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심신적설(最深新積雪)'이란 기상용어로는 '하루 동안 내린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의 깊이'를 나타낸다. 말의 단위 하나하나는 어려운 게 없다. 그럼에도 이 말이 까다롭게 느껴지는 것은 말의 구성이 일반적인 우리말답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이 말의 구성을 살펴보자. 말의 형태로 미루어보아 한자어일 듯하다. 그렇다면 일감에 ‘최심(最深)+신(新)+적설(積雪)’로 분해해볼 수 있다. 이쯤 되면 대략 말뜻도 짐작된다. 새로 쌓인 눈으로 가장 깊은 것이다. 기상용어로는 ‘하루 동안 내린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의 깊이’를 나타낸다. 말의 단위 하나하나는 어려운 게 없다. 그럼에도 이 말이 까다롭게 느껴지는 것은 말의 구성이 일반적인 우리말답지 않기 때문이다.
‘적설량’ 등에서 알 수 있듯, ‘적설’은 비교적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신(新)-’ 역시 ‘새로운’의 뜻을 더하는, 아주 흔히 쓰이는 접두사다. 신세대, 신경제, 신기록, 신세계 등 우리말에 무수한 파생어를 만들어내는 소중한 말이다. 그런데 ‘신적설’의 결합은 일상적이지 않다. 전문용어의 범주에 들어가 생소하게 느껴진다. 여기에다 ‘최심(最深)’이란 낯선 한자어가 맨 앞에 결합해 통사적 합성어를 이뤘다. 이런 구조가 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 까닭인지 몰라도, 이 말은 언론에 등장한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낯설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이 말을 쓸 때면 따로 설명을 곁들여야 한다. “하루 동안 새로 쌓인 눈의 양을 측정하기 위한 ‘최심신적설’은 이날~” 하는 식이다. 물론 이런 설명은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동안 이 말이 언중 사이에 전혀 자리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오늘 내린 눈의 최대적설량’이라고 풀면 쉽게 알 수 있다.읽기 쉽고 알기 쉽게 써야 좋은 글‘최심신적설’ 같은 말은 저널리즘 언어는 아니다. 우리말 체계 안에 있지만 암호와 다를 게 없다. 요즘도 간간이 언론보도에 등장하는 ‘육생비오톱, 차집관거, 민유총기’ 같은 말이 다 그렇다. 신문 언어는 일단 쉬워야 한다. ‘누구나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128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이 창간 사설에서 표방한 정신이다. 이걸 우리 신문은 아직도 온전히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육생(陸生)’은 뭍에서 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물속에서 사는 것을 가리키는 ‘수생(水生)’과 비견된다. ‘비오톱’은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비오스(bios)와 땅을 의미하는 토포스(topos)를 결합해 만들었다.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조성한 곳을 뜻한다. ‘생물서식지’라고 하면 알아보기 쉽다. ‘육생비오톱’은 없던 말을 새로 만들어 낸 것이다. 암호 같은 말은 있던 것도 폐기하고 쉬운 말을 찾아 써야 한다. 그래야 우리말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온전한 기능을 발휘하고, 이로써 경쟁력도 갖추게 된다.
‘차집관거’도 일상에서는 평생 쓸 일이 없는 말이다. 하수나 빗물을 모아 처리장으로 보내기 위해 만든 관(管)이나 통로를 말한다. ‘차집(遮集)’이 ‘막고 모으는 것’이고, ‘관거(管渠)’는 ‘관으로 된 물길’을 뜻한다. 용도에 따라 ‘빗물관길’ ‘하수관길’ 식으로 쓰면 알기 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