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반대·동의 관계 고려하기
미적 실재론에 따르면 미적 속성은 대상에 실재한다. 이는 어떤 미적 속성에 대한 미적 판단이 객관적으로 참일 때, 그 미적 속성이 실재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미적 실재론은 우리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대해 장엄하다는 미적 판단을 내리는 데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 ‘운명 교향곡’의 실제 속성 중 하나가 장엄함이며, 우리 모두 그것을 지각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 중 일부가 ‘운명 교향곡’을 두고 무기력하다는 미적 판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미적 실재론은 우리 중 일부가 그들이 가진 난청과 같은 지각적 문제 혹은 미적 감수성의 부족 때문에 ‘운명 교향곡’의 실제 속성을 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적 반실재론은 대상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미적 속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적 판단은 대상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속성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의 주관적 반응에 관한 것이라고 본다. ‘운명 교향곡’에 대한 미적 판단이 일치하는 이유는 우리가 모두 비슷한 미적 감수성을 형성했고, 그 결과 그 음악에 비슷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미적 판단의 일치가 일어난 것은 비슷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적 반실재론은 미적 판단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이유를 미적 감수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대상에 대해 각기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적 실재론과 미적 반실재론은 이러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적 판단이 정당화가 요구되는 진술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서로 의견이 일치한다. ‘운명 교향곡’에 대한 미적 판단을 정당화해보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어느 입장도 이유를 댈 수 없다고 대답하지는 않는다. 미적 판단에 관한 진술은 일종의 명제라는 점에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합리적 이유가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 2023학년도 10월 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
[지문 키워드] 미적 실재론에 따르면 미적 속성은 대상에 실재한다. … 미적 반실재론은 대상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미적 속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 는 점에서 서로 의견이 일치한다.같은 대상에 정반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그 내용을 담은 글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지문의 ‘미적 실재론’과 ‘미적 반실재론’에 대한 설명도 좋은 사례다. ‘-론(論)’이라 하였으니 이 둘은 어떤 학문을 말할 것이다. 그리고 이론의 명명은 흔히 주장한 사람의 이름이나 핵심 개념을 이용하기 때문에 두 이론은 ‘미적 실재’라는 핵심 개념에 대해 주장을 펼친 것이리라. 그런데 ‘반대되는’ 또는 ‘무엇에 반대하는’의 뜻을 지닌 ‘반(反)-’이라는 접두사가 보인다. 그래서 철수 쌤은 두 이론이 미적 실재라는 핵심 개념과 관련해 반대되는 주장을 담고 있다고 이해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적 속성은 대상에 실재한다. 대상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미적 속성을 인정하지 않’다는 내용을 다음과 같이 반대·동의 관계를 생각하며 이해한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A가 아니라 B', 'A 즉 B' 문장 구조를 이해하자
이처럼 ‘실재하’다와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대 관계다. 따라서 ‘실재함’과 ‘객관적으로 존재함’은 같은 말인 것이다.

한편 지문에는 반대 관계를 의식하며 읽어야 하는 내용이 더 있다. 지문에 ‘‘운명 교향곡’의 실제 속성을 보는 데 실패’하고, ‘미적 판단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은 각각 ‘난청과 같은 지각적 문제 혹은 미적 감수성의 부족’과 ‘미적 감수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 또한 철수 쌤은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A가 아니라 B', 'A 즉 B' 문장 구조를 이해하자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미적 감수성의 부족’과 ‘미적 감수성의 차이’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수 쌤은 미적 감수성의 차이를 미적 감수성은 누구나 있는데 사람마다 다르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아무리 상반된 이론이라도 마냥 반대일 수만은 없다. 역시 지문의 두 이론도 공통점이 있다. 즉 ‘미적 판단이 정당화가 요구되는 진술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같다는 것이다. ‘정당화(正當化)’란 이치에 맞게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 어휘의 의미로도 문장의 의미를 알 수 있어야겠지만, 출제 선생님은 뒤이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즉 ‘미적 판단을 정당화해보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이유를 댈 수’ 있다,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제시’된다는 말로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설명해준 것이다.[지문 키워드] …이 아니라 …는 것이다. 즉‘A가 아니라 B’라는 문장 구조는 A와 B가 반대 관계이고, ‘A. B는 것이다’, ‘A 즉 B’라는 문장 구조는 A와 B가 같은 말임을 나타낸다고 했다. 지문의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속성을 알아차리는 것’과 ‘감상자의 주관적 반응에 관한 것’은 상반된 의미인 ‘객관적’ 또는 ‘주관적’이라는 말로서도 그 관계를 파악할 수도 있겠지만, ‘이 아니라 ’라는 어구를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 ‘는 것이다’, ‘즉’이라는 말을 이용해 출제 선생님은 앞 문장의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래서 철수 쌤은 지문을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A가 아니라 B', 'A 즉 B' 문장 구조를 이해하자
포인트
성보고 교사
성보고 교사
1. ‘반(反)-’은 ‘반대되는’ 또는 ‘무엇에 반대하는’의 뜻을 지닌 접두사이다.

2. 이론들은 흔히 주장한 사람의 이름이나 핵심 개념을 이용해 명명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갖고 있음을 고려해 이해해야 한다.

3. ‘A가 아니라 B’라는 문장 구조는 A와 B가 반대 관계이고, ‘A. B는 것이다’, ‘A 즉 B’라는 문장 구조는 A와 B가 같은 말임을 나타낸다.

4. ‘부족하다’와 ‘있는데 다르다’는 의미상 구별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