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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吹毛覓疵 (취모멱자)
▶한자풀이吹: 불 취 毛: 털 모 覓: 찾을 멱 疵: 흠 자남의 약점을 악착같이 찾아내려는야박하고 가혹한 행동을 이르는 말 - <한비자>다산 정약용은 “곱게 보면 꽃이 아닌 풀이 없고 밉게 보면 잡초가 아닌 풀이 없다”고 말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옷은 없다. 남의 눈 속 티끌은 들보만큼 커 보이고, 자신의 들보만 한 흠집은 티끌처럼 보이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인지상정은 사람이면 누구나 갖는 보통의 정서나 감정을 가리키는 말이다.취모멱자(吹毛覓疵)는 ‘털을 입으로 불어가며 털 속에 있는 작은 흉터를 찾아낸다’는 뜻으로, 남의 약점을 악착같이 들춰내려는 야박하고 가혹한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한비자(韓非子)> 대체편(大體篇)에 나오는 “털을 불어 작은 흉터를 찾는다(吹毛而求小疵)”에서 비롯했다. 취모구자(吹毛求疵)라고도 쓴다. 구(求)보다는 멱(覓)의 뜻이 더 강하다. 취(吹)에는 분다는 뜻과 부추긴다는 뜻이 함께 있다. 취모멱자는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우리말 속담과 뜻이 서로 닿는다.중국인들은 말도 안 되는 모함을 하는 경우 “달걀에서 뼈다귀를 찾는다”는 말을 흔히 쓴다. 억지로 남의 작은 허물을 들춰내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세상의 이치는 단순하다. 내게서 나간 것이 돌고 돌아 내게로 돌아온다. 내가 뱉은 험담은 돌고 돌아 내게로 다시 돌아오고, 내가 한 덕담 역시 돌고 돌아 내게로 돌아온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대하고, 자신을 돌아볼 때는 가을 서리처럼 냉정히 돌아보라”는 말이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인 게 대다수의 처세다.혀는 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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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의사는 '처방하고' 환자는 '처방받는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재원에게 두산 선수 8명이 수면제를 대리 처방해준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경찰이 전 프로야구 선수 오재원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해준 혐의를 받는 두산 베어스 소속 등 야구 선수 8명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전 국가대표 야구 선수를 둘러싼 충격적인 마약 사건 소식이 지난 4월 내내 이어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대리 처방’ 기사가 연일 전해지면서 우리말의 ‘비정상적’ 사용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능동과 피동 구별 안 해 ‘우리말 왜곡’독자들은 “두산 선수 8명이 수면제를 대리 처방해준 사실”, “대리 처방해준 혐의”, 이런 대목에서 뭔가 탁 걸리는 게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대리 처방’해줬다는 게 무슨 뜻일까? 진료 시 ‘처방’은 의사가 한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이 대목이 이상한 것이다. 사건 초기에 많은 언론보도에서 ‘후배 선수들이 대리 처방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실은 “대리 처방받아준” 것이다. 이를 ‘처방하다’로 해 우리말 용법을 왜곡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건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방해물로 작용했다. 커뮤니케이션 실패의 단서가 된 것이다.‘처방하다’는 능동사고 ‘처방받다’는 피동사다. 우리말에서는 능동사를 피동사로 쓰고 싶을 때 ‘-이/-히/-리/-기’ 같은 피동접미사를 붙인다. 또는 ‘-하다’ 동사류는 ‘-하다’ 부분을 ‘-받다/-되다/-당하다’ 같은 피동접미사로 바꿔 피동사를 만들기도 한다. ‘처방하다’와 ‘처방받다’는 한국인이라면 굳이 설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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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코사인 법칙은 피타고라스 정리의 확장판
수학 공부를 할 때 어떤 개념을 깊이 이해하고 다각도로 바라보는 것은 중요한 공부법입니다. 연습하는 유형 위주로만 공부한다면 학교 내신에는 유리할 수 있겠지만, 정작 수능형 문제에는 적응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오늘 소개할 내용은 수학 성적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따로따로 라고 생각한 것들을 큰 맥락과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흥미로울뿐더러 통합적 이해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중학교 1학년 때 삼각형의 결정 조건에 대해 배웁니다. 이는 삼각형의 합동 조건과 같은데, ① 삼각형 세 변의 길이를 알거나(SSS), ② 두 변의 길이와 그 끼인 각의 크기를 알거나(SAS), ③ 두 각의 크기와 그 끼인 변의 길이를 안다면(ASA) 그 삼각형 나머지 각의 크기와 변의 길이도 확정된다는 의미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데, 정작 구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는 거야?’ 싶은 것도 많죠.그중 가장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은 위 조건 중 ①번의 SSS입니다. 세 변의 길이를 알면 삼각형이 결정됩니다. 무슨 짓을 해도 세 각의 크기는 바뀔 수 없이 하나로 고정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구할 수 있고요. 세 변의 길이만으로 삼각형 각각의 각의 크기를 구할 수 있다니, 새삼 아주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물론 삼각형을 그려놓고 각도기로 그 크기를 재서 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이런 방법은 수학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죠. ‘이론적으로’ 그리고 ‘완벽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학교 3학년 때 배우는 삼각비가 필요합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코사인을 사용합니다. 이는 직각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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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수능 전 논술로 경쟁률 유리…조건 충족시 합격가능성 높아
홍익대학교는 수능 전에 논술고사를 치르기 때문에 비교적 논술 경쟁률이 낮아 그만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학교 중 하나다. 다만, 출제 범위가 미적분, 기하, 확률과통계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실제로도 출제 범위에서 고르게 출제되므로 자신의 선택과목 이수 여부와 학습 계획을 고려해 응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23학년도 이후로 1번 문항은 주로 기하에서 출제되고, 2번 문항은 확률과통계를 다루며, 3번 문항은 미적분에서 출제하는 등 출제 유형이 고정되어(문항 번호는 바뀔 수 있음) 이에 맞춰서 학습 계획을 세워 대비한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홍익대학교 수리논술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홍익대학교 수리논술 대비전략 주요 포인트◀1. 시기별 학습 전략 세워 대비해야- 이수한 선택과목(기하/확률과통계)의 개념을 상반기 중에 복습- 수능전 고사를 치르므로 8-9월에 집중 대비해야2. 문항별 학습 전략 세워 대비해야 … 문항별 출제 유형 고정- 23‘ 이후 문항별 출제범위가 정해짐- 1번 문항-기하, 2번 문항-확률과통계, 3번 문항-미적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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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장단점 또는 찬성과 반대를 말할 땐 'pros and cons'
The conflict between HYBE Co. its label behind globally popular girl group NewJeans has sparked a debate on the pros and cons of the K-pop’s multi-label system.Their clash has brought to the surface the challenge facing the K-pop industry’s multi-label system, pioneered by HYBE, the company behind global sensation BTS. In the Korean entertainment industry, a label refers to a subsidiary under an entertainment company.Bang Si-hyuk, founder and chairman of HYBE, introduced the multi-label system after acquiring leading music agencies. Its local peer JYP Entertainment Corp. has also adopted the model, followed by SM Entertainment Co. last year. The multi-label model has been credited for the strong performance of K-pop idols and for generating a steady stream of profits for their parent companies.글로벌 인기 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와 모회사인 하이브의 갈등으로 K팝 멀티레이블 제도의 장단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이들의 충돌로 글로벌 센세이션을 일으킨 방탄소년단(BTS) 회사인 하이브가 K팝 업계에 처음으로 도입한 멀티레이블 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표면화됐다. 한국 연예계에서 레이블이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산하에 있는 자회사를 말한다.하이브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방시혁 대표는 유수의 음반 기획사를 인수한 뒤 멀티레이블 제도를 도입했다.국내 경쟁사인 JYP엔터테인먼트도 이 모델을 채택했고, 지난해에는 SM엔터테인먼트도 멀티레이블 제도를 채택했다.그동안 멀티레이블 제도는 K팝 아이돌의 큰 성공과 모회사에 꾸준한 수익을 내주는 모델로 평가되었다.해설최근 불거진 뉴진스 소속사이자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와의 갈등은 K팝 업계에 자리 잡은 멀티레이블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멀티레이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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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수학자들, 수백 년 머리 싸움 끝에 '근의 공식' 발견
이차방정식 ax²+bx+c=0 (a≠0)의 근의 공식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배우는 이차방정식에서는 인수분해, 제곱근, 완전제곱식을 이용해 이차방정식을 풉니다. 이후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배우는데, 이 공식을 이용하면 간단한 계산으로 이차방정식의 근을 구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나오는 삼차·사차방정식은 인수분해, 치환, 인수정리, 조립제법 등의 방법을 이용해 풉니다. 하지만 계산이 복잡하고 인수분해가 되지 않는 삼차·사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과 같이 삼차·사차방정식을 쉽게 풀 수 있는 근의 공식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삼차·사차방정식에도 근의 공식이 있습니다. 이 공식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할 때 배운 기억이 있는데, 삼차방정식의 근의 공식만 해도 A4 용지 1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길고 복잡합니다. 삼차·사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누가, 어떻게 발견했을까요? 이 공식을 발견하기 위한 여러 수학자의 노력은 수학사에서 아주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볼로냐 대학의 교수였던 스키피오네 델 페로(1465~1526)는 1500년경 x³+mx=n 꼴의 이차항이 없는 삼차방정식을 풀 수 있는 공식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학문적 도전을 하는 사람들과의 결전을 위해 공식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임종 직전에 제자인 피오르(1506?~?)에만 가르쳐주었죠. 그런데 폰타나(1499~1557)라는 수학자가 x³+px²=n 꼴의 일차항이 없는 삼차방정식에 대한 대수적인 해법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526년 스승이 사망한 후 피오르는 페로의 업적을 보호하기 위해 폰타나에게 공개적으로 삼차방정식의 해법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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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따라 하다, 전례를 따르다 'follow suit'
Goobne Chicken, a chicken franchise company, raised the prices of its nine menu items by 1,900 won each. The price of its signature chili crispy fried chicken rose 10.5% to 19,900 won. It marked the first price hike by the chicken franchise in two years. “The price increase reflected rising costs such as delivery fees, which deteriorated the profitability of our franchise stores,” said a Goobne Chicken official.Another fried chicken franchise Popeyes raised the prices of chicken and sandwiches by 4% on average. Processed food companies are set to follow suit. They have almost frozen their prices over the past year in line with the government’s policy efforts to keep inflation under control.Lotte Wellfood and other domestic food companies recently delivered a proposal to the Ministry for Food, Agriculture, Forestry and Fisheries that they need to raise the prices for seasoned seaweed, chocolate and other food by 15~30% on average.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굽네치킨은 메뉴 9종의 가격을 각각 1900원씩 인상했다.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은 1만9900원으로 10.5% 올랐다. 2년 만에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굽네치킨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 등 비용 상승으로 가맹점 수익성이 악화돼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또 다른 프라이드 치킨 프랜차이즈 파파이스는 치킨, 샌드위치 가격을 평균 4% 올렸다.가공식품 업체들도 곧 가격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년간 물가 억제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 맞춰 1년간 가격을 거의 동결했다.롯데웰푸드 등 국내 식품업체들은 최근 농림수산식품부에 조미김, 초콜릿 등의 제품 가격을 평균 15~30%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해설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후 그동안 가격인상을 자제하던 치킨, 햄버거 등의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원재료와 배달앱 수수료 등 비용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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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선하다'와 '우선시하다'의 구별
“의대 교수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며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의료 현장의 혼란이 지속하고 있다.” 정부가 2월 발표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끝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언론보도도 매일 중계하듯이 이어지고 있다. 독자들이 접하는 이런 문장은 괜찮을까. 아쉽지만 비문이다. 읽다 보면 걸리는 데가 있다. ‘혼란이 지속하고 있다.’ 이 문장이 어색한 까닭은 동사 ‘지속하다’를 잘못 썼기 때문이다. 자동사/타동사는 엄격히 구별해야이런 오류는 의외로 일상의 말에서 흔히 생긴다. “포근한 겨울이 지속하면서 겨울철 전국 평균기온(2.4℃)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봄을 알리는 전국의 벚꽃 축제는 해마다 개최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이상기후 탓이다. 올해 진해군항제는 지난 3월 22일 전야제와 함께 개막했다. 군항제 역사에서 가장 이른 시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전한 뉴스 문장에서도 동사 ‘지속하다’를 잘못 썼다.‘지속하다’는 타동사다. 반드시 목적어를 필요로 한다. ‘관계를 지속하다/경제성장을 지속하다/선수 생활을 지속하다’처럼 ‘~를 지속하다’ 꼴로 쓴다. 예문에서는 ‘혼란이 지속하다/겨울이 지속하다’로 ‘지속하다’를 마치 자동사인 것처럼 썼다. 문장에서 어색함이 느껴지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자동사란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이나 작용이 주어에만 미치는 동사를 말한다. ‘꽃이 피다’의 ‘피다’, ‘해가 솟다’의 ‘솟다’ 같은 게 자동사다. 자동사-타동사의 구별은 모국어 화자라면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이라 굳이 따로 외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