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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내게 말을 걸듯 매혹적 문장에 줄이 그어져 있다면?

    누군가가 줄을 그어놓은 책을 읽을 때면 그 문장이 마음에 가기 마련이다. 연속적으로 그어 놓은 문장이 마치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느낌을 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밑줄 긋는 남자>는 프랑스 작가 카롤린 봉그랑이 1993년에 출간한 두 번째 작품이다. 2000년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후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 2008년 문고판이 나왔고, 2017년 표지를 바꾸고 열린책들 블루 컬렉션으로 다시 선보였다. 카롤린 봉그랑은 자신의 책을 읽는 한국인에게 경탄을 금할 수 없다며 아홉 번째 소설을 썼다는 소식과 함께 “누군가와 조금이라도 삶을 공유할 수 있다면, 서로 잘 이해하고 좋은 시간을 은근하게 나눌 수 있다면 소설적 환상 없이도 살 수 있다”고 했다.카롤린 봉그랑이 자신을 많이 닮았다고 말한 <밑줄 긋는 남자>의 주인공 콩스탕스. 로맹 가리를 좋아해 그의 책이라면 갖가지 판형을 모조리 사들인다. 25세 콩스탕스의 고민은 가리가 쓴 책이 31권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다른 작가들에게도 관심을 갖기 위해 빌려온 책 맨 마지막 장에서 도스토옙스키의 <노름꾼>을 읽으라는 글씨를 발견한다.본 적도 없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다<노름꾼>의 줄거리도 마음에 드는 데다 줄이 그어진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만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겐 당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내게 순종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같은 문장에 끌리고 만다.친구의 아이를 봐주고 간혹 잡지에 글을 기고하면서 무료하게 지내던 콩스탕스는 밑줄 그은 사람이 같은 층에 사는 이웃집 남자일 수도 있고 프랑스 대통령일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며 점점 빠져든다. <노름꾼> 맨 마지

  • 경제 기타

    돈 빌리는 것도 능력…부채·자본, 무엇을 늘릴까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분주하다. 총선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른바 ‘4월 위기설’이다. 올해 들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점도 회사채 카드를 꺼내 드는 기업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2024년 4월 10일 자 한국경제신문-지난 10일 치른 총선 이후 정부·정치권의 기조 변화에 대비해 기업들이 미리 자금 확보에 나섰다는 기사입니다.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시장은 어릴 때부터 함께 커온 ‘호랑이’와 같습니다. 함께 성장해왔기에 친근하고 때론 한없이 관대하지만, 일순간 표정을 바꿔 숨통을 조일 수 있지요.자금은 기업의 ‘피’입니다. 흑자도산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뛰어난 사업 역량을 갖춘 기업도 특정 시점에 자금이 바닥나 만기가 도래한 빚을 갚지 못하면 도산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기업이나 회사의 자금조달을 책임지는 ‘자금팀’은 최고의 인재들로 구성하곤 하지요. 오늘은 기업의 자금조달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기업의 자금조달 출처는 크게 내부자금과 외부자금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내부자금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번 돈으로 마련한 자금입니다. 영업활동으로 얻은 이익 중 비용과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등을 빼고 남은 유보금을 말합니다. 이런 내부자금은 이자 등 조달 비용이 들지 않고 자금의 사용 기간에도 제약이 없다는 것이 장점입니다.하지만 많게는 수십조원까지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자금을 내부자금만으로 마련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지요. 이때 기업

  • 교양 기타

    윤동주 시인에게 이런 장난기가… [고두현의 아침 시편]

    만돌이                윤동주만돌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전봇대 있는 데서돌짜기 다섯 개를 주웠습니다.전봇대를 겨누고돌 첫 개를 뿌렸습니다.-딱-두 개째 뿌렸습니다.-아뿔싸-세 개째 뿌렸습니다.-딱-네 개째 뿌렸습니다.-아뿔싸-다섯 개째 뿌렸습니다.-딱-다섯 개에 세 개……그만하면 되었다.내일 시험다섯 문제에 세 문제만 하면─손꼽아 구구를 하여 봐도허양 육십 점이다.볼 거 있나 공 차러 가자.그 이튿날 만돌이는꼼짝 못하고 선생님한테흰 종이를 바쳤을까요,그렇잖으면 정말육십 점을 맞았을까요.*윤동주: 1917년 북간도 명동 출생.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5년 타계.사진 속 윤동주는 아주 과묵해 보입니다. 하지만 늘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여동생 윤혜원 씨에 따르면 가끔은 장난스럽고 짓궂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의 우스개는 조금 싱겁긴 해도 어떨 때는 아주 배꼽을 잡게 했다는군요.“오빠가 할머니와 함께 맷돌로 두부를 만들다가 갑자기 “어서 오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거예요.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오빠, 누가 왔어?” 하고 물었죠. 그랬더니 천연덕스럽게도 “아니, 그냥 심심해서”라고 하잖아요. 할머니가 “요 녀석이 또 할미를 놀렸구나” 하며 꿀밤 주는 시늉을 하자 우리 모두 배를 잡고 넘어갔죠.”중1 때부터 축구선수로 뛰었던 동주이런 동주의 모습은 작품에도 그대로 배어납니다. 그가 쓴 동시가 30편이 넘는데, 그중 ‘만돌이’에는 공부하기 싫은 소년의 심리가 능청맞게 그려져 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축구선수로 뛴 동주의 모습이 ‘볼 거 있나 공 차러

  • 경제 기타

    대출과 예금 반복되면서 통화량 늘어나죠

    화폐에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지폐와 동전 외에도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이나 장기금융 상품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시중은행도 한 나라에서 유통되는 화폐의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데, 시중은행의 이러한 역할은 예금창조라는 기능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번 주에는 시중은행의 기능과 화폐의 공급에서 예금창조가 발생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은행이라는 명칭에 대해 살펴보자. 시중은행은 ‘일반은행’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러한 명칭은 중앙은행과 구분해야 하는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은행 하면 시중은행(이하 은행)을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은행은 금을 세공하는 사람들에게서 비롯했다. 앞서 화폐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며 태환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과 은을 보관하고 있다는 증서가 화폐의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는데, 금세공업자들이 세공업 이외에 금을 보관하고 금 보관증을 발급하는 일을 전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금 보관증을 발급해도 금으로 교환해 가는 사람이 많지 않고 대부분의 금을 금고에 보관하자 금세공업자들은 보관 중인 금을 원하는 사람에게 대여하고 수수료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금을 대여할 필요 없이 금 보관증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금을 대여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처럼 은행은 금세공업자가 금 보관증을 발급하는 일에서 시작해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한 것이다.금세공업자가 은행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는 은행의 대표적 기능은 금융중개와 예금창조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모으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융통해주

  • 숫자로 읽는 세상

    환율 어느새 1400원…경제 '시계 제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소비지표마저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가 나오자 원·달러 환율이 지난 16일 한때 1400원 선에 진입했다. 1990년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한 뒤 환율이 1400원대에 도달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시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난 결과다.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배럴당 90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날 코스피지수가 2% 넘게 급락하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날 원·달러 환율은 10원50전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394원50전에 마감했다. 7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47원40전 급등했다. 환율은 오전 11시 31분께 1400원으로 올라섰다.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던 시기인 2022년 11월 7일(1413원50전) 이후 약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대에 진입했다. 이 외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다.이날 환율 급등은 미 달러화 강세에 연동된 것이었다. 유로화, 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장중 106.366을 찍어 5개월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7% 증가한 7096억 달러로, 시장전망치(0.3% 증가)를 두 배 이상 웃돌아 미국 경제가 강한 상태임이 다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횟수 전망치가 연초 여섯 차례에서 현재 1~2회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달러화가 더욱 강해지는 양상이다.달러화 강세는 세계적 현상이지만 문제는 지난주 이후 원화 약세가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엔화

  • 생글기자

    경제학·실물경제의 차이 올바로 이해해야

    교과서에 나오는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면, 뉴스에서 접하는 경제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교과서 속 경제학은 실제 경제가 아닌, 경제에 기반한 학문이라는 사실이다. 경제학을 가리켜 ‘가정의 학문’이라고 할 만큼 경제학은 현실 경제를 정확히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경제학은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배우는 경제학은 어떤 가정과 전제, 그 위에서 만들어진 모델을 바탕으로 한다. 이것은 때로는 실제 경제와는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또 학자들마다 경제이론을 정립하는 목적이 달라 경제학에 관련된 정의 또한 다양하다. 애덤 스미스는 “국민의 부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했고, 앨프레드 마셜은 “인간의 일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우리가 실물 경제의 흐름과 경제학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는 데는 경제학이 종종 현실에 맞지 않는 이론적 가정을 하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인 경제 주체로 가정하지만, 실제 사람들은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거나 이타심에 따라 행동하기도 한다. 이때문에 우리가 배우는 경제학은 이론적 모델을 통해 현실을 이해하려는 시도이지만, 실제 경제 현상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비합리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에 실제 경제를 바라볼 때는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조민아 생글기자(민족사관고 3학년)

  • 사진으로 보는 세상

    봄맞이 샤워하는 이순신 장군 동상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봄을 맞아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척하고 있다.  연합뉴스 

  • 키워드 시사경제

    멤버십 58% 인상한 쿠팡…네티즌 갑론을박

    쿠팡이 유료 멤버십 제도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2년여 만에 큰 폭으로 인상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e커머스 업체와의 본격 경쟁에 대비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지난 13일 신규 가입자부터 와우 멤버십 월 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올렸다. 와우 멤버십은 지난해 말 기준 1400만 명이 이용하고 있어 대중이 체감하는 부담도 그만큼 크다. 쿠팡이 요금을 단숨에 58.1% 올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래도 편익이 더 크다”는 반응과 “인상 폭이 과도해 탈퇴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OTT 이어 e커머스까지…구독료 줄인상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e커머스를 중심으로 구독료 인상이 줄을 이으면서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쿠팡 측은 “와우멤버십 회원은 무료 배송·반품과 쿠팡플레이 무료, 쿠팡이츠 무료 배달 등 10종 이상의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유튜브,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은 최근 반 년 사이 요금을 잇달아 올려 월 1만원 이하 요금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유튜브는 지난해 말 ‘유튜브 프리미엄’ 월 구독료를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42.6% 인상했다. 디즈니플러스는 9900원에서 1만3900원, 티빙은 1만39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그나마 넷플릭스와 티빙에는 광고를 시청하는 조건의 월 5500원 요금제가 있다. OTT와 제휴한 통신 구독 서비스 이용료도 자연스럽게 동반 상승했다. KT는 다음 달 1일부터 유튜브 프리미엄을 포함한 구독 상품의 월 이용료를 9450원에서 1만3900원으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