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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낯선 미디어 언어 '최심신적설'

    1월 하순, 제주 한라산에 50cm가 넘는 눈이 쌓이면서 안전관리를 위해 입산 통제가 이어졌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5일 아침까지 최심신적설 현황은 사제비 54.1cm, 어리목 45.2cm, 삼각봉 28.9cm 등입니다.” 이를 전하는 한 방송사의 보도에 익숙지 않은 말이 눈에 띈다. ‘최심신적설’이 그것이다. 우리말인 듯 우리말 같지 않은, 사전에도 없는 이 말은 어떻게 언론의 뉴스 언어로 등장한 것일까?암호 같은 말은 뉴스 언어로 부적격소수만 아는 전문용어가 공공언어로 포장돼 쓰이고 있는 현실은 우리말이 여전히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위에서 마주치는 ‘정체불명의 우리말’은 수없이 많다. 최심신적설도 그중 하나다.우선 이 말의 구성을 살펴보자. 말의 형태로 미루어보아 한자어일 듯하다. 그렇다면 일감에 ‘최심(最深)+신(新)+적설(積雪)’로 분해해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대략 말뜻도 짐작된다. 새로 쌓인 눈으로 가장 깊은 것이다. 기상용어로는 ‘하루 동안 내린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의 깊이’를 나타낸다. 말의 단위 하나하나는 어려운 게 없다. 그럼에도 이 말이 까다롭게 느껴지는 것은 말의 구성이 일반적인 우리말답지 않기 때문이다.‘적설량’ 등에서 알 수 있듯, ‘적설’은 비교적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신(新)-’ 역시 ‘새로운’의 뜻을 더하는, 아주 흔히 쓰이는 접두사다. 신세대, 신경제, 신기록, 신세계 등 우리말에 무수한 파생어를 만들어내는 소중한 말이다. 그런데 ‘신적설’의 결합은 일상적이지 않다. 전문용어의 범주에 들어가 생소하게 느껴진다. 여기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올해부터 과학 빼고 수리논술만…일반고 학생에 기회

    연세대는 그간 유일하게 의학계열을 제외한 일반 자연계열 논술에서 수학과 함께 과학Ⅱ 영역까지 출제한 대학으로, 과학 영역의 출제 비중과 난도 역시 높은 편이어서 과학고나 영재고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올해 시험을 치르는 2025학년도부터는 연세대도 수리논술만 실시하게 되어 미적분 1~2등급대 학생이라면 출신고의 유불리에 관계없이 도전해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다. 다만, 미적분 외에도 기하와 확률과 통계를 고르게 학습하는 것이 필수이므로 본인의 선택과목 이수 현황과 향후 이들 과목의 학습 계획을 고려해 연세대 수리논술 대비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연세대학교 수리논술 대비전략 주요포인트1. 미적분 모의고사 1~2등급대를 유지해야- 미적분 문제풀이 능력은 상위대 수리논술 합격의 필수조건!2.수학적귀납법, 롤의정리 등 교과서의 증명을 반복해서 연습해야- 논리적인 서술 능력을 기르는데 효과적!3. 기하/확률과 통계의 전반적인 내용을 꼼꼼하게 학습해야- 이차곡선,벡터,확률,이항분포,정규분포 등 전체 개념을 고르게 학습할 것!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縣崖撒手 (현애살수)

    ▶한자풀이 縣: 매달릴 현  崖: 벼랑 애  撒: 놓을 살  手: 손 수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다는 뜻으로막다른 골목에서 용맹심을 떨침 - 송나라 야부도천의 선시(禪詩)현애살수(縣崖撒手)는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다’는 뜻으로, 막다른 골목에서 용맹심(勇猛心)을 떨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회자된 이 말은 버티지 말고 포기하라는 의미보다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기존의 것에 연연하지 말고 더 큰 용기로 새롭게 나아가란 뜻이 강하다. 즉 손을 놓으면 떨어져 모든 것을 잃고 죽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집착을 버리라는 것이다. 이는 송나라 선사 야부도천(冶夫道川)의 선시(禪詩)에 나오는 구절이다.나뭇가지 잡음은 기이한 일이기에 부족하다(得樹攀枝未足奇)벼랑 아래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縣崖撒手丈夫兒)물은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水寒夜冷魚難覓)빈 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오도다(留得空船載月歸)달빛만 실은 빈 배에서 고요와 평온이 느껴진다. 배는 비었지만 마음은 풍성한 묘한 대비도 그려진다.현애살수는 김구 선생이 거사를 앞둔 윤봉길 의사에게 한 말로도 유명하다. 자기를 버려 나라를 구하려는 구국충심을 높이 평가하고 그 마음을 깊이 위로한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는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死則生)과도 뜻이 닿는다.야부도천은 “대나무 그림자 뜰을 빗질해도 먼지 하나 일지 않고 달빛이 물밑을 뚫고 들어가도 물 위엔 흔적 하나 남지 않네”라는 게송(揭訟, 불교적 교리를 담은 한시의 한 형태)으로도 유명하다.나를 부여잡고 있는 두려움과 공포, 불안을 놓아야 발을 앞으로 내디딜 수 있

  • 학습 길잡이 기타

    수학의 완전성을 증명하기 위한 학자들의 도전

    무엇인가를 정의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 언어를 사용해 다른 것을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특정한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다른 단어들로 설명하고 있지 않나요? 한국어로 영어 단어를 설명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납득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국어사전은 어떨까요? 한국어로 한국어 단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설명 중에 뜻을 모르거나 애매모호한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를 다시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의자’ 같은 일상적인 단어조차 정의하기가 까다롭죠. 일반적으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가구라고 하지만, 가구의 정의에는 ‘실내에서 쓴다’는 설명이 있기에 “그럼 벤치는 의자가 아니냐?”라는 반례를 들 수 있죠. 혹은 앉을 수 있기만 하면 의자라고 한다면 산 중턱에 적당히 놓여있는 바위도 의자가 될 것입니다.학자들에게 이러한 문제는 매력적인 주제였습니다. 철학자, 언어학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이러한 ‘정의 내림’에 대해 그들 나름의 해석과 이론을 정리하기 바빴습니다. 수학자들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경입니다.수학자들의 관심은 명확했습니다. 애매모호하고 논쟁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단어나 표현을 완전히 몰아내는 동시에 어느 것 하나 “원래 그런 거야”라거나 “이건 어쩔 수 없지”라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즉 완벽한 무모순의 논리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기원전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에우클레이데스)의 원론이 그 시작입니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의 저술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危若朝露 (위약조로)

    ▶한자풀이  危: 위태할 위    若: 같을 약    朝: 아침 조    露: 이슬 로위태롭기가 아침 이슬 같다는 뜻으로곧 사라질 수 있는 아주 위급한 상황 -<사기(史記)>중국 전한(前漢) 시대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 ‘상군열전’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상앙이 진나라 재상으로 있은 지 10년이 지났을 무렵, 철저히 법에 따른 개혁정치가 시행되자 종실과 귀족 중에 그를 원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느 날 상앙이 진나라의 현명한 선비 조량(趙良)에게 교류를 청하자, 조량은 “어울리는 자리가 아닌데 차지하는 것을 탐위(貪位)라 한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상앙은 오랑캐 풍습처럼 아비와 아들이 구별도 없이 살던 나라를 개혁해 남녀를 구별하게 하고 큰 궁궐을 짓고 살게 되지 않았냐며 자신의 진재상 역할과 오고대부의 현명함 중 어느 쪽이 나은지 물었다. 이에 조량이 답했다.“오고대부 백리해(百里奚)는 형(荊) 땅의 비천한 사람이었습니다. 진목공이 그를 데려와 재상을 맡기니, 6, 7년 만에 동쪽으로는 정(鄭)나라를 정벌하고 초(楚)나라의 재난도 구제했습니다. 나라 안에 가르침을 베푸니 먼 곳에서 조공이 오고 제후에게 덕을 베푸니 주변 오랑캐가 복속했지만, 그는 진나라 재상이 되어서도 수레에 앉지 않고 더워도 장막을 펴서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죽자 진나라 남녀 모두가 눈물을 흘렸고,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군께서는 진나라 재상으로 백성을 위해 일하지 않고 궁궐만 크게 지었으니 공이라 할 수 없습니다. 군께서 외출할 때에는 수레 10여 대와 무장한 병사들이 뒤따릅니다. <서경>에 이르기를 ‘덕을

  • 학습 길잡이 기타

    복잡한 경제·과학 단순하게 풀어내는 마력 있어

    “수학은 누가 만들었어요?” “도대체 이 공식은 누가 만든 거예요?” “방정식은 왜 만들었어요?”필자가 많이 듣는 질문이다. 사실 이 질문은 그나마 수학에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수학적 기술을 익힌 사람들이 한다. 방정식은 풀 수 있지만 풀기 싫어 하거나, 방정식을 푸는 능력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경우다.수학은 다른 학문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다 생긴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 봐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명은 고대부터 수학적인 개념과 방정식을 발전시켜왔다. 바빌로니아 문명은 기원전 2000년경, 토지 면적을 계산하거나 건축에 필요한 자재의 양을 예측하는 등의 문제에 방정식을 적용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원둘레의 길이를 재고 그 반지름을 찾기 위해 방정식을 사용했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직각삼각형에서 변의 길이 사이 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으로 표현했다. 두 변의 길이로 삼각형을 형성하는 경우에 대한 방정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수학을 천시했다는 조선시대에도 수학적 개념과 방정식을 문제 해결에 적용했다. 예를 들어, 천문학적 현상을 예측하는 데에는 천체의 위치와 이동에 관한 방정식을 사용했고, 토지 측량에서는 땅의 면적과 경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이처럼 방정식은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널리 사용되었다.현대사회에서는 수학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경제 분야를 살펴보자. 지니계수, GDP, 앵겔지수 등의 용어는 여러분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에는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여러 가지 지수가 주목받고 있다. 그중 RIR(Rent to Income Ratio)은 월 소득 대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입춘'에 새겨야 할 우리말들

    계절은 여전히 한겨울 추위지만 절기상으론 어느새 입춘(立春, 2월 4일)을 앞두고 있다. 입춘은 보통 설을 전후로 든다. ‘설’이나 ‘설날’은 아주 흔한 일상의 말이지만, 의외로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설은 음력으로 해가 바뀌는 첫날을 가리킨다. 그것을 ‘정월 초하룻날’이라고 한다. 설(또는 설날)은 그날을 명절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설이니 정월이니 하는 말을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음력’을 얘기한다는 뜻이다.2023년은 쌍춘년 … ‘재봉춘’도 기억을‘입춘’은 24절기의 첫 번째로, 봄의 시작을 나타낸다. 24절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날짜를 잡지만, 설이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말이라 종종 절기도 음력인 줄 오해받는다. 하지만 ‘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한 해를 24개로 나눈, 계절의 표준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양력으로 따지며,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매년 여름께 이듬해 절기를 정해 날짜를 발표한다.올해 입춘은 설날인 2월 10일(이날이 음력으로 2024년 1월 1일이다)을 엿새 앞둔 2월 4일(음력 2023년 12월 25일)이다. 음력으로는 아직 2023년이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입춘은 원래 2023년 설 직후인 2월 4일에 있었다. 그러니 해가 바뀌기 전에 다시 입춘이 든 것이다. 이렇게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드는 까닭은 지난해 윤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 달이란 기간이 더해지다 보니 다음 해 설이 돌아오기 전에 입춘이 또 드는 것이다. 이런 해는 여름이 더 길게 느껴진다. 기상청에서 얼마 전 발표한 것처럼 작년에 한반도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덥기도 했지만, 심리적으로도 유난히 무덥게 느껴진 것은 그

  • 영어 이야기

    순풍은 'tailwind', 역풍은 'headwind'

    South Korean wind power companies such as SK oceanplant Co., HD Hyundai Electric Co. and CS Wind Corp. are expected to get a tailwind from Taiwan’s ambitious renewable energy policy, after the island nation’s President-elect Lai Ching-te takes office.Lai, the current Taiwanese vice president, was elected as the country’s new president, marking the ruling Democratic Progressive Party’s third consecutive presidential win. During his campaign, Lai proposed the most ambitious energy transition strategy among the four major candidates. He suggested that the share of renewables rise to 30% of the country’s energy mix by 2030 and to 60~70% by 2050.The country has announced plans to build offshore wind power facilities to generate a total of 15 gigawatts (GW) of electricity from 2026 to 2035, or 1.5GW per year. One gigawatt is enough to power 2.8 million households a year.SK오션플랜트, HD현대일렉트릭, 씨에스윈드 등 한국 풍력발전 업체들이 대만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 취임 후 대만의 야심 찬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현 부총통이 새 총통으로 당선됨으로써 대만은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세 번 연속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라이칭더는 4명의 대통령 후보 중 가장 야심 찬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제안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30%, 2050년까지 60~70%로 각각 늘리겠다고 제안했다.대만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총 15기가와트(GW), 연간으로는 1.5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해상풍력 발전설비를 건설할 예정이다. 1GW는 연간 28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전력량이다.해설최근 대만 대선에서 집권 여당인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대만이 추진해온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