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狗猛酒酸 (구맹주산)
▶한자풀이
狗: 개 구
猛: 사나울 맹
酒: 술 주
酸: 초 산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으로
나라에 간신배가 있으면 어진 신하가 안 모임
- <한비자>

송(宋) 나라 때 술 장사꾼이 있었는데, 술을 빚는 재주가 좋고 친절하며 정직하게 장사를 했는데도 술이 잘 팔리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그가 마을 어른 양천을 찾아가 까닭을 묻자, 양천이 되물었다. “자네 집의 개가 사나운가?”

술을 파는 자가 “그렇습니다”라고 답하니 양천이 말했다.

“어른들이 아이를 시켜 술을 사 오게 하는데, 당신네 개가 사나워 들어갈 수가 없으니, 술이 팔리지 않고 시어가는 것이네.”

<한비자> 외저설우에 나오는 얘기다.

한비자는 나라의 간신배를 사나운 개에 비유해 아무리 어진 신하가 바른 정책을 군주에게 아뢰어도 조정 내 간신배가 들끓으면 정사(政事)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다고 했다. 구맹주산(狗猛酒酸)은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뜻으로, 나라에 간신배가 있으면 어진 신하가 모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군주의 으뜸 덕목은 신하를 알아보는 눈이다. 기업 책임자의 으뜸 덕목 역시 직원을 알아보는 눈이다. 맞는 자리에 올바른 재료를 쓴다는 뜻으로, 사람이나 물건을 제격의 자리에 놓는 것을 뜻하는 적재적소(適材適所)는 통치자가 갖춰야 할 최고의 자질이다. 간신은 여러 개의 탈을 쓴다. 군주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비위를 맞추고 군주 뒤에서는 간악한 속내를 드러낸다. 공자는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미는 교언영색(巧言令色)에는 인(仁)이 드물다”고 했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유덕자필유언(有德者必有言). 덕망이 높은 사람은 반드시 말도 훌륭하다는 뜻이다. 내면에 덕(德)이 있으면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에도 반드시 배울 만한 게 있음을 뜻한다. 말이 사나우면 벗이 모이지 않고, 술집 개가 사나우면 술이 팔리지 않는다. 익어간다는 건 예리한 모서리들이 조금씩 둥글어지는 일이다. 내 곧음으로 타인을 함부로 찌르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