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거래
엔비디아는 지난 9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오픈AI는 엔비디아 칩을 수백만 개 구매하는 내용이다. 10월에는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AMD도 오픈AI와 손잡았다. AMD는 오픈AI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AI 칩을 판매하는 한편, 오픈AI가 AMD 지분 최대 10%를 싼값에 인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낙관적 투자자에게는 ‘윈윈’으로 보일 수 있지만, AI 거품을 의심하는 회의론자에게는 또 다른 근거를 제공한 사례”라고 했다. 돈을 주며 물건을 팔아 매출을 부풀릴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임대업체 코어위브도 상황이 비슷하다. 엔비디아는 코어위브 지분 5%를 보유하고 있고 코어위브에 칩을 팔고 있다. 엔비디아는 2032년까지 코어위브가 팔지 못한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을 전부 매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코어위브의 최대 고객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인데, 이들은 오픈AI의 투자자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런 식으로 얽힌 빅테크들의 순환거래가 2000년 전후 닷컴버블 때의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과 닮았다고 지적한다. 당시 통신장비 업체들은 대출, 보증 등을 활용해 자금력이 부족한 통신사의 설비투자에 자금을 지원했다. 주고받기식 거래로 장비업체 매출이 급증했지만, 문제는 거품이 꺼진 이후였다. 통신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지고 투자를 줄이자 장비업체들이 부실채권을 떠안고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젠슨 황 “투자 때문에 구매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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