다. 화가 치민 문제는 혼자 말을 타고 궁중을 뛰쳐나가 뒤쫓아온 신하들을 보며 “나는 명색이 천자(天子)인데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단 말인가?”라고 외치며 울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과거 북주(北周)의 선제(宣帝)가 죽고 양견이 나이 어린 정제(靜帝)를 업고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고 있을 때, 독고 씨는 환관(宦官)을 시켜 남편 양견에게 이렇게 전하도록 했다. “큰일은 이미 기호지세(騎虎之勢)로 되고 말았소. 이제는 내려올 수도 없으니 최선을 다하시오.” 이 말에 힘을 얻은 양견은 결국 정제를 밀어내고 수나라 황제에 올랐다. 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기호지세(騎虎之勢)는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중도에 그만둘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말 속담 ‘벌인춤’도 뜻이 비슷하다. 잘 추든 못 추든 추기를 시작했으니, 추는 데까지 출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리면 더 큰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주요대학 미적분·기하 출제…목표 따른 전략 세워야 2025학년도 연세대·고려대 논술, 고2 상위권에 기회

    2024학년도 논술전형 1만1214명 선발…올해 9월 23일 첫 시험2024학년도 논술고사는 올해 9월 23일(토)부터 치러진다. 수능 전 논술을 보는 대학은 연세대 성신여대 홍익대 시립대, 가톨릭대(자연, 간호) 서경대 등 6개 대학이며 나머지 대학은 수능 이후인 11월 18일(토)부터 12월 3일(일)까지 순차적으로 시험을 치른다. 논술전형 선발 인원 추이를 보면 2022학년도 한 차례 30% 이상 감소한 이후 전체적으로 선발 인원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동덕여대 삼육대 한신대 고려대(2025년) 등 일부 대학이 논술을 신설할 예정이어서 2025학년도(1만1266명 논술선발)까지 소폭 상승 흐름을 보인다. 주요 대학 기준으로 보면 전체 모집 정원의 10~15%를 논술로 선발하고 있으며 이는 학생부교과 전형 선발 인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4학년도 주요 대학별 수리논술 변경 사항 숙지해야 2024학년도 수리논술에 도전하는 수험생이 알아야 할 주요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대학별 수리논술 출제범위 확인 … 주요 대학 미적분·기하·확률과통계 출제 2) 논술선발 신설 … 이화여대(약학) 동덕여대 외 3) 내신 미반영 및 수능 최저 변경 대학 확인 … 이화여대 경희대 서강대 가톨릭대(간호) 외 4) 수능 전 논술고사 대학 일정 확인 … 연세대 성신여대 외 주요 대학 미적분·기하 출제…확률과 통계는 고1 수학과 연계해 학습 시 효과적 2022학년도부터 치러진 선택형 수능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와 연계해 주요 대학의 논술고사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출제되고 있다.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대학별 논술고사의 출제 범위와 유형을 숙지하고 이에 따른 논술 대비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2024학년도 수시모집 요강

  • 영어 이야기

    기계·생각이 깊이 박힐 땐 'embedded in' 활용을

    The capacity expansion in Canada is part of preemptive efforts to meet the growing demand for EVs in North America, while complying with the US battery component requirement, POSCO said. Under the US Inflation Reduction Act, signed into law last August, EV batteries must source a certain percentage of their materials in North America, or via its free trading partners to be eligible for government subsidies. Cathodes produced by Ultium CAM's facilities under construction in Canada will be embedded in the battery cells that power GM’s EV models of Chevrolet, Cadillac, GMC, Buick and BrightDrop. Detroit-based GM will boost EV manufacturing capacity to produce up to 1 million units annually in North America by 2025. To do so, it will set up four battery cell JVs in the US to produce 160-gigawatt hours of battery cells. 포스코는 캐나다 공장 증설은 미국 배터리 부품 요건을 준수하면서 북미 전기차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제정된 미국 인플레이션 감소법(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가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에서 또는 자유무역 파트너를 통해 일정 비율의 재료를 조달해야 한다. 캐나다에 건설 중인 얼티엄 CAM 시설에서 생산되는 양극재는 GM의 쉐보레, 캐딜락, GMC, 뷰익 및 브라이트드롭의 전기차 모델 배터리에 들어간다.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GM은 2025년까지 북미에서 연간 최대 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도록 EV 제조 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에 4개의 배터리 생산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160GWh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해설세계적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와 미국 자동차 회사 GM의 배터리 부품 합작사 얼티엄 CAM이 캐나다에 짓고 있는 공장에서 생산할 양극재가 GM 전기차 배터리에 장착될 것이라는 기사의 일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논의는 주장과 근거로 이뤄진 논증이다

    그는 ‘흰 말[白馬]은 말[馬]이 아니다’라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앞세워 논의를 폈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 우선 그는 ‘말[馬]’은 형체를 부르는 데 쓰는 단어이고 ‘희다[白]’는 색을 부르는 데 쓰는 단어인데, 흰 말은 말에 ‘희다’라는 속성이 함께하는 것이므로 말과 다르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말을 구할 때는 노란 말이든 검은 말이든 데리고 올 수 있지만 흰 말을 구할 때는 노란 말이나 검은 말을 데리고 올 수 없으니, 이를 통해 말과 흰 말이 다름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일상에서 흰 말이 있을 때 ‘말이 있다’라고 하며 특정 속성이 지정되지 않은 ‘말’이라는 단어로 흰 말처럼 특정 속성을 가진 말[馬]을 지시하는 것에 대해, 공손룡은 ‘말’이라는 명과 ‘흰 말’이라는 명은 지시하는 실이 다르므로 그 용법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였다. 반면 후기 묵가는 ‘흰 말은 말이다. 흰 말을 타는 것은 말을 타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흰 말은 말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반대하였다. 후기 묵가는 어떤 실은 ‘이것’이라는 명에 의해 지시되면서 동시에 ‘저것’이라는 명에 의해서도 지시될 수 있다고 보았다. 흰 말은 흰 말이고 검은 말은 검은 말이지만 흰 말도 말이고 검은 말도 말이므로, 흰 말은 흰 말이면서 말이고 검은 말은 검은 말이면서 말이라는 것이다. 즉, 흰 말은 흰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검은 말은 검은 말이라는 명과 말이라는 명으로 지시될 수 있다. 또한 후기 묵가는 하나의 명이 지시하는 실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주장에도 반대하였다. 하나의 명이 서로 다른 사물을 지시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것과 저것, 두 마리의 새가 모두 학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다른 영역의 문제 대입해 대상의 문제점 찾아보자

    비판하기를 세분화해 다뤄보는 시간, 오늘은 세 번째로 ‘유추를 적용해 문제를 추론’하는 유형입니다. 기본적으로 비판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유이며, 수험생들은 기준 제시문을 정확히 읽고 대상 제시문의 옳고 그름을 가린 뒤 이유를 논리적으로 쓰면 됩니다. 즉 비판의 ‘답’(예를 들면 부당하다, 한계가 있다, 타당하다 등)과 그 ‘근거’를 여러 측면에서 논술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논술은 경쟁시험이기 때문에 얕은 수준의 뻔한 답안은 변별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논리적 사고력과 문해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비판적 사고의 아홉 가지 유형으로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적절성, 중요성, 논리성, 분명성, 정확성, 명료성, 폭넓음, 충분함 그리고 깊이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 제한된 시간 동안 여러분의 논리적 사고를 빠르게 배양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양한 실전 문제를 유형별로 반복하면서 답안 쓰기를 연습하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유추 적용 유형을 둔 이유는, 이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추를 적용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의 문제를 이 문제에 대입해 검토하고 논리적으로 사유해보는 것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봅시다. 식물에서의 작용을 바탕으로 유추를 적용할 때, 학생에게도 ‘다른 양분’을 공급한다고 표현해서는 안 되겠죠? 식물이 기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다른 기타 양분도 있어야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는 데서 유추해, 학생들도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수영 위주의 교과공부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움(운동이나 예술, 협업, 봉사 등)이 있어야 함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즉 ‘균형적 성장’에 필요한 다양한 원료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