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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사랑은 자기 그릇 만큼밖엔 담지 못하지 [고두현의 아침 시편]
사랑이란 에밀리 디킨슨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자기 그릇 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에밀리 디킨슨(1830~1886) : 미국의 시인에밀리 디킨슨(1830~1886)은 사후에 더 유명해진 미국 여성 시인입니다. 어릴 때는 들판에서 활발하게 뛰놀고 동네 아이들과 잘 어울린 소녀였지요. 그러다 사춘기 때 여학교의 경직된 분위기에 염증을 느껴 중퇴한 뒤로는 바깥에 나가지 않았습니다.25세 때 아버지를 만나러 워싱턴을 방문한 게 거의 유일한 여행이었죠. 돌아오는 길에 필라델피아의 친구 집에 머무르면서 찰스 워즈워스 목사의 설교를 듣고 푹 빠졌는데, 목사는 하필 기혼자였습니다. 혼자 콩닥거리는 짝사랑이었으므로 별사건은 없었지만 이별할 때 그녀의 마음은 미어지는 듯했지요. 짝사랑했던 목사와의 이별고향에 온 뒤에도 그와 영혼의 문제를 다룬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를 꿈꿨으나 결국 ‘저는 당신과 함께 살 수 없어요’라는 시로 슬픔을 혼자 삭여야 했습니다. 30세 이후 평생을 독신으로 살며 은둔한 그녀는 흰옷만 입는다고 해서 ‘뉴잉글랜드의 수녀’라는 별명을 얻었지요.그의 대인기피 증세는 종교적 갈등과 병약한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딸의 책임감, 아버지와의 생각 차이 등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요. 짝사랑했던 목사와의 이별뿐만 아니라 자신을 ‘북극성처럼 빛나는 존재&rs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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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약탈은 수지맞는 '사업'?…전쟁의 경제학
영국 대영박물관은 ‘바빌로니아 천문일지(Babylonian Astronomical Diaries)’라고 불리는 쐐기문자로 적힌 일련의 점토판을 소장하고 있다. 1988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저명한 근동학자 에이브러햄 삭스와 오스트리아의 아시리아 연구가인 헤르만 훙거가 번역한 내용이 공개된 이들 점토판은 흔히 ‘삭스·훙거 컬렉션(Sachs-Hunger Collection)’이라고 불린다.이 점토판에는 매일의 날씨와 천문 현상이 촘촘하게 기록돼 있다. 화성이나 금성 같은 행성과 별들의 움직임은 물론 비, 우박, 돌풍 등의 기상현상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자연현상뿐 아니라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죽음(점토판 322)과 같은 주요 정치적 사건에 대한 기록도 체계적으로 남아 있다. 특정 날짜의 상품 가격 등도 담겨 있어 역사 정보로서 가치가 작지 않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점토판 320’이다. 이 점토판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대왕 간 운명이 결정된 가우가멜라 전투를 전후한 시기의 정보가 기록됐다.왕의 호칭 변화도 눈에 띈다. 가우가멜라 전투가 있던 날(24번째 날) 아침에 점토판은 다리우스를 가리켜 ‘세계의 왕’이라고 부른다. 곧이어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페르시아 군대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군대에 대패한 내용을 언급하고선 “왕의 부대가 그(다리우스)를 버리고 떠났다”고 묘사한다. 조금 더 뒤에는 “세계의 왕 알렉산드로스가 바빌론에 들어왔다”라고 담담하게 기록한다. 저명한 고대사학자 에이드리언 골즈워디는 이를 두고 “누가 왕이 되었든, 신전의 기록은 그저 계속 이어질 뿐”이라고 평했지만,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정보 속에서 당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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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기타
대한민국 대표 기업 성장사
주니어 생글생글 제156호 커버 스토리 주제는 한국 대표 기업의 이름에 숨은 비밀입니다. 삼성, 현대, SK, LG, 롯데 등 주요 대기업의 이름에 담긴 뜻과 유래를 설명했습니다.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등 대한민국 1세대 창업가들이 기업을 세우고 성장시킨 과정도 함께 알아봤습니다. 같은 반 친구 중 같은 달에 태어난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는 수학적 원리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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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대체 미국은 언제까지 흥할 것인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 만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100년 후를 예상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2009년 미국에서 출간해 1년 후 우리나라에 소개된 〈100년 후〉(NEXT 100 YEARS)를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읽는 이유는 뭘까. 출간 15년이 지나는 동안 ‘인류 사회의 구조, 체제, 세계정치’에 대한 미래 예측이 대부분 맞았기 때문이다.세계적 명성을 얻은 국제정세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은 놀라운 적중률로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린다. 1949년생인 저자는 부모를 따라 소련 점령하의 헝가리를 탈출해 미국으로 왔다. 미 국방부, 미 육군 국방대학, 미 국립국방대학 등에서 안보·국방 문제를 강의하고 자문한 정보통이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국제 체제의 흐름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매체인 ‘지오폴리티컬퓨처스’를 운영하고 있다.세계는 실제 전쟁과 무역전쟁으로 늘 긴장 상태다.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미리 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조지 프리드먼은 “이제 유럽의 시대는 끝났고 북미대륙의 시대가 시작됐으며, 앞으로 100년간 북미 대륙은 미국이 지배한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21세기는 미국의 시대과거 500년간 세계의 중심은 유럽이었으나 이제 미국의 시대라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가 체감하고 인정하는 일이니 ‘대체 미국이 언제까지 흥할 것인가’가 초관심사다. 저자는 다양한 근거를 대며 21세기 내내 미국이 대국으로 군림할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이 시대를 이해하려면 미국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미국 문화가 세계에 스며들어 세계를 규정하고, 21세기의 세계가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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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금융시장 '쥐락펴락'…펀드, 깊이 파볼까요?
요즘 경제와 관련한 이슈 가운데 유독 펀드와 연관된 게 많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와 같은 기업을 육성하고 그 과실(배당소득)을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K-엔비디아’ 구상을 최근 밝혔습니다. 그런데 투자 주체로 ‘국부펀드’를 언급해 관심을 모았어요. 각 국가를 대표하는 국부펀드는 대개 하나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엔 한국투자공사(KIC)가 있죠. 물론 가만히 살펴보면 싱가포르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함께 테마섹이란 국부펀드도 있어요. ‘필요하면 하나 더 만들 수 있는 게 국부펀드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다음으로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부실기업을 정상화하는 프로그램인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는데요, 그 소유주가 사모펀드(MBK파트너스)여서 이례적입니다. 사모펀드는 주로 기업을 인수한 후 구조조정을 통해 가치를 높이고 다시 시장(인수합병)에 매력적인 매물로 내놓는 일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차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죠. 그런데 이런 일이 항상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펀드(fund)는 일상생활에서 참 많이 사용하는 경제용어입니다. 용도와 성격이 다른 펀드들을 뭉뚱그려 ‘OO펀드’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펀드란 무엇이고, 어떤 종류로 나뉘며, 국부펀드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여러사람 돈 모아 전문가가 굴려주는 펀드 1970년대 이후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펀드(fund)는 영어 사전에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어떤 조직이나 개인에게 사용하도록 주어진 돈”으로 정의됩니다. 그런데 금융상품을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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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금강전도·인왕제색도…'겸재 정선' 대표작 한자리에
국보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 등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은 ‘겸재 정선’ 전시회가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지난 2일 개막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전시회는 6월 29일까지 열린다. 전시회 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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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믿을 건 원자재뿐"…금·구리 ETF 잘나가네
금, 은, 구리 등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가 일제히 급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국내외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피난처로 부각되는 분위기다.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구리선물(H) ETF’는 올해 들어 21.46% 상승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의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달 26일 한때 파운드당 5.3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ACE KRX금현물 ETF’와 ‘KODEX 은선물(H) ETF’는 연초 대비 각각 16.08%, 14.86% 올랐다. ‘메리츠 천연가스 선물 상장지수증권(ETN)(H)’(28.47%) ‘신한 브렌트원유 선물 ETN(H)’(4.77%) 등 에너지 관련 상품 가격도 뛰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휘두르는 ‘관세 칼날’이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은 관세전쟁의 피난처라는 점이 부각돼 연초부터 가격이 급상승했다.구리에도 25%의 관세가 매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미리 구리 현물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자 가격이 뛰었다.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수출국인 캐나다,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에 에너지 관세 부과 가능성을 밝히자 급등했다.귀금속 원자재 가격이 뛰자 채굴주도 덩달아 고공행진하고 있다.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는 올해 들어 33.3% 상승했다. 뉴몬트, 애그니코이글마인스 등 주요 글로벌 금 채굴 기업을 담은 ETF다. 박현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 채굴주는 금값 대비 저평가돼 있다”며 “금 가격은 급등했지만 채굴 비용은 하락하는 국면에 진입해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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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이슈 찬반토론
장애인용 키오스크 의무화 해야하나?
터치 몇 번으로 주문과 결제를 끝내는 키오스크. 요즘 이 기기는 동네 매장의 필수품이다. 아르바이트 직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매장 주인들이 앞다퉈 키오스크를 도입한 결과다. 국내에 보급된 기기는 2023년 기준으로 53만6602대에 이른다.문제는 키오스크 사용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이다. 정부는 장애인의 매장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배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넣었다. 키오스크 앞에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을 마련하고 기기에 점자블록과 스크린 높이 조절 장치 등도 갖추라는 게 골자다. 계도 기간은 내년 1월까지다. 그 이후에도 배리어프리 제품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주에겐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찬성] 사회적 약자 배려는 국가의 의무…IT 인프라 누구나 쉽게 접근해야키오스크 주문은 일반인에게도 쉽지 않다. 수십 개에 달하는 상품을 살피는 것은 기본. 주문 수량과 결제 수단, 포인트 적립 방법 등 선택해야 할 항목이 한둘이 아니다. 화면을 잘못 건드리면 주문이 초기화되기도 한다. 기계를 다루는 데 자신이 없는 중장년 소비자가 “점원이 있는 매장만 골라 다닌다”라고 토로하는 배경이다.장애인에겐 키오스크 장벽이 훨씬 더 높다.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화면을 터치하기가 쉽지 않다. 터치스크린의 높이가 성인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은 아예 키오스크 매장을 이용할 엄두를 못 낸다. 음성이나 점자로 메뉴를 안내하는 키오스크가 흔치 않아서다.정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음성출력, 안면 인식, 점자 기능 등이 내장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