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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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효과와 한계
정부가 최근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지방 대학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대통령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지방 거점 국립대(지거국)에 대한 투자는 대학 간 격차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거국을 집중 지원해 교육·연구 역량을 서울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 목표다. 서울권 대학과의 질적 격차를 해소한다면 우수한 학생들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돼 인구 집중 문제가 완화되고 ‘인서울 대학’을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한 입시학원이 고교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시행되면 지거국에 진학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45.7%가 그렇다고 답했다.그러나 이 정책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대학 알리미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거국의 재학생 1인당 교육비는 평균 2450만 원으로 6000만원 수준인 서울대의 절반도 안 된다. 이를 서울대의 70% 수준으로 맞추려면 연간 3조 원, 5년간 15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정부가 지거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더라도 교통수단과 인프라, 일자리 등은 여전히 수도권에 많아 인구집중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인용한 설문조사에서도 ‘지거국 진학 후 해당 지역에 취업 및 정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착할 의사가 없다는 응답이 47%로 있다는 응답(26%)보다 훨씬 많았다.안혜인 생글기자(위례한빛중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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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여긴 푸른 밤의 끝인 마량 [고두현의 아침 시편]
푸른 밤의 여로-강진에서 마량까지김영남둥글다는 건 슬픈 거야. 슬퍼서 둥글어지기도 하지만 저 보름달을 한번 품어보아라. 품고서 가을 한가운데 서봐라.푸른 밤을 푸르게 가야 한다는 건 또 얼마나 슬픈 거고 내가 나를 아름답게 잠재워야 하는 모습이냐. 그동안 난 이런 밤의 옥수수 잎도, 옥수수 잎에 붙어 우는 한 마리의 풀벌레도 되지 못했구나. 여기에서 나는 어머니를 매단 저 둥근 사상과 함께 강진의 밤을 걷는다. 강진을 떠나 칠량을 거쳐 코스모스와 만조의 밤안개를 데리고 걷는다. '무진기행'은 칠량의 전망대에 맡겨두고 부질없는 내 시와 담뱃불만 데리고 걷는다. 걷다가 도요지 대구에서 추억의 손을 꺼내 보름달 같은 청자 항아릴 하나 빚어 누구의 뜨락에 놓고, 나는 박처럼 푸른 눈을 욕심껏 떠본다.구두가 미리 알고 걸음을 멈추는 곳, 여긴 푸른 밤의 끝인 마량이야. 이곳에 이르니 그리움이 죽고 달도 반쪽으로 죽는구나. 포구는 역시 슬픈 반달이야. 그러나 정말 둥근 것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거고 내 고향도 바로 여기 부근이야.마량은 ‘말을 건너 주는 다리’김영남 시인은 등단작이자 첫 시집의 제목인 ‘정동진역’이라는 시로 잘 알려져 있지요. 정동진은 우리가 아는 동해안의 그 정동진입니다. 그는 제주를 노래한 두 번째 시집 『모슬포 사랑』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세 번째 시집 『푸른 밤의 여로』에서는 고향인 장흥 일대를 집중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특히 표제시 ‘푸른 밤의 여로’는 강진만 햇살에 이마를 반짝이는 두륜산과 달마산, 아름다운 마량항을 무대로 한 작품입니다.마량(馬良)은 ‘말을 건너 주는 다리’라는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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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에 남긴 것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가 지난달 21일 취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경제정책에서 ‘아베노믹스’를 계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아베노믹스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내세운 경제정책을 말한다.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대대적 실험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성장 둔화와 물가 하락이 고착화된 일본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3개의 화살’로 불린 통화정책, 재정정책, 성장전략을 추진했다.첫 번째 화살은 대담한 통화 완화였다. 일본은행은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고,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로 설정해 디플레이션 심리 극복에 나섰다. 그 결과 엔화 약세가 일어나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고, 자동차와 전자 등의 산업이 활기를 되찾았다.두 번째 화살은 기동적 재정정책이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공공사업을 추진하자 내수 진작 효과가 나타났다. 정부 지출이 재정 부담을 키우기도 했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민간 소비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은 규제개혁과 민간 투자 촉진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성과가 미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아베노믹스는 일본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했을 뿐 아니라 막대한 국가부채를 남겼다. 그러나 일본 사회에 경제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일본 새 내각이 어떤 경제정책을 보여줄지, 한국 경제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이서영 생글기자(Seoul Scholars International 1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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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르네상스 명작은 모두 '선전수단'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그림이나 조각 작품은 오늘날 화려한 르네상스 시대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들 작품이 탄생하던 시기에 이들 작품은 ‘예술을 위한 예술’과는 거리가 있었다. 르네상스 시기 회화는 수사학처럼 ‘설득’의 수단이었다. 그저 오늘날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보기 좋으라고, 즐기라고 만든 그림이 아닌 정치적 목적을 지닌 실용적 도구인 셈이다. “교회 벽에 그림이 그려진 것은 문맹자들이 책에서 읽지 못하는 것을 벽에서 읽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르네상스 시기에 널리 애용된, 6세기 그레고리우스 교황의 문구처럼 이 시기 예술 작품은 목적성이 강했다.르네상스 시기에 살았던 교황의 의뢰로 제작한 그림들은 교황권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그림의 모티프가 된 역사적 사건과 현재의 유사점을 드러내 세속이나, 일반적인 교회 기구에 비해 교황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도구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교황 식스투스 4세를 위해 보티첼리는 <구약성서>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감히 도전한 후 땅이 갈라져 고라와 그의 부하들을 삼켜버리는 장면을 묘사한 ‘고라의 처벌’을 그렸다. 15세기 초의 교황 에우게니우스 4세는 바젤 공의회를 비난하면서 고라를 언급했다.라파엘로는 볼로냐의 벤티보길리오 가문과 갈등을 겪고 있던 교황 율리우스 2세를 위해 예루살렘 성전을 약탈하려 했지만, 천사들에 의해 쫓겨난 헬리오도루스의 이야기를 그렸다. 종교개혁 이후에는 이탈리아와 기타 지역의 가톨릭교회에 그려진 그림은 개신교가 이의를 제기한 교리적 내용을 해명하기 위해 설명하고자 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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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응급실 뺑뺑이…문제는 '의료시장 가격상한제'
구급차에 실린 응급 환자가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 환자가 현장에서 출발한 후 병원 도착까지 1시간 이상 걸린 사례가 2만7218건이었다. 3시간 이상 지연된 건수만 551건이었다. 응급실 뺑뺑이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라 불리는 필수 의료과목 붕괴 현상의 한 단면이다. 일부에선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소위 인기과로 몰리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의사들에게 돈을 밝힌다고 비난만 할 수 있을까. 의료 분야도 돈이 오고 가는 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시장이다. 감기 진료비가 10만원이라면?필수 의료 붕괴의 배경을 살펴보려면 의료수가 얘기부터 해야 한다. 의료수가는 의사(병원)가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받는 돈이다. 한마디로 의료서비스의 가격이다.의료수가는 일반적인 재화·서비스 가격과 달리 정부가 정한다. 항생제 주사는 1만원, 소독약 처방은 5000원 하는 식으로 정해진다. 의료수가 제도는 일종의 가격상한제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환자를 잘 보는 의사도, 명성이 자자한 병원도 의료수가를 초과하는 돈을 받을 수 없다.정부가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근거는 간단하다. 의료서비스는 전 국민에게 필요할 뿐만 아니라 판매자(의사)와 구매자(환자) 간 정보 비대칭이 크다는 것이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요즘 환절기라 감기 환자가 몰려서 진료비가 올랐다”며 10만원을 내라고 한다면 어떨까.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수가로 감기 진료비를 묶어 놓는다. 환자가 많으면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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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갈 곳 없는 철학자가 추적했던 마지막 늑대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전 국민이 기뻐하며 축하했다. 2025년 노벨문학상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크러스너호르커이에 대해 “종말론적 공포의 한가운데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금 증명해내는 강렬하고도 비전적인 작품 세계를 추구한다”고 평가했다.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며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떠올랐다. 한강 작가는 이 상을 2016년에 받았다.<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서왕모의 강림> <세계는 계속된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까지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 6권이 거의 팔리지 않다가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라스트 울프’와 ‘헤르먼’ 두 작품으로 구성된 중편집 <라스트 울프>는 국내에 2021년에 소개됐는데, 2015년 해외 출간 당시 평단으로부터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문학적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책”이라는 평을 받았다.1954년에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부다페스트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독일에서 유학했고, 그리스·중국·몽골·일본·미국 등 여러 나라에 체류했다. 다양한 나라를 경험한 만큼 <라스트 울프>의 등장인물은 독일 철학자와 헝가리 바텐더, 스페인 통역사까지 다국적이다.종말론적 세계관종말론적 세계관이 두드러지는 그의 작품은 단락 구분이 거의 없는 데다 문장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심지어 <라스트 울프>는 맨 마지막에 마침표가 단 한 번 찍혀 있을 뿐이다. 하지만 68페이지로 내용이 길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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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찬반토론
주간 아파트값 통계조사, 폐지해야 하나
아파트값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 2008년부터 주간 단위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지수를 발표해오고 있다. 올 들어 “집값에 다시 불이 붙었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주간 변동률을 보면 10억원 아파트 기준으로 수백만원의 가격 변화에 불과하다. 주간 시세가 실제 가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그럼에도 언론과 시장은 “집값이 반등한다”는 식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정부는 이 통계를 바탕으로 부동산 대책과 같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간 단위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쓰고 있다. 하지만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의 장점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주간 시세를 없애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찬성] 정확성 부족한데 시장심리만 자극…세계서 한국만 주간 단위 집값 발표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시세는 우선 정확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조차 평균 거래 주기가 11년을 넘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매주 지수를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조사원이 과거 거래나 인근 단지 가격을 토대로 시세를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부동산원 통계는 실거래 지수라기보다 ‘시세 지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시장심리를 왜곡하는 것도 문제다. 0.1%의 시세 변동은 실제로는 몇백만원 정도의 가격 변화에 불과하지만, 언론은 이를 ‘서울 아파트값 반등’ ‘매수세 확산’ 등으로 해석한다. 이 뉴스를 토대로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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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자원이용 효율성 높이는 게 금융의 역할
금융시스템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에 앞서 이번 주에는 금융이 자체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역할을 살펴보겠다. 금융이 자금 중개라는 기능을 통해 경제에 미치는 핵심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앞서 경제 현상은 선택 행위이며, 현대 경제는 시장을 바탕으로 합리적 선택을 통해 희소한 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시장이 언제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부도 때때로 경제에 개입한다. 하지만 현대 경제는 시장을 근간으로 작동하는 게 현실이다. 시장경제가 등장해 자리를 잡으면서 금융현상도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금융이 경제에 미치는 역할이라는 것은 시장에 미치는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금융과 화폐상품 거래가 화폐를 이용해 이루어지듯, 금융 거래도 화폐를 통해 발생한다. 화폐로 상품을 교환하게 되면서 물물교환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던 시기와 달리 상품을 더 많은 곳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고, 상품 생산도 더 늘어났다. 만약 금융이 물물교환처럼 이루어진다면 사용하고 남는 상품을 상대방에게 빌려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여분의 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기계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방식이 된다. 이와 같은 금융을 통해서는 차입하고 싶은 사람이 쉽게 차입할 수 없어 상품 거래처럼 금융 거래의 규모 역시 클 수 없을 것이다. 상품 거래가 화폐를 통해 이루어지면서 더 많은 생산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희소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으로, 금융 거래가 더 많아진 것도 결국 효율성과 관련이 있다. 금융과 자원배분상품 거래에서 화폐의 이동은 상품 거래의 대가인 것처럼, 금융 거래에서도 화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