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가 사망하다'는 어색하다. 적어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들은 짐승이 죽은 것을 두고 '사망했다'라고 하지 않는다. 사전풀이도 그렇다. 사람이 죽었을 때 쓰는 말이다. '세상을 떠났다'는 표현은 더 심하다. 짐승의 죽음을 나타내는 말로는 '폐사(斃死)'를 쓰면 된다.

관용구 또는 관용어는 2개 이상의 단어가 결합해 각각의 단어 의미로는 알 수 없는, 새로운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를 말한다. 가령 ‘발이 넓다’라고 하면, ‘사교적이어서 아는 사람이 많다’는 특수한 의미를 띠는 것이다. 완곡어법은 듣는 사람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말을 쓰는 표현법이다. 청소원을 환경미화원이라 하고 운전수를 기사로, 간질을 뇌전증으로, 정신분열병을 조현병으로 바꿔 부르는 게 다 완곡어법이다. ‘죽다’를 ‘돌아가다’, ‘세상을 떠나다/뜨다’로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때 ‘완곡’하게 나타내는 대상은 대개 ‘윗사람의 죽음’이다. 나이나 항렬이 자기보다 높거나, 지위나 신분이 높고 귀한 사람의 죽음을 나타낼 때 쓴다. 당연히 동물의 죽음까지 ‘완곡’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하긴 요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가족의 일원처럼, 사람 못지않게 대하는 시대라 일각에서는 ‘세상을 떠나다’란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우리 어법에서 짐승에 이런 말을 쓰지는 않는다. 다른 문장의 서술어 ‘눈감다’ 역시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다’란 뜻이다. ‘눈+감다’의 합성어로, 관용구 단계를 넘어 아예 하나의 단어가 된 말이다.짐승과 물고기 죽음에는 ‘폐사’를 써짐승의 죽음을 나타내는 말로는 ‘폐사(斃死)’를 쓰면 된다. ‘죽을 폐, 죽을 사’ 자로 돼 있다. ‘폐(斃)’는 ‘자빠지다, 넘어지다’란 뜻을 함께 지니고 있어서 폐사는 곧 ‘쓰러져 죽음’을 나타낸다. 짐승이나 어패류의 죽음을 가리킬 때 쓴다. 순우리말 ‘죽음’은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라 사람과 동식물에 두루 쓸 수 있다.
글은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져야 한다. 그것이 곧 ‘세련된’ 글쓰기다. 이를 위해선 어색한 표현이 있으면 안 된다. 자연스러운 말을 쓴다는 것은 바로 ‘적절한 단어의 선택’을 뜻한다. 요즘 흔히 쓰이는 ‘탑재’란 말도 그런 점에서 그리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다. “총 46m, 지상 16층 정도의 높이로 계단 2500개로 구성된 베슬은 전망대 기능을 탑재한 구조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