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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인재유출 세계 1위…'빨간불' 한국의 미래

사회를 이끄는 인재를 흔히 브레인(brain, 두뇌)이라고 합니다. 두뇌가 신체의 중추인 것처럼 인재도 사회에서 그런 기능을 한다는 얘기죠.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가 많을수록 그 사회의 발전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브레인이 늘어나기는커녕 앞다퉈 해외로 빠져나가려 합니다.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도 이공계 인재의 ‘탈(脫)한국’ 문제를 짚고 있습니다. 국내의 젊은 이공계 석·박사급 가운데 직장을 해외로 옮기려고 고민하는 사람이 전체의 62%에 이른다는 겁니다. 전체 석·박사급으로 넓혀도 해외 이주를 고려 중이란 응답이 42.9%에 달합니다.이웃 나라 중국에선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뛰어넘는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수학 천재 형제’가 만든 캠브리콘이란 회사가 젠슨 황의 아성을 넘보고 있습니다. AI 가속기의 핵심인 GPU(그래픽처리장치) 몇만 장을 확보하느냐의 차원을 넘어 아예 미국 기술을 대체하려고 작정한 겁니다. 원동력은 바로 뛰어난 인재들입니다.첨예한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브레인 게인(brain gain, 인재 확보)’에 있습니다.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 인재 유출)’ 현상이 계속되면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사 속에서 인재가 어떻게 나라의 운명을 바꿨고, 경제이론에선 이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브레인 게인의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봅니다. 국운 뒤바꾼 역사 속 인재의 활약 컸는데 韓 떠나는 이공계 두뇌들…국가경쟁력 '흔들' 인재가 국가 발전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숱한 역사적 사례가 보여줍니다. 과거 유럽과 일본, 우리나라 등에서 뛰어난 인재 집단이 사회 전반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나라의 운명을 변화시킨 예가 많았어요.위그노의 영국 이주17세기를 전후해 불어닥친 유럽 대륙 각국의 개신교(프로테스탄트) 박해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프로테스탄트인 위그노들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영국과 네덜란드, 스위스 등으로 대거 이주했습니다. 이 가운데 영국은 찰스 2세가 특별이민법까지 만들어 위그노들을 적극 유치했죠. 위그노 가운데엔 철강·염료·섬유·기계·시계 등 당시 첨단 제조 기술 분야의 장인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영국으로 이주하며 증기기관 관련 기술과 면방직, 정밀가공 등 분야에서 산업혁명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일본 근대화의 주역인 ‘유신삼걸(維新三傑)’도 인재의 중요성을 확인해줍니다.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 기도 다카요시가 주인공입니다. 무사 계급(사무라이) 출신인 이들은 수백 년간 일본 정치체제를 이끈 막부 시대의 막을 내리고 일왕 중심의 신정부 수립을 이끌었어요. 1871년의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거죠. 이후 이들은 인재 등용 제도, 법체계, 외교 시스템을 정비하고, 상공업 육성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토대가 되긴 했지만, 19세기 세계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일본의 근대화를 설계하고 앞장서 이끈 현인(賢人)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일본이 단기간 내에 강력한 근대국가로 성장하기 어려웠을 겁니다.‘인재 제일’이 일군 글로벌 기업이런 사례는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 중화학공업이 발전하게 된 데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 모여든 세계적 석학 수준의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이들은 철강·조선 등 산업의 기술적 타당성을 분석하고, 육성 프로젝트를 기획·설계했으며, 일본 및 유럽과의 협상, 현장 기술 지원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물론 재계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재 제일(人材第一)’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내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볼까요? 그는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모든 사업을 우수 인재 확보와 육성에서 시작했어요. 이는 1957년 국내 최초의 공개채용 제도 도입, 과감한 교육투자, 창의와 자율 중심의 조직문화 안착으로 이어졌고,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습니다.고급인력 유출 ‘세계 1위’의 민낯이렇게 일군 한국의 경제와 산업인데, 조금씩 그 기반이 약해지는 느낌입니다. 이공계 석·박사급 인재들이 더 좋은 연구 및 근무 환경과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는 외국으로 떠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이공계 인재 해외 유출의 결정 요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 속 우려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미국 내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은 2010년 약 9000명에서 2021년 1만800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2015년 이후 바이오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이 급격히 증가했어요. 국내 주요 5개 대학 출신 인력의 해외 순유출 비중은 평균 47.5%(2004~2024년 기준)에 달했습니다. 국내에 남아 있는 인력이 자괴감을 느낄 만하죠.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연구소 발표(AI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선 10만 명당 AI 인재 0.3명이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유출 비중으론 이스라엘·인도·헝가리·터키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나라입니다.특히 미국으로 이주가 많은데요, 미국의 고급 인력 취업이민비자(EB-1·2)를 발급받은 한국인 수로도 이런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 이 비자를 받은 한국인은 총 5847명으로, 2017년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어요. 인구 10만 명당 세계 1위(약 11명) 수준입니다. 핵심 고급 인력이 빠져나가는 데서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겁니다. NIE 포인트 1. 인재 육성에 집중한 우리나라 정부의 과거 노력을 되짚어보자.2. 대표적 인재 강국은 어떤 나라일까?3. 우리의 경쟁국인 대만, 일본, 중국은 인재 유출 우려가 없을까?  '브레인 드레인이냐, 브레인 게인이냐' 인적자원의 양과 질, 기술경쟁 우위 좌우해 ‘인재’를 경제발전(또는 경제성장)과 연관시켜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인재 또는 브레인은 경제학에선 ‘인적자본(human capital)’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인적자본은 근로자 개인의 지식과 기술 숙련도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된 나라는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노동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겁니다.인적자본, GDP 증가 22% 기여인적자본과 경제발전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통 경제이론과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의 관점이 크게 다릅니다. 전통 이론에선 경제성장이 인구증가율,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 진보율에 의해 장기적으로 결정된다고 설명합니다. 인재의 역할엔 주목하지 않지요.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신성장이론은 인적자본의 양과 질, 경제를 포함한 사회제도 등이 경제성장을 좌우한다고 강조합니다.그러면 인적자본은 어떤 경로를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할까요? 첫 번째는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경로입니다. 한편으론 경제가 발전하면 물적자본의 생산성이 점점 떨어지게 되는데, 인적자본은 이런 생산성 하락을 어느 정도 막아줍니다. 다음으로 인적자본은 기술혁신을 자극해 기술 발전의 속도를 높여줍니다. 전통 이론에선 기술 진보율이 경제 시스템 밖에서 그냥 주어진다고 보는 반면, 신성장이론은 인적자본이 이를 촉진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른바 ‘내생적 기술발전’이란 개념이죠. 마지막으로 부모가 인적자본의 양과 질을 확충해놓으면 다음 세대의 인적자본은 더 늘어나게 됩니다.인적자본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이종화 고려대 교수의 논문(인적자본과 경제발전, 2016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총 83개 국가의 자료를 분석했는데요, 15~64세 노동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961~2010년 연평균 2.64%를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인적자본이 기여한 정도는 0.6%p로 나타났습니다. GDP 증가의 5분의 1가량이 인적자본 영향이었다는 얘기입니다.AI 시대에도 인재 중요인적자원이 ‘어디(어느 나라)에 정착하느냐’는 첨예한 기술 경쟁 시대에 더욱 민감한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개최한 ‘글로벌 인재포럼 2025’ 행사에서 장진석 보스턴컨설팅그룹 엠디파트너는 “미국의 반(反)이민 정책과 채용 둔화 등의 영향으로 인재에 목마른 다른 나라에도 기회가 찾아왔다”며 “고급 인재들이 어디로 이동하느냐가 미래를 주도하는 기업과 기술 패권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인간 수준으로 발전한다고 해도 인재는 없어서는 안 될 자원입니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AI와 인간은 서로 보완적으로 협력하며 공존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초지능 시대에는 ‘기술’ 못지않게 인간의 ‘상상력’도 중요하기 때문이죠.일하는 문화 바꿔내야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힌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MIT대 교수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 있습니다. 경제와 사회시스템이 개방적·포용적인 곳에 세계의 인재가 모여들기 마련입니다. 폐쇄적이고 간섭·통제하는 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선 인재가 빠져나갑니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 지위에 오른 것도 ‘인재 중시’ ‘포용성·개방성’이라는 오랜 전통을 지켜왔기 때문입니다.구체적 대응 방향은 명확합니다. 고급 인재에 대한 경제적 보상, 즉 임금수준을 글로벌 경쟁국에 맞게 높여야 합니다. 정년이 다가오면서 느끼는 고용불안과 압박감이 우리나라에서 심한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입니다. 아울러 단기 실적에만 집중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고, 과학기술 인력의 경우 연구의 자율성이 모자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기업과 연구기관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는 게 급선무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항들을 어떻게 실천하고 시스템 속에 잘 안착시키느냐입니다. 어려운 숙제입니다. NIE 포인트 1. 인적자본의 중요성에 대해 정리해보자.2. AI 시대에 맞는 인재는 어떤 특성을 가질까?3.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의<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고 친구들과 감상을 나눠보자.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시사이슈 찬반토론

종묘 인근 세운상가 재개발, 허용해야 하나

최근 서울 종묘 인근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최고 142m 높이의 초고층 빌딩 건설을 포함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서울시 관보에 고시했다. 지난 6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일부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문체부 장관 측) 패소 판결을 했다.서울시는 “세운4구역 재정비 사업은 낙후된 지역에 녹지축을 조성하고 도시 구조를 개편하는 사업”이라며 “지난 20여 년간 정체돼온 재정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 등은 “세계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며 모든 수단을 강구해 우리 문화유산을 지킬 것”이라고 맞섰다. 세운상가 개발을 둘러싼 찬반 입장을 자세히 들어보자. [찬성] 도심 재활성화와 녹지축 조성…"종묘 경관 해친다" 지적은 과도 서울 도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은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 현재 세운상가 지역은 서울의 중심부임에도 1960년대 노후 건축물들이 밀집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안전문제까지 유발하고 있다. 이번 재개발은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미래 혁신적인 공간으로 도심을 탈바꿈시키는 의미가 있다.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은 문화유산 보존과 도시 재창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업이다. 서울시의 계획은 고층 개발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하는 대신 확보된 자금과 면적을 활용해 종묘 주변에 대규모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결합 개발 방식을 택하고 있다.이는 종묘 주변의 녹지축을 대폭 확장해 과거 끊겼던 남산과 종묘~창경궁으로 이어지는 도심 생태 축을 복원하고 종묘의 역사적 가치를 오히려 돋보이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서울 율곡로 복원 사업을 통해 단절된 창경궁과 종묘를 녹지로 연결해놓은 상태다.고층 건물 신축이 종묘의 경관을 훼손한다는 것도 과도한 지적이다. 서울시 시뮬레이션 결과 종묘 경내에 실질적인 그늘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대법원 판결 또한 문화재 주변 개발 규제 조항 삭제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나온 만큼 개발의 법적 정당성에도 문제가 없다. 세운4구역은 종묘와 180m가량 떨어져 있어 법적 규제 대상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100m) 밖에 있다. 오랜 기간 정체된 도심 개발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침체된 도심 경제를 활성화하고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반대] 세계유산 경관 보존, 난개발 방지…유네스코 권고 따르는 게 순리 세계유산인 종묘의 신성한 경관을 보존하고 난개발로 인한 문화유산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은 금지해야 한다. 종묘는 조선 왕실의 위패를 모신 신성한 유산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1호다. 종묘의 가치는 건축물 자체를 넘어 주변 환경과의 조화로운 역사적 경관에 있다.종묘 맞은편에 145m 높이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게 되면 수백 년간 유지해온 종묘의 고유한 역사 문화 경관이 영구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 고층 건축물은 종묘를 찾는 이에게 시각적 위압감을 줘 유산의 권위와 상징성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신성한 공간으로서 고유한 가치 또한 떨어뜨릴 게 분명하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방식은 고층 건물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과 조화를 이루는 보존에 있다.더구나 유네스코는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올릴 당시 “인근 지역 고층 건물 건축을 불허할 것”을 명시적으로 권고했다. 고층 개발은 이러한 유네스코 권고 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세운상가 재개발을 강행하면 심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 등 문화재 당국은 서울시가 유네스코 권고 절차인 유산영향평가(HIA)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세계유산법은 유산영향평가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또한 용적률과 층고를 대폭 완화하는 것은 막대한 규모의 개발이익을 특정 민간 토지주들에게 집중시켜 과도한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특혜성 난개발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개발은 공공성과 역사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단기적 경제 논리나 투기성 개발이익 사유화에 밀려서는 안 된다. √ 생각하기 - 해외에도 있는 문화유산 옆 고층 빌딩, 무작정 막을 일 아냐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을 놓고 지난 10일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판 붙었다. 김 총리는 “문화와 경제, 미래 모두를 망칠 수 있는 결정인 만큼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즉시 “종묘를 훼손하는 일은 결단코 없다”며 “세계인이 찾는 종묘 앞에 더는 방치할 수 없는 도시의 흉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라고 반박했다.이번 재개발사업은 도심 개발과 문화유산 보전이라는 가치가 팽팽히 맞서는 사안인 만큼 정치적 공방을 최대한 자제하고 상호 원활한 토론을 거처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 영국 런던 타워나 일본 도쿄역과 왕궁,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유산 인근에도 고층 빌딩은 엄연히 들어서 있다. 무작정 막기만 할 게 아니라 양측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한 합리적 결론 도출을 기대해본다.서정환 논설위원

대입 전략

고2 10월 학평 기준 주요 대학 지원가능 점수

“실력은 계단식으로 오른다”는 말이 있다. 기초체력, 기본 실력 등이 근저에 꾸준히 쌓이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듯 성적이 상승하는 모습을 말한다. 고2 겨울방학은 3년의 대입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2~3개월의 집중, 몰입 학습을 통해 약점 과목을 극복하고, 계단식 실력 향상을 경험하기에 좋다. 효과적인 학습은 현재 본인의 실력 진단에서 시작한다. 현재 수준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목표를 바로 세워야 한다. 고2 10월 학력평가는 현재 수준을 점검하기에 좋은 기회다. 이를 통해 겨울방학 학습 계획을 세워보기를 권한다. 고2 10월 학력평가 기준 주요 대학 정시 지원 가능 점수를 분석해본다.먼저 인문계를 살펴보면, 국어·수학·탐구(2과목 평균) 백분위 합(300점 만점) 기준 SKY는 최고 293점에서 최저 283점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인문계는 평균 291.1점(293~290), 연세대와 고려대는 동일한 분포로 평균 287.8점(290~283)으로 전망된다. 고2 학력평가에서 이 정도 수준 성적이라면 SKY를 노려볼 만한 실력이라고 볼 수 있다.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이화여대·한국외대 등 주요 10개 대학 그룹 인문은 최고 288점~최저 276점 사이에서 합격을 기대해볼 수 있다. 성균관대는 평균 282.3점(288~281), 서강대는 282.0점(284~281), 한양대는 280.8점(284~279), 중앙대는 279.5점(281~279), 경희대는 278.3점(280~276), 이화여대는 279.2점(281~279), 한국외대는 278.4점(281~276) 수준에서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다.서울시립대·건국대·동국대·홍익대·숙명여대 등 주요 15개 대학 그룹은 최고 279점~최저 265점 사이에서 목표해볼 만한 곳이다. 국민대·숭실대·세종대·단국대(죽전)·아주대·인하대 등 주요 21개 대학 그룹은 최고 274점에서 최저 260점 사이 지원이 가능하다. 9개 거점 국공립 대학은 최고 262점에서 최저 181점까지 최고, 최저 격차가 크다. 거점 국공립대는 기초학문 육성 등을 위해 실용 학문뿐 아니라 순수·기초학문 관련 전공이 많고, 야간 학과 등 학과의 종류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에선 합격 점수가 낮게 형성되는 야간 학과 등으로 인해 최고, 최저 격차가 크게 벌어지곤 한다. 거점 국공립대는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등 9개 대학을 일컫는다.자연계 최상위 학과로 꼽히는 의대는 평균 294.4점(298~292), 치대는 292.6점(295~292), 한의대는 291.1점(292~290), 약대는 289.8점(294~288), 수의대는 290.3점(293~290) 수준에서 목표로 삼을 만하다. 이와 경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의약학 제외 SKY 일반 자연계열 학과는 최고 294점에서 최저 288점 사이 수준으로 분석된다. 서울대 자연은 평균 291.2점(294~289), 연세대는 288.8점(290~288), 고려대는 288.9점(290~288) 수준에서 합격을 기대해볼 수 있다.주요 10개 대학 자연은 최고 289점에서 최저 282점 사이 학생이 목표로 삼을 만하다. 대학별로 성균관대는 평균 287.9점(289~286), 서강대는 287.5점(289~286), 한양대는 287.4점(289~286), 중앙대는 285.2점(288~283), 경희대는 283.0점(285~282), 이화여대는 285.3점(287~284), 한국외대(Language&AI융합학부) 285점 수준에서 지원이 가능하다.주요 15개 대학 자연 평균은 283.2점(287~278), 주요 21개 대학 평균은 278.1점(288~273)으로 예상된다. 거점 국공립대는 평균 254.6점으로, 최고 288점(경북대 모바일공학)에서 최저 205점까지 다양하게 분포한다.국수탐 백분위 합 점수는 합격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목적보다 지원 가능 수준을 검토하는 1차 기준으로 삼는 것이 옳다. 대학별로 표준점수, 백분위 반영 방법과 과목별 반영 비중이 달라 정확한 합격·불합격 여부는 대학별·학과별로 더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 즉 백분위 합 점수는 목표를 정하고, 앞으로의 학습 방향을 세워가는 데 좋은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또한 고2 10월 학력평가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성적이 아니다. 고2 겨울방학 동안의 학습량에 따라 고3 때 성적은 큰 변화를 겪는다. 고2 10월 성적에 낙담할 필요도, 자만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내 실력으로 어느 대학을 목표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이번 겨울방학 학습에 매진하기를 권한다.

커버스토리

Z세대 사로잡은 '아날로그 감성'의 매력

연말이 되면 다음 해의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궁금해집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등장과 이를 보여주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예상해보는 재미가 쏠쏠하죠. 그런데 꾸준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이른바 ‘아날로그 노스탤지어(향수)’입니다.디지털 시대에 사람의 온기와 냄새가 스며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그리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눈에 띈다는 점은 또 다른 얘기죠. 예를 들어, 온라인몰과 새벽 배송에 밀려난 줄 알았던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 이른바 덕후들의 체험 공간으로 꾸며지며 부활하고 있습니다. 서울 용산의 아이파크몰과 잠실 롯데월드몰 등이 그렇게 변신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손글씨에 ‘흥분’하고, 즉석카메라인 폴라로이드·아날로그 시계·빈티지 의류 등 ‘레트로(복고풍)’ 이미지가 강한 제품을 찾는 수요도 크게 늘고 있어요.변화를 주도하는 층이 Z세대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아날로그 세대와 거리가 먼 젊은이들이 그 시대를 그리워한다니, 조금은 의아하게 느껴집니다.이런 트렌드는 문화인류학적 고찰의 좋은 아이템이 됩니다. 또 수능 비문학 지문과 논술시험 주제로 등장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디지털 세대인 Z세대가 왜 아날로그 향수병을 앓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이 있는지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손글씨, 마니아 존, 빈티지 제품 큰 인기가성비 넘어 '경험비' 중시하는 시대죠Z세대의 아날로그 향수는 일종의 ‘간접 체험을 통한 향수’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1997~2012년에 태어난 Z세대는 아날로그 제품을 많이 써봤다고 할 수 없죠. 자아에 눈을 뜨기 시작한 10대 때 이미 스마트폰이 일상화됐고, 세상이 점점 더 온라인으로 연결돼 경험 또한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옛 대중가요 등을 소셜네트워크에서 찾아서 듣고, 지금의 음악에선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받으며 아날로그 시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계에선 이를 두고 간접 체험에 의한 향수라는 의미에서 영어로 ‘Vicarious Nostalgia’라고 부릅니다.촉각과 청각에 심취대표적 ‘아날로그 향수’의 예로 손글씨 열풍을 들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잠자리에서도 숏츠(짧은 동영상)를 놓지 않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멀리 밀쳐놓고 손글씨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교보그룹이 열고 있는 손글씨대회는 2016년 시작될 당시 참가자가 3479명이었는데, 올해는 7만5000명이 넘었습니다. ‘네이버 손글씨 공모전’ ‘톡톡 손글씨 공모전’ 등이 개최돼 예쁜 손글씨도 작품으로 인정하는 트렌드가 생겼어요. 예쁜 한글 서체가 새로 개발된다고 해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필체를 보여주는 것이 손글씨의 최대 매력입니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손글씨 문화가 유행 중입니다.디지털 메시지는 뭔가 차갑고, 한번 쓰고 나면 휘발되어 사라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손글씨 노트·엽서, 손 편지 등은 사람의 정성과 개성을 담을 수 있어 디지털 시대에 거꾸로 각광받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주목할 키워드가 바로 ‘촉각’입니다. 손글씨는 펜을 직접 잡고 종이에 꾹꾹 눌러쓰면서 특유의 촉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 터치스크린에선 경험할 수 없는 요소죠.비슷한 사례로 전자책(e북)이나 디지털 문서(pdf 등)가 아니라 손에 책을 쥐고 읽는 ‘진짜 독서’가 요즘 큰 인기입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그락사그락’ 소리가 청각을 자극하죠. 책 읽어주는 유튜버(북튜버), 책과 관련한 사진과 영상을 모은 북스타그램, 그리고 이런 인기 트렌드를 가리키는 텍스트힙(text hip, 책을 읽는 행위가 멋지다는 뜻)이 유행하는 시대입니다. 올해 열린 서울국제도서전도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입장권 예매 단계에서 온라인 판매가 중단될 정도로 인기를 끌어 약 15만 장의 티켓이 매진을 기록했고, 행사장이 문 열기를 기다리는 오픈 런이 연출됐죠.레트로 리셋, 아날로그 노스탤지어…아날로그 시대가 지금과 다른 특징은 직접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소통하고, 느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키워드로 정리하면 ‘경험’ 또는 ‘체험’입니다.쇼핑의 경우, 온라인이 편리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선 상품을 둘러보고 만져보는 재미가 있죠.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에 테마별로 마련된 유명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피규어, 굿즈 매장에 ‘덕후’들이 열광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입니다. 잠실의 롯데월드몰은 한국적 감성과 취향을 경험할 수 있는 K-패션 브랜드로 가득해 외국인들에게 인기입니다.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을 문화와 휴식의 공간, 나아가 공원 느낌이 나게 만들어 많은 사람이 찾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의 디지털 소통에서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이렇게 감성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경험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쇼핑을 할 때 ‘가성비’의 시대가 가고 ‘경험비’의 시대가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이런 트렌드를 ‘레트로 리셋(Retro Reset, 복고풍으로 재정의)’ 또는 ‘디지털 노스탤지어’라 부릅니다. 디지털 시대에 불고 있는 과거(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선 마치 디지털에 향수를 느끼는 것 같은 오해가 생길 수 있죠. 그래서 이 글에선 ‘아날로그 노스탤지어’라고 지칭합니다.NIE 포인트1. 온라인과 디지털 세상에서 어떤 공허함을 느끼는지 친구들과 얘기해보자.2. 나도 ‘아날로그 노스탤지어’ 취향을 갖고 있을까?3. 아날로그 노스탤지어는 지속될 수 있는 트렌드일까?"사람 냄새 나는 시공간으로 돌아가고파"아날로그 체험이 구매와 브랜드 신뢰 좌우이제 ‘레트로 리셋’이 유행인 이유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겁니다. 여기에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점부터 레트로 리셋에 대한 경영학 이론의 설명에 이르기까지 분석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아날로그 vs 디지털아날로그(Analog)와 디지털(Digital)은 데이터와 신호를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를 뜻합니다. 아날로그는 연속적이고 자연스러운 변화를 그대로 기록하거나 전달합니다. 반면 디지털은 불연속적인 신호, 즉 0과 1 등 개별적인 값으로 정보를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시계의 초침은 물 흐르듯 움직이지만, 디지털시계는 1초, 1분 등 정해진 간격대로 계단식으로 표시하죠. 따라서 어떤 정보를 정확히 인식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는 디지털이 유리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느낌과 따뜻함, 인간적 감정 등은 아날로그에서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은 다소 삭막한 느낌을 주는 반면, 아날로그 공간은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무언가가 있습니다.향수 마케팅도 ‘진정성’ 중요경영학 이론은 아날로그 노스탤지어나 레트로 리셋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올해 세계소비자학회 학회지(ACR Journal)에 실린 ‘과거 중심의 광고와 Z세대의 소비(How Past-Centric Ads Affect Gen Z Consumption)’라는 제목의 논문은 Z세대의 ‘간접 체험을 통한 향수(Vicarious Nostalgia)’를 분석했습니다.논문 저자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과거의 스타일이나 레트로 문화를 TV, 소셜네트워크 등의 미디어로 접하며 일종의 ‘집단적 향수’를 느끼고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과거 중심의 광고나 콘텐츠를 제작하면 Z세대는 그 브랜드에 친근감을 느끼고 신뢰를 갖게 되며, 구매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감성적인 자극이 태도와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공동의 기억과 향수를 자극하면 브랜드와 소비자 간 정서적 관계가 깊어진다는 브랜드 관계 이론(Brand Relationship Theory)을 제시합니다.물론 브랜드를 알리는 스토리에서 진정성이 느껴져야 합니다. 이게 조금이라도 인위적인 느낌을 주면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현대인은 디지털 과부하, 익명성, 빠른 변화로 이미 심신이 지친 상태인데요, 아날로그적 감성과 오프라인 경험, 레트로한 디자인을 접하면 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심리적 안정을 되찾는다고 경영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지적합니다. 그만큼 ‘향수 마케팅’의 위력이 크다는 얘기죠.‘머무는 경험’ 찾는 Z세대실제로 Z세대는 쇼핑할 때 물건을 사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부가적으로 유통점에 ‘머무는 경험’을 즐긴다고 합니다. 현실의 감각과 아날로그적 향수를 더 느끼고 싶어서 상품 검색은 온라인에서 하되, 구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요즘의 오프라인 유통업은 가격경쟁이 아닌 체류 경쟁, 물건이 아닌 콘텐츠로 승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유명 스포츠·아웃도어용품 브랜드인 글로브트로터(Globe-Trotter)를 예로 들어볼까요? 이 브랜드의 매장에는 비바람이나 폭풍, 극한 추위 등 악천후를 체험할 수 있는 ‘나쁜 날씨 피팅 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수·방풍 재킷을 사기 전에 일단 입어보고 이 피팅 룸에서 그 기능을 테스트해보라는 겁니다. 경험해보고, 기능에 만족한다면 바로 결제하지 않을까요?넷플릭스는 2000년대 초반에 방영된 미국의 인기 드라마 ‘길모어 걸스’를 2016년 넷플릭스용으로 다시 제작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선 ‘루크스 다이너(Luke’s Diner)’란 식당이 중요한 공간입니다. 드라마 팬들은 이 식당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시리즈 홍보를 위해 미국 전역의 200여 카페를 루크스 다이너로 탈바꿈시키고, 팬들이 현장에서 드라마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전형적인 향수 마케팅 사례입니다.NIE 포인트1. AI로 발전하면 AI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2. 쇼핑 공간에서 ‘머무는 체험’을 해봤다면 친구들과 공유해보자.3. ‘향수 마케팅’의 사례를 찾아보자.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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