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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과점에서도 생산량·가격 경쟁 치열할 수 있어요

    과점시장에서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행동해 기업 간 심한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정도는 다르지만 담합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이번 주에는 과점시장에서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면서 나타나는 경쟁의 방식에 대해 살펴보겠다. 담합의 유형은 다음주에 설명할 것이다.과점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독점시장보다 많아 2개 이상이지만 완전경쟁시장보다는 적어서 소수에 불과하다. 다만, 지면에서는 기업 수를 2개로 한정해 그 행동을 자세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시장에 기업이 3개 이상이라 해도 설명할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간결하게 설명하기 위해 기업 수를 2개로 한정한 것이다. 기업이 2개만 있는 과점을 특별히 복점(duopol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과점시장 경쟁 방식과점시장에서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는 뜻은 아니다. 경쟁 상황에 놓인 기업들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반응을 여러 방식으로 추측하고 자사 전략을 결정한다. 이때 기업들이 주로 추측하는 항목은 상대 기업의 생산량, 가격 등이다. 서로 상대 기업의 생산량과 가격을 어떤 방식으로 추측하느냐에 따라 과점시장에서 다양한 경쟁이 발생하게 된다. 과점시장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경쟁으로는 쿠르노 경쟁과 베르트랑 경쟁이 있다.쿠르노 경쟁쿠르노(Cournot) 경쟁은 과점시장에서 다른 기업의 반응을 추측하면서 자사 생산량을 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때 추측하는 것은 상대 기업의 생산량이다. 타사와 자사의 생산량이 정해지면 시장에서 판매가격도 결정될 것이다.복점시장에서 기업들이 쿠르노 경쟁을 하게 되면 2개 기업은 서로 상대 기업의 상

  • 교양 기타

    추사는 수선화를 왜 그리 좋아했을까

    수선화(水仙花) 김정희날씨는 차가워도 꽃봉오리 둥글둥글그윽하고 담백한 기풍 참으로 빼어나다.매화나무 고고하지만 뜰을 벗어나지 못하는데맑은 물에 핀 너 해탈한 신선을 보는구나.* 김정희(1786~1856) : 조선 후기 문신이자 서화가.호는 추사(秋史), 완당(阮堂).혹한 속에 수선화가 피었습니다. 제주 한림공원에는 수십만 송이나 피었습니다. 제주에 자생하는 ‘제주수선화’보다 하얀 꽃받침에 금빛 망울을 올린 ‘금잔옥대 수선화’가 더 많군요. 눈발 속에서 여린 꽃잎을 피웠으니 설중화(雪中花)라 할 만합니다. 똑같이 눈 속에 피는 꽃이지만 매화나 동백과 달리 몸체가 가녀려서 더욱 마음이 끌립니다. 8년 넘는 유배생활의 반려식물추사 김정희가 유배 살던 대정읍 일대에도 수선화가 만발했습니다. 대정향교에서 안덕 계곡까지 이어지는 추사유배길 또한 길쭉한 수선화밭으로 변했지요. 추사는 54세 때인 1840년 이곳에 와 8년 넘게 유배생활을 했습니다.그 외로운 적소의 밤을 함께 보내고, 간난의 시간을 함께 견딘 꽃이 수선화였죠. 그는 수선화를 워낙 좋아해서 여러 편의 시를 남겼습니다. 문집에 담긴 시 ‘수선화(水仙花)’에서는 ‘해탈신선’이라고 극찬할 정도였죠.그가 수선화를 처음 본 것은 24세 때였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연경(베이징)에 갔다가 이 꽃의 청순미에 매료됐다고 해요. 43세 때에는 평안감사인 아버지를 만나러 평양에 들렀다가 중국에 다녀온 사신이 아버지에게 선물한 수선화를 달라고 해서 남양주의 다산 정약용 선생에게 선물했습니다.다산은 감탄하며 ‘어린 손자는 처음 보는지라 부추 잎 같다고 하고/어린 여종은 마늘 싹이 일찍 피었다

  • 디지털 이코노미

    진짜 혁신은 사회문제 해결에 기반한 시장 창출

    전체 파이가 증가하지 않았다. 2차 산업혁명과 오늘날 진행 중인 디지털 혁명의 차이다. 물론 많은 측면에서 혁신으로 새로운 시장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약 20년 동안 나타났던 새로운 혁신이 실제로는 낮은 경제성장률을 반전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그다지 획기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혁신이라는 환상사실 혁신이 경제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 인터넷 혁명이 시작된 지 약 30년이 지났지만, 경제의 저성장을 막지 못했다. 인터넷이 보급된 1990년대에도, 스마트폰이 전 지구에 확산된 2000년대에도, 인공지능이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대에도 마찬가지다. 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이 21세기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인터넷 보급 이후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고, 반전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는 그들의 책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선진국에 관한 한, 인터넷의 출현으로 새로운 성장이 시작되었다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기술혁명과 경제성장의 관계를 증명하는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16년 세계은행이 발간한 <세계 개발 보고>에서도 인터넷이 경제에 미친 영향력에 관해서는 아직 결론 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혁신의 문제혁신이 경제성장률 상승에 기여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새로운 시장 창출과 무관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새로운 소비자를 창출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시장에서 돈을 이전시키는 데 지나지 않은 것이다. <비즈니스의 미래> 저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K컬처와 마셜아츠의 선봉 태권도, 그 시작과 성공

    <태권, 그 무극의 길>은 ‘2022 무예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그동안 나온 무예 소설은 역사적 전쟁이나 무사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의 태동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현대 인물 이준구를 중심으로 펼쳤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충호 작가는 무예를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그것을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사료를 발굴해 한 줄 한 줄 역사서를 쓰는 마음으로 집필했다는 작가는 “우리의 전통 무예인 태견의 뿌리에서 싹을 틔워 세계 마셜아츠의 정상에 우뚝 선 위대한 태권도의 역사를 오래전부터 소설로 쓰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이충호 작가의 이력을 살피다 보면 강호를 평정한 무림의 고수가 스르륵 떠오른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에서 강의하며 지난한 태권도 역사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우선 놀라게 된다. 단어 암기의 신기원을 이룬 <영단어 자동연상암기법>의 저자이기도 한 이충호 작가가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면서 시, 소설, 수필, 평론 당선이라는 등단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사실도 경이롭다. 정년퇴직할 때까지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해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서울시인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 수많은 상을 받으며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등 다양한 협회에서 활동했다. 그가 흥사단 세계빈민돕기운동 대표로 활약한 사실까지 알고 나면 ‘롤모델로 삼기에 벅찬 인물’이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미국 심장부에 태권도를 심다<태권, 그 무극의 길>이 무예 소설이자 다큐멘터리 소설인지라 책을 읽는

  • 숫자로 읽는 세상

    반도체 수출, 14년 만에 30%대 감소

    무역수지에 비상이 걸렸다. 올 들어 20일 만에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다. 한국의 간판 상품인 반도체 수출이 14년 만에 30% 넘게 급감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에너지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어 당분간 무역수지 개선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수출 급감에 무역수지 ‘휘청’24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102억63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새해 들어 국제 유가가 상승한 데다 에너지 수입액도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1월 전체 무역적자는 100억달러를 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무역적자가 확대된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수출 감소다. 반도체는 한국의 최대 수출품이다. 지난해 1321억4000만달러어치가 해외에 팔려 한국 전체 수출(6837억5000만달러)의 19.3%를 차지했다. 이런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전년 동기 대비)한 데 이어 올 들어 1월엔 감소폭이 훨씬 커졌다.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은 44억2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1% 급감했다. 2009년 3월(-36.2%) 후 14년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반도체 수출이 줄면서 이달 1~20일 전체 수출은 2.7% 줄었다. 이로써 수출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 외에도 정밀기기(-9.9%) 철강제품(-11.2%) 컴퓨터 주변기기(-44.9%) 가전제품(-47.5%)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개선된 승용차(45.7%)와 유가 상승으로 마진이 확대된 석유제품(18.8%) 수출이 늘었지만 전체적인 수출 감소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수입액은 9.3% 증가했다. 원유(11.3%) 가스(14.1%) 석탄(40.5%) 등의 수입액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

  • 과학과 놀자

    한강이 얼었어도 결빙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2022년 크리스마스는 많이 추웠다. 23일, 24일 서울 하루 최저기온이 영하 13도보다 낮았다. 한강이 일부 얼어 있었는데, 기상청에서는 25일에야 올겨울 처음으로 한강이 결빙됐다고 발표했다. 2021년 크리스마스에도 25일은 영하 14도, 26일은 영하 15도보다 낮았고, 역시 한강은 일부 얼어 있었다. 그런데 2022년 3월 한강이 2년 만에 또다시 얼지 않았다고 발표했다.한강이 얼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결론은 기상청이 정한 감시구역을 관측해 결빙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감시구역은 노량진부터 센 한강대교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 상류방향으로 100m 떨어진 곳의 띠 모양 구역이다. 이곳이 완전히 얼음으로 덮여 강물이 보이지 않을 때를 결빙으로 판단한다. 기상 관측은 1906년 시작했고, 그 당시 노들나루로 불린 노량진은 한강의 주요 나루 중 하나였다. 관측을 위해 접근하기에 가장 적합해 이곳을 관측 지점으로 선정한 것이다.지난 5년간 관측한 결과 한강이 결빙되기 전 5일 동안 서울의 하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이고, 최고기온도 영하에 머물 때 결빙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하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보다 낮은 날이 나흘 이상 지속되면 한강 결빙 기사가 나올 수도 있으니 찾아보자.한강이 얼어도 관측 지점이 얼어야 결빙을 알리듯, 우리 동네 벚꽃이 피기 시작해도 개화했다는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벚꽃의 개화 관측 기준을 알아보자.벚꽃처럼 한 개체에 많은 꽃이 피는 다화성 식물은 한 나무에서 임의의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개화로 판단한다. 벚꽃의 개화는 기온과 일조시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일조시간이 짧더라도 기온이 높으면 빨리 개화하기도

  • 커버스토리

    기술 한계는 어디까지? 상상 초월 'CES 2023'

    인류는 지금 ‘제2의 태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양 만들기에 성공하면 인류는 석유, 가스, 석탄과 같은 화석 에너지에 집착하지 않아도 됩니다. 태양은 핵융합을 통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는데요. 지구에서 태양을 만들려면, 즉 핵융합이 일어나도록 하려면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를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답니다.진전은 있습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30초 동안 1억 도를 유지하는 기술을 선보였고,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는 레이저를 이용해 핵융합을 일으키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현했습니다. 인류는 언제쯤 만족할 만한 기술을 거머쥘까요?지난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IT·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은 이 질문에 답을 줬습니다. “인류가 걸어온 길을 계속 걸어가면 가능하다”는 것이죠. CES는 우리가 상상했던 온갖 기술이 실현되었음을, 또 조만간 구현될 것임을 보여준 최첨단 기술 경연장이었습니다. 돌을 갈아 썼던 우리 조상들이 봤다면 기절했을 기술과 제품이 즐비했습니다. 타제석기에서 마제석기로 진화하는 데 수십만 년이 걸렸던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기술적으로 ‘호모 데우스’, 즉 신의 영역을 넘볼 정도의 수준에 올라설 수 있었을까요? CES 2023을 통해 알아봅시다. 로봇뱀·펴고접는 디스플레이·선 없는 TV…상상을 기술로 구현한 혁신에 세계가 '깜놀'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8일 열린 세계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은 기술 진화에 인간 한계는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CES는 코로나19 때문에 3년 만에

  • 숫자로 읽는 세상

    "美경제 골디락스 신호" vs "침체 불가피"

    미국 월가에서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발단은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지표였다.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늘어난 반면 임금인상률은 전망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물가는 높은 수준인 데다 쉽게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오랫동안 유지하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커지는 골디락스 기대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6%였다. 시장 추정치(5.0%)보다 낮은 수치다.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전월보다도 0.3% 올라 전망치(0.4%)를 밑돌았다.임금 상승률이 둔화했음에도 고용 시장은 견고했다. 12월 실업률은 전월(3.6%)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5%였다. 비농업 일자리는 전년 대비 22만3000개 늘었다. 시장 전망치(20만 개)를 크게 웃돌았다. 고용은 강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임금 상승세)이 꺾인다면 골디락스가 올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된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도 둔화했다. 뉴욕연방은행은 12월 소비자전망 설문조사 결과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5.0%로 전월(5.2%)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휘발유와 식료품 물가 전망이 다소 누그러진 것이 기대인플레이션 둔화로 이어졌다.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인 애나 웡과 엘리자 윙어는 “12월 고용지표는 골디락스의 흔적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 수석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