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至愚責人明 (지우책인명)
▶한자풀이
至: 이를 지
愚: 어리석을 우
責: 꾸짖을 책
人: 사람 인
明: 밝을 명


어리석은 사람도 남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다
자신의 허물은 못 보고 남 탓만 하는 것을 비유
- <송명신언행록>

송나라 때 명신 범순인(范純仁)은 명재상 범중엄(范仲淹)의 아들로, 시호는 충선공(忠宣公)이다. 그는 임금에게는 충직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넉넉했다. 주자가 송나라 명신들의 언행을 엮은 <송명신언행록>에는 그의 충(忠)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 있다. 범순인의 말이다.

“내가 평생 배운 것은 오직 충서(忠恕, 충성과 용서)라는 두 글자뿐이니, 일생토록 써도 다함이 없다. 조정에서 임금을 섬길 때나, 동료들을 대할 때나, 종족(宗族)과 친목을 다질 때나 나는 잠시도 충서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가 충과 서를 얼마나 단단히 쥐고 조정에 나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가 자식들을 가르치는 훈계는 그의 품이 얼마나 넉넉한지를 보여준다.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고(人雖至愚 責人則明), 총명한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용서하는 데는 어리석다. 너희들은 항상 남을 나무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나무라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도록 하여라. 그리하면 성현의 지위에 이르지 못함을 근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구절은 <명심보감> 존심(存心) 편에도 실려 있다.

지우책인명(至愚責人明)은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나무라는 데는 총명하다’는 뜻으로, 자신의 허물은 고치지 않고 남의 탓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는 개 나무란다”는 우리말 속담과 의미가 비슷하다.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현명한 사람은 어리석은 자의 티끌에서 자신의 흠을 살피지만 어리석은 자는 현명한 자의 옥(玉)조차 돌로 치부한다. 남의 허물을 보는 눈은 조금 어둡고 자신의 티끌을 보는 눈은 밝아야 한다. 타인을 겨냥한 촉이 날을 세우면 결국 그 촉이 흉기가 되어 나를 겨눈다. 넉넉히 남을 보듬고 차갑게 나를 살피면 세상사 다툼이 적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