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 템스강 등을 케인즈, 템즈강으로 말하고 쓰는 사람이 꽤 많다. 학교에서는 영어의 '-즈'와 '-스'를 구별해 배우는데, 우리말에선 이를 뭉뚱그려 표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말 표기 규범이 학교 현장의 언어교육을 거스르는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AA.35321595.1.jpg)
지금 쓰고 있는 외래어 표기법은 문교부(현 교육부)에서 1986년 1월 개정 고시했다. 새로 만든 표기법에 따른 ‘외래어 표기 용례집’을 그해 6월 배포하며 구체적 표기 사례들을 제시했다. 당시 외국 지명 5200개, 인명 1800개 등 모두 7000여 개 표기를 새로 선보였다.
그동안 써오던 ‘아담 스미스’가 ‘애덤 스미스’로 바뀐 것이 이때다. ‘아브라함 링컨’은 이날 이후 ‘에이브러햄 링컨’이 됐다. <달과 6펜스>의 저자 ‘서머셋 모옴’은 ‘서머싯 몸’으로, 변형생성문법의 창시자인 세계적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노엄 촘스키’로 바뀌었다. 발음부호를 고려하고 현지 발음에 가깝게 적는다는 외래어 표기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의 변화는 오랫동안 언중의 현실 어법에 스며들지 못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나온 지 40년 가까이 되는데도 일부 표기에 어색함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20세기 초 주로 일본을 통해 들어오기 시작한 영어권 외래어는 애초 우리말 표기가 비교적 단순했다. 주로 모음 철자 a, e, i, o, u를 ‘아, 에, 이, 오, 우’로 대응시켰다. 그래서 model은 실제 발음이 ‘마들’ 정도이겠지만 우리말에선 ‘모델’로 자리 잡았다. camera가 ‘카메라’로, marathon이 ‘마라톤’으로 굳어진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부 사례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시행될 때 표기 원칙인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한다’는 규정(제5항)에 따라 모두 우리말 체계 안에 흡수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어는 지금같이 애덤 스미스니, 에이브러햄 링컨이니, 서머싯 몸이니 하는 새로운 표기로 바뀌어 공식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템즈강→템스강’은 지금도 어색해케인스, 뉴욕 타임스, 템스강 등을 지금도 케인즈, 뉴욕 타임즈, 템즈강으로 말하고 쓰는 사람이 꽤 많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는 모두 ‘-스’이다. 영어의 말음 ‘-s’는 ‘-즈’로 발음되더라도 일관되게 ‘-스’로 적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는 어말 ‘-s’가 유성음 뒤에서는 [z]로, 무성음 뒤에서는 [s]로 발음되는 규칙을 한국인이 일일이 구별해 쓰기 어렵다는 점에서, 즉 ‘표기 편리성’을 위해 ‘-스’로 단순화한 결과다. 하지만 이 규정은 외래어 표기법이 나온 지 40년 가까이 되는 지금도 저항이 심하다. 학교에서는 영어의 ‘-즈’와 ‘-스’를 구별해 배우는데, 우리말에선 이를 뭉뚱그려 표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말 표기 규범이 학교 현장의 언어교육을 거스르는 셈이다.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312/AA.27975217.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