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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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물속에서도 끄떡없는 접착제, 홍합에서 배웠다"
자연 속 동식물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고안해 왔다. 과학자들은 종종 이런 전략들에 착안해 인간에게 유용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이를 '생체 모방 기술(Biomimetics)'이라고 한다. 비행기 날개(새 날개), 고속열차 앞부분(물총새 부리), 벨크로 찍찍이(도꼬마리 씨앗)가 대표적인 사례로, 자연을 흉내 내 만든 일종의 '모방작'이다.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체모방 기술 중 하나는 홍합을 참고해 만든 ‘수중 접착제’다. 홍합은 해류가 잘 통하는 바위나 암초에 달라붙어 사는데, 바위에 물이 묻어 있거나 파도가 세게 쳐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홍합의 강력한 접착력은 입에서 분비하는 ‘접착 단백질’ 속에 포함된 ‘카테콜(catechol)’이라는 특별한 화학구조에서 나온다.카테콜 구조는 분자 끝에 작은 갈고리 같은 손잡이가 달려 있어 금속이나 돌, 플라스틱 표면의 미세한 부분을 잘 붙잡는다. 처음에는 약한 힘으로 달라붙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강력 접착제처럼 굳어버린다. 게다가 카테콜 구조 주변 분자들이 물과 잘 어울리는 성질(친수성)이 있어 젖은 표면에도 안정적으로 붙는다. 이런 장점 때문에 과학자들은 예전부터 홍합의 접착 단백질을 흉내 내 의료용 접착제나 수중 보수재를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다만 카테콜 구조를 본떠 만든 합성 접착제는 물속에서 접착력이 약하다. 합성 접착제의 몸통은 물을 싫어하는 성질(소수성)을 가진 고분자로 구성돼 물에 젖은 표면에서 잘 퍼지지 못하고 밀려난다. 카테콜 구조가 표면에 닿기 전에 물이 가로막으니 들러붙을 수가 없는 것이다.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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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9월 모평,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
3일 시행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국어·수학·영어 영역은 모두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도로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입시업체별 영역별 난도에 대한 세부 평가는 다소 엇갈렸지만,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다.작년 수능은 전 영역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고루 확보해 ‘물수능’도 ‘불수능’도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9월 모의평가는 오는 11월 13일 시행되는 2026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실제 수능 출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이다. 다만 이번 9월 모의평가는 물론 본수능에서도 소위 ‘사탐런’ 현상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여 실제 수능 점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EBS현장교사단과 입시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9월 모의평가 난도는 대체로 2025학년도 수능과 비슷했다. 난도가 널뛰었던 작년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거쳐 치러진 작년 수능은 평이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EBS현장교사단 총괄을 맡은 윤윤구 한양사대부고 교사는 “전체적인 난도는 작년 수능과 유사하고, 지난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웠다”며 “작년 수능의 출제 경향과 난도를 유지함으로써 안정적인 수능 출제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영역별로 보면 EBS현장교사단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작년 수능과 난도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국어는 다소 어렵게, 수학은 비슷하게, 영어는 어렵게 출제됐다고 봤다.입시업계 역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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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7세 고시는 인권 침해"…지나친 사교육 규제를
지나친 사교육은 한국 사회의 오래된 문제다. 최근엔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조기 선행학습까지 늘어나 사회문제가 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이른바 ‘7세 고시’ 등 영유아 대상의 사교육을 아동 인권침해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인권위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하려면 지나친 선행학습을 일부 제한하거나 놀이를 통한 영유아 교육 강화 등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지난해 1~11월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0~6세 영유아는 2만7268명으로 2020년 1만7938명 대비 1.5배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을 조기 사교육 열풍에서 찾는다.부모들은 남보다 뒤처질까 하는 불안감에 아이들을 일찍부터 사교육으로 내몬다. 여기에는 남보다 앞서 사교육을 받게 하고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소비 총액은 2024년 7~9월 8154억 원, 연간으로 환산하면 3조3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 아이들의 뇌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학습은 발달 불균형을 초래한다.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교육 효과를 높이려면 지나친 조기 사교육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개인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또한 학원을 규제하면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안혜인 생글기자(위례한빛중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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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페스트, 산 자에겐 축복"…전염병이 바꾼 사회
“최근 중국, 북인도를 비롯한 동방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연령과 인종에 상관없이 페스트(흑사병)가 퍼지고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피를 토하고 일부는 토혈한 지 얼마 후에, 나머지는 2~3일 뒤면 죽는다. 전염병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차츰 번져나가 마침내 흑해와 시리아, 터키와 이집트, 홍해와 북방의 러시아, 그리스, 아르메니아까지 모두 퍼졌다….”1346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연대기 작가인 마테오 빌라니는 머나먼 동방에서부터 번지는 흑사병 소식을 상세히 기록했다. 하지만 그도 미처 몰랐었다. 빌라니가 살고 있던 유럽도 조만간 이 미지의 전염병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당대의 유럽인도 이 끔찍한 전염병이 머나먼 동방의 중국에서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랍의 의사도, 비잔티움 제국의 역사 기록자도, 러시아 평원의 희생자들도 정확히 질병의 발원지라는 키타이(중국)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다. 사실과 전설·전언이 섞인 형태로 전한 것이긴 하지만, 이 끔찍한 질병의 근원지로 모두 중국을 지목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등장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오늘날의 코로나19와 너무나 유사하게….코로나19 팬데믹 충격처럼 중·근세 시대 유럽을 뒤흔든 치명적 전염병은 처음에는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나와는 관계없는 일로 다뤄지다가 순식간에 자신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됐다. 그리고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던 대전염병은 사회·경제구조에 심원한 변화와 흔적을 남겼다.우선 전염병이 초래한 죽음의 공포가 너무나 컸다. 유럽 거의 전역이 전염병의 희생양이 됐다. 네덜란드 일부 지역과 벨기에,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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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올여름 폭염이 드러낸 불평등의 민낯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입추와 처서를 지나서도 계속되는 폭염에 많은 사람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 피해의 정도는 평등하지 않았다. 고령층과 장애인, 저소득층은 온열질환에 더 크게 노출됐다.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2024년 여름 온열질환 환자 중 65세 이상이 30.4%였다. 최근 13년간 온열질환 사망자 238명 중 약 3분의 2인 156명이 60세 이상이었다.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을 앓는 고령층이 더위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장애인도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공주대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의 온열질환 발생 위험은 비장애인의 5배에 달했다. 최근 응급실 내원 환자 중 장애인이 4.6%, 사망자 중 장애인 비율은 11.1%로 집계됐다. 이동이 불편하고 정보 접근이 제한된 장애인은 폭염 경보를 제때 확인하기 어렵고,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기 힘들다.경제적 취약 계층의 피해도 두드러진다. 한 조사에선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층의 67.5%가 냉방비와 의료비 증가 등 경제적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 가구의 24.8%는 위급 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고 답해 사회적 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이런 현상은 기후 위기가 환경문제에 그치지 않고 불평등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이제 폭염을 비롯한 기후변화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사회적 재난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오율아 생글기자(시흥능곡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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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신달자 시인 "비가 손을 적시는데 등이 따스하다" [고두현의 아침 시편]
내 앞에 비 내리고 신달자밤새 내리고 아침에 내리고 낮을 거쳐 저녁에 또 내리는 비적막하다고 한마디 했더니 그래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계속 보여 주는구나고맙다, 너희들 다 안아 주다가 늙어 버리겠다 몇 줄기는 연 창으로 들어와반절 손을 적신다 손을 적시는데 등이 따스하다죽 죽 죽 줄 줄 줄 비는 엄마 심부름처럼 다른 사람에게는 내리지 않고춤추듯 노래하듯 긴 영화를 돌리고 있다 엄마 한잔할 때 부르던 가락 닮았다큰 소리도 아니고 추적추적 혼잣말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비이젠 됐다라고 말하려다 꿀꺽 삼킨다 저 움직이는 비바람이 뚝 그치는그다음의 고요를 무엇이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표현이 막막하다.하루 종일 비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밤부터 쉬지 않고 내리는 비를 보면서 ‘혼잣말’을 나직하게 되뇝니다. “적막하다”.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비는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고맙다”. 평생 보듬어 키운 인연처럼 그 빗줄기를 “다 안아 주다가 늙어 버리겠다”고 한마디 보태자 몇 줄기가 창 안으로 슬며시 들칩니다. 그렇게 들어온 비가 손을 적시는데 뜻밖에도 등이 따스합니다.‘죽 죽 죽’ 쏟아지는 비는 ‘춤추듯’ 노래하고, ‘줄 줄 줄’ 흐르는 비는 ‘노래하듯’ 춤춥니다. 그 사이로 지난 시절이 긴 영화처럼 펼쳐집니다. 화면 속으로 ‘엄마 심부름’과 ‘엄마 한잔’의 인생 여정이 흐릅니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인생은 ‘큰 소리도 아니고 추적추적 혼잣말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비’와 같습니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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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경제 이해하려면 꼭 알아야 할 중앙은행의 역할
중앙은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사실 중앙은행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기관이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은 한국은행이다. 한은은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을 조절하고 경제 안정과 성장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매일 사용하는 지폐와 동전을 발행하는 곳도 한은이다.중앙은행의 대표적 기능 중 하나는 통화량 조절이다. 돈이 지나치게 풀려 물가가 오르면 국민 부담이 커지고, 반대로 물가가 떨어지면 경기가 위축된다. 한은은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조절한다.핵심적 수단이 기준금리다. 기준금리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다. 기준금리를 높이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함께 올라 사람들이 돈을 덜 쓰게 돼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개인과 기업이 돈을 더 쉽게 빌려 쓰게 돼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중앙은행은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도 한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거나 경제에 큰 충격이 발생하면 중앙은행은 자금을 신속하게 공급해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는다.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는 외환을 공급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세계 각국의 경제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중앙은행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내수는 물론 해외 투자와 교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은의 결정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다.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 재산을 지키려면 중앙은행의 역할과 정책의 파급 효과를 알아야 한다.신윤호 생글기자(경주정보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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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자율주행시대…전통 택시 비중 서울 94%, 뉴욕 12%"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올해 싱가포르에서 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해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력 11위로 글로벌 톱 20 기업 중 유일한 한국 기업이지만, 국내에선 각종 규제로 테스트를 할 수 없어 해외로 나간 것이다. 미국과 중국에선 웨이모, 테슬라, 바이두 등 자율주행 택시가 이미 상용화된 가운데 한국은 기술개발을 가로막는 규제와 택시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은행은 2일 ‘자율주행시대 한국 택시서비스의 위기와 혁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은 인간이 규칙을 세워 차량에 적용하는 방식에서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학습해 운전하는 기술로 진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에선 자율주행 택시가 성업 중이다.노진영 한은 정책제도팀장은 “자율주행 택시 시장이 2024년 약 30억 달러에서 10년간 연평균 51.4% 성장해 2034년 1900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약 14조원 이상 자금을 이 분야에 투자했고 1억 km 이상의 실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위한 테스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법 등에 자율주행을 막는 규제가 많아 제대로 된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택시에 적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혁신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택시기사의 반발에 가로막힌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울의 전통적 택시 비중은 94%에 달한다. 미국 뉴욕(12%), 영국 런던(14%), 싱가포르(13%)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