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삼각비의 탄생

농업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천문학이 필수였으며, 천동설을 바탕으로 삼각비가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삼각비는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건축업 종사자들에게는 직각삼각형, 피타고라스 정리, 그리고 삼각비가 여전히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는 단순한 건축물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정교한 수학이 숨어 있습니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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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설을 믿은 고대 그리스인은 별과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정교한 수학적 도구를 개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삼각비입니다.

당시 농업을 위해 홍수의 범람을 예측하려던 지도자들은 별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데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구 전체를 직접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관측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각도뿐이었습니다. 사실 삼각비는 그리스 시대 이전에도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피타고라스 역시 삼각비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는 피타고라스 정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정리는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제곱이 다른 두 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기하학을 집대성한 유클리드는 삼각형을 철저히 연구했습니다. 삼각형의 여섯 요소인 세 각과 세 변의 길이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합동과 닮음에 관한 정리를 정리한 <유클리드 원론>을 저술했습니다.

히파르코스 시대에는 필요한 계산을 지원하기 위해 각도와 현의 길이를 표현한 표, 즉 현표를 제작했습니다. 히파르코스의 이러한 노력은 삼각비가 실용적 수학 도구로 자리 잡는 데 기초를 제공했습니다. 히파르코스의 제자인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러한 연구를 더욱 심화해 삼각비의 이론을 확장했습니다. 그는 저서 <알마게스트>에서 1도 간격의 사인 비율표를 작성해 천문학자들이 보다 정밀하게 천체의 위치를 계산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9세기 이슬람 천문학자 알 바타니는 삼각법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중요한 인물로, 그의 연구는 수학과 천문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는 저서 <별들의 운행에 대하여>에서 sin(사인)과 tan(탄젠트) 등의 삼각비 용어와 사인 함수 공식을 공식적으로 소개했으며, 이 저서는 후에 라틴어로 번역되어 유럽 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이 같은 저명한 학자는 알 바타니의 연구를 참고해 자신들의 천문학적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알 바타니는 삼각법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며 사인 함수를 ‘jiba(지바)’라는 이름으로 명명했습니다. 원래 ‘jiba’는 아랍어에서 특별한 수학적 의미가 없는 단어였지만, 이는 후에 라틴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잘못 해석되어 ‘sinus(시누스)’라는 용어로 변형되었습니다. ‘sinus’는 라틴어로 ‘곡선’, ‘주름’ 혹은 ‘구불구불한 길’을 뜻하는 단어로, 곡선과 관련된 기하학적 개념을 반영합니다. 이 오역은 이후 영어에서 ‘sine’이라는 용어로 정착했으며, 오늘날까지도 사인 함수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알 바타니는 탄젠트 함수를 ‘거꾸로 된 그림자’라는 의미로 해석해 ‘umbra versa(움브라 베르사)’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천문학에서 그림자를 활용한 계산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 표현이 라틴어로 번역되면서 ‘tangent’라는 용어가 도입되었는데, ‘tangent’는 라틴어로 ‘접촉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기하학에서는 곡선의 한 점에서 접선을 나타내는 의미로도 사용합니다. 따라서 탄젠트라는 용어는 접선의 기울기와 삼각비 사이의 관계를 반영하게 되었으며, 현대 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sin, cos, tan이라는 용어는 누가 가장 먼저 사용했을까요? 이 기호들은 여러 수학자의 연구와 발전을 거쳐 현대에 이르렀습니다. sin(사인)의 기호는 1624년 영국 수학자 에드먼드 건터가 처음 도입했습니다. 그는 sine의 축약형으로 sin을 사용했으며, 이후 이 표기법이 점차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tan(탄젠트) 또한 건터가 tangent의 축약형으로 도입한 기호 중 하나였습니다. 이후 윌리엄 오트레드는 1657년 그의 저서 <삼각법>에서 sin과 tan뿐 아니라 sec(시컨트)의 기호도 도입하여 삼각법을 더욱 체계화했습니다.

cos(코사인) 기호는 다소 후대에 등장했습니다. 코사인은 ‘complementary sine’에서 유래한 용어로, 이는 사인 함수의 보완각을 의미합니다. 코사인 기호 cos는 1729년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오일러는 수학적 기호를 간결하게 표현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으며, cos라는 축약형을 도입해 널리 퍼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정경호 한국삼육고 교사
정경호 한국삼육고 교사
비록 sin, cos, tan 기호들이 17세기와 18세기 사이에 각각 만들어졌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형태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 기호들은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현대 수학뿐 아니라 공학, 물리학, 천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