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신장이식 임상 승인
현지 시간으로 지난 2월 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기업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가 신청한 형질 전환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최초로 승인하면서 ‘이종 장기이식’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이종 장기이식은 돼지와 사람처럼 종이 다른 생물 사이에서 장기를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과학과 놀자] 유전자 편집으로 면역 거부반응 없애는 게 관건
보통 장기이식은 사람 간에 이뤄지지만,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종 장기이식이 떠올랐다.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는 오는 6월 55~70세 말기 신부전증 환자 6명에게 이식수술을 진행하고, 향후 임상시험 대상자를 5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종 장기이식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면역거부반응이다. 사람의 면역체계는 세균, 바이러스 같은 외부 병원체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원래 자기 것이 아닌 외부 세포를 구별하고, 이를 제거하도록 설계됐다. 장기를 이식하면 면역세포가 이 장기의 세포를 외부 세포로 인식해 공격하는데 이것이 바로 면역거부반응이다. 사람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해도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면역억제제 복용 등을 통해 이를 억제한다.

이종 장기이식에서는 면역거부반응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장기를 제공할 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원흉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 예컨대 돼지 세포 표면에는 당 분자인 α-Gal(galactose-α-1,3-galactose)와 Neu5Gc(N-acetylneuraminic acid)가 존재한다. 두 분자는 음식물 섭취로 축적된 것을 제외하면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아서 몸에 들어오면 면역체계가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이를 막는 방법은 특정 유전자를 정밀하게 제거, 추가, 수정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각각 α-Gal과 Neu5Gc를 만드는 돼지의 유전자 GGTA1와 CMAH를 없애는 것이다. 그러면 돼지 장기에서 두 분자가 사라지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 강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는 총 10개의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의 신장을 이종 장기이식에 사용할 계획인데 이 중 3개가 면역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제거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다른 바이오기업 이제네시스도 이종 장기이식을 위한 임상시험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회사는 작년 말 돼지 신장 이식수술 3건을 승인받았고, 최근 첫 번째 수술을 마쳤다. 이제네시스는 총 69개의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 신장을 사용하는데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3개를 제거하고, 사람의 유전자 7개를 삽입했다. 또한 사람에게 감염되는 돼지의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비활성화하는 59개 유전자를 비활성화했다.

FDA가 이종 장기이식 임상시험을 승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수술 자체는 20세기 초부터 수행했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1월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66세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했다. 이 환자는 아직 생존해 있지만, 대부분 수술 2개월 이내에 사망하거나 장기 기능이 정지됐다. 학자들은 면역억제제 효능이 개선되고, 유전자 편집 기술이 발전하면서 향후 수년 이상 장기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신장 기금(AKF)에 따르면 미국에서 약 80만8000명이 신부전을 앓고 있으며, 55만7000명 이상이 신장 투석을 받고 있다. 신장이식 대기자는 9만3000명 수준이지만, 2023년에 수행한 신장 이식수술은 2만1000건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장기이식 대기자 수가 2018년 3만544명에서 2022년 4만1706명, 2024년 6월 기준 4만3570명으로 매해 늘고 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사람의 수는 매년 2000명을 넘기고 있다. 이종 장기이식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유전자 편집으로 면역 거부반응 없애는 게 관건
종이 다른 생물 사이에서 신장, 심장 같은 장기를 이식하는 것을 ‘이종 장기이식’이라고 한다. 이종 장기이식을 하려면 면역세포가 외부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거부반응을 억제해야 한다. 이때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추가하는 ‘유전자 편집’이 활용된다.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는 경우 면역거부반응의 주원인이 되는 당 분자 α-Gal과 Neu5Gc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없앤다. 바이오기업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이종 장기이식 임상시험을 최초로 승인받고, 오는 6월 총 10개의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 신장을 말기 신부전증 환자에게 이식할 예정이다.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