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메탄가스 줄여라"

전 세계 13억 마리로 추정되는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트림할 때 많은 양의 메탄가스가 배출되는데, 그 원리는 소의 독특한 ‘소화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소는 반추동물이다. 반추동물은 먹은 것을 게워내어 다시 먹는 소화 형태를 지닌 동물을 말한다. 즉 ‘되새김질’을 한다는 것이다. 사슴, 기린 등 250여 종이 반추동물에 포함된다. 하루에 3만 번, 12시간 이상 음식물을 씹고 되새김질하며 보낸다. 소의 위는 반추위, 벌집위, 겹주름위, 주름위 이렇게 4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우선 소는 풀이나 거친 식물을 뜯어 먹는데, 이때 충분히 씹지 않고 빨리 삼킨다. 삼킨 음식은 첫 번째 구획인 반추위로 이동한다. 여기서 소화 역할을 하는 것은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식물의 섬유질을 당분으로 분해하는 발효를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결합해 메탄가스가 된다. 이후 음식물은 두 번째 구획인 벌집위로 옮겨져 미생물과 침이 뒤섞인 작은 덩어리로 뭉쳐진다.
그 순간 소가 ‘끄윽~’ 하고 트림을 한다. 그럼 두 번째 구획에 있던 음식물 덩어리가 세 번째 구획으로 가지 않고 입으로 되돌아온다. 메탄가스와 함께 음식물이 역주행한 것이다. 메탄가스는 공기 중으로 배출되고, 소는 음식물을 다시 씹는 되새김질을 한다. 이러한 되새김은 섬유질이 많은 식물을 효율적으로 소화하고 에너지를 얻는 반추동물의 전략이지만, 반대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주범이 된 것이다.소 메탄가스 온실효과, 이산화탄소의 80배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열을 가두는 능력이 훨씬 강하다.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양은 적지만,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배 이상에 달한다.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지구 온도 상승을 즉각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소의 트림을 줄이는 사료 첨가제가 잇달아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디에스엠(DSM-Firmenich)이 개발한 ‘보베어(Bovaer)’가 있다. 보베어는 질산염과 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알코올’로 만들어진 첨가제로 가루 형태를 띠며, 소가 사료를 먹을 때 섞어주면 30분 만에 바로 작동한다.
이즈음 음식물은 첫 번째 구획인 반추위에서 소화되고 있는데, 첨가제는 소화 과정에서 나온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결합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 메탄 기체가 형성되는 과정 자체를 막는 것이다. 디에스엠은 보베어 첨가제로 소의 메탄 배출량을 평균 30~9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첨가제 또한 위에서 자연스럽게 분해되어 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대장균을 이용해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 사료 첨가제가 등장했다. 서울대학교 과학자들은 장의 기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 대장균을 이용해 사료첨가제를 만들었다. 미국 과학자들은 해조류인 바다고리풀을 이용했다. 모두 메탄을 만드는 미생물의 작용을 억제하는 원리다.
메탄가스를 줄이기 위해 소의 콧등에 씌우는 마스크도 있다. 영국의 기업 젤프(Zelp)가 개발 중인 이 마스크는 약 100g의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며, 태양전지로 작동한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팬이 붙어 있어 소가 트림할 때 숨을 흡입한다. 그럼 흡입된 숨은 필터를 통과하고, 그 결과 숨 속의 메탄가스가 이산화탄소와 수증기로 바뀐다.√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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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