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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백호랑이 사망"…짐승에겐 부적합한 표현

    “‘갈비뼈 사자’ 등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진 부경동물원에 남아 있던 백호 한 마리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부경동물원 사육장의 백호랑이. 이곳에는 두 마리의 백호랑이가 지내고 있었는데, 최근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났다.” “불 꺼진 동물원서 ‘백호’ 눈감았다.” 경영난으로 폐업한 경남 김해의 부경동물원에서 지난달 백호 한 마리가 죽었다. 이 소식은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이른바 ‘동물권’ 논란과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사망, 눈감다’는 동물한테 쓰지 않아우리 관심은 이들 문장에 사용된 표현에 있다. ‘백호가 사망하다’는 어색하다. 적어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이들은 짐승이 죽은 것을 두고 ‘사망했다’라고 하지 않는다. 사전풀이도 그렇다. 사람이 죽었을 때 쓰는 말이다. ‘세상을 떠났다’는 표현은 더 심하다. ‘세상을 떠나다’는 관용구이면서 동시에 완곡어다. ‘세상을 뜨다’라고도 한다. 둘 다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다.관용구 또는 관용어는 2개 이상의 단어가 결합해 각각의 단어 의미로는 알 수 없는, 새로운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를 말한다. 가령 ‘발이 넓다’라고 하면, ‘사교적이어서 아는 사람이 많다’는 특수한 의미를 띠는 것이다. 완곡어법은 듣는 사람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말을 쓰는 표현법이다. 청소원을 환경미화원이라 하고 운전수를 기사로, 간질을 뇌전증으로, 정신분열병을 조현병으로 바꿔 부르는 게 다 완곡어법이다. ‘죽다’를 ‘돌아가다&rs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