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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바람'과 '사람'과 '꽃 그림자' [고두현의 아침 시편]

    바람 냄새 나는 사람                            이월춘경화오일장을 거닐었지삶은 돼지머리 냄새처럼가격표가 없는 월남치마가 바람에 펄럭이고내동댕이치는 동태 궤짝을 피해장돌뱅이들의 호객 소리에 귀를 내주면서나이 들고 넉살이 늘어도국산 콩 수제 두부는 어떻게 사야 하며맏물 봄나물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말 없이는 세상을 살 수 없는 재래시장갓 구운 수수부꾸미를 맛보며고들빼기김치나 부드러운 고사리나물을 담고과일 노점 옆 참기름집에서 이웃을 만나고오는 사람마다 결을 맞춰주는 마법의 시장경화오일장을 바람처럼 거닐었지나만의 광야, 즐거운 소란 속으로나만의 고독을 끌고 들어가 아픔을 벗고마침내 어둠의 갈피 속에서 길을 찾아냈지‘바람’과 ‘사람’ 사이에는 어떤 ‘냄새’가 배어 있을까요. 세 단어 모두 입술이 마주 붙는 ‘미음(ㅁ)’을 보듬고 있듯이, 서로의 몸에서는 닮은 냄새가 납니다.이 시는 이월춘 시인이 최근에 펴낸 시집의 표제작입니다. 시인은 어느 날 진해의 경화오일장을 거닐다가 “가격표가 없는 월남치마가 바람에 펄럭이”는 장면을 눈여겨봅니다. 한쪽 귀로는 “장돌뱅이들의 호객 소리”를 듣고, 혀로는 “갓 구운 수수부꾸미”를 맛봅니다. 경화오일장을 바람처럼 거닌 시인그 틈틈이 “국산 콩 수제 두부는 어떻게 사야 하며/ 맏물 봄나물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으며 “과일 노점 옆 참기름집에서 이웃을 만나고/ 오는 사람마다 결을 맞춰주는 마법의 시장”과 한 몸이 됩니다.그렇게 “나만의 광야, 즐거운 소란

  • 커버스토리

    인재유출 세계 1위…'빨간불' 한국의 미래

    사회를 이끄는 인재를 흔히 브레인(brain, 두뇌)이라고 합니다. 두뇌가 신체의 중추인 것처럼 인재도 사회에서 그런 기능을 한다는 얘기죠.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가 많을수록 그 사회의 발전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브레인이 늘어나기는커녕 앞다퉈 해외로 빠져나가려 합니다.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도 이공계 인재의 ‘탈(脫)한국’ 문제를 짚고 있습니다. 국내의 젊은 이공계 석·박사급 가운데 직장을 해외로 옮기려고 고민하는 사람이 전체의 62%에 이른다는 겁니다. 전체 석·박사급으로 넓혀도 해외 이주를 고려 중이란 응답이 42.9%에 달합니다.이웃 나라 중국에선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뛰어넘는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수학 천재 형제’가 만든 캠브리콘이란 회사가 젠슨 황의 아성을 넘보고 있습니다. AI 가속기의 핵심인 GPU(그래픽처리장치) 몇만 장을 확보하느냐의 차원을 넘어 아예 미국 기술을 대체하려고 작정한 겁니다. 원동력은 바로 뛰어난 인재들입니다.첨예한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브레인 게인(brain gain, 인재 확보)’에 있습니다.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인재 유출)’ 현상이 계속되면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사 속에서 인재가 어떻게 나라의 운명을 바꿨고, 경제이론에선 이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브레인 게인의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봅니다. 국운 뒤바꾼 역사 속 인재의 활약 컸는데 韓 떠나는 이공계 두뇌들…국가경쟁력 '흔들' 인재가 국가 발전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숱한 역사적 사례가 보여줍니다. 과

  • 경제 기타

    한도 묶여 주식 팔 수도…코스피 상승에 '찬물' 우려

    국민연금의 국내투자 제한국민연금의 추가 매입을 위해 국내 주식의 자산 배분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 급등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비중이 연말 목표 비중(14.9%)을 훌쩍 넘어서 추가 매수 여력을 사실상 소진한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적 연기금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증시를 부양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5년 11월 10일자 한국경제신문-이달 초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 4200 포인트 선을 넘어섰지만, 이후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사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반가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기금운용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국내 투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지난 8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운용액은 1322조원에 달합니다. 현재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약 600조원)를 두 번 사고도 남는 돈이지요.국민연금은 이처럼 거대한 자금을 큰 틀에서 지역적으론 국내와 해외, 자산 종류별론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에 나눠 투자합니다. 국민연금은 올해 연말 기준 △국내 주식 14.9% △해외주식 35.9% △국내 채권 26.5% △해외채권 8% △대체투자 14.7%를 자산 배분 목표치로 설정했습니다. 이 같은 자산 배분이 이뤄질 때 국민연금이 목표로 하는 안정적이면서도 시장보다 일정 수준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판단입니다.최근 정부 내에서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코스피지수가

  • 숫자로 읽는 세상

    AI중점 학교, 2028년 2000곳으로 늘린다

    정부가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에 속도를 높인다. 기존 8년 이상 소요되던 학·석·박사 과정을 5년 반으로 단축해 고급 인재의 배출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모두를 위한 AI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총 1조4000억원이 투입될 이번 대책은 이재명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AI 세계 3강’ 실현을 위한 교육부 차원의 후속 조치다.정부는 미래산업을 주도할 혁신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AI 패스트트랙’ 신설이 대표적이다. 학·석·박사 과정을 통합해 이르면 5년 반 만에 학위를 마치고 산업과 연구 현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우수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정년 이후에도 석학이 국내에서 교육과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석좌교수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공립대의 65세 정년 제한 예외와 연봉 상한 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국가 균형 성장을 위해 거점 국립대를 지역 AI 거점 대학으로 육성한다. 대학별 강점을 살린 학문 분야와 AI 관련 학과를 중심으로 단과대학을 신설한다. 또 해당 대학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핵심 연구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계약학과·계약정원제도 확대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AI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사내 대학원 제도 역시 정비한다. 또 산학협력 연구 성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산업학위제’를 도입할 방침이다.초중고에서는 AI 교육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AI 중점 학교’를 대폭 늘린다. 올해 730

  • 과학과 놀자

    장티푸스가 나폴레옹 군대 패퇴시켰다

    1812년 6월,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은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를 향해 진군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 나폴레옹 군대는 러시아군을 격파하기는커녕 폐허가 된 모스크바에 고립됐다. 결국 그해 10월, 나폴레옹 군대는 후퇴를 결정하고 폴란드 국경을 따라 이동했다. 그러나 병사 대부분은 유럽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러시아군의 공격이 아닌, 전염병으로 인해 대부분이 러시아에서 죽음을 맞은 것이다. 최근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미생물 유전체학 그룹의 리더인 니콜라스 라스코반의 연구팀은 나폴레옹 군인들의 DNA를 분석해 나폴레옹 군대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의 정체를 밝혀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11월 3일 자에 실렸다.나폴레옹 군대가 전염병의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원정에 함께했던 의사 J.R.L 드 키르호프가 책을 발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책에는 1812년 겨울, 나폴레옹 군대는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을 견뎌야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진티푸스 전염병이 퍼졌다고 기록돼 있었다. 발진티푸스는 리케차 프로와제키(Rickettsia prowazekii)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전염병으로, 사람 몸에 기생하는 곤충인 ‘몸니(body lice)’가 옮긴다. 발진과 심한 발열을 동반하며 사망률이 매우 높은 전염병이다.J.R.L 드 키르호프의 책뿐 아니라 군대 장교들의 기록도 비슷했기 때문에 다수의 역사학자는 나폴레옹 군대가 몰락한 원인이 발진티푸스라고 믿어왔다. 2006년 프랑스 과학자들이 나폴레옹 군대 유해의 DNA 조각에서 발진티푸스를 일으키는 세균인 리케차 프로와제키의 서열을 확인하며 가설은 사실로 굳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일부

  • 시사·교양 기타

    세일의 비밀

    주니어 생글생글 제185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세일의 비밀입니다. 매년 11월이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 우리나라의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 세계 곳곳에서 할인 행사가 열립니다. 왜 11월은 ‘쇼핑의 계절’이 됐을까요? 이번 호에서는 그 유래를 살펴보고, 나라별 쇼핑 문화와 할인에 숨겨진 마케팅 기법 등을 살펴봅니다.

  • 사진으로 보는 세상

    고흐·르누아르…뉴욕 메트 소장품 81점 국내 첫 공개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린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메트로폴리탄박물관 로버트 리먼 컬렉션 언론 공개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2026년 3월 15일 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오귀스를 르누아르 ‘파아노를 치는 두 소녀’, 빈센트 반 고흐 ‘꽃 피는 과수원’ 등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 총 81점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뉴스1

  • 경제 기타

    금융이 민간저축을 자본재 투자로 연결시키죠

    금융은 저축을 하는 경제주체와 차입을 하는 경제주체 사이에 자금을 연결해주는 과정이다. 현대의 경제체제에서 상품의 생산과 소비가 시장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저축과 차입의 금융 행위도 시장 중심으로 작동한다.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쉽게 연결되어 여유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에 금융시장은 현대 금융시스템의 구성 요소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 요소다. 이번 주에는 금융시장의 기능과 유형 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다. 대부자금시장과의 구별금융경제학이 아닌 일반 경제이론을 다루는 경제학 책에서는 금융시장이라는 용어보다 대부자금(loanable fund)시장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대부자금시장은 금융거래를 소비하고 남은 부분인 저축과 자본재를 구매하기 위해 차입을 하는 투자만으로 한정시킨 시장이다. 실제 금융거래에서는 자본재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을 차입하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금리가 낮은 곳에서 자금을 빌려 더 높은 이자를 받고 차입한 자금을 빌려주는 거래도 많이 나타나므로 저축량보다 더 많은 자금공급과 투자 수준보다 더 많은 자금 수요가 발생한다.대부자금시장은 경제학 책에서 균형이자율이 결정되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가정한 가상적인 시장일 뿐, 현실에 존재하는 시장은 아니다. 금융시장의 이자율은 개별 금융시장마다 다르게 결정되지만, 금융시장에서 기준이 되는 이자율은 한 나라 전체의 저축량과 궁극적으로 필요한 자금인 자본재에 대한 투자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에 가상적인 대부자금시장을 도입해 이러한 이자율 결정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자율 결정 과정이 아닌 현실의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