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기타
-
김동욱의 세계를 바꾼 순간들
파리·베를린도 제쳤다! 유럽 '최초의 지하철'이 부다페스트에 깔린 이유 [세계를 바꾼 순간들]
나폴레옹전쟁 이후 전후 질서를 다루던 빈 회의가 막바지로 치닫던 1815년 봄.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는 영국 귀족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헝가리 쪽으로 뻗은 길을 가리키며 “저기가 유럽이 끝나는 곳입니다. (헝가리는) 동양입니다”라고 말했다.그랬던 ‘변방’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는 19세기 말 화려한 변신을 이뤘다. 헝가리의 중심 도시 부다페스트는 여러 차례 수정된 도시계획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기획에 따라 설계된 일종의 계획도시다. 수 세기에 걸쳐 헝가리 왕국과 헝가리 공화국의 행정 중심지였던 부다는 13차례 적에게 포위당하고 5번이나 완전히 파괴된 역사를 지녔다.부다페스트의 환골탈태를 상징하는 사건은 1896년에 일어났다. 그해 1월 1일, 부다페스트에 있는 모든 교회의 종은 성대한 잔치의 개막을 알리기 위해 매시간 정각에 일제히 울렸다. 마자르족이 카자흐스탄 대초원에서 카르파티아 분지로 쳐들어와 훗날의 헝가리 땅을 차지한 지 1000년이 됐음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정확히 언제 마자르인이 헝가리로 이주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저 888년과 900년 사이인 895년을 건국 원년으로 정했다. 하지만 1000주년에 맞춰 진행하던 도시 건설 일정이 늦춰지면서 뒤늦게 공식 개국 연도를 896년으로 바꿨다. 헝가리 국민 시인 페퇴피 샨도르가 유럽 내에서 언어·민족적 특질이 도드라지는 헝가리를 두고 “우리는 외로운 민족”이라고 읊었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자르족의 영광을 기리는 분위기가 끓어올랐다.헝가리 건국 1000년 기념식을 위해 도시 곳곳이 과시적이면서도 세련된 대형 사업의 건설 현장으로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흑인으로 살 용기가 없었다… 백인으로 완벽하게 위장한 이 남자의 비밀 [BOOK STORY]
1912년에 발표한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은 제목과 달리 소설이다. 발표 당시 작가도 밝히지 않은 채 조그만 출판사에서 발간됐다. 그때 제임스 웰든 존슨은 미국 정부의 니카라과 총영사로 일하고 있었다.1853년 윌리엄 웰스 브라운이 발표한 <클로텔>을 미국 흑인 소설의 효시로 본다.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은 역사가 짧은 흑인 소설의 전통을 따르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에는 ‘인종 주제, 사회 항변적 요소’를 대변하는 공적 명분의 인물이 주목받았으나 이 소설은 주인공의 내밀한 의식을 따라가며 시작한다.미국 코네티컷주의 호사스러울 정도로 잘 갖춰진 조그만 독립가옥에서 어머니와 둘이 사는 ‘나’는 상앗빛 피부, 아름다운 입매, 크고 촉촉한 검은 눈을 가졌다. 어느 날 학교에서 선생님이 백인 학생은 모두 일어서라고 할 때 나도 일어났다. 그때 선생님이 “넌 잠시 앉아 있다가 나중에 다른 아이들과 함께 일어나라”고 말했다. 자신을 백인으로 생각했던 나는 그제야 어머니의 피부가 거의 갈색이고, 머리카락이 부드럽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어머니는 자신이 아버지의 어머니, 즉 할머니의 ‘바느질 종’이었다는 걸 말해준다.열두 살 때 아버지가 딱 한 번 집을 방문했다. 나는 아버지 앞에서 피아노를 쳤고, 2주 후 아버지는 새 피아노를 선물로 보내왔다. 그 후 오페라를 보러 갔다가 아버지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관람하러 온 걸 목격한 나는 충격을 받는다. 일생에 딱 두 번 본 백인 아버지, 나를 정성껏 길러준 흑인 어머니, 나는 백인처럼 생겼지만 어머니의 피가 섞였다는 걸 인식한다. 옛 노예 시절
-
커버스토리
지금 푼 26조, 결국 우리가 갚아야 한다고? 나라의 비상금 '추경' 파헤치기 [커버스토리]
돈 쓸 곳은 많은데 부족한 것같이 느껴지죠? 계획에 없던 지출이 생기면서 얇아진 지갑에 난처해집니다. 사실 국가도 비슷해요. 우리가 용돈이 모자라면 부모님 등에게 더 받아 충당하는 것처럼, 정부도 나라 살림을 꾸려가는 가계부에 대한 일종의 비상금 통장이 있거든요. 이를 ‘추가경정예산’(추경)이라고 하는데, 국가 예산을 ‘새로고침’하는 겁니다.생글생글에서 여러 번 짚어봤듯, 지난 2월 말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전쟁이 일어났잖아요. 전 세계 주요 석유 생산지인 중동 지역의 갈등으로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기름값이 크게 오른 여파로 국내 산업 역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민생 위기를 겪는 국민도 돌보겠다는 취지에서 추경안을 마련한 것이죠.그렇게 나온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지난 10일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본회의에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일부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어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추경에 대해 “회사는 어려워지는데 사장이 회식비만 쏘는 꼴”이라고 비판했죠.이번 추경안은 이재명 정부 들어 두 번째인데요,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2차 추경론’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에는 반도체와 증시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 전망 덕분에 국채 발행 없이 지출 확대가 가능했거든요. 하지만 정말 2차 추경이 현실화한다면 추가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래서 재정 당국은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추경은 꼭 필요한 때, 알맞은 곳에 써야만 당초 목표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내 물가를 더 자극한다면 추경
-
생글기자
현명한 AI 이용자 되려면…
생활에서 인공지능(AI)의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숙제하거나 자료를 찾을 때 챗GPT와 제미나이 등을 자주 이용한다. AI를 활용하면 방대한 자료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고, 필요하다면 AI로 글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도 있다.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 없이 AI가 준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면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한 AI 표절 검사 전문 기업이 173만여 건의 문서를 검사한 결과 55.9%에서 AI 활용이 감지됐다고 한다. 자기소개서, 과제물, 논문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AI 사용률이 높게 나타났다.AI가 내놓은 결과물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우선 저작권 문제다. AI는 기존에 존재하는 콘텐츠를 학습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받지 않고 사용하는 저작권 위반 문제가 발생한다.AI가 제공한 자료를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이다 보면 판단력과 사고력이 약해질 수 있다. 주어진 과제를 겉보기에만 그럴듯하게 꾸며 작성하기보다 스스로 고민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AI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 또한 해답이 될 수 없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학생들 스스로도 주체적으로 AI를 이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AI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됐다. 과도한 AI 의존이 사고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현명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임희재 생글기자(대전 느리울중 3학년)
-
김동욱의 세계를 바꾼 순간들
시위 막으려고 길을 넓혔다고? 나폴레옹 3세의 '빅픽처' 파리 대개조 [김동욱의 세계를 바꾼 순간들]
나폴레옹 3세가 통치한 프랑스 제2제정 시대, 프랑스의 외양은 더없이 화려하고 장엄했다. ‘문명의 선두에(a la tête de la civilisation)’라는 슬로건에 따라 파리는 대대적으로 모습을 바꿨다. 조르주 외젠 오스망 남작은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낡고 복잡했던 파리를 통째로 뜯어고쳤다. 화려하게 디자인된 거리와 광장, 정원, 줄지어 늘어선 웅장한 저택 등 오늘날 파리를 상징하는 모습을 일궈냈다.앞서 유럽을 제패했던 나폴레옹 1세는 파리를 ‘멋지고 거대하며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곳’으로 탈바꿈시키려 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끝내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대신 파리시는 그의 조카인 루이 나폴레옹(나폴레옹 3세) 치하에서 진정한 변신을 했다. 1851년 권력을 잡은 루이 나폴레옹은 파리를 ‘프랑스의 심장’이라고 선언하며 “이 위대한 도시를 장식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붓자”고 했다.당시 파리는 소비 중심지로서의 면모를 확고히 했다. 1852년에는 정찰제로 판매하는 백화점인 벨자르디니에르, 프랭탕, 사마리텐 등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나폴레옹 3세는 정부의 위신을 드높이고, 런던과 경쟁하고,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바리케이드를 건설하기 쉬웠던 도시의 면모를 일신하기를 원했다. 비좁은 파리의 시가는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저항하기 쉬운 구조였다. 나폴레옹 3세는 도로를 직선화하고 넓게 만들어 바리케이드 설치를 어렵게 하고, 진압 병력은 손쉽고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기를 원했다.나폴레옹 3세의 야심 찬 선언을 실행한 인물은 당시 파리 지사이던 오스망 남작이었다. 그의 계획과 추진력 아래 직선의 넓은 대로가 생겨
-
숫자로 읽는 세상
미국과 이란이 싸웠는데 베네수엘라가 대박 났다고요? [숫자로 읽는 경제]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 산유국에 미국·이란 전쟁의 반사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 엑슨모빌, 셰브런 등 주요 정유사가 중동 리스크를 피해 중남미·아프리카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튀르키예를 비롯한 중동 주변국은 호르무즈 해협, 수에즈운하 등 석유 해상 물류의 ‘초크 포인트’(급소·병목 지점)를 우회할 무역로 구상을 공개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 중이다.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슨모빌, 셰브런 등 글로벌 대형 정유사들이 중동의 대안이 될 석유·가스 매장지를 탐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후보지는 아프리카와 중남미다.지난해 중동 사업 비중이 20%에 달한 엑슨모빌이 적극적이다. 나이지리아 심해 유전에 최대 240억 달러(약 35조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리스 연안 시추를 향한 절차도 밟고 있다. 튀르키예와 가봉에서는 예비 탐사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셰브런이 점찍은 곳은 베네수엘라다. 세브런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 이후 높아진 미국 영향력을 활용해 하루 원유 90만 배럴이 쏟아지는 베네수엘라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BP는 아프리카 나미비아 연안 광구 지분을 매입했고, 토탈에너지는 튀르키예에서 탐사 계약을 맺었다.대형 정유사의 움직임은 중동 리스크가 커지며 ‘사업 포트폴리오 분산’ 필요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정유사의 중동 사업 비중은 20~25%였다.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엑슨모빌은 전쟁 여파로 올해 1분기 글로벌 석유·가스 생산량이 6% 줄었다고 발표했다. 셰브런은 카타르 천연가스 시설
-
생글기자
대세가 된 간편결제, 안전성 뒷받침돼야
스마트폰 하나로 결제와 송금이 가능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생체인증만으로 결제가 가능해져 ‘현금 없는 사회’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된 데 이어 간편결제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익숙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지급결제대행 서비스 이용액은 9.2%,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 이용액은 11.0% 증가했다. 이는 디지털 결제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간편결제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소상공인의 운영 효율을 제고하는 장점이 있다.그러나 단점도 있다. 해킹이나 피싱 등 금융 범죄의 위험이 크고, 전산장애 발생 시 결제망이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 노인을 비롯해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제점도 있다.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생체인증 등 추가 인증 절차를 도입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전자 금융거래의 안전한 금융 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의무화했다. 이 시스템은 이용자의 평소 결제 패턴과 다른 거래가 발생할 경우 이를 감지해 결제를 차단하거나 추가 인증을 요구한다.간편결제 사회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기술적 보완과 제도적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 금융당국과 서비스 제공 기업은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가 다양한 결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강승희 생글기자(밀성제일고 3학년)
-
시사·교양 기타
우리는 왜 유행을 따를까?
주니어 생글생글 제206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유행’입니다. 두바이 쫀득 쿠키, 버터떡, 호박 인절미 등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유행이 생긴다고 할 만큼 인기 먹거리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처럼 유행이 생겨나고, 많은 사람이 유행을 좇는 이유를 진화심리학과 경제학 측면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