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A
정부가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원래 해외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번 돈(양도차익)이 1년에 250만원을 넘어가면 22%(양도소득세 20%+지방세 2%)를 세금으로 떼는데, 이걸 대폭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서학개미에서 동학개미로 갈아타는 투자자가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 주식 매각→환전→국내 주식 1년 투자 조건기획재정부는 ‘국내시장 복귀 계좌(Reshoring Investment Account, RIA)’라는 새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3일을 기준으로 보유 중인 해외 주식을 매각하고, 그 자금을 RIA에 넣어 국내 주식이나 주식형펀드에 1년간 투자하면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를 1년 동안 면제해준다. 해외 주식을 팔고, 원화로 환전하고, 국내 주식을 사는 과정을 모두 완료해야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부자들이 세금 혜택을 독식하는 일을 막기 위해 1인당 매도 금액을 5000만원까지로 제한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70%가 넘는 높은 상승률로 한 해를 마감했다. 올해는 ‘코스피 5000’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김범준 기자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70%가 넘는 높은 상승률로 한 해를 마감했다. 올해는 ‘코스피 5000’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김범준 기자
국내 증시에 빨리 복귀할수록 비과세 규모가 커진다. 올해 1분기 복귀분에는 100%, 2분기에는 80%, 3분기에는 50%를 감면하는 방식이다. 세부 내용은 국회에서 법 개정 절차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것은 해외 투자가 폭증하면서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 주식은 1700억 달러(약 240조원)어치를 넘어섰다. 미국 주식을 살 때 반드시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학개미가 늘면 달러 수요를 키우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한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전체 내국인의 해외 투자에서 개인 비중이 2020년 이전에는 10% 미만이었는데, 현재는 30%를 웃돌고 있다”며 “개인투자자의 국내 복귀를 지원해 외환시장 안정화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환율을 잡겠다는 정부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고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로 돈이 나가는 속도가 조금 진정되긴 할 것”이라면서도 “추세적 반전이 가능하냐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저런 꼼수가 등장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예컨대 해외 주식을 팔아 세금 혜택을 챙기고, 국내 주식을 판 돈으로 해외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식이다. “환율 진정 도움” vs “임시방편 불과”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더구나 미국 증시는 장기 수익률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았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혁신 기술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충성도’가 탄탄하다. 국경을 넘나드는 주식 거래가 대세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호응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대책 같다”며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좋은 환경으로 만들고, 경쟁력 있게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