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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마음 맞는 사람과는 천 잔도 부족하고… [고두현의 아침 시편]

    무제작자 미상술은 지기를 만나면천 잔도 부족하고말은 뜻이 안 맞으면반 마디도 많다네.酒逢知己千杯少話不投機半句多.“살다 보면 어떤 걸 외우지 못해 문제가 되는 것보다 애초에 잘못된 걸 기억하고 있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더 많아요.”한시에 조예가 깊은 한 시인의 말입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젊은 시절에 듣고 너무 좋아서 오랫동안 애송해온 시구 얘기더군요. “술자리서 지기 만나면 천 잔도 부족하고/ 의기가 맞지 않는다면 반 마디 말도 많네(酒逢知己千杯少 意氣不和半句多)”라는 멋진 구절이 구양수(歐陽修, 1007~1072)의 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구양수 전집에는 이런 내용 없어“30여 년이 흐른 뒤 우연히 출처를 찾아보았더니 세상에나! <구양수 시문집>은 물론 <사고전서(四庫全書)> 어디에도 없어요. 인터넷이 되지 않던 시절이라 검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기억으로만 여러 자리에서 인용하곤 했는데 원문이 보이지 않다니….”온갖 방법을 동원해 찾아본 결과 구양수의 시 ‘봄날 서호에서 사법조에게 부치는 노래(春日西湖寄謝法曹韻)’에 후세 사람이 덧붙인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내용인즉, 시 중간의 “저기 호숫가에 한 동이 술이 있으니/ 만 리 밖 하늘 끝 사람을 떠올리노라(遙知湖上一樽酒 能憶天涯萬里人)”라는 구절을 한 번 더 반복하면서 그 앞에다 “술은 지기를 만나면 천 잔도 부족하고/ 말은 뜻이 안 맞으면 반 마디도 많다네(酒逢知己千杯少 話不投機半句多)”라는 구절을 집어넣었다는 것이지요.이 구절에 ‘후인수개판(後人修改版)’이라는 주석이 붙어 있는데, <구양수

  • 역사 기타

    日 지폐 모델 교체…한국선 언제 새 인물 나올까

    일본의 국왕 얼굴은 몰라도 이 사람 얼굴은 다 안다. 작년만 해도 700만 명 가까운 한국인이 일본 여행을 가기 전 환전 창구에서 이 사람을 만났다. 1만 엔권 지폐의 주인공인 일본 근대화의 선구자 후쿠자와 유키치다.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으로 가자며 조선을 재촉하더니 갑신정변 주역의 가족들이 연좌제로 몰살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런 야만스러운 종족과 동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병합에 동의한 사람이니 우리와 좋은 인연은 아니다.그래서인지 왠지 심술 맞아 보이는 이 사람의 얼굴을 오는 7월부터는 보지 않게 됐다. 일본이 자국 지폐 인물을 전면 교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후임자가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다. 여우 피하니 호랑이가 온다더니 우리에겐 딱 그 꼴이다.그 나라에서 뭐라 불리던 뭔 상관이냐고 할 문제가 아닌 게, 이 사람은 대한제국 시기에 발행된 제일은행권 앞면을 제 얼굴로 장식한 인물이다. 당시 일본 제일은행은 외국 돈 유통을 금지한 대한제국을 압박해 제일은행 지폐를 유통시켰고 시부사와는 그 은행의 총재였다. 악연으로 엮여 있다 보니 일본이 근대화를 강조할수록 우리에게는 스트레스가 되는 셈이다.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지폐에 윤봉길, 이봉창, 안중근을 내세우면 된다. 이봉창은 일왕을 노렸고, 윤봉길은 관동군 수뇌부를 반토막 냈으며,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그러나 배려 없는 나라에 맞대응한다며 유치한 나라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혹시라도 주변에 이런 발언하시는 분 있으면 뜯어말리시라.현재 5000엔권과 1000엔권의 얼굴은 히구치 이치요와 노구치 히데요다. 겹치는 글자가 많

  • 시사·교양 기타

    고전 속 숨은 경제이야기

    주니어 생글생글 제115호 커버 스토리 주제는 한국 고전 문학에 담긴 우리 선조들의 경제 활동입니다. <양반전> <흥부전> <전우치전> 등 조선 중·후기에 정리된 이들 고전 소설은 중·고등학생 필수 도서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생활 양식과 시대상을 잘 담고 있습니다. ‘독점’과 ‘상속’ 등 소설 속에 나온 경제 개념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주 꿈을 이룬 사람들의 주인공은 대학도 다니지도 않고 혼자서 건축 공부를 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입니다. 그의 삶과 건축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 커버스토리

    쪼그라드는 중산층?…과연 사실일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가 요즘 화제입니다. 중산층은 항상 많은 관심을 받는 주제인데요, 이 보고서는 중산층 기반이 흔들린다는 통념과 달리 중산층 비중이 유지 또는 확대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서입니다. 민감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지난 1월에 낸 보고서를 총선이 지난 이달 초 공개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산층 분류(중간소득의 75~200%)를 적용할 경우, 2011년 51.9%였던 국내 중산층 인구 비중은 10년 뒤인 2021년 57.8%로 늘어났습니다. 이는 공적 이전소득을 포함해 실제로 각 가구가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삼은 겁니다. 코로나19 사태 때 정부 지원금이 많이 풀린 영향이 없지 않겠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중산층 비중은 소폭이나마 증가했습니다.그럼에도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소득불평등이 악화하고 있다”라는 얘기는 왜 자꾸 나오는 걸까요? 서구 선진국 중에서도 중산층이 줄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하고, 국내 집값 상승 등 자산소득의 증가세가 근로소득 증가세를 압도하던 기억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KDI 보고서가 주목을 끄는 것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낮게 평가하는 고소득층의 소득 여건이 악화되면서 ‘중산층 위기론’이 싹텄을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중산층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됐고 왜 중요한지, 과연 국내에서 중산층이 감소하고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중산층은 사회적 평등과 안정의 척도소득만 따지는 한국 수준 돌아봐야죠중산층은 계급적 분류는 아닙니다. 생산수단의 소

  • 경제 기타

    장기 저금리 등 영향…수출·관광수지 좋아져

    요즘엔 일본 엔화가 원화(한국돈) 대비 저렴해지다 보니 “제주도 대신 일본 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죠. 실제 일본을 여행하면 ‘엔저(엔화의 약세)’ 효과가 크다는 걸 체감하곤 합니다. 수능에서는 환율 변화에 관련된 문제가 다양한 형태로 출제되곤 했습니다. 엔저의 이유 그리고 효과를 알아두면 달러나 다른 환율 변화에 대해서도 보는 시각이 넓어진답니다.엔이 왜 이렇게 싼가요엔이 얼마나 싸졌는지 보려면 기축통화, 즉 다른 나라와의 비교 기준이 되는 달러와 비교해야겠죠. 1달러당 엔은 최근 160엔을 넘어가기도 했어요. 1980년대 후반에나 있던 일이죠. 어쩌다가 엔은 이렇게 싸졌을까요. 원인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다 보니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요.우선 한 국가의 환율 가치가 높아지려면 그 환율의 값어치가 높아져야 해요. 어떻게 하면 값어치가 높아질까요.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해서 돈을 벌어들이면(무역 흑자), 자국 화폐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질 거예요. 반대로 무역적자를 지속한다면 돈의 값어치는 당연히 떨어지겠죠. 일본은 2022년 회계연도까지 무역수지가 적자였어요. 수출 부진 영향이죠.하지만 이는 원인 중 일부입니다. 더 큰 이유는 금융정책입니다. 일본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며 돈을 묶을 때, 여전히 완화정책을 유지했어요. 한마디로 돈을 계속 푼 거죠. 단기적으로 금리는 -0.1%로 마이너스고, 장기적으로는 0%대예요. 무슨 얘기냐. 일본 사람이 저축하면 실제 돈은 1년에 물가상승률만큼 값어치가 깎인다는 겁니다. 그럼 돈이 모이겠어요? 모두 쓰려고 하겠죠. 그래서 시중에 엔이 많아지고 값어치가 낮아져요. 이는 일본이 장기불황

  • 시사·교양 기타

    신비로운 바다 탐험

    주니어 생글생글 제114호 커버 스토리 주제는 바다의 과학과 경제입니다. 해저 지형을 표현한 일러스트와 함께 바닷물에서 짠맛이 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는 어디인지 등 바다에 관한 상식을 담았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바다가 지니는 가치와 바다를 지키고 개발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꿈을 이룬 사람들에선 19세기 초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가이자 기부 문화의 선구자인 앤드루 카네기의 일대기를 다뤘습니다.

  • 사진으로 보는 세상

    성년의 날 '성인의 첫잔'

    성년의 날을 맞은 지난 20일 부산 동래구 동래향교에서 전통 성년례 재현 행사가 열렸다.  연합뉴스 

  • 역사 기타

    식민지 전락은 피했지만…태국 등거리 외교의 '득실'

    어려서부터 여름도 겨울도 싫었다. 더울 때는 시원한 나라에서, 추울 때는 그 반대인 나라에서 지내는 게 꿈이었다. 커서 뭐가 되고 싶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가 여러 번 맞았다. 딱 한 분만 나를 격려해주셨다. “짜식, 돈 많이 벌어야겠구나.” 돈을 못 벌었다. 더 늦기 전에 꿈을 이뤄보겠다고 지난달 태국행 비행기를 탔다. 선택부터 시행착오였다. 그 나라는 따뜻한 나라가 아니라 더운 나라였다.태국에는 계절이 세 개 있다. 여름, 조금 더운 여름 그리고 아주 더운 여름이다. 다만 습도가 높지 않아 쪄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도 땀을 들이고 나면 뽀송뽀송까지는 아니더라도 끈적거리는 불쾌감은 느끼지 않는다. 누군가는 관광지 말고는 한 번도 세계의 주목을 받아보지 못한 나라라고 한다. 한 번 있다. 여러 차례 뮤지컬로 선보이다가 1956년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은 물론 오스카에서 5개 부문 수상 대박을 터뜨린 <왕과 나>다. 약간 태국 왕실 버전의 <사운드 오브 뮤직>인데, 영국 여성이 왕실에 교사로 취업한 사실을 빼면 죄다 허구다. 마치 왕과 가정교사가 고차원적인 플라토닉 러브를 나눈 것처럼 설정했지만, 당시 라마 4세는 통치자로서 외교 문제를 푸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가정교사의 얼굴이나 제대로 봤는지 의문이다.태국은 인도차이나반도에서 한 번도 서구의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절반만 사실이다. 직접 식민 통치를 받지 않는 대신 현재의 라오스와 캄보디아 그리고 미얀마 일부를 열강에 넘겼다. 그 시기 영국은 서쪽에서, 프랑스는 동쪽에서 태국의 영토를 야금야금 집어삼키고 있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