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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기술 발전하면 현금 없는 사회 가능할까

    1983년 맥주왕 프레디 하이네켄이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몸값으로 추적이 쉽고 교환이 어려운 고액권이 아니라 네 종류의 지폐(100네덜란드 길더, 100달러, 500프랑스 프랑, 100독일 마르크)로 약 20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준비된 돈은 400㎏에 육박했다. 자전거로 도주 계획을 세운 납치범들은 약 25%만 회수한 시점에 붙잡히고 말았다. 21일 만에 풀려난 하이네켄은 ‘그들이 나를 고문했어요. 칼스버그를 먹였다니까요!’라는 인터뷰로 건재함을 과시했다.고액권과 화폐신뢰많은 국가에서 고액권은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되진 않는다. 오히려 지하경제에서는 자주 사용된다. 1달러 100만 장으로 100만달러를 구성하면 그 무게만 1t이 넘지만 500유로 지폐라면 2㎏에 불과하다. 실제 2004년 한 마약 운반책이 20만유로어치의 500유로짜리 지폐 다발을 삼킨 채 콜롬비아로 가다 붙잡히기도 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고액권 화폐 발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2000년 캐나다는 1000달러 발행을 중단했고, 싱가포르는 2014년 1만달러 발행을 중단했다. 하지만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고액권 지폐 발행을 중단하면 다른 지폐에도 유사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된다고 주장했다. 500유로 지폐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으면 200유로도, 100유로 지폐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금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화폐에 대한 신뢰 하락은 엄청난 통화가치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09년 11월 북학은 갑작스러운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지폐에서 0을 2개씩 뺀 다음, 구권 지폐를 법정 통화에서 제외하고 신권으로 교환 가능한 화폐 수량을 제한했다.

  • 과학과 놀자

    튀르키예는 4개 대륙판 경계에 있어 지진 잦아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에서 대지진이 연달아 일어나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11일 다른 시각, 다른 뉴스 채널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이 보도됐다.내용은 같지만, 두 뉴스는 다른 단어를 사용했다. 바로 ‘진도’와 ‘규모’다. 진도와 규모는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섞어서 사용하고 있지만 의미는 다르다. 둘 중 어떤 표현이 맞을까?진도는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척도’이다. 물체의 흔들림과 건물의 파괴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며, 현재 우리나라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 계급(MMI)을 사용한다. 12단계로 나뉘며 ‘진도 Ⅲ’ ‘진도 Ⅳ’와 같이 로마자로 표기한다. 진원에서 멀어질수록 진도의 크기는 감소하며, 같은 지역에서도 상황에 따라 진도가 다를 수 있다.하지만 규모는 ‘지진파의 진폭을 이용해 계산한 절대적인 척도’로, 지진으로 방출된 진동에너지의 양을 나타낸다. ‘규모 7.8’ ‘규모 7.5’처럼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하고 소수점 한자리까지 적는다. 그러므로 위의 뉴스 중에선 ②번이 맞는 표현이다.그렇다면 튀르키예에서 강진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첫 번째는 판과 판의 경계에서 일어난 대륙판의 마찰 때문이다. 지구 표면은 여러 판의 조각으로 덮여 있다. 이 판들은 퍼즐처럼 얇은 조각이 맞춰져 있는 상태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두께와 밀도가 다양한 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현상을 지진이라고 한다. 해양판은 대륙판보다 얇고 밀도가 높으며, 마그마가 나온 지역부터 맨틀 속으로 다시

  • 교양 기타

    하루에 150번이나 '선택' 앞에 고민하는 당신

    가지 않은 길로버트 프로스트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생각했지요.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그날 아침 두 길에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해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로버트 프로스트 : 미국 계관시인(1874~1963).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하버드대를 중퇴했다. 시집 <보스턴의 북쪽> <시 모음집> 등을 냈다.“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선택)다”라는 장 폴 사르트르의 말처럼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입을 옷을 고르는 사소한 일부터 진로를 결정하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중대사까지 다 그렇지요.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우리는 하루에도 150여 차례나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이 중에서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은 30차례 정도에 불과하고, 올바른 선택이라며 미소를 짓는 것은 5차례도 안 된다고 해요.20세기 미국 국민시인으로 뽑힌 로버트 프로스트도 그랬습니다. 그는 남들이 평생 한 번도 타기 어려운 퓰리처상을 네 번이나 받은 최

  • 경제 기타

    원유 삼형제 이야기

    제51호 주니어 생글생글의 커버스토리에선 ‘원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세계 3대 원유로 꼽히는 서부텍사스원유(WTI), 브렌트유, 두바이유가 삼형제로 등장해 자신들의 특징을 소개했습니다. 세계 경제와 원유 가격 간 관계, 현물과 선물의 개념도 알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내 꿈은 기업가에선 국내 최초 균일가 생활용품 매장 다이소를 창업한 박정부 회장의 삶을 소개했습니다. 주니어 생글생글 창간 1주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 본사에 방문한 주니어 생글 기자단의 취재기도 실었습니다.

  • 사진으로 보는 세상

    'ESG와 함께하는 인문학버스' 2차 투어

    ‘ESG와 함께하는 인문학버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난 1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경제TV를 방문해 ‘미디어의 이해’ 특강을 듣고 신문·방송 제작 현장을 견학했다. 이 프로그램은 경희대와 한국경제신문사, 댄포스코리아, 행복우물 출판사, 한국문학연구원이 미래 세대의 교육·문화·기업에 대한 이해와 인문학적 소양을 높여주기 위해 마련했다. 지난달에 이어 2회차로 진행된 이번 인문학버스에는 쌘뽈여고와 예당고, 동명여고, 충주예성여고, 서울여고, 천안쌍용고 등에서 38명이 탑승했다.  임대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 키워드 시사경제

    햄버거값으로 따져본 환율, 너무 비싸네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버거플레이션’(햄버거+인플레이션)이 매섭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16일 제품 가격을 평균 5.4% 올렸다. 빅맥 단품은 4900원에서 5200원으로 올라 처음으로 5000원을 넘어섰다. 작년 2월과 8월에 이어 1년 새 세 번째 인상이다. 이달 들어 롯데리아와 KFC도 햄버거값을 올렸고, 맘스터치도 다음달께 뒤따를 예정이라고 한다. 각종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인건비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어쩔 수 없다는 게 업체들의 해명이다.英이코노미스트가 37년 전부터 산출빅맥은 1968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햄버거의 아이콘’이다. 때론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 햄버거는 경제학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빅맥지수(Big Mac index)를 통해 각국의 물가와 환율 수준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1986년부터 매년 1월과 7월 빅맥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빅맥지수란 국가별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한 다음 미국 내 빅맥 가격과 비교한 것이다. 맥도날드는 120개 나라에서 3만7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어딜 가든 표준화된 빅맥을 판다는 점에 착안했다. 만약 어느 나라의 실제 환율이 빅맥지수보다 낮다면 그 나라 통화가치는 고평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빅맥지수가 높게 나왔다면 통화가 저평가 상태라는 의미다.빅맥지수는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구매력평가설’을 기반으로 한다. 구매력평가설은 환율이 각국 화폐의 구매력, 즉 물가 수준의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구매력평가설은 ‘일물일가의 법칙’과 연결돼 있다. 일물일가의 법칙은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한 효율

  • 경제 기타

    자율주행차는 세상을 어떻게 바꿔 놓을까요?

    수능에서는 신기술과 관련한 내용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기술 구현 방식을 설명하거나 기술 종류를 분류하는 등의 지문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전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습니다. 자율주행 기술 관련 지문은 아직 수능이나 모의고사에 등장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미래를 바꾸는 기술인 만큼 출제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자율주행 기술의 원리자율주행 기술은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되는 걸까요. 자율주행은 인간이 개입하지 않고 자동차 등 모빌리티가 스스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3단계로 나뉘어요. 인지, 판단 그리고 제어입니다.인지 단계에서는 운전자가 눈으로 물체와의 거리를 인식하듯이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외부 인식장치들이 사물과의 거리나 사물의 모양 등을 파악합니다. 라이다(LiDAR)라고 불리는 센서 장치와 차량용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이 쓰입니다. 이 중 라이다가 핵심적인 부품인데요.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를 발사해 그 빛이 주위의 대상 물체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다시 받습니다. 차량과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주변 환경을 그려내기 위해서죠. 마이크로파 수준의 전자기파를 쏘는 레이더와는 다른 장치입니다.두 번째 판단 단계에서는 외부 인식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차량 내부 시스템이 분석합니다. 판단할 때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활용됩니다. 딥러닝 등을 통해 수집된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죠. 자율주행차가 전자제품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마지막 제어 단계에서는 단계에 맞게 시스템이 내린 판단에 따라 엑셀, 브레이크, 핸들 등 자동차의 각 제어장치가

  • 숫자로 읽는 세상

    "하루가 급해, 1만개 만들어줘" 반도체 칩 '긴급 주문' 쏟아진다

    챗GPT 열풍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공지능(AI)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에 긴급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전반적인 파운드리 불황 기류에도 AI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는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공정의 매출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TSMC, 삼성전자 등 업계 상위권 업체는 고성능 칩 생산능력 확대,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설비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TSMC 1월 실적 시장 예상 웃돌아외신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의 지난 1월 매출은 2001억대만달러(약 8조4042억원)다. 전월 대비 4%,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 시장의 전망과 다른 결과다.GPU, CPU(중앙처리장치) 같은 고성능 컴퓨팅용 칩의 위탁생산 요청이 꾸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 엔비디아가 지난해 하반기 신형 GPU인 ‘H100’ 1만 개 이상을 생산해달라고 TSMC에 주문한 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물량은 모두 챗GPT 개발·운영사인 오픈AI에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올 들어 챗GPT 열풍이 세계로 확산하면서 최근 TSMC에 GPU에 대한 ‘긴급 주문’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 같은 업체들이 서비스 강화를 위해 GPU 추가 납품을 요청한 영향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AMD 등 고객사들이 머신러닝 연산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GPU 등의 주문량을 늘리면서 TSMC의 1월 실적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도 AI 반도체 전문 기업들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 ‘아톰’을 선보인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의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