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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가을비가 전하는 냄새, 미생물이 보내는 메시지

    가을비가 내리는 날, 특유의 냄새가 코를 스친다. 서늘한 공기 속에 섞인 흙냄새와 풋풋한 풀냄새는 오묘하게 어우러져 마음을 한층 상쾌하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이 비 냄새를 ‘페트리코(petrichor)’라고 부른다. 그리스어로 돌을 뜻하는 ‘페트로스(petros)’와 신들의 피를 의미하는 ‘이코르(ichor)’를 합친 말로, 돌에서 나온 미세한 본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비 냄새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과 미생물 활동의 결과다. 마른 땅이 비로 젖을 때 땅속 미생물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유기화합물이 공기 중에 퍼지면서 우리가 느끼는 ‘비 냄새’가 발생하는 것이다. 흙 속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스트렙토미세스(Streptomyces) 등 방선균의 활동이 비가 온 뒤 현저히 활발해진다.방선균은 주로 토양에 존재하며 죽은 식물체를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세균(박테리아)이다. 이들은 토양 속 유기물을 분해하며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여러 화학반응과 효소작용을 거쳐 ‘지오스민(Geosmin)’과 ‘2-메틸이소보르네올(2-MIB)’이라는 냄새 분자를 만들어낸다. 쉽게 말해 방선균은 식물 잔해 속 물질을 분해하면서 그 부산물로 특유의 향을 내는 화합물을 합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아이소프레노이드’라는 탄소 뼈대가 단계적으로 연결되는 화학반응을 거치며, 효소가 이 구조를 구부리거나 작은 메틸기를 붙여 비 냄새의 핵심 성분을 완성한다.이 화합물은 땅속 박테리아가 죽거나 손상되면서 세포 밖으로 방출돼 흙 속에 남아 있다가, 비가 내릴 때 빗방울이 지면에 충격을 가하면서 미세한 물방울과 함께 공기 중으로 퍼져나간다. 이를

  • 숫자로 읽는 세상

    '버블 붕괴 직전' 일본 닮아가는 한국 부동산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과 관련해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1990년대 초 버블(거품) 붕괴 직전의 일본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파악된다.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수준과 기업 대출 중 부동산업 비중 증가세가 특히 일본과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의 민간신용 비율은 200.7%로 200%를 넘었다. 2018년 177.2%에서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일본의 민간신용 비율이 1985년 162%에서 버블 붕괴 직전인 1990년 208%로 급등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기업 대출이 부동산 기업에 몰리며 대출의 질이 나빠지는 것도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중 건설·부동산업 대출 비중은 28.8%로 10년 전(20.5%)보다 크게 상승했다. 반면 성장 기여도가 높은 제조업 대출은 같은 기간 34.6%에서 24.9%로 하락했다.일본에서도 제조 기업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1970년대 500%대에서 1980년대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반면, 부동산 기업의 부채비율은 1980년대 이후 1000%에서 1500% 수준으로 크게 상승했다.소비자 심리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버블 당시 일본에서는 ‘토지 불패 신화’라는 말이 유행했다. 현재 한국에서도 ‘부동산 불패’를 향한 믿음이 견고하다.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급락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 8월과 9월 두 달 연속 상승했다.달라진 것은 부동산 규제 수단과 금융당국의 의지다. 최근 ‘일본 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쓴 장태윤 한은

  • 시사·교양 기타

    K컬처 '열풍'

    주니어 생글생글 제181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K컬처’, 다른 말로 ‘한류’입니다. 최근 해외에서 한국의 대중가요와 영화·드라마, 음식, 화장품 등이 큰 인기를 얻는 현상을 살펴보고, 문화의 힘이 외교와 수출, 관광업 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화제의 인물로는 해외에서 태어난 혼혈인으로 한국 남자 국가대표 축구팀에 선발된 옌스 카스트로프 선수를 소개합니다. 최근 금값이 치솟은 이유도 쏙쏙 경제 뉴스에서 짚어봤습니다.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마감에 쫓기는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한 '힐링'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블로그를 개설하거나 유튜브 채널을 오픈해 게시물을 올리는 이가 많다. 처음에는 ‘내 마음대로 써서 내 마음대로 발표’할 수 있겠지만 구독자가 늘어나면 ‘정기 업로드’라는 마감에 쫓기게 된다.원고료를 받는 직업 작가, 방송사나 신문사에 근무하는 기자라면 ‘내 마음대로 써서 내 마음대로 발표’할 수가 없다. 원고 청탁서에 맞춰, 기획 의도에 맞게 생산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취재의 어려움, 글쓰기의 고통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가장 힘든 것은 ‘마감’을 지키는 일이다. 그래서 “글은 마감이 쓴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겼다.학생들에게 마감이란 과제 제출 기한일 것이다. 시험도 일종의 마감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인도 정해진 기한 내 맡은 일을 해야 하는 마감의 고통에 시달린다. ‘마감’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오죽하면 마감을 ‘데드라인(deadline)’이라고 하겠는가.<작가의 마감>을 기획하고 번역한 안은미 작가는 “수많은 마감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만한 책을 꾸리고 싶은 마음에 글을 하나하나 고르고 언어를 찬찬히 매만졌다”고 출간의 변을 전했다. ‘책장 식당’이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2명의 만화가가 원고 마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자 책 속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장면을 보다가 ‘위대한 작가는 창작의 고통을 어떻게 해소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그길로 일본 유명 작가의 전집 목록에서 마감과 관련된 글 50편을 하나하나 찾아내 이 책이 탄생했다.일본 유명 작가 30명의 마감 이야기추천의 글에서 장정일 작가는 “잡지 편집

  • 교양 기타

    성북동에서 건진 만해시편 연작 [고두현의 아침 시편]

    심우장 가는 길고두현멀다.아직도 골목을 맴돌며소를 찾아 헤매는저 빈 집의오랜침묵!만해를 생각하면 두 장면이 먼저 떠오릅니다. 서울 성북동에 있는 심우장(尋牛莊)과 저 먼 만주의 굴라재 고개입니다. 하나는 현존하는 기념 공간이고, 하나는 역사 속의 기억 공간이지요. 이곳을 처음 방문한 날 저는 ‘만해시편’ 연작의 첫 번째 작품 ‘심우장 가는 길’을 썼습니다. 초고는 길게 썼는데 군말을 몇 번씩 헹궈냈더니 단출한 말만 남았습니다.“멀다.// 아직도 골목을 맴돌며/ 소를 찾아 헤매는// 저 빈 집의/ 오랜// 침묵!”심우장 가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고즈넉합니다. 도성 북쪽이어서 ‘성북’이라는 이름이 붙은 서울 성북동 산기슭 222의 1. 좁고 가파른 골목 사이로 올라가니 만해가 노년에 머물렀던 심우장이 나옵니다. 밖에서 본 심우장의 표정은 무심하고 무연합니다. 오랜 침묵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만해가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지은 이 집은 특이하게도 남향이 아니라 동북향입니다.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59㎡(17.8평) 규모의 소박한 단층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오른쪽 서재 앞에 ‘尋牛莊(심우장)’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심우장은 ‘소를 찾는 집’이라는 뜻이지요. 알다시피 불교 수행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는 깨달음의 과정을 의미합니다.마당 한쪽에 만해가 심은 향나무 한 그루와 수령 90년이 넘은 소나무가 서 있습니다. 만해 시 ‘님의 침묵’ 중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이라는 구절이 두 나무의 그림자에 겹쳐지는 듯합니다.마루에 걸터앉아 한동안 상념에 잠겼습니다. 만해는

  • 생글기자

    소방대원 '마음 건강' 대책 시급하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한 소방관이 얼마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 소방관은 심각한 우울증을 겪으며 심리치료까지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전에도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이 있었다. 또 소방대원 다수가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다.소방청이 지난해 실시한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6만1087명 중 7.2%인 4375명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2%는 자살 위험군으로 조사됐다.사정이 이런데도 각종 재난과 사고 현장에서 활동한 소방관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방청 내 심리상담 인력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때로는 자기 목숨까지 바쳐가며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이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재난 현장 근무자들에게 건강검진과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대책 중 하나로 소방공무원 심신 수련원 설치가 거론된다. 소방대원들이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운영하자는 것이다. 심신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재활을 돕는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안전한 환경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밤낮없이 재난에 대비하는 소방관이 있기에 우리는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다.생명을 구하기 위해 재난 현장에 뛰어들었던 소방관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세상을 등지는 일이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강우빈 생글기자(대전느리울중 2학년)

  • 경제 기타

    스벅보다 비싼 동네 커피점 '배짱 영업' 하는 이유

    스타벅스는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독보적 1위 업체다. 작년 매출이 3조1001억원으로 2위 투썸플레이스의 여섯 배다. 하지만 스타벅스 커피가 가장 비싼 커피는 아니다. 스타벅스보다 커피값이 비싼 프랜차이즈가 있다. 심지어 주택가의 작은 커피점 중에도 스타벅스보다 비싸게 파는 곳이 종종 눈에 띈다. 커피 전문점이 10만 개가 넘는다는데 1등보다 비싸게 팔다니 ‘배짱 영업’일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은 커피 전문점 시장이 ‘독점적 경쟁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커피는 없다국내에 커피 전문점이 무한히 많고, 모든 커피의 맛과 품질이 똑같다고 가정해 보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가격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어느 커피점도 균형 가격보다 비싸게 받지 못한다. 가격을 올리는 순간 손님이 다 떨어져 나간다. 굳이 가격을 싸게 할 이유도 없다. 일시적으로 손님이 몰릴 순 있겠지만, 하루 생산량이 제한된 상태에서 가격을 내리면 매출만 줄어든다.이런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한다. 다수의 판매자가 거의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며 진입 장벽이 없는 시장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 개별 생산자는 판매가를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 시장 가격을 받아들일 뿐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상품은 드물다. 경제학 교과서에선 쌀과 우유 시장을 완전경쟁시장의 사례로 들지만, 쌀도 이천 쌀과 강진 쌀이 다르고, 우유에도 등급이 있다.이미 100년 전에 이걸 이상하다고 생각한 경제학자들이 있었다. 20세기 초반까지 고전 경제학은 완전경쟁시장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했다. 그러나 1930년대 영국의 조안 로빈슨과 미국의 에

  • 숫자로 읽는 세상

    고교 내신 5등급제…소문대로 자퇴 늘었을까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내신 평가 방식이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 사이에 고교 1학년 학생의 자퇴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9등급제 때는 상위 4%만 내신 1등급이었으나 5등급제가 되면서 상위 10%까지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그러나 동시에 2등급 범위 또한 기존 상위 11% 이내에서 상위 11∼34%로 확대됨에 따라 1등급에서 벗어나면 서울권 대학 진학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학부모 사이에서는 1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아예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하는 ‘전략적 자퇴’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이런 소문은 사실일까. 확인 결과 올해 1학기 고1 자퇴생 비중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1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학기(3~8월) 전국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다 자퇴한 학생 수는 7056명이다.이는 올해 3월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등록 학생 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것으로, 전체 고등학교 1학년 학생 42만3793명 가운데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학년 자퇴생(44만4844명 중 8476명, 1.9%) 비율보다 0.2%p 줄었다.올 1학기 2학년 자퇴생 비율은 1.2%(43만419명 중 5339명)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45만4298명 중 6917명)보다 적은 편이다. 3학년 자퇴생 비율 역시 올해 1학기에 0.2%(44만3329명 중 996명)로 감소했다.이를 두고 대다수 대학이 올해 고교 1학년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8년도 입학 전형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서울 일부 대학이 내신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