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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2만원보다 1만9900원이 '훨씬 싸다'고 느끼는 이유

    “8만전자 찍었다 개미들 환호”.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을 다시 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기사 제목이다. 5만~6만전자에서 헤매던 투자자는 서둘러 차익을 실현했고,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에 나선 투자자도 많다. 그 때문에 거래대금도 큰 폭으로 늘었다. ‘8만전자’라는 말은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아니다. 7만9900원과 8만원은 100원 차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투자자는 7만 또는 8만이라는 맨 앞자리 수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투자 결정의 지표로 삼는다.3달러와 2.99달러의 차이삼성전자 주가뿐일까. 우리는 거의 모든 수를 대할 때 앞자리 수에 집착한다. 나이도 30대냐, 40대냐, 50대냐를 따지고, 아침에 올라간 체중계의 앞자리 수에 따라 그날 기분이 달라진다. 이렇게 제일 앞자리, 즉 가장 왼쪽에 있는 숫자를 보고 수의 크기를 가늠하는 것을 ‘왼쪽 자릿수 효과(left digit effect)’라고 한다.왼쪽 자릿수 효과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대표적 사례가 대형마트의 가격정책이다. 대형마트에는 6900원, 9900원, 1만9900원 등 가격이 900원 혹은 9900원으로 끝나는 상품이 유난히 많다. 앞자리만 바뀌게끔 가격을 살짝 낮춰 확 저렴해 보이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런 얄팍한 상술에는 안 속는다고? 그렇지 않다.타티아나 소콜로바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교수 등 연구자 3명이 <저널 오브 마케팅 리서치> 2020년 8월호에 게재한 논문이 있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먼저 4.01달러짜리 땅콩버터와 3달러짜리 땅콩버터를 보여줬다. 그런 다음 4달러짜리 땅콩버터와 2.99달러짜리 땅콩버터를 보여줬다. 두 실험에서 땅콩버터의 가격 차이는 1.01달러로 같다.그런데 참가자들

  • 역사 기타

    숫자만 '대약진'한 中 경제개발…굶주림은 일상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는 중국군을 농민군이라고 불렀다. 사람 깔보는 게 취미였던 맥아더의 고질병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중국 혁명의 본질이 농민 반란이라는 사실을 이해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맥아더에게 중국과의 전쟁은 농민들과의 싸움이었고 어찌 보면 정확한 표현이었던 것이다.1921년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소련 첩자에게 200위안을 받아 썼을 때부터 마오쩌둥은 크렘린에 쥐여살았다. 제자를 가르치려는 혁명 스승의 주문은 집요했다. 마르크스주의의 교리에 따라 스탈린은 줄기차게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을 주문했고, 이는 마오에게 스트레스의 원천이었다.게다가 중국에 파견된 코민테른의 군사 고문관 오토 브라운은 스탈린의 말이라면 똥을 된장이라고 해도 믿는 인간이었다. 그는 스탈린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해 마오를 노이로제 상태에 빠뜨린다. 전술 회의에서 기어이 마오는 폭발한다. “눈을 까뒤집고 봐라. 중국에 무슨 프롤레타리아트가 있다는 말인가.” 이어 마오의 정치적 싸움 개 덩샤오핑은 가장 젊고 혁명적인 병사를 데려오라고 지시한다. 불려온 청년 병사는 낫을 들고 있었고 거기에 쇠꼬챙이를 연결한 자신의 참신함을 자랑했다.덩샤오핑은 브라운에게 물었다. “댁의 눈에는 저게 프롤레타리아트로 보이냐.” 이 에피소드는 실화가 아니라 마오파와 반대파 사이에 오간 논쟁을 짜깁기해 재구성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마오가 농민을 무시했다는 얘기는 아니다.그 자신 역시 농민이었던 마오는 그들을 신뢰하고 사랑했으며, 중국 혁명의 동력이 농민인 동시에 자신이 건설할 신(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삶과 죽음,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낯선 이야기

     멕시코 작가 후안 룰포는 생전에 단편집 <불타는 평원>과 장편소설 <페드로 파라모> 단 두 권만 발표했다. 단편집은 별다른 반향이 없었으나 1955년에 발표한 <페드로 파라모>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사의 영원한 고전으로 불리며 1967년에 영화화되었고, 다양한 음악의 테마가 되었다.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읽히고 있다.룰포는 6세 때 아버지가 피살되는 아픔을 겪었다. 13세 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고아원에 들어갔다가 친척 집을 전전해야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중등 과정과 대학 과정을 청강하며 실력을 쌓았다. 21세 때 내무부 이민국에 다니면서 틈틈이 창작 활동을 해 세계적인 문학가 대열에 올랐다.룰포가 30년 만에 찾은 고향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 얻은 영감으로 쓴 <페드로 파라모>는 책장을 넘기자마자 라틴아메리카의 향취를 듬뿍 풍긴다 “코말라에 왔다. 이곳은 내 어머니의 남편 페트로 파라모라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마을이다”로 시작할 때부터 이국적이면서 비틀린 관계 속에 끌려 들어가게 된다. 나 후안 프레시아도를 코말라로 인도한 마부와 마부가 소개한 사람, 나는 둘을 분명히 만났으나 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인 듯하다. 텅 빈 유령 마을 어디선가 사람인 듯 유령인 듯한 인물들이 계속 나타나 말을 한다. 혼돈으로 이끄는 모호한 이야기아버지 페트로 파라모의 행적을 좇는 프레시아도의 움직임이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 다양한 화자가 등장한다. 70편의 짧은 글로 구성된 소설은 회상이 이어지기도 하고, 다른 인물이 이야기를 끌어가기도 한다. 전반부는 1인칭 화자가 이

  • 경제 기타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 조정할때 변동되죠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본원통화로부터 은행의 예금창조 과정을 거쳐 그 크기가 결정된다. 통화승수는 이처럼 중앙은행이 발행한 본원통화로부터 파생되어 시중에 유통 중인 통화량 사이의 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본원통화에 통화승수를 곱하면 현재 한 나라 안에서 유통되는 통화량이 결정되는 것이다. 통화량을 변동시키기 위해서는 본원통화의 양을 조절하거나 통화승수의 크기를 변경시키면 된다. 이번 주에는 통화승수가 결정되는 과정과 이로 인해 통화량의 크기가 결정되는 과정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통화승수는 예금창조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 일반 국민이 보유한 현금이 은행에 예금되고, 은행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그중 일부를 대출하면서 예금창조가 이루어지면 시중의 통화량은 처음 공급된 통화인 본원통화에 비해 증가하게 된다. 예금창조가 크게 일어나면 시중 통화량도 많아지므로 통화승수도 커지지만, 반대로 예금창조가 작게 이루어지면 통화승수는 작아진다.만약 국민들이 지금 즉시 결제 대금으로 사용할 현금이 아니라면 모두 은행에 예금하고, 은행은 이 돈에 대해 법정지금준비금만 현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대출하는 과정을 반복한다면 예금창조의 크기는 최대가 되어 통화승수도 최대가 된다. 통화승수가 최대로 결정되는 과정을 간단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법정지급준비율을 10%로 가정해보자. 일반 국민은 현금을 보유하지 않고 모두 예금하고, 은행은 법정지급준비금만큼만 현금을 보유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100원 발행하면 이 현금은 일반 국민을 거쳐 은행에 모두 예금된다. 은행은 법정지급준비율에 해

  • 커버스토리

    '뉴 스페이스' 시대…한국의 미래는?

    지난 2월 미국의 인튜이티브머신스가 민간 우주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우주 개발이 정부가 주도하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로 바뀌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뉴 스페이스 시도는 아니지만, 일본은 그보다 한 달 앞선 지난 1월 탐사선을 달에 안착시켜 세계 다섯 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됐습니다.우리나라도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달탐사선 다누리호는 이미 달 궤도를 돌고 있으며, 독자 기술의 우주 발사체 누리호는 작년 실용위성을 싣고 성공적으로 날아올랐습니다. 다음 달 27일에는 숙원 과제인 우주항공청이 드디어 문을 엽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한국만의 전략 분야 부재에, 경남 사천 청사 주변의 인프라 미비, 상대적으로 낮은 직원 처우 등 문제 때문입니다.이런 와중에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7년 안에 인류가 화성에 착륙할 수 있다”고 장담했고, “2050년에는 인구 100만 명의 화성 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도 재확인했습니다. 인류를 실어나를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3번이나 발사에 실패했는데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이런 민간의 창의와 도전이 모여 여러분이 40대가 될 때 화성에 100만 명 도시가 건설될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뉴 스페이스가 왜 등장했는지, 한국에서 뉴 스페이스 생태계의 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여러분이 40대 될 때 화성에 100만 도시민간의 창의와 도전 없이는 불가능하죠화성 탐사를 소재로 한 영화 <마스(Mars)>가 2016년에 개봉했을 때 사람들은 흥미진

  • 과학과 놀자

    알레르기 유발 분자 억제…당뇨·비만에도 효과 기대

    "이 음식에 땅콩 들어 있나요?" 식품 알레르기 환자들의 메뉴 주문은 늘 질문으로 시작한다. 음식을 조금만 잘못 먹어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입술이 부푸는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까지 일어난다. 피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치료법도 없다. 알레르기 환자들이 외식할 때마다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환자들의 걱정을 덜어줄 소식이 나왔다. 식품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제가 등장한 것이다.몸은 해로운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이를 항원으로 인식하고 항체를 만들어내면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식품 알레르기는 면역계가 해가 없는 특정 음식 성분을 항원으로 인식하면서 비정상적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식품 알레르기는 성인보다 소아 유병률이 높으며, 일반적으로 소아의 6~8%, 성인의 1~2%가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은 다양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우유, 달걀, 땅콩, 견과류, 생선, 갑각류, 콩, 밀, 참깨 등 아홉 가지를 식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데 미국과 영국은 땅콩·갑각류 알레르기가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우유·달걀이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이다. 과학자들은 국가마다 유전적·환경적 이유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품에 차이가 난다고 보고 있다.식품 알레르기 반응은 피부가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나고, 입술이 부풀어오른다. 구토와 설사 증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심하면 호흡곤란과 어지럼증, 혈압 저하 등 아나필락시스까지 나타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 환자의 약 35%는 식품 알레르기가 원

  • 숫자로 읽는 세상

    "대학 갈아탈 기회" 의대 증원에 편입시장 '들썩'

    “의대 증원으로 대학 커트라인이 낮아진 지금이 대학 간판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신입생이 아닌 3학년으로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편입’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어요.”경남권 공대에 재학 중인 최씨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며 인터넷 강의로 일반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인서울 편입학이 목표다.지난 14일 입시업계는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에듀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편입에 지원한 인원은 2022년 2만9812명에서 2023년 3만9682명, 2024년 4만7705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경쟁률은 같은 기간 16.5 대 1, 19.6 대 1, 26 대 1로 뛰었다.학생들에게 일반 편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학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문과는 영어, 이과는 영어와 수학으로 수능보다 훨씬 적어 준비가 비교적 수월한 것도 장점이다.편입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일반 편입 인원은 2019년까지만 해도 1309명에 불과했다. 이후 조금씩 늘긴 했지만 2020년 1519명, 2021년 1493명으로 1300~1500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의대 열풍 등으로 N수 수험생이 많아지고, 이들의 중도 이탈로 편입 모집 인원이 1800~2000명으로 늘었다. 작년부터 약대 편입이 신설된 영향도 있다. 에듀윌이 올해 2월 편입 설명회를 연 결과 신청자가 전년 동기 대비 26.1% 증가했다.입시업계에서는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서 학교 간 ‘연쇄 이동’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이공계에서 2000명이 빠져나가면 그 빈자리는 성균관대·한양대·서강대에 갈 학생이 채

  • 역사 기타

    "어느 왕국 악단이 더 뛰어나냐"…경쟁이 모차르트 낳아

    생전에 이런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지난해 8월 미국 시카고 초대형 록 페스티벌 ‘롤라팔루자’에서 7만 관중을 쥐락펴락하며 압도적인 무대를 보여준 걸그룹 ‘뉴진스’ 이야기다. 세 번 놀랐다. 중간중간 관중과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무대 매너가 당당해서, 그리고 도무지 우리나라 여자아이들 같지 않아서(한 명은 호주, 베트남 이중 국적이지만 뭐). 일찍이 선각 이수만 선생께서 고등학생 시절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 공연을 보며 “외국 가수에게 한국 팬들이 열광하는 것이 가하다면 그 역 또한 불가할 것이 없지 않은가” 각오를 다지신 지 반세기, 그리고 그걸 실현하겠다고 클론과 H.O.T의 손을 잡고 그것도 외국이라고 중국 음악 시장으로 출격하신 지 불과 20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 아이돌이 빌보드 차트를 안방 드나들 듯하는 모습이 당연해 보이는 10대들에겐 별로 신기한 일도 아니겠지만, 나 같은 ‘아재’ 입장에서는 뉴진스 노래를 따라 부르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경천동지할 일이다.예술에 필요한 게 재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세상에 재능만큼 흔한 게 없다. 그리고 더 흔한 게 실패한 재능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 예술을 하려면 ‘운’이 따라야 한다. 운은 사람과 때다. 마이클 잭슨이 200년 전 미국 남부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해보라. 그저 재롱 잘 떠는 ‘검둥이’ 취급받다가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 운도, 활동 시기도 죄다 나빴던 게 모차르트다.신을 찬미하는 게 음악 예술가들의 유일한 활동 영역이던 중세가 저물면서 르네상스가 시작된다. 이때부터 세속 음악이 종교음악과 헤어지는데, 이어지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