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권
중국의 ‘경제 실세’로 불리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 11일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강조한 말이다. 지방정부마다 우후죽순처럼 쏟아내고 있는 중복 투자와 출혈 경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글의 요지. 그는 “넓은 국토에서 각 지역이 비교우위를 발휘해야 한다”며 “무작정 높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인공지능(AI), 로봇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 기조에 발맞춰 여러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단위로 보면 과잉투자, 소모적 경쟁 등의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中 전기차 기업 130곳 중 흑자 4곳뿐내권은 요즘 중국 경제에 관련된 뉴스에서 부쩍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사전적 의미는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인데, 실질적으론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가리킨다. 소모적 출혈경쟁이 지속되고 산업 전반의 질적 향상은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중국에서 내권의 후유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역이 자동차 산업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 10일 펴낸 ‘중국 자동차 산업의 역설, 내권’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들의 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의 완성차 생산능력은 연간 5507만 대로 내수 판매량(2690만 대)의 두 배에 달했다. 생산설비의 실질 가동률이 50% 안팎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75% 이하면 과잉설비로 간주한다.
올 5월에는 세계 1위 전기차 생산업체인 BYD가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최대 34%에 달하는 가격인하를 발표하자 후발 주자들이 줄줄이 따라가면서 ‘공멸’ 위기감이 고조됐다. 보다 못한 중국 정부는 자동차 가격을 지나치게 할인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었고, 전기차를 전략산업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130곳 가운데 지난해 흑자를 낸 업체는 BYD, 테슬라차이나, 리오토, 지리 4곳뿐이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2030년까지 15곳만 재무적으로 생존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은 2021년 3만1000달러에서 2024년 2만4000달러로 떨어졌다. 완성차 업계 수익률은 2017년 8.0%에서 2024년 4.3%로 반토막이 났다. 바닥 기는 물가…디플레 우려 커져공급과잉은 물가하락과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0.2% 상승에 그쳤다. 8월 -0.4%, 9월 -0.3% 등과 비교하면 그나마 개선됐지만 0%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1% 하락하며 3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물가도 오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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