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3.0’이 화두입니다. 지난달 중순에 선보인 이 모델은 그간 AI 최강자로 인정받아온 챗GPT를 성능 면에서 압도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AI 평가 잣대인 ‘인류의 마지막 시험(Humanity’s Last Exam)’에서 제미나이 3.0 프로는 정답률 37.5%를 기록하며 챗GPT 5.1 프로(30.7%)를 앞섰습니다.제미나이 3.0은 특히 추론 능력이 뛰어납니다. 어떤 질문을 받으면 사용자가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 깊이 생각해본 뒤,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는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보려고 제미나이와 챗GPT에 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요즘 많습니다.사실 AI 기술 개발의 포문을 연 곳은 구글이었습니다. 2014년 AI 연구 스타트업인 딥마인드를 인수하고, 2016년 바둑 AI 알파고로 이세돌 기사를 꺾었죠. 그런데 3년 전 챗GPT가 혜성처럼 나타나면서 AI 분야에서 구글은 잊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제미나이 3.0의 공개는 AI 분야에서 구글이 권토중래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언론은 벌써부터 구글이 AI 분야 선두권에 복귀했다고 보도합니다.기업 경쟁에서 주도권을 회복한 선발 업체의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업계를 다시 선도하는, 또는 부활하는 기업의 역동성엔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요? 이어지는 4·5면에서 깊이 파보겠습니다.칩까지 직접 개발하며 AI 경쟁력 키운 구글이미징·콘텐츠 집중한 소니, 지속가능 기업 변신구글은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거치며 가장 강력한 빅테크로 성장했습니다. 인수합병(M&A) 전략도 잘 활용해 검색·클라우드·동영상·자율주행차 등 팔을 뻗지 않은 분야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 초입에서 챗GPT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말았습니다.구글, HW에서 SW까지 ‘풀 장착’구글은 2023년 첫 생성형 AI 모델로 ‘바드(Bard)’를 개발했습니다. 챗GPT의 대항마로 내세운 거죠. 그런데 자존심 회복은커녕 망신만 당하고 말았습니다.구글은 바드 시연 자료에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을 아홉 살 아이에게 설명해보라”는 질문을 했는데요, 여기에 바드는 “제임스 웹이 태양계 밖(exoplanet) 행성을 처음으로 촬영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명백한 오류였어요. 이미 외계 행성을 직접 관측한 다른 망원경이 있었던 거죠. 챗GPT의 등장에 초조해진 구글이 AI 모델 출시를 서두르다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못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구글의 AI 분야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구글의 기술력보다는 회사 조직과 사업 구조,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많았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검색·광고 수익을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잠식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생성형 AI를 검색 사업의 전면에 내세우지 못했습니다. 대기업 특유의 관료주의, 소통하지 않는 조직, 책임 회피 문화가 의사결정을 지연시켰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브랜드만 남기고 모두 바꿔라”구글은 결단을 내립니다. 회사에 산재해 있던 AI 개발 기능을 딥마인드 중심으로 재편하고, 바드의 이름도 ‘제미나이(Gemini)’로 바꿉니다. 이어 검색·유튜브·안드로이드(모바일 운영체제)·클라우드 서비스 전반에 제미나이를 심는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특기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AI 칩 ‘TPU(텐서처리장치)’를 자체 개발한 겁니다. 이는 엔비디아의 AI 칩인 GPU(그래픽처리장치) 최신 제품과 동급 성능을 자랑합니다. 자체 칩 개발을 통한 비용 절감 및 성능 확보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수익성을 높이고, AI 모델의 성능을 향상시킵니다. 시장에선 구글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AI 기술 전체의 생태계를 확보한 유일한 기업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기업의 성장세가 내리막을 걷다 부활한 사례는 IBM과 레고, 소니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IBM은 컴퓨터 산업을 일으킨 기업인데요, 메인프레임 중심의 중앙 집중 컴퓨팅 사업에 매출의 절반을 의존한 게 문제였습니다. 정보기술(IT)의 패러다임은 개인용 컴퓨터(PC)와 클라이언트-서버 컴퓨팅(분산처리 방식)으로 급속히 바뀌는데, 과거 사업 방식을 답습했죠. 결국 1990년대 초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시장점유율도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IBM은 절치부심합니다. 하드웨어 부문을 축소·매각하고 IT 컨설팅과 소프트웨어·서비스 등으로 사업 축을 이동시켰습니다. 이어 기업용 AI, 양자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에 집중하는 2차 사업 재편을 통해 비즈니스 솔루션 및 서비스 회사로 거듭납니다. 이름만 IBM이지, 사업 구조를 완전히 바꾸며 부활에 성공합니다.완구업체 레고는 2000년대 초 무리한 사업 확장과 비용 구조 악화로 파산 직전까지 갔습니다. 2004년 CEO로 취임한 크누스트로프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고는 ‘결합 가능한 브릭(brick, 레고 부품)을 통한 창의적 놀이’를 사업의 본질이라고 재정의했습니다. 이후 비핵심 사업 정리, 핵심 제품과 브랜드 스토리에 집중, 영화·게임·라이선싱을 통한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확대 등에 노력합니다. 일본 전자산업의 상징인 소니는 모바일(스마트폰)과 TV 부문에선 주도권을 잃었지만, 카메라(미러리스 풀프레임)·센서의 이미징 기술과 음악·영화 등 콘텐츠에서 최강 기업을 만들자는 전략으로 부활했습니다. 다종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일부 특정 품목으로 깊이 파고든 게 주효했죠.NIE 포인트1. AI 기술개발 경쟁이 어떻게 진행돼왔는지 알아보자.2. 오픈AI의 경쟁력은 무얼까?3. 혁신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좀 더 찾아보자.혁신 게을리하면 고객과 동떨어질 위험캐시카우에 미련 버린 기업이 결국 성공앞서 살펴본 부활한 기업의 공통점 또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 핵심 산업(사업)에 관성적으로 의존해선 위기를 피할 수 없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속칭 ‘잘나가는 사업’도 시간이 지나면 성장 정체 사업이 되고 맙니다. “1등일 때 변화하지 않으면 망한다”라는 말은 진실에 부합합니다.‘1등 기업’도 혁신 필요흔히 혁신(innovation)을 기업 지속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1등 기업이라면 뭔가 바꿔보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일 수 있을까요? 당장 문제없어 보이는 기존 수익모델을 뜯어고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업의 위기가 하루아침에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소비자의 요구(needs)는 빠르게 바뀝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엔 새로운 수익원 찾기를 빨리 시작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어요.이처럼 혁신에 둔감해 잊힌 기업들의 사례는 중요한 반면교사가 됩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노키아,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하고도 무너진 ‘필름 제국’ 코닥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들은 핵심 사업(필름·피처폰) 방어에만 집착해 대체 기술을 외면했습니다. 비디오 대여점 체인 블록버스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전 세계 수천 개 매장을 보유한 시장 지배자였지만, 우편 DVD·스트리밍·정액제 구독 모델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했죠. 결국 넷플릭스에 밀렸습니다.애플, IBM, 소니 등 변신에 성공한 기업은 기존의 캐시카우(cash cow,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를 일정 부분 희생하는 결정을 감수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혁신을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해 애플은 아이폰·맥북 등의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을 세련되게 바꾸고, 아이튠즈부터 각종 IT 기기에 이르는 통합 생태계를 멋지게 재구성해냈습니다. IBM도 ‘무거운 장비 회사’에서 ‘민첩한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했죠. 기술과 생태계뿐이 아닙니다. 그에 맞는 기업의 조직 구조와 조직 내 문화,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였죠. ‘제미나이 3.0’이 주목을 끄는 것은 구글이 이런 혁신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서입니다.혁신은 린(lean)하게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갈수록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고실업, 정부부채 증가, 규제 강화가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됐습니다. 성장과 번영, 사업 확장이 예전처럼 당연시되지 않습니다. 최근엔 미국·중국 간 패권 다툼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미국발 관세 폭탄에 따른 세계 교역 침체 등 예측 불허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죠.그럼에도 기업이 변화를 게을리하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서비스와 동떨어진 것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이 점점 관료화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업계획 수립, 제품 개발, 자금 조달 등 일상적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나에게 필요한 것이 고객에게도 필요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이 이를 부채질합니다. 이는 기업 경영이 실패하는 지름길입니다.혁신의 방법론엔 여러 주장이 있겠지만, 기본은 몸집을 가볍게 하는 겁니다. <린 스타트업>이란 책을 쓴 창업 컨설턴트 애시 모리아는 ‘낭비 없이 빠르게’라는 뜻을 가진 린(lean)을 키워드로 새 경영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만들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아니라고 판단되면 다시 방향을 바꿔 효과적으로 대안을 찾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유튜브가 그 예입니다. 유튜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첸은 2004년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이 되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개발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동영상 보는 건 좋아해도 동영상을 올린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첸은 동영상 공유 자체만 편리하게 하는 것에 집중했고, 결국 유튜브를 성공시킵니다.NIE 포인트1. 최근 30년간 ‘1등 기업’을 유지한 사례를 찾아보자.2. ‘혁신’을 강조한 경영 이론에 대해 공부해보자.3. 린 스타트업 경영 방법론을 좀 더 알아보자.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현 고1부터 고교 내신은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었다. 1등급은 상위 4%에서 10%로, 2등급은 상위 11%에서 34%로까지 크게 확대됐다. 1등급 구간이 넓어지면서 학생 입장에선 본인 노력에 따라 1등급을 받을 기회는 많아진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1등급 구간이 10%까지 확대되면서 평균 1등급대 성적에 들지 못하면 인서울 수시 합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 고1 5등급제 기준으로 주요 대학 수시 합격선은 어떤 변화를 겪을까. 9등급제로 실시한 2025학년도 주요 대학 수시 합격선을 5등급제 기준으로 분석해본다.내신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동점자가 크게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등급 구간이 4%에서 10%로 확대되면서 올 1등급 동점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1학년 1학기를 마친 시점에 올 1등급 학생은 서울시에서만 1009명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과거 9등급제에서 121명과 비교해 9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전 과목 1등급 학생은 전국으로는 766명에서 7317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추정, 분석은 1학년 1학기를 마친 시점 기준이다. 학년 혹은 학기가 늘어날수록 올 1등급 학생 수는 줄어들겠지만, 과거 9등급제와 비교해 최상위권이 몇 배 이상 늘어날 것은 자명해 보인다.이처럼 내신 등급 체계가 바뀌면 수시 내신 합격선도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수시 학생부교과 전형에서 2025학년도 서울권 인문계 합격선 평균은 2.58등급을 기록했는데, 이를 5등급제 기준으로 환산하면 1.6등급으로 추정된다. 자연계 2.08등급은 1.4등급으로 분석된다. 경인권 인문 3.67등급은 2.2등급으로, 자연 3.29등급은 2.0등급으로 전망된다.학생부종합도 이와 유사하게 등급 수준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권 인문 3.05등급, 자연 2.71등급은 1.8등급 내외로 합격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인권 인문 4.14등급은 2.4등급으로, 자연 3.72등급은 2.2등급으로 상승을 전망해볼 수 있다.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면서 서울권 수시 합격선은 평균 1등급대, 경인권 및 지방권은 평균 2등급대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주요 대학은 1등급대 초·중반 수준으로 더 높게 예측된다. 학생부교과 전형 인문계 합격선을 먼저 살펴보면,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이화여대는 평균 1.2등급으로 전망되고, 중앙대와 경희대는 평균 1.4등급 수준으로 추정된다. 자연계의 경우 연세대·고려대는 평균 1.0등급(학과별 1.0~1.2), 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이화여대는 평균 1.2등급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학생부종합 인문계 서울대는 평균 1.2등급을 예상해볼 수 있고, 연세대는 1.4등급, 고려대는 1.6등급 수준으로 추정된다. 10개대는 대학별로 1.2에서 2.0등급 수준까지 분포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계의 경우 서울대와 연세대는 1.2등급, 고려대는 1.6등급, 서강대는 2.2등급, 성균관대는 2.4등급으로 분석된다. 자연계는 대학별로 1.2등급에서 2.4등급까지 분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2025학년도 한 학년도만의 내신 합격선을 현 고1 기준으로 환산해본 것이기 때문에 대학별 실제 합격선은 다소 차이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합격선의 상승은 자명해 보인다. 기존 9등급제에서 주요 10개 대학의 학생부교과 합격선은 1등급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분포했다면, 현 고1 5등급제에서는 1등급대 초반으로 압축될 것이다. 학생부종합의 경우 2~3등급대 분포에서 1~2등급대 초반 분포로 전반적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내신 5등급제로 변화는 수험생 입장에선 득과 실이 공존하는 양날의 검과 같다. 1등급으로 진입 폭은 넓어졌지만, 1등급을 받지 못했을 때 부담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주요 대학을 목표한다면 1등급대에서 내신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다만, 대학별로 2028학년도 수시·정시 전형 방법이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아니다. 2028 전형 계획안은 대학별로 내년 4월 말까지 공개해야 한다. 대학별로 전형 방법 및 내신, 수능 성적 활용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내신 성적에 따른 유불리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 고1 학생들은 내신 관리에 최선을 다하면서 내년 4월 말 공개될 대학별 전형 계획안을 예의주시하길 바란다.
대학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르며 교육체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국내 최상위권 대학에서 적발된 AI 기반 부정행위는 단순히 단속 문제를 넘어 대학이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어떤 방식으로 교육과정에 통합할 것인지, 학생들의 학습 역량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챗GPT, 제미나이 등 대규모 언어 모델이 등장한 이후 AI는 빠르게 일상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활용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AI 활용이 창의력 향상과 학습 효율 극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깊이 있는 사고와 자기 주도적 문제 해결 능력을 약화하고 학점 따기를 위한 편의적 도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찬성] AI 활용, 돌이킬 수 없는 대세…학습 효율·미래 역량 강화에 필요AI 활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AI가 학습 효율을 높이고 학생들의 역량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AI는 개인 맞춤형 학습 조력자로 기능하며, 초기 아이디어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사고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단순히 정답을 빠르게 만들어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 과정 전반을 보완하고 깊이를 더해주는 ‘생산적 상호작용 도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반복적이고 기초적인 작업을 AI가 대신함으로써 학생들은 보다 창의적이고 심화한 학습에 집중할 수 있다. 데이터 수집, 참고 문헌 정리, 기본적인 페이퍼 구성처럼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작업을 AI에 맡기면 학생들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 논리 구성 등 ‘고차적 학습활동’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 다양한 과제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시간 효율성은 중요한 요소다. AI는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무엇보다 AI 활용 능력 자체가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회사 업무 환경 전반에서 AI는 일상이 됐다. 기업들은 신입사원에게 ‘AI 활용 능력’을 기본 역량으로 요구한다. 실제 업무 과정에서도 기획, 분석, 보고서 작성 등 거의 모든 절차에서 AI 사용이 전제되는 추세다. 이런 AI 시대에 맞는 학습법을 대학에서 익히지 못한다면 졸업 후 경쟁력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면 창의력과 학습 효과가 증진될 수 있다.AI가 이미 사회 곳곳에 침투한 현실을 고려할 때, 대학 교육만이 이를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PC와 인터넷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존재했지만, 결국 이 기술들은 교육 현장을 혁신하는 인프라로 뿌리내렸다. 마찬가지로 AI 활용 능력을 체계적으로 갖춘 학생을 길러내는 것은 학교의 책무이자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전략이다.[반대] AI 남용으로 학생들 실력 약화…노력·탐구 줄고 학습 윤리 붕괴AI의 무분별한 사용이 학생들의 핵심 역량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절대 가볍지 않다. AI가 제공하는 답변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깊이 있는 사고 과정이 생략되고, 논리적 이해 과정이 축적되지 않는다. 대학 교육의 본질은 정답 자체가 아니라 정답에 이르는 사고 과정의 훈련에 있는데, AI는 이 단계를 손쉽게 건너뛸 수 있는 통로가 되어버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이 사라지면, 학습은 단순한 출력 복제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할 수 있다.직장 진출 이후 필요한 독립적 판단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대학 시절 대부분의 과제와 문제 해결을 AI에 맡겼던 학생이 실제 업무 환경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역량 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 현장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빠른 판단, 모호한 정보를 정리하는 능력,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정하는 능력을 필수로 요구한다. AI에 의존해온 습관이 오히려 진짜 업무에서는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대학에서 이미 발생한 AI 커닝 사례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학생이 AI를 ‘학습을 돕는 조력자’가 아니라 ‘빠르게 점수를 얻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험 과정에서 나타난 이번 부정행위는 단순히 몇몇 학생의 일탈이 아니라, AI 도구가 충분한 준비 없이 교육 현장에 들어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무엇보다 AI가 학문적 성장 과정의 핵심인 ‘노력’과 ‘탐구 경험’을 약화하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교육은 시행착오를 거쳐 사고력을 쌓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축약되고 대체된다면 대학 교육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인간이 AI와 공존할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성숙한 사고력·판단력·책임감도 약화할 위험이 있다.√ 생각하기 - 금지·허용 넘어 대학교육 전면 재설계해야이번 AI 커닝 논란은 단순히 부정행위를 막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에 대학 교육이 어떤 체계를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다. 금지와 무제한 허용 사이에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AI가 필수 도구가 된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맞도록 교육과 평가 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AI가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시대에 기존 폐쇄형 지필고사 중심의 시험은 본래 기능을 상실했다. 이제는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 평가로 전환하고, 학생이 AI를 어떻게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검증을 수행했는지 기록하고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교육과정 역시 변화해야 한다. AI 활용 이전에 학생들이 기초 역량을 스스로 구축할 수 있도록 학습 체계를 마련하고, 그 위에서 AI를 비판적·창의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단계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학생 전원이 AI의 원리, 한계, 윤리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AI 문해력 교육을 강화하는 일도 필수다. 동시에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학문 윤리 기준도 절실하다.유병연 논설위원
요즘 환율이 큰 걱정입니다. 달러당 1300원대 중·후반까지 내려왔던 원화 환율이 지난 9월 하순 1400원대로 다시 오르더니 1400원대 후반에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우리나라 경제가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외환위기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395원(1998년 기준)이었습니다. 지금은 국내의 정치적 혼란과 미국과의 관세협상 고비를 넘겼고, 수출도 잘돼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환율은 국가 위기 상황 때보다 높은 수준입니다.환율이 올라가면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원·부자재를 수입·가공해 수출을 하는 국내 기업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예상 환율을 토대로 경영하는 기업은 환(換)손실을 걱정해야 하고, 해외 유학 중인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늘어나는 부담에 한숨을 내쉽니다. 미국에 갈 일이 없다면 원·달러 환율이 높아도 문제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원·엔 환율도 함께 상승합니다. 젊은이들이 이웃 나라 일본으로 많이 여행을 가는데요, 최근 부쩍 높아진 환율 때문에 친구 선물 사기도 팍팍해졌어요.지금의 고환율은 구조적 원인에 의한 것이어서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달러당 1500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군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또한 고환율 시대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이어지는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수출입·고용·물가·증시에 직접적 영향 고환율 일상화땐 경제생활 크게 바뀌죠환율(換率)이란 단어를 보면 여러분은 무슨 생각부터 떠오르나요? 많은 생글이들이 “헷갈린다”고 답할지 모릅니다. 환율과 화폐가치는 반대로 움직이고, 상대국 화폐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시험에 환율 관련 지문이 나오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학생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문제가 그렇듯, 환율도 차분히 정리해놓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다양한 경로의 환율 효과환율이 경제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크게 수출입, 고용, 물가, 증시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돼 수출기업에 유리해집니다. 똑같은 수출 상품의 가격이 달러로 표시할 때 이전보다 싸지기 때문입니다. 또 수출기업 입장에선 달러로 거둔 수입을 환전할 때 더 많은 원화를 얻게 됩니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면 한국 제품의 해외 가격이 비싸져 수출이 줄고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환율상승으로 수입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이 오르면 국내 업체의 최종 생산비용이 늘어나 수익 개선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이미 그렇게 글로벌 공급망이 짜인 기업이 많아 환율과 수출의 연관성이 이전보다 약화됐다는 실증 사례가 많습니다. 고용과 관련해선 수출기업이 환율의 혜택을 볼 경우 고용이 늘어나고, 반대라면 고용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다음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제품의 가격이 원화 기준으로 오르게 되고, 수입품 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원유·곡물 등 필수 원자재를 수입하는 경우, 환율 변동의 영향이 소비자물가에 그대로 전가될 수 있습니다. 환율이 1%p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는 0.04~0.13%p 오른다는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환율이 하락하면 반대로 수입물가가 내려가고,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됩니다.환율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만약 환율상승이 예상된다면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한국 주식에서 30% 수익을 거뒀더라도 환율이 그만큼 올라버리면 수익금을 달러로 바꿔 해외로 송금할 때 수익이 제로(0)가 될 수 있습니다. 환율하락, 즉 원화 강세가 예상될 때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게 유리합니다.소비문화까지 바꿔놓아환율은 경제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통 때보다 높은 수준의 고(高)환율은 경제에 주름살이 잡히게 합니다. 만약 수입물가가 크게 상승한다면 물가상승 압력이 1년 내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자연히 내수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은 외화표시채권의 이자를 달러로 지불해야 합니다. 고환율 시대엔 이 부담이 커지고, 기업의 수익률을 낮추게 됩니다.우리나라 경제사 속에 극단적 예는 두 번 정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1997년 12월 1900원대까지 치솟으며 원화 가치는 반토막 났습니다. 고환율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증시에서 투자금을 빼기 바빴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땐 원화 환율이 달러당 930원대에서 1570원대로 급등했습니다. 당시에도 증시 대폭락, 경기침체 가속화 등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금융시장도 불안했고, 미래의 경제생활이 나아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어 소비와 투자활동도 크게 위축됐습니다. 실업 증가는 두말할 나위 없었죠.해외 유학과 해외여행도 크게 줄었어요. 체재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유학을 중도 포기하고 귀국한 학생이 많았죠. 흔히 말하는 ‘3고(高)’, 즉 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나타나 민생은 더욱 어려워지고,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됐습니다. 한편으론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소비문화가 정착되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이란 말도 유행했어요. 고환율은 이렇게 우리 삶을 밑바닥부터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NIE 포인트 1. 환율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체험을 공유해보자.2. 다른 나라의 고환율 경험과 그 피해를 찾아보자.3. 그렇다면 고정환율제(페그제)가 나은지 토론해보자. 개인·기업 해외투자 급증이 환율 끌어올려 저성장까지 겹쳐 원화 약세 장기화 가능성올 들어 환율이 가파르게 오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기초를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의 환율 급등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에 속하기 때문입니다.구매력평가설 아시나요?환율의 결정요인은 여러 가설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외환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국제수지, 물가 및 금리 수준, 투자자 기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죠.환율은 자국 화폐와 외국 화폐 간 교환비율, 즉 가격입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원리가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달러를 사고자 하는 수요가 많으면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원·달러 환율은 그에 따라 상승하게 됩니다. 환율은 국제수지의 균형을 고려해 결정된다는 국제수지 접근법으로 이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그만큼 외환(예,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자국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환율은 올라가게 됩니다. 반대로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면 국내로 공급되는 외환의 양이 늘어 자국 화폐가치는 높아지고 환율은 떨어지게 됩니다.환율은 장기적으로 보면 각국의 물가수준 차이를 반영합니다. 이름하여 구매력평가설(PPP, Purchasing Power Parity)입니다. 이는 동일한 상품이라면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돼야 한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 법칙을 전제로 합니다. 똑같은 물건이 나라마다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것은 국가별 물가수준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두 나라 사이의 물가수준 차이가 크다면, 거기에 맞게 환율이 변동하게 된다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각국의 금리 차이 때문에 환율이 변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금리가 미국보다 높으면 한국으로 달러가 몰리고 원화강세, 환율하락이 나타날 수 있죠.자본수지 악화가 원인그렇다면 지금 고환율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지난달 26일 기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는 연 3.75~4.00%로, 우리나라의 2.50%보다 높습니다. 2022년 중반부터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진 게 환율상승을 촉발했을 수 있습니다.최근의 급격한 환율상승에는 다른 요인이 더 있습니다. 바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증권, 특히 미국 주식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등지에 해외투자 계획이 많은 기업도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달러로 보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상수지가 흑자라도 자본수지가 악화돼 환율이 올라가는 겁니다. 이런 흐름은 단기간에 방향을 돌려세우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론 우리 경제의 저성장 문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체력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면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환율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해외 씀씀이 줄어들지 관심주목해야 할 부분이 두 가지 있습니다. 원화 약세는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를 뜻하는데, 지금 달러는 다른 통화 대비 약세입니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으면 강세, 100 이하이면 약세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달러인덱스는 올 초 109 정도에서 지난 9월 97까지 떨어졌다가 조금 회복되며 100선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 선포와 함께 달러 약세를 추구한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지금까지는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달러 약세 속에 원화는 더 약세를 보여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두 번째는 고환율 시기엔 달러를 써야 하는 해외 지출이 줄어드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지난 3분기 내국인의 해외 카드 사용 실적을 보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9%, 전 분기에 비해선 7.3% 증가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환율을 상수(常數)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지, 해외투자 수익금이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가져와 해외 씀씀이가 커진 것인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NIE 포인트 1. ‘구매력 평가설’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자.2. 각국 통화가 거래되는 외환시장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보자.3. 고환율에도 해외 지출이 아직 줄지 않는 이유가 무얼까?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