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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10년의 시행착오…베트남人 이름 부르기

    우리말에서 누군가를 부르거나 가리킬 때의 규범은 엄격하다. 경어법이 복잡한 데다 상황에 따라 맞는 관습을 좇아야 한다. “김 씨” 할 때 그가 아랫사람이면 대접해 부르는 말이지만, 윗사람이라면 쓰지 못한다. 이를 벗어나면 예의에 어긋나게 되고, 때론 사회적 갈등을 빚기도 한다. 외국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직함을 나타낼 때 주의해야 한다. 우리처럼 성(姓)과 이름(名)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인명 ‘성+중간이름+본이름’ 順우리는 공식적·사무적인 자리에서 누군가를 부를 때 대개 이름이 아니라 성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관습일 뿐이다. 나라마다 성 자체가 없는 곳도 있고, 성이 있어도 우리와 달리 이름을 부르는 곳도 있다. 고유한 그들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자칫 실수할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을 때 한국 언론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호찌민 시에서 쯔엉떤상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의 이름은 Truong Tan Sang. 이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한글로 적으면 ‘쯔엉떤상’이다. 베트남어를 한글로 옮기기 위한 표기규범은 2004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동남아 3개 언어 외래어 표기법’을 제정·고시하면서 확정됐다. 당시 태국·말레이인도네시아어도 함께 발표됐는데, 그동안 외래어 표기에서 쓰지 않던 된소리(ㄲ, ㄸ, ㅃ) 표기를 인정한 게 특징이다.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태국 ‘푸켓’을 ‘푸껫’으로, 베트남 최대 도시 호치민을 호찌민으로 바꾼 게 이때다.‘쯔엉떤상 주석.’ 하지만 표기와 호칭은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모든 함수가 비례(반비례)하는 것이 아니라고?

    19세기의 초기 연구는 체외로 발산되는 열량이 체표 면적에 비례한다고 보았다. 즉 그 둘이 항상 일정한 비(比)를 갖는다는 것이다.(중략)1930년대에 클라이버는 생쥐부터 코끼리까지 다양한 크기의 동물의 기초 대사량 측정 결과를 분석했다. 그래프의 가로축 변수로 동물의 체중을, 세로축 변수로 기초 대사량을 두고, 각 동물별 체중과 기초 대사량의 순서쌍을 점으로 나타냈다.가로축과 세로축 두 변수의 증가율이 서로 다를 경우, 그 둘의 증가율이 같을 때와 달리, ‘일반적인 그래프’에서 이 점들은 직선이 아닌 어떤 곡선의 주변에 분포한다. 그런데 순서쌍의 값에 상용로그를 취해 새로운 순서쌍을 만들어서 이를 <그림>과 같이 그래프에 표시하면, 어떤 직선의 주변에 점들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그 직선의 기울기를 이용해 두 변수의 증가율을 비교할 수 있다. <그림>에서 X와 Y는 각각 체중과 기초 대사량에 상용로그를 취한 값이다. 이런 방식으로 표현한 그래프를 ‘L-그래프’라 하자.체중의 증가율에 비해, 기초 대사량의 증가율이 작다면 L-그래프에서 직선의 기울기는 1보다 작으며 기초 대사량의 증가율이 작을수록 기울기도 작아진다. 만약 체중의 증가율과 기초 대사량의 증가율이 같다면 L-그래프에서 직선의 기울기는 1이 된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 …에 비례… 즉 그 둘이 항상 일정한 비(比)를 갖는다. … 가로축과 세로축 두 변수의 증가율이 서로 다를 경우, 그 둘의 증가율이 같을 때… 점들은 직선… 곡선의 주변에 분포‘A가 B에 비례한다’는 A가 종속 변수, B가 독립 변수인 함수 관계를 말한다고 했다.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良藥苦口 (양약고구)

    ▶한자풀이良: 좋을 양  藥: 약 약  苦: 쓸 고  口: 입 구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뜻으로바른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의미 - <사기(史記)>천하를 통일한 시황제가 죽자 진(秦)나라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서슬 퍼런 철권통치에 시달린 백성들이 각지에서 진나라 타도를 외치며 봉기를 일으켰고, 그런 민심에 편승한 군웅들이 국토를 분할해 세력 경쟁을 벌였다.그중 대표적 인물이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다. 2세 황제 원년인 기원전 209년에 군사를 일으킨 유방(훗날 한고조)은 3년 만에 경쟁자 항우보다 한 걸음 먼저 진나라 서울인 함양(咸陽)에 입성했다. 3세 황제 자영에게서 항복을 받아낸 유방이 대궐에 들어가 보니 방마다 호화찬란한 재물이 가득하고 꽃 같은 궁녀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유방은 원래 술과 여자를 좋아했으므로 대궐에 머물려고 했다. 그러자 부하인 번쾌(樊)가 쓴소리를 했다.“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고 천하가 진정한 영웅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 주저앉아 한때의 쾌락을 즐기려 하십니까? 모든 것을 봉인(封印)하고 교외의 군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유방의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지혜로운 참모 장량(張良)은 번쾌를 거들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진나라 폭정에 대한 백성들의 원한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전하께서 진나라 임금이 누리던 것을 일시적이나마 탐했다는 소문이 세상에 알려지면 백성들이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고, 양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다’고 했습니다. 번쾌의 충언을 받아들이십시오.”비로소 자기 생각이 부족했음을 깨달은 유방은

  • 영어 이야기

    silver lining은 어둠 속에서 만나는 빛이랍니다

    The semiconductor industry is reeling from a chip supply glut amid a broader global economic slowdown. However, as the saying goes,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In this case, it’s chip designers who are in high demand at a time when some chipmakers are considering an output cut or layoffs.According to industry sources on Friday, ADTechnology Co., a South Korean chip design company, plans to hire about 100 chip designers by the end of this year.Other Korean chip design houses such as Gaonchips Co., CoAsia and SEMIFIVE are also planning on hiring at least 50 design experts, respectively, to meet growing demand from their clients, or foundry players. ASICLAND Co., another domestic system-on-a-chip (SoC) design firm, will recruit 100 designers.반도체 산업계는 경기 위축 속에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속담에도 있듯 어떤 구름이어도 가장자리는 은색으로 빛나는 법이다. 일부 반도체 제조회사들은 생산 감축이나 일시 해고 등을 고민하는 반면 수요가 늘고 있는 반도체 디자인 회사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인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올해 말까지 100여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가온칩스, 코아시아, 세미파이브 등 다른 디자인하우스들도 고객 회사인 파운드리 업체들로부터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회사별로 최소 50명의 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다. SoC(시스템 온 칩) 디자인 회사인 에이직랜드는 약 100명을 뽑을 계획이다.해설반도체 산업을 다루는 기사를 보면 foundry나 fabless란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foundry는 반도체 생산을 대신 해주는 위탁생산 업체를, fabless는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오늘 예문에 나오는 디자인하우스는 그 중간에 있는 회사입니다. foundry 회사가 fabless로부터 넘겨받은 설계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원과 접선은 왜 서로 수직일까?

    정답은 매우 간단하다. ‘수직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좀 더 부연해서 설명하면, 이미 ‘원’과 ‘접선’이라는 용어의 개념과 정의에 문제의 정답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론을 부정하면 해당 개념과 정의에 근본적으로 위배됨을 보이면 된다. 이와 같이 직관적으로 익숙하면서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명제를 증명할 때 결론을 부정해 모순을 이끌어내는 ‘귀류법’에 의한 증명으로 접근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귀류법에 의한 증명은 결국 해당 명제에 들어 있는 용어의 개념과 정의를 알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로 귀결됨을 이해하자.포인트수선의 발이 아니면 길이가 같은 또 다른 대칭점이 반드시 존재한다.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몽골의 '창씨개명'…고유의 성(姓)을 잃다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으로 제정러시아가 무너지고 얼마 뒤 ‘소련’이 등장했다. 세계 최초로 탄생한 사회주의 국가다. 이어 1921년 소련의 원조로 몽골에 세계 두 번째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몽골 공산정부는 곧바로 ‘창씨개명’ 작업에 들어갔다. 조상 계보에 따른 충성심이 국가에 우선해선 안 된다는 명분하에 성씨(姓氏)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이로 인해 몽골에선 전통적으로 써오던 성(姓)이 사라졌다. 대신에 ‘부친(또는 모친) 이름+본인 이름’ 형식의 새 이름 체계가 자리 잡았다. 나라글자마저 고유의 몽골문자를 잃고 러시아 키릴문자로 대체됐다.성은 없고 이름만 나열해 쓰는 곳 많아지난달 롭상남스라이 어용에르덴 몽골 총리가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갔다. 영어권이나 중국, 일본 인명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몽골 사람 이름은 꽤 낯설어 보인다. 언론에서도 표기를 비롯해 크고 작은 혼란이 있었다. 몽골 이름을 접할 기회가 드문 데다 몽골어 표기법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거기다 몽골 인명에는 우리와 달리 성(姓)이 따로 없고 이름만 있다는 점도 표기에 어려움을 더했다. 누군가를 부를 때 통상 ‘성+직함’ 또는 ‘성+씨’를 쓰는 게 우리 언어관습이다. 가령 홍길동 사장을 ‘길동 사장’이라 하기보다 ‘홍 사장’으로 부르고 가리킨다. 의례적·공식적 표기에선 대개 그렇다. 그러다 보니 외래 인명을 접할 때 자연스레 성을 먼저 따지게 된다.하지만 아시아권에서 성과 이름을 구별하는 게 의외로 쉽지 않다. 한국처럼 성과 이름이 명확히 구별되는 나라는 중국, 일본, 베트남 정도를 빼곤 별로 없다. 가령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정의를 하지 않으면 과학적 탐구 활동이 불가능하다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하루 동안의 총 열량 소모량인 대사량으로 구한다. 그중 기초 대사량은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로, 쾌적한 온도에서 편히 쉬는 동물이 공복 상태에서 생성하는 열량으로 정의된다. 이때 체내에서 생성한 열량은 일정한 체온에서 체외로 발산되는 열량과 같다. 기초 대사량은 개체에 따라 대사량의 60~75%를 차지하고, 근육량이 많을수록 증가한다.기초 대사량은 직접법 또는 간접법으로 구한다. 직접법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공기의 출입량을 알고 있는 호흡실에서 동물이 발산하는 열량을 열량계를 이용해 측정하는 방법이다. 간접법은 호흡 측정 장치를 이용해 동물의 산소 소비량과 이산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체내에서 생성된 열량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은 …인 대사량으로 구한다. …은 …로, …으로 정의된다. …은 …과 같다.“엄마, 오늘 용돈 좀 주세요.”“얼마면 되겠니?”“오늘 친구들과 햄버거 먹기로 했어요, 만 원만 주세요.”이 대화에서 개인이 자유롭게 쓸 목적으로 몸에 지니는 ‘용돈’을 ‘햄버거’ 값으로 구했다. 이 밑바탕에는 용돈과 햄버거 값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은 우리 주위에 수없이 많다. 예컨대 철수 쌤이 강조하는 국어 능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수능 국어영역 점수를 국어 능력과 같은 것으로 보고, 그 점수로 국어 능력을 구할 수 있다. 지문에서도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하루 동안의 총 열량 소모량…으로 구한다’고 했다. 그리고 ‘생존에 필수적인 에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인문논술도 대학마다 다르다

    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분석, 겨울방학 특집 세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대학별 논술고사의 특징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논술은 계열별로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우선 그 계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용어를 알고 있어야 이해하기가 쉽습니다.인문계 대학엔 다양한 학과가 있으며, 학과의 계열별로 문제를 달리 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교의 계열구분에 대해 알아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두 계열로 나눌 때는 인문계열과 사회계열로 나눕니다. 이러한 계열 구분은 통상 다음과 같습니다.이에 대해 대학들의 표현이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보편적으로는 인문계열과 사회계열로 나누어 명기하지만 독자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학교가 있지요. 예를 들어 이화여대는 인문계열을 인문1, 사회계열을 인문2로 표시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계열 구분을 하지 않고 경영경제계열 대학과 인문일반계열로 나눠 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의 계열은 일반적으로 아래처럼 구분됩니다.이 같은 구분은 경영경제계열만을 위한 수리논술 문제가 추가돼 있거나, 경영계열 학과의 문제를 인문계열과 구분하는 학교에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서강대는 경영경제계열 학과에서 경제적 주제를 주로 출제합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한양대는 경영경제계열에 비교적 고난도의 수리논술 문제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주요 대학들의 계열 구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기본적인 용어 이해를 바탕으로 논술고사의 성격을 이해해 봅시다. 이를 설명하는 이유는 제시문의 성격과 논제 유형에 따라 수험생의 시각에서 논술고사의 유형이 상당히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며, 또 본인이 더 잘할 수 있는 유형이 있기 때문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