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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사과했을 때는 '사과했다'라고 쓰자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평등을 가장한 역차별’ 등 법안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늘 있었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모두 폐기됐다. “손해배상 조항을 포함하면서 차별했다는 지목을 받은 사람이 차별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지도록 했다.” 2021년 이즈음 당시 여권에서 차별금지법안의 입법화를 추진했다. 이 문구는 그 법안을 설명하는 대목 중 하나다. ‘사과의 뜻을 표했다’는 비틀어 쓰는 말그런데 의미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문장이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근로자가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기업이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목해야 할 곳은 ‘차별했다는 지목을 받은 사람이~’ 부분이다. 이는 글쓰기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관형어 남발’의 한 유형이다.원래 우리 어법은 이런 경우 ‘차별했다고 지목받은 사람이~’처럼 쓴다. 이때 ‘-고’는 앞말이 간접인용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서술동사가 뒤를 받치게 돼 문장에 운율이 생긴다. 그런데 이를 관형어화해 ‘차별했다는 지목을 받은~’ 식으로 쓰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일탈적 어법은 정치적 표현에서 활발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라는 입장을 밝히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며 ‘국민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문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법이다. ‘입장’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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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敬而遠之 (경이원지)
▶ 한자풀이敬: 공경할 경 而: 어조사 이 遠: 멀 원 之: 갈 지존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않는다겉으로는 공경하되 속은 멀리하다 - <논어(論語)>공자는 평소 귀신이나 죽음, 괴이한 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제자 자로가 귀신 섬기는 일을 묻자 공자가 답했다. “사람도 제대로 섬기지 못하거늘 어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느냐?(未能事人 焉能事鬼)”자로가 다시 공자에게 물었다. “감히 여쭙건대 죽음이란 무엇입니까?”공자가 다시 답했다. “삶도 아직 이해하지 못하거늘,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未知生 焉知死)”인문주의적 전통을 계승한 공자는 이처럼 귀신에 대해 명확한 한계를 설정했다. 공자의 이런 생각은 다음 말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백성이 의롭게 되는 일에 마음을 쏟고 귀신은 공경하되 멀리하는 것이 지혜다.(務民之義 敬鬼神而遠之 可謂知矣)”공자는 귀신의 존재를 명확히 부인하지 않았으나 그 존재를 강조하지도 않은 것이다.한나라 유향(劉向)이 저술한 <설원(說苑)>에 나오는 다음 대화에도 공자의 그런 입장이 잘 나타난다.자공이 공자에게 ‘죽은 사람에게도 지각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공자는 “죽은 자에게 지각이 있다고 말하자니 효성스러운 자손이 생업에 방해되면서까지 장사에 몰두할까 염려되고, 지각이 없다고 말하자니 불효한 자손이 죽은 이를 유기하고 장사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걸 알고 싶거든 기다리다 죽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가까이하지도 멀리하지도 않는다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도 함의가 비슷하다. ‘그 사람에 대해서는 불가근불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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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wrap에 up을 붙이면 '완전히 마무리하다' 의미
Seven South Korean content makers are set to list on the Nasdaq through a $610 million merger deal with a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SPAC) as they aim to lure US investors in a bid to expand their presence in the global entertainment industry.K Enter Holdings Inc., a Delaware, US-based company that has contracts to acquire seven Korean entertainment companies, on Thursday agreed to merge with Global Star Acquisition Inc., a Nasdaq-listed SPAC.“Following the closing of the merger agreement, the parent of the combined company will be named ‘K Wave Media Ltd.’ and we expect that its securities will be listed on the Nasdaq Stock Market,” said K Enter and Global Star in a statement. The transaction is expected to wrap up late in the fourth quarter, according to the statement. Banking sources in Seoul said they aimed to start trading the stocks of the combined entity in December.국내 7개 콘텐츠 제작사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6억1000만 달러 규모의 합병을 통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미국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포석이다.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 일곱 곳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본사를 둔 케이엔터홀딩스는 나스닥 상장사 글로벌스타와 목요일 합병 계약을 맺었다.케이엔터와 글로벌스타는 성명을 통해 “합병 계약이 완료되면 합병회사의 모회사는 ‘케이웨이브미디어㈜’로 사명이 변경되고 증권은 나스닥에 상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서에 따르면 스팩과의 합병 계약은 오는 4분기 말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 있는 은행권 관계자는 12월부터 합병 법인의 주식 거래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설‘오징어 게임’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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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민 기자의 직업의 세계
기업·근로자간 이슈 조율…산업발전하며 주목 받아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해주고 부당해고 등 구제 지원과 더불어 기업 노무 관리 및 상담·지도 등을 하는 ‘노무사’는 최근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주목받는 직업이다. 김소영 노무법인 신유 대표노무사를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노무사는 어떤 직업인가요.“한마디로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는 전문가라고 생각해요. 크게는 노동법에 대해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대리해주는 직업입니다. 업무로 나눠보면 기업의 인사 노무 관련 노동법률 자문이나 인사 노무 컨설팅이 있고,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해고 구제 신청 사건들에 대한 법률 대리를 합니다.”▷기업에는 인사 전문가로 구성된 인사팀이 있는데 기업 노무 자문&컨설팅이 왜 필요한가요.“기업 인사팀 담당자들이 노동법 전문가는 아니거든요. 조직을 운영할 때 법률을 준수하면서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데, 사안에 따라 해석이 모호할 때가 많아요. 노동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지 등을 노무법인 차원에서 의견을 전달하고 가이드하는 거죠.”▷변호사가 노무사 업무를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변호사는 대체로 광범위한 법을 다루지만, 노무사는 노동법에 특화된 업무를 한다고 보면 됩니다.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깊이가 있다는 게 장점이죠.”▷기업 특성에 따라 법적 해석, 가이드가 달라질 수 있나요.“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아직 법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게 많아요. 그런 분야는 행정해석이나 해석의 가이드라인을 먼저 살펴보죠. 그리고 기업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는 범위를 찾아 적용하게 됩니다.”▷최근 노동법이 부각되는 분위기입니다. 원인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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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글이 통신
학생부 '세부특기사항'에 수상·독서 등 자연스럽게 녹여야
대입 준비 과정에서 작년과 달리 학생부 평가 항목이 축소되면서 자기 역량을 어필할 방법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기소개서가 폐지되고, 수상 및 독서 기록도 기재되지 않는 게 수시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겠죠. 이런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을 친구들을 위해 수시 대비 학생부 작성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3년 동안 읽은 책을 올해 입시부터 기재할 수 없다는 것, 수상 기록도 넣을 수 없는 것은 독서와 대회 참여가 아닌 다른 곳에 시간을 쓰게끔 합니다. 공부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수상과 독서 활동은 세부특기사항에 녹여내기에 좋은 주제입니다. 만약 영어와 관련된 학과에 지원하길 원한다면 영어 에세이 대회나 영어 토론 대회 등에 참가해 어떤 주제로 자기 생각을 전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성을 찾았다, 그리고 이런 걸 배웠다고 쓰면 전공 적합성과 동시에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줄 수 있겠죠. 독서도 마찬가지예요. 한 책을 읽고 든 의문을 혼자 찾아 글로 작성하거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다, 혹은 나아가 내가 진학하고자 하는 전공과 연결지어 활동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요.수시를 준비할 때는 세부특기사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전공 적합성을 중요시하는 학교가 많아 여러 과목을 희망하는 전공과 연결해 학생부를 작성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억지로 잇는 것은 오히려 악효과를 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만약 국문과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이 수학과 과학 과목을 국어와 연결하려고 하면 살짝 어긋나지 않을까요. 수업을 들은 과목을 전공과 연결하는 것은 대학 입시관들에게 전공 적합성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지만, 억지스러운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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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략
의대 4년 새 97.4 → 98.2점으로 상승 '쏠림 확연'…서울대 자연계 일반학과 합격선 하락 이변
대입정보포털 ‘어디가’가 2023학년도 전국 대학 수시, 정시 입시 결과를 발표했다. 통합수능 2년차 입시 결과다. 의약학 계열의 합격선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등 의약학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다. 서울대 자연계열 합격선이 하락하는 이변도 발생했다. 2023학년도 전국 의대 및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최상위권 대학의 정시 합격선을 분석해본다.전국 27개 의대 평균 98.2점, ‘어디가’ 공개 후 최고통합수능 2년차, 의약학 쏠림은 더 확연해지는 모양새다. 최근 4년 새 전국 의대 정시 합격선(국어, 수학, 탐구 백분위 평균, 70%컷)은 꾸준히 상승해 2023학년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입정보포털 ‘어디가’를 통해 발표한 대학 중 70%컷 동일 기준으로 비교 가능한 전국 27개 의대의 정시 합격선을 분석한 결과다.27개 의대 정시 평균 합격선은 2020학년도 97.4점에서 2021학년도 97.2점으로 소폭 하락했다가 2022학년도 97.8점, 2023학년도 98.2점까지 올랐다. 더 이상 상승하기 어려운 최상위권 의대의 합격선이 4년 새 백분위 평균 0.8점 올랐다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상승폭이다. 의대를 목표할 수 있는 수준이 전국 상위 2.6%에서 1.8%로 올라간 셈이다. 서울권 8개 의대는 2020학년도 98.6점에서 2023학년도 99.2점으로 상승했고, 수도권 2개 대학은 같은 기간 96.4점에서 97.7점으로, 지방권 17개 대학은 96.9점에서 97.7점으로 올랐다.2023학년도 의대 정시 합격선을 대학별로 살펴보면 서울대 의예과(지역균형), 가톨릭대 의예과, 한양대 의예과 등 세 곳이 99.5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고려대 의과대학, 성균관대 의예과가 99.4점을 기록했고, 서울대 의예과(일반전형)는 99.3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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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뭔가 조금 부족할 때는 'shy of+수량'
The IONIQ 5 robotaxi, based on Hyundai Motor Co.’s all-electric crossover, will launch its first fully driverless service for public passengers later this year, said the chief executive of Motional Inc., a joint venture between Hyundai and Aptiv PLC.The robotaxi service with Level 4 self-driving capabilities will first be offered in Las Vegas. At Level 4, a vehicle can drive itself under limited conditions and does not require safety operators in the front seat. It is just shy of Level 5, which enables fully automated driving.“This is the year when Motional’s IONIQ 5 robotaxi goes fully driverless,” Motional CEO Karl Lagnemma told The Korea Economic Daily in a recent written interview. Motional has been offering a pilot robotaxi service with Hyundai’s IONIQ 5 on public roads in Las Vegas since 2018.현대자동차와 앱티브의 합작 회사 모셔널의 CEO는 현대차의 전기차를 기반으로 만든 IONIQ 5 로보택시가 올해 말 대중 승객을 대상으로 첫 무인 주행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레벨 4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로보택시 서비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먼저 제공될 예정이다. 레벨 4 자율주행차는 제한된 조건에서 차량 스스로 운전할 수 있으며 앞 좌석에 안전 요원이 탑승할 필요가 없다.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즉 모든 조건에서 사람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자율 주행 기술인 레벨 5에 조금 못 미친다.모셔널의 칼 라그네마 CEO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는 모셔널의 IONIQ 5 로보택시가 완전 무인 주행을 시작하는 해”라고 말했다. 모셔널은 2018년부터 라스베이거스 공공 도로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 5 무인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해설현대차와 미국 자율주행 기술기업 앱티브가 공동 설립한 회사 모셔널이 올해 말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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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관형어 남발이 가져온 일탈적 문장들
2020년 10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타계한 뒤 상속세와 관련한 쟁점 몇 가지가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그가 남긴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는지였다. 이 회장은 생전에 수집한 국보급 미술품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하고 떠났다. 하지만 우리 세법에서 미술품이나 골동품으론 상속세를 납부할 수 없다. 현금이나 부동산, 유가증권만 가능하다. “정부는 부동산이나 유가증권과 비교할 때 미술품은 객관적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했다.”‘~라는 설명을 하다’와 ‘~라고 설명하다’이 대목에서 우리나라도 영국 프랑스 일본 등과 같이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기도 했다. 우리 관심은 이를 전한 한 언론보도문에 쓰인 ‘~어렵다는 설명을 했다’ 부분이다. 이 서술부는 ‘~어렵다고 설명했다’라고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부사어를 써야 할 때 습관적으로 관형어를 쓰는 경향이 있다. ‘각별히 신경 쓰다’ ‘톡톡히 재미 봤다’라고 할 것을 ‘각별한 신경을 쓰다’ ‘톡톡한 재미를 봤다’라고 하는 식이다. 부사어를 써야 서술어가 살아나 문장에 리듬이 생기고 글이 탄탄해지는데, 무심코 관형어로 연결하는 것이다.글쓰기에서 부사어의 관형어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고 설명하다’ 문구를 ‘~다는 설명을 하다’로 쓰는 것도 그중 하나다. 우선 ‘~다고 설명하다’의 문법 구조를 알아보자. 이때 ‘-고’는 앞말이 간접 인용되는 말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다. 이 용법은 글쓰기에서 아주 흔히 쓰이므로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직도 네가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