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 기타
'아빠의 한 시간'과 행복의 나이테
나이 이븐 하즘 사람들이 가끔 묻는다네. 희끗희끗한 귀밑머리와 이마에 팬 내 주름살을 보고는 나이가 몇이나 되냐고. 그럴 때 난 이렇게 대답하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여태까지 살아온 세월을 헤아리고 그 모든 걸 다 합친다 해도 말이야. 아니 뭐라고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 또 이렇게 되묻는다네. 그런 셈법을 진짜로 믿으라고요? 그러면 나는 얘기하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내 품에 살짝 안겨 은밀하게 입을 맞춘 그 순간, 지나온 날들이 아무리 많아도 나는 그 짧은 시간만을 나이로 센다고. 정말 그 황홀한 순간이 내 모든 삶이니까. * 이븐 하즘(994~1064) : 중세 스페인 시인이자 역사가·법학자 누구에게나 있지요. 아무도 모르는 은밀한 입맞춤처럼 ‘짧지만 영원한’ 순간의 아름다움! 시인 이븐 하즘은 바로 그 ‘순간’들이 모여 세월의 지층을 이루고, 그 단면에 새겨진 행복의 나이테가 곧 ‘내 삶의 전부’가 된다고 말합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영국에서 이런 질문으로 현상 공모를 한 적이 있는데, 1등은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모래성을 쌓고 있는 어린이’였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집안일을 마치고 휘파람을 불며 아기를 목욕시키는 사람, 작품 완성을 눈앞에 두고 붓에 물감을 묻히는 화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땀을 닦는 외과 의사가 꼽혔습니다. 바닷가에서 평화롭게 모래성을 쌓는 아이의 표정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쉬는 날 한가롭게 집 안 정리를 끝내고 사랑스러운 아기를 목욕시키는 사람은 또 어떤가요. 콧노래나 휘파람이 절로 나오게 됩니다. 온 정신을 집중해 그림을 그리면서 마지막 ‘화룡점정’의 순간을 앞
-
경제 기타
최선의 정책은 빈곤탈피능력 키워주는 것
정부 수입은 주로 세금에 의존하는데, 소득재분배는 세금을 부과하는 단계부터 고려되므로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을 조세 부분과 지출 부분으로 나눠 살펴보자.누진세를 통한 소득재분배누진세란 부유한 사람에게 더 큰 비율로 세금을 거둬가는 조세다. 비싼 집을 보유하고 있거나 많은 소득을 버는 사람에게 더 큰 비율로 세금을 부과한다. 부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더 부과한다고 모두 누진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진세가 되려면 부유한 사람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 예를 들어 10%의 세율로 소득세를 부과한다면 소득이 100만원인 사람은 10만원의 세금을 납부하고, 소득이 200만원인 사람은 20만원의 소득세를 납부할 것이다. 이 경우 소득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지만, 이런 세금은 소득이 높아서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일 뿐 누진세는 아니다. 누진세는 100만원의 소득에 10%의 세금을 부과하고, 200만원을 버는 사람에게는 15%의 세금을 부과해 소득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개념이다. 누진세는 소득재분배 정책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의 소득을 더 올려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이 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복지지출을 통한 소득재분배복지정책은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정책이다. 넓은 의미의 복지정책은 공공부조정책에 사회보험제도까지 포함한다. 사회보험에는 국민연금, 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등이 있다. 사회보험은 강제성이 있지만 결국 가입자의 돈으로 운영되므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지 않다. 따라서
-
숫자로 읽는 세상
밀가격 50% 떨어졌다지만…라면값 인하 놓고 정부-업계 '신경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제 밀 시세에 맞춰 라면값을 적정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며 압박에 나서자 라면 제조사들이 즉각 가격 인하 검토에 들어갔다. 라면업계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제품 가격을 인하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가격을 내린 적이 없다. 추 부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라면값이) 많이 인상됐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은 그때보다 50% 안팎 떨어졌다”며 “이에 맞춰 기업들이 적정하게 (라면) 가격을 내리든지 대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심, 오뚜기 등 라면 제조사들은 작년 9~11월 원가 상승을 이유로 라면 판매 가격을 9.7~11.3% 올렸다. 밀 수입 가격은 작년 9월 사상 최고치인 t당 496달러에서 지난 2월 449달러까지 떨어졌지만, 평년 평균치(283달러)에 비해선 1.6배 높은 수준이다. 추 부총리는 “라면 같은 품목의 가격은 시장에서 업체와 소비자가 결정해 나가는 것이라 정부가 개입해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소비자단체가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가격 조사도 하는 등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말해 식품업계에선 사실상 강력한 가격 인하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라면 제조사들은 라면값 인하 검토에 나섰다. 식품업계에선 이명박 정부 당시의 선례를 봤을 때 라면업체들이 가격을 내릴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정부가 라면을 콕 찍은 이유추 부총리가 라면을 콕 찍어 가격 인하를 사실상 압박하고 나선 데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지만 라면을 비롯한 주요 먹거리 물가는 두 자릿수로 치솟아 국민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호국의 달에 기억해야 할 유엔 참전국 이야기
6·25전쟁 73주년이자 정전협정 70주년 맞은 올해, 유엔 참전국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유난히 돋보인다. 우리나라는 유엔의 도움을 받아 수립한 지 불과 2년 만에 공산 집단의 침략을 받았다. 1950년, 유엔이 나서서 돕지 않았다면 자유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나라에서 풍요롭게 지내다 보면 73년 전의 참혹한 전쟁을 떠올리는 게 쉽지만은 않다. 는 전투부대를 파견한 16개 나라, 의료지원단을 보낸 6개 나라, 물자를 지원한 38개 나라 덕분에 대한민국이 없어질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음을 기억하고 감사하기 위해 펴낸 책이다. ‘한 권으로 읽는 유엔 참전국 이야기’라는 부제대로 유엔군의 활약을 제대로 알리고자 황인희 작가와 윤상구 작가가 전국에 산재한 참전국 기념비를 찾아다니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구성했다. 참전국 국민도 읽을 수 있도록 한영 합본으로 제작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우리나라를 도운 60개국황인희 작가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일어난 전쟁을 기록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을 구해낸 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어떤 나라가 어떤 도움을 줬는지 자세히 알리면서 그들에게 어떻게 감사를 전달할지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 펴낸 것이다. 우리나라에 전투부대를 파견한 16개국을 살펴보면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하나하나 꼽다가 현재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그리스,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태국, 콜롬비아, 에티오피아에 이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나라들이 우
-
디지털 이코노미
베스트바이가 디지털시대에 살아남은 비결은?
사람들은 둘러보기만 할 뿐 사지 않는다. 고객이 북적일수록 매출도 따라 올라간다는 대형 할인점의 믿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2012년 세계 최대 전자제품 소매 판매업체인 베스트바이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 전역에만 1500개 지점을 보유한 베스트바이 매장은 연휴 쇼핑 시즌을 맞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북적였지만, 그해 분기별 매출은 거의 4% 감소했다.디지털 경제와 쇼루밍고객들은 매장에서 실물을 충분히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주문한다. 직원들은 그런 고객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연휴 쇼핑 시즌이 끝나고 베스트바이가 기록한 분기별 손실은 무려 17억달러였다. 놀란 베스트바이는 고객들이 매장 제품을 온라인으로 검색하지 못하도록 제품명을 가리고 자사의 온라인 쇼핑 앱을 만드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피해자는 베스트바이만이 아니었다. 뷰티 상품이 모여 있는 세포라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고객들은 세포라 매장을 찾아 샤넬 향수나 입생로랑 립스틱을 사용해보고 그 자리에서 제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2010년 버치박스가 등장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버치박스는 구독 방식의 회원제 화장품 정기 배송 서비스다. 매달 회원비를 받고 뷰티 제품 샘플 세트를 고객에게 보내준다. 고객은 세포라 매장에 방문해 립스틱, 향수 등을 비교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점점 많은 사람이 샘플을 통해 자기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갔고, 그 결과 매장에 어떤 신상품이 나왔는지 확인하는 세포라의 고객은 줄어들었다.디커플링 비즈니스 전략디지털 신생 기업들의 부상은 비단 전자제품과 화장품 분야에서만이 아니었다. 게임, 금융, 자동차 분야에도 비
-
과학과 놀자
낙뢰는 구름과 땅 사이에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
지난 6월 10일 강원 양양군에서 낙뢰 사고가 발생했다. 서핑을 즐기던 6명이 낙뢰를 맞아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이토록 위험한 낙뢰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낙뢰의 과학적 원리와 사고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낙뢰는 구름과 땅 사이에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이다. 방전이란 전기가 방출돼 흐르는 현상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방전 현상으로 정전기가 있다. 정전기는 마찰 등을 통해 전기가 쌓인 것을 말한다. 쌓인 양이 많아져 전위차(전기적 위치 에너지 차이)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근처에 있는 물체로 방전된다. 따끔함을 느낄 정도의 정전기는 3000V 이상의 전위차를 가진다. 하지만 이런 정전기는 전류(일정 시간 동안 흐르는 전하의 양)가 작아 위험하지 않다. 번개는 구름에 의해 발생한 대규모 정전기가 방전되는 현상이다. 구름은 하늘에 있는 수증기가 모여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로 구성된다. 이 얼음 알갱이들이 서로 부딪히며 마찰 전기가 발생한다. 가벼운 알갱이는 주로 양전하를 띠며 구름 윗부분으로 올라가고, 무거운 알갱이는 음전하를 띠며 구름 아랫부분으로 내려간다. 구름이 성장하면서 전하가 쌓이다가 전위차가 커지면 순간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방전 현상, 즉 번개가 치게 된다. 공기에는 보통 전류가 흐르지 않는데, 전위차가 커서 순간적으로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90% 이상의 번개는 구름 속에서 친다. 그런데 번개가 구름과 땅 사이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구름 안에서 전하의 분리가 일어나면 구름 아랫부분과 지면 사이에도 전위차가 커지면서 방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낙뢰다. 정전기의 대규모 버전인 번개가 치려면 전위차가 수백
-
경제 기타
회원국끼리 달러 대신 결제할 때 쓰려는 통화죠
화폐와 관련된 문제는 수능 경제 관련 지문 중 단골 소재입니다. 기축통화뿐 아니라 최근에는 공동통화라는 개념까지 언급되는 만큼 관련 개념을 익혀두는 게 좋습니다.공동통화란5개 개발도상국 모임인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가 공동통화 논의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이르면 오는 8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BRICS 정상회의에 앞서 새로운 공동통화가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공동통화는 무엇이며, 왜 이런 통화가 등장하려 하는 걸까요. 또 세계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공동통화는 특정 국가끼리 함께 사용하는 화폐를 말합니다. 이번 BRICS 공동통화는 실물로 볼 수 있는 유통 통화는 아닙니다. 회원국 사이에서 달러 대신 결제하는 통화수단으로 쓰일 예정이죠. 예전에는 자국 화폐를 달러로 바꾼 다음 무역 상대국에 전달했다면 이제는 공동화폐로 바꿔서 지불하겠다는 겁니다. 실무는 BRICS가 공동으로 설립한 신개발은행(NDB)이 담당합니다. 달러의 국제통화 결제액을 일부 대체하겠다는 게 이들의 계획입니다. 세계 GDP 중 BRICS 비중은 26%에 달합니다. 세계 무역 내 비중도 20%나 되죠. 올해 회의에서는 주요 3개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의 브릭스 가입이 승인될지도 논의 대상입니다. 공동통화의 역사는 깊습니다. 현재는 유럽 12개국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유로화가 대표적이죠. 아프리카 중·서부 일부 국가에서 통용되는 세파프랑과 동 카리브해 지역의 동카리브달러도 현존하는 공동통화 중 하나입니다. 중세에는 뤼베크와 함부르크의 통화동맹(1225년)이 있었고, 근대에 이르러서는 프로이센 마르크를 공
-
키워드 시사경제
금리 격차 더 벌어질 수도…고민 깊어진 한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인상해온 기준금리를 6월에는 동결했다. 다만 올해 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라는 얘기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00~5.25%, 한국은 연 3.50%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1.75%포인트 높은데,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은 자주 발생하는 일이 아닐뿐더러 그 격차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1.75%P 높아만약 연내 미국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0.25%포인트씩 두 번) 더 올리고 한은은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면, 미국(연 5.50~5.75%)과 한국(연 3.50%)의 금리 차는 2.25%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미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현실화할 경우 한은이 이를 무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수입 제품이 비싸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힘겹게 정점을 지난 물가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경기 침체 조짐을 고려하면 한은이 추가 인상을 쉽게 결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0.3%)은 겨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했고, 무역수지는 15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1월까지 1년 반 넘게 이어온 금리 인상 행진의 부작용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무작정 금리를 더 높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등이 2금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