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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처리수 vs 오염수', 과학은 왜 괴담에 밀리나

    지금 우리는 ‘언어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두 개의 말을 지켜보고 있다. ‘처리수 대(對) 오염수’가 그것이다. 이들은 서로 언중(言衆)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세력싸움을 하는 중이다. 어느 쪽이 살아남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두 말에는 이미 정치적 프레임이 씌워져 있기에 ‘언어의 순수성’을 따질 시기는 지났다. 하지만 적어도 말을 들여다보고 판단할 잣대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과학의 언어’와 ‘시적 언어’의 구별이다.‘과학’보다 ‘정치’에 휩쓸리기 쉬워언어에도 스펙트럼이 있다. 말과 글을 얼마나 엄격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과학의 언어’에서 ‘시적 언어’까지 광범위한 표현 방식이 존재한다. 가령 ‘눈(雪)’을 설명하면서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結晶體)’라고 한다면 그는 과학의 언어로 말한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눈은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도 하고 ‘서글픈 옛 자취’이며 ‘추억의 조각’인가 하면 ‘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이기도 할 것이다(김광균의 시 ‘설야’). 이는 ‘시적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과학의 언어는 엄격하고 정교하며 객관적인 쓰임새를 요구한다. 그에 비해 시적 언어는 수사적 표현이 풍부하고 개인적이며 주관적, 감상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똑같은 대상을 두고 ‘언어의 스펙트럼’에 따라 서로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 국어사전은 어디쯤에 있을까? 은 ‘과학의 언어’로 말한다. 앞서 살핀 ‘눈’에 대한 풀이가 그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국어사전이 언제나 과학의 언어를 견지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정치적 언어’에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유추 적용할때는 일반화와 구체화 과정 거쳐야

    지난 시간(2023년 6월 5일자 16면)에 제공했던 문제를 차근히 풀어봅시다.<나>지문은 수컷 말코손바닥사슴의 집단적 위기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사슴은 번식기 수컷들의 목숨 건 투쟁 때문에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점차 뿔을 키워왔고, 그로 인해 기동력이 떨어져 늑대 집단에게 잡아먹히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아래의 논리는 성립할까요?답 : <나>의 경쟁 옹호론은 부당하다.근거 : 왜냐하면 수컷말코손바닥사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경쟁이 실패하기 때문이다.영역이 다른 논의를 그대로 들고 오면 위험하다는 것은 바로 위 사례에서 알 수 있습니다. 제재가 다른 제시문을 서로 연결해 생각할 땐 유추적용을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수컷 말코손바닥사슴이 아닙니다. 수컷 사슴들이 실패했다는 것이 우리의 ‘경쟁’에 대한 위험함을 증명하진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답을 쓰면 ‘오답’으로 처리되겠군요.예시1) <가>는 경쟁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게임으로 비유했다. 그러나 <나>의 사례에서 등장한 사슴의 뿔 크기 경쟁처럼 경쟁은 해당 집단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나>에 등장한 사슴들은 번식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점점 더 뿔 크기를 키우도록 진화했다. 이는 번식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의 사슴에게는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커다란 뿔로 인해 외부 집단의 포식자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을 높여 종족 보존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는 결과적으로 <가>에서 주장한 경쟁의 상호이익 증진과 반대 결말을 보여준 것이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게임은 경쟁을 지양하고 평화적 방법과 협력을 동원했을 때 이룰 수 있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도출된 개념들을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어야

    레벤달은 감정적 반응을 ‘공포 통제 반응’, 인지적 반응을 ‘위험 통제 반응’이라 불렀다. 그리고 후자가 작동하면 수용자들은 공포 소구의 권고를 따르게 되지만, 전자가 작동하면 공포 소구로 인한 두려움의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오히려 공포 소구에 담긴 위험을 무시하려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하였다. … 위티는 우선 공포 소구의 설득 효과를 좌우하는 두 요인으로 ‘위협’과 ‘효능감’을 설정하였다. 수용자가 공포 소구에 담긴 위험을 자신이 겪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위험의 정도가 크다고 느끼면, 그 공포 소구는 위협의 수준이 높다. 그리고 공포 소구에 담긴 권고를 이행하면 자신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고 자신에게 그 권고를 이행할 능력이 있다고 느끼면, 효능감의 수준이 높다. 한 동호회에서 회원들에게 ‘모임에 꼭 참석해 주세요. 불참 시 회원 자격이 사라집니다’라는 안내문을 보냈다고 하자. 회원 자격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 동호회 활동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높은 수준의 위협이 된다. 그리고 그가 동호회 모임에 참석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느낄 때, 안내문의 권고는 그에게 높은 수준의 효능감을 주게 된다. 위티는 이 두 요인을 레벤달이 말한 두 가지 통제 반응과 관련지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위협과 효능감의 수준이 모두 높을 때에는 위험 통제 반응이 작동하고, 위협의 수준은 높지만 효능감의 수준이 낮을 때에는 공포 통제 반응이 작동한다. 그러나 위협의 수준이 낮으면, 수용자는 그 위협이 자신에게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느껴 효능감의 수준에 관계없이 공포 소구에 대한 반응이 없게 된다.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논제 조건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의 해결책은?

    현행 수리논술도 수능과 마찬가지로 교과 과정 내에서 출제되고 있지만, 수능에 비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출제와 검토가 이뤄지는 만큼 출제 오류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특히 큰 범주의 오류는 없더라도 세부 조건이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수험생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논술 답안 작성 시 ‘해당 조건’에 대한 내용을 함께 기술하는 것이다. 이것은 논술이라는 시험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채점자로 하여금 수험생의 학업 역량을 최대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답안 작성 시 조건이 부족하거나 애매하다고 느낀 지점이 있다면 가능한 한 그 부분까지 기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포인트논술 답안 작성 시 조건이 누락됐다고 판단되면 그 부분을 아래 예시와 같은 방법으로 기술하면 된다. 예시) ‘역함수가 연속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여’ 역함수의 미분가능성을 조사하면 다음과 같다.… (해당 수식 기술) ※ 바로잡습니다 생글 6월 12일자 16면 표의 일부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바로잡습니다. 한국외대글로벌(자연) 논술고사 일정 : 11.25(토)→ 11.26(일) 건국대 수리논술 출제범위 : 수학,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확률과통계 → 수학,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기하, 확률과통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사과했을 때는 '사과했다'라고 쓰자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평등을 가장한 역차별’ 등 법안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늘 있었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모두 폐기됐다. “손해배상 조항을 포함하면서 차별했다는 지목을 받은 사람이 차별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도록 했다.” 2021년 이즈음 당시 여권에서 차별금지법안의 입법화를 추진했다. 이 문구는 그 법안을 설명하는 대목 중 하나다. ‘사과의 뜻을 표했다’는 비틀어 쓰는 말그런데 의미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문장이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근로자가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기업이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목해야 할 곳은 ‘차별했다는 지목을 받은 사람이~’ 부분이다. 이는 글쓰기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관형어 남발’의 한 유형이다. 원래 우리 어법은 이런 경우 ‘차별했다고 지목받은 사람이~’처럼 쓴다. 이때 ‘-고’는 앞말이 간접인용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서술동사가 뒤를 받치게 돼 문장에 운율이 생긴다. 그런데 이를 관형어화해 ‘차별했다는 지목을 받은~’ 식으로 쓰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일탈적 어법은 정치적 표현에서 활발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라는 입장을 밝히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며 ‘국민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문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법이다. ‘입장’을 이상하게 풀어낸 형태인데, 이 역시 자주 나오는 오류다. 그렇다고 새삼 일본에서 건너온 말 ‘입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敬而遠之 (경이원지)

    ▶ 한자풀이 敬: 공경할 경 而: 어조사 이 遠: 멀 원 之: 갈 지 존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않는다 겉으로는 공경하되 속은 멀리하다 - 공자는 평소 귀신이나 죽음, 괴이한 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제자 자로가 귀신 섬기는 일을 묻자 공자가 답했다.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거늘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느냐?(未能事人 焉能事鬼)” 자로가 다시 공자에게 물었다. “감히 여쭙건대 죽음이란 무엇입니까?” 공자가 다시 답했다. “삶도 아직 이해하지 못하거늘,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未知生 焉知死)” 인문주의적 전통을 계승한 공자는 이처럼 귀신에 대해 명확한 한계를 설정했다. 공자의 이런 생각은 다음 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백성이 의롭게 되는 일에 마음을 쏟고 귀신은 공경하되 멀리하는 것이 지혜다.(務民之義 敬鬼神而遠之 可謂知矣)” 공자는 귀신의 존재를 명확히 부인하지 않았으나 그 존재를 강조하지도 않은 것이다. 한나라 유향(劉向)이 저술한 에 나오는 다음 대화에도 공자의 그런 입장이 잘 나타난다. 자공이 공자에게 ‘죽은 사람에게도 지각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공자는 “죽은 자에게 지각이 있다고 말하자니 효성스러운 자손이 생업에 방해되면서까지 장사에 몰두할까 염려되고, 지각이 없다고 말하자니 불효한 자손이 죽은 이를 유기하고 장사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걸 알고 싶거든 기다리다 죽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가까이하지도 멀리하지도 않는다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도 함의가 비슷하다. ‘그 사람에 대해서는 불가근불가원을 원칙으로 해라. 너무 가까이해서 좋을 일이 없다’ 식으로 쓰인다. 겉으로 드

  • 영어 이야기

    wrap에 up을 붙이면 '완전히 마무리하다' 의미

    Seven South Korean content makers are set to list on the Nasdaq through a $610 million merger deal with a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SPAC) as they aim to lure US investors in a bid to expand their presence in the global entertainment industry. K Enter Holdings Inc., a Delaware, US-based company that has contracts to acquire seven Korean entertainment companies, on Thursday agreed to merge with Global Star Acquisition Inc., a Nasdaq-listed SPAC. “Following the closing of the merger agreement, the parent of the combined company will be named ‘K Wave Media Ltd.’ and we expect that its securities will be listed on the Nasdaq Stock Market,” said K Enter and Global Star in a statement. The transaction is expected to wrap up late in the fourth quarter, according to the statement. Banking sources in Seoul said they aimed to start trading the stocks of the combined entity in December. 국내 7개 콘텐츠 제작사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6억1000만 달러 규모의 합병을 통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미국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포석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 일곱 곳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본사를 둔 케이엔터홀딩스는 나스닥 상장사 글로벌스타와 목요일 합병 계약을 맺었다. 케이엔터와 글로벌스타는 성명을 통해 “합병 계약이 완료되면 합병회사의 모회사는 ‘케이웨이브미디어㈜’로 사명이 변경되고 증권은 나스닥에 상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서에 따르면 스팩과의 합병 계약은 오는 4분기 말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 있는 은행권 관계자는 12월부터 합병 법인의 주식 거래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설‘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 한국 드라마와 영

  • 영어 이야기

    뭔가 조금 부족할 때는 'shy of+수량'

    The IONIQ 5 robotaxi, based on Hyundai Motor Co.’s all-electric crossover, will launch its first fully driverless service for public passengers later this year, said the chief executive of Motional Inc., a joint venture between Hyundai and Aptiv PLC. The robotaxi service with Level 4 self-driving capabilities will first be offered in Las Vegas. At Level 4, a vehicle can drive itself under limited conditions and does not require safety operators in the front seat. It is just shy of Level 5, which enables fully automated driving. “This is the year when Motional’s IONIQ 5 robotaxi goes fully driverless,” Motional CEO Karl Lagnemma told The Korea Economic Daily in a recent written interview. Motional has been offering a pilot robotaxi service with Hyundai’s IONIQ 5 on public roads in Las Vegas since 2018. 현대자동차와 앱티브의 합작 회사 모셔널의 CEO는 현대차의 전기차를 기반으로 만든 IONIQ 5 로보택시가 올해 말 대중 승객을 대상으로 첫 무인 주행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벨 4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로보택시 서비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먼저 제공될 예정이다. 레벨 4 자율주행차는 제한된 조건에서 차량 스스로 운전할 수 있으며 앞 좌석에 안전 요원이 탑승할 필요가 없다.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즉 모든 조건에서 사람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자율 주행 기술인 레벨 5에 조금 못 미친다. 모셔널의 칼 라그네마 CEO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는 모셔널의 IONIQ 5 로보택시가 완전 무인 주행을 시작하는 해”라고 말했다. 모셔널은 2018년부터 라스베이거스 공공 도로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 5 무인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해설현대차와 미국 자율주행 기술기업 앱티브가 공동 설립한 회사 모셔널이 올해 말 처음으로 IONIQ 5 로보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