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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아이러니한' 인가, '아이로니컬한' 인가

    # “인생 참 아이러니해요. 옛날엔 존경받고 싶었는데, 아카데미상을 받은 뒤에 더 주의하면서 살고 있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은 내게 족쇄가 생긴 거죠.” 배우 윤여정 씨가 자신의 연기와 작품에 관한 생각을 털어놨다. 지난달 6일 부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에서다. 첫 문장에 쓰인 ‘아이러니하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흔히 접하는 말이긴 해도 어딘가 어색한 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거슬림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외래말을 우리말화할 때도 규칙 있어# “‘마약통’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작년까지 검찰에서 근무하던 그가 퇴임한 뒤 아이로니컬하게 마약 사범의 변호를 맡게 됐다.” 이 문장에도 비슷한 말이 쓰였다. ‘아이로니컬하다.’ 형태가 조금 다른 이 말은 비교적 자연스럽다. ‘아이러니하다’와는 어떻게 다를까? (국립국어원)은 ‘아이러니하다’(모순된 점이 있다)와 ‘아이로니컬하다’(아이러니의 속성이 있다)를 다 올려놓았다. 두 풀이를 보는 이들은 곤혹스럽다. 두 말의 차이를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에선 ‘아이러니하다’와 ‘아이로니컬하다’를 다른 말로 본 것 같다. 후자는 전자에 비해 ‘그런 느낌이 있다’는 뜻을 더하는 말로 풀이한 듯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말장난에 불과하다. 실제 발화에서 그것을 구별해 쓰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감에 따라 두 말을 달리 쓰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비해 은 ‘아이로니컬하다’를“일이나 상황이 예상밖의 결과를 빚어 모순되고 부조화하다”로 풀이했다. 좀 더 현실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다. 에서 두 말을 구별해 표제어로 올린 효과에 비해 우리말 조어법 훼손과 전통

  • 영어 이야기

    매우 안 좋은 상황을 강조할 땐 'dire'

    South Korea plans to allow non-professional workers from India and Lithuania to apply for the E-9 visa. The government is also considering raising the E-9 visa quota from the current 110,000 foreign workers to 120,000 to ease chronic labor shortages in industries that do not require special skills, a government source said on Monday. Government officials said India, with the world’s largest population of 1.43 billion people, has strengths in the shipbuilding, steel and IT sectors, where Korea suffers a dire shortage of skilled workers. Lithuania has strengths in advanced industries such as precision laser technology, officials said. An increase in the number of E-9 visa workers from these two countries would mean a labor quality upgrade for Korea’s major sectors, they added. 한국은 인도와 리투아니아 출신의 비전문 외국 인력에 대한 E-9 비자 신청을 허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의 만성적인 인력난 완화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E-9 비자 한도를 현재 11만 명에서 12만 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정부 소식통이 월요일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은 14억3000만 명의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인도가 조선·철강·IT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반면 한국에는 숙련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는 정밀 레이저 기술과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두 국가 출신의 E-9 비자를 받은 근로자 수가 증가하면 한국 주요 부문에서 노동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내다봤다.해설저출산 고령화로 우리나라 제조업체는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 완화를 위해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E-9 비자를 동남아시아에 이어 인도와 리투아니아 출신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身外無物 (신외무물)

    ▶한자풀이 身: 몸 신 外: 바깥 외 無: 없을 무 物: 만물 물 몸 외에는 다른 것이 없다는 뜻으로 무엇보다 몸이 가장 소중함을 이름 - 나이가 들면 건강한 사람이 부자라는 말이 있다. 어디 나이 든 사람뿐이겠는가. 행복으로 가는 길에도, 성공으로 가는 길에도 건강이라는 디딤돌이 놓여 있다. 신외무물(身外無物)은 ‘몸 외에 다른 것이 없다’는 뜻으로, 다른 어떤 것보다도 몸(건강)이 가장 소중함을 이르는 말이다. 신외무물의 원전은 분명치 않으나 44장에 의미가 같은 구절이 있다. “명성과 몸, 어느 것이 가까운가?(命與身孰親). 몸과 재화, 어느 것이 소중한가?(身與貨孰多). 얻음과 잃음, 어느 것이 병인가?(得與亡孰病). 이런 까닭에 애착이 심하면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고,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크게 잃는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知足不辱),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知止不殆) 장구할 수 있다(可以長久).” 노자가 보기에 모든 우환의 시작은 과욕(過慾), 즉 지나친 욕심이다. 그러니 과욕(寡慾), 즉 욕심을 비움으로써 몸과 마음을 잘 보존하라는 얘기다. 지족이나 지지는 장구함으로 이어진다는 게 도가 철학의 골자다. 유가의 주요 경전인 도 “신체의 털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므로 감히 손상시키지 않음이 효도의 시작이요(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孝之始也), 입신하고 도를 행하여 후세에 이름을 날려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도의 끝이다(立身行道揚名於後世 以顯父母孝之終也)”라고 했다. 유가와 도가는 걷는 방향은 서로 다르지만 몸을 귀히 여긴다는 출발선은 같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고,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신체가 깃든다. 건강은 몸과 마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약술형 증가 추세…대비 포인트 알고 대응을

    이번 주에 논술고사를 치르는 가천대를 비롯해 2024학년도 기준 10개 대학에서 약술형 논술고사로 3000여 명을 선발한다. 내년에도 을지대를 비롯해 약술형 논술을 신설하는 대학이 생기면서 논술전형에서 약술형 논술의 비중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약술형 논술은 크게 을 출제하는 가천대 유형과 수학만 출제하는 한국외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의 가천대 유형에서도 수학 문항의 변별력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올바른 대비 전략이 필요하다. 수리논술 파이널 대비 포인트○ 가천대 유형 ● 출제 ●가천대, 수원대, 서경대, 삼육대, 한신대 ○ 한국외대 유형 ●수학만 출제 (10문항 내외) ●한국외대(서울캠퍼스 AI융합학부 신설 포함), 홍대 세종, 고려대 세종, 한국공학대, 한기대 ○ 약술형 수리논술 파이널 대비포인트 ●자연계열은 수학 9문항 기준 1~3 개 정도 까지가 합격선 ●특히 수학 문제 풀이의 시간 관리가 매우 중요함 ●쉬운 5~6개 문항을 1~2분 내에 빠르게 해결해 3~4개 중 킬러 문항 (변별력 중상)의 풀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합격의 관건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y=z/x일 경우, y는 x, z와 무슨 관계일까?

    ㉠ 굴절력은 무한히 멀리서 렌즈로 들어온 광선이 렌즈를 통과할 때 렌즈로부터 형성된 초점과 렌즈 사이의 거리인 초점거리를 역수로 표시하고, 디옵터(D)를 단위로 한다. 예를 들어 무한히 멀리서 렌즈로 들어온 광선이 (+)구면 렌즈를 통과한 후 1m 떨어진 거리에 초점이 맺혔다면 이 구면 렌즈의 굴절력은 +1D(=+1/1m)가 된다. 눈은 해부학적으로 크기가 정해진 굴절계로, 물체로부터 반사된 빛이 초점을 맺음으로써 시력을 형성한다. 눈은 굴절력이 일정한 각막과 굴절력이 변할 수 있는 수정체에 의해 초점이 망막에 맺히도록 하는데, 굴절력이 부족하거나 물체가 눈앞 가까이에 있을 경우 초점을 망막에 위치시키기 위해 수정체의 굴절력이 커지는 조절작용이 일어난다. - 2023학년도 9월 교육청 전국연합평가 -[지문 키워드] 렌즈로 들어온 광선이 렌즈를 통과할 때 렌즈로부터 형성된 초점과 렌즈 사이의 거리인 초점거리철수 쌤은 알고 있어야 할 것과 글 속에서 알아나가야 할 것을 구별하며 읽는다고 했다. 지문의 ‘초점거리’는 알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니라 알아나가야 할 것임을 생각하면서 읽는다. 초점거리를 고등학생 수준에서 알고 있을 필요가 없는 개념이므로 출제 선생님은 ‘초점과 렌즈 사이의 거리’라고 친절하게 설명했으나, ‘초점’과 ‘렌즈’는 고등학생 수준에서 알고 있어야 할 말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초점을 우리는 흔히 ‘모이는 점’이라고 알고 있다. 이 의미를 떠올리며 지문을 읽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철수 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출제 선생님이 ‘렌즈로부터 형성된’이라고 꾸미는 말로 초점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초

  • 영어 이야기

    처음으로 되돌아가다 'back to square one'

    Indonesia, a partner of South Korea’s KF-21 fighter jet development project, has failed again to notify the Korean government of its plan to pay its share of the project’s cost, putting their partnership in jeopardy. The KF-21 is a joint project between Korea and Indonesia to develop a next-generation supersonic combat plane with Korea’s homegrown technology for key components. The Defense Acquisition Program Administration (DAPA), Seoul’s arms procurement agency, said on Wednesday that Indonesia didn’t provide its payment plan by the end of October as promised. Jakarta has so far paid 278.3 billion won with the remaining 991.1 billion won overdue. Minister of DAPA Eom Dongwhan said during a parliamentary audit of the arms procurement agency last month that it would “have no other choice but to send the joint project back to square one” if Jakarta keeps breaking its promises. 한국 KF-21 전투기 개발사업의 파트너인 인도네시아가 사업비 분담금 지급계획을 한국 정부에 또다시 통보하지 않아 양국의 파트너십이 위태로워졌다. KF-21은 한국 핵심부품 기술이 접목된 차세대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합작 사업이다. 무기 조달 기관인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가 약속한 대로 10월 말까지 지급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수요일 밝혔다. 자카르타는 지금까지 2783억 원을 납부했고 나머지 9911억 원을 연체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자카르타가 계속해서 약속을 어길 경우 합작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해설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함께 개발하기로 한 초음속 전투기 KF-21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분담해야 할 비용 지불을 미루고 구체적인 지급계획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합작 계획을 원점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견해 논증형' 글 쓸때는 구체적 논거 제시해야 설득력

    이번 호에서 다룰 유형은 견해논증형입니다. 자기 견해를 논증할 때 갖춰야 할 요소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구체적인 설득력입니다. 추상적인 기술로는 설득력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귤은 건강에 좋은 과일이다. 피로 해소 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기술보다 “귤은 건강에 좋은 과일이다. 비타민과 무기염류, 섬유질이 풍부해 질병을 예방한다. 특히 비타민 C와 구연산 등이 면역력 증강, 피로 해소, 항산화 효과로 인한 피부 개선 등에 도움을 준다”라고 기술해야 합니다. 논증 과정에 비약이 있으면 논리적 반감을 사거나 반례의 논리적 반박에 부딪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점차 이기적으로 변한다면, 사회는 붕괴할 것이다”라는 주장에 대한 구체적 논의와 논증이 없다면, 단지 이기주의의 확산으로 사회가 붕괴한다는 생각은 비약입니다. 두 번째 요소는 체계성입니다. 여러분은 MECE(미씨)의 경영전략을 아시나요? 전략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진 이 용어는 상호배타적이고 전체포괄적인(Mutually Exclusive but Collectively Exhaustive) 관계를 뜻합니다. 이 용어는 논리논술에서의 체계적 사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예를 들어 ‘안’과 ‘밖’이라는 개념은 서로 겹치지 않지만, 두 개념을 합치면 포괄적이 됩니다. 무엇이든 안과 밖 둘 중 하나에 속하기 때문이죠. 논증할 때에도 이러한 미씨의 체계성을 사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가령 개인-사회의 관계를 활용해 개인적 측면에서의 이유와 사회적 측면에서의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이 체계적 사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많습니다. 정신적-물질적, 소극적-적극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羊質虎皮 (양질호피)

    ▶ 한자풀이 羊: 양 양 質: 바탕 질 虎: 범 호 皮: 가죽 피 양의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치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실이 빈약함 - 중국 한(漢)나라 때 양웅(揚雄)이 지은 은 의 문체를 모방한 일종의 수상록이다. 오자 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혹자가 묻기를 ‘어떤 사람이 공자의 문하에 들어가 그 안채에 올라 공자의 책상에 엎드리고 공자의 옷을 입는다면 그 사람은 공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하니, ‘그 무늬는 그렇지만 그 바탕은 아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혹자가 다시 ‘바탕이란 무엇을 말하는지요’라고 물으니, ‘양은 그 몸에 호랑이 가죽을 씌어놓아도 풀을 보면 좋아라 뜯어 먹고, 승냥이를 만나면 두려워 떨며 자신이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 사실을 잊어버린다(羊質而虎皮, 見草而說, 見豺而戰, 忘其皮之虎矣)’라고 대답하였다.” 양이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써서 겉으로는 호랑이처럼 보일지라도 호랑이의 바탕(본질)까지 갖추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호랑이 가죽을 쓰고서도 예전처럼 풀을 뜯어 먹으며, 다른 짐승의 눈에는 자신이 호랑이로 보인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승냥이를 만나면 예전처럼 무서워하며 벌벌 떤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래한 양질호피(羊質虎皮)는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그에 걸맞은 실력이나 실속은 갖추고 있지 못함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또 양의 본질을 바꾸지 못한 채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서 호랑이가 될 수 없듯이,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변화하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우리나라 속담 “빛 좋은 개살구”와도 의미가 통한다. 공자가 강조한 문질빈빈(文質彬彬)은 꾸밈(文)과 바탕(質)이 조화를 이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