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蚤絶姦萌 (조절간맹)
▶한자풀이
蚤: 일찍 조
絶: 끊을 절
姦: 간사할 간
萌: 싹 맹


간사한 싹을 미리 잘라버리다
화근이 될 조짐을 사전에 제거함
- <한비자>

전국시대 말기의 사상가 한비가 쓴 <한비자>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권세를 잘 유지하는 자는 그 간사한 싹을 일찌감치 끊는다(善持勢者 蚤絶其姦萌).”

한비는 ‘외저설우’ 편에서 군주가 신하를 다스리는 방법을 세 가지로 논했다. 군주의 권세로 다스려지지 않는 신하는 제거해야 하고, 신하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언행을 삼가야 하며, 어진 신하가 곁에 있더라도 조정에 간신배가 있으면 정사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다고 했다.

간사한 싹은 미리 잘라버린다는 조절간맹(蚤絶姦萌)은 중국 고대 역사서인 <춘추(春秋)>를 해석한 자하(子夏)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자하는 “<춘추>에 신하가 군주를 시해하고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는 사건이 기록된 것은 열 번 정도 된다. 이는 하루 만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점차 쌓여서 이렇게 된 것이다. 간악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꾸민 음모는 단시간에 준비한 것이 아니라 세력과 힘을 조금씩 키워나가면서 사람을 죽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이니, 현명한 군주라면 간신배들의 모략을 미리 알아채고 일찍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조절간맹은 이처럼 간신이 일으킬 화근은 미리 싹을 잘라내야 한다는 정치적 어원을 가지고 있지만, 사고나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두점방맹(杜漸防萌)도 뜻이 같다. 점은 사물의 시작이고 맹은 싹이므로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 보이면 사물의 첫 단계부터 아예 제거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의미다. 방환미연(防患未然)은 화를 당하기 전에 재앙을 미리 막는다는 뜻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과 뜻이 같은 망양보뢰(亡羊補牢)는 의미가 반대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사물의 이치를 음과 양으로 풀이하는 주역은 조짐과 낌새를 잘 살피라고 강조한다. 현자는 보지 않고도 알고, 보통 사람은 보고서야 알고, 어리석은 사람은 보고서도 알아채지 못한다. 조짐을 미리 알아야 후환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