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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추덕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추덕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의 경제 이해력이 2년 전보다 퇴보한 데다, 중고교생은 100점 만점에 50을 겨우 넘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학생(3학년)의 평균 경제 이해력 점수는 51.9점, 고등학생(2학년)은 51.7점으로 각각 2년 전보다 6.1점과 5.3점씩 떨어졌습니다. 이 점수는 각종 경제 원리와 개념, 경제 상식과 관련한 문제의 정답률을 뜻하는데요, 정답을 맞힌 학생이 절반밖에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학교가 제공하는 경제 교육 시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가 겹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경제 과목이 대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수능 사회탐구 중 ‘경제’ 과목을 선택한 학생의 비율도 1%대(2025학년도 1.5%, 7353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학생들의 경제 이해력이 좋아질 리 없지요.

청소년의 경제 이해력이 낮은 나라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올바른 경제관념을 가진 청소년이 미래의 주역으로 자라나야 나라 경제도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 차원의 풍요로운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지요. 관건은 경제 교육이라는 지적이 많은데,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국·일본·싱가포르 등 선진 각국은 청소년 경제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 우리의 청소년 경제 교육 실태는 어떤지, 경제 이해력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선진국은 경제교육을 국가 과제로 삼는데
한국은 이론 주입식 교육에만 머물러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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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제 이해력은 선진국보다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앞서 대학 입시에 올인하는 문제를 언급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초중고의 경제 교육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낙후된 원인도 있습니다. 경제교육을 나라 전체의 중요 과제로 여기고 경제학계, 교육계, 기업·정부 등이 힘을 합쳐나가는 선진국과 우리의 현실을 비교해봤습니다.

미국, 경제교육을 범사회운동으로

경제학의 발전을 이끈 미국은 경제 교육에서도 선구적 역할을 했습니다. 경제문제가 중요해진 20세기 들어 미국에선 시민의 경제 이해력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됐습니다. 나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사회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도 경제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됐죠. 여기엔 자유경쟁에 위협을 가한 노동운동이나 정부의 시장규제에 대한 반발심도 작용했습니다. 1940년대에 범사회운동으로 시작된 경제 교육은 미국 내 초중고의 경제 교육을 담당하는 경제교육협의회의 설립(1949년)이란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이 협의회는 전국의 지역 경제교육협회, 대학의 경제교육센터 등과 긴밀히 협조해 경제 담당 교사의 연수, 예비 교사인 사범대 재학생의 경제 교육에도 힘썼습니다. 미국은 마치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듯 1960년대까지 경제 교육의 기초를 탄탄히 쌓았습니다. 국제금융 자본이 급격히 발전한 1990년대부터는 경제 교육에 금융 교육이 더해지면서 다시금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경제 교육 개혁의 모범, 일본

일본은 2015년 이른바 ‘교육개혁’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경제 교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전의 논의는 ‘주류(효용가치설) 및 비주류(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교육이 모두 필요한가’라는 물음과 같이 경제학 교육의 내용과 다양성 문제에 많이 집중했죠. 그런데 교육개혁이 본격화한 이후로는 ‘경제 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 더 주목합니다. 교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교육에서 자주성, 토론, 깊이 있는 학습을 특징으로 하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 능동적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었죠. 예를 들어, ‘인공지능의 진화로 노동시장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라는 과제를 학생이 발견하고, 그 해결을 향해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식이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또 하나의 사례는 학생들의 일상적 삶과 연결해주는 싱가포르의 경제 교육입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초등학교 ‘사회과 교육’은 지리와 역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요, 이런 주제를 다루는 과정에 경제 관련 내용이 등장합니다. 중학교의 ‘인성과 시민성 교육’에선 ‘나의 흥미 알아보기, 저축과 지출, 일과 여가의 균형 맞추기’ 등이 제시됩니다. 나의 흥미는 ‘효용’이란 경제 개념에 대한 공부로 이어지고, 일과 여가의 균형은 노동시장과 관련한 학습으로 나아가게 해줍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드디어 경제학을 선택과목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경제 교육을 처음부터 경제학원론의 틀 속에서만 다루려다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대비됩니다.

한국, 교사 연수 등 투자는 뒷전

선진국과 비교한 우리나라 경제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대학 진학의 유·불리로만 경제 과목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 과목을 개설한 고등학교도 전체의 27% 수준(2019년 조사 기준)에 그칩니다. 평생에 걸쳐 필요한 경제 교육을 소수의 학생만 받고 있다는 사실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 교육에 대한 투자도 지지부진하죠. ‘2015 개정 교육과정’은 교사 중심의 일방적 강의가 아닌, 학생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수업 방식을 개선하라고 권고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교사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직무연수 등에 대한 투자는 많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와 함께 고교 경제 과목이 대학의 경제학 원론에 준해서 만들어지다 보니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학자들은 경제학 원론이 바탕이 되는 경제 교육은 현실과의 괴리, 개인 삶과 맥락을 고려하지 못하는 문제 등이 적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NIE 포인트1. 자신의 학교에 경제 과목이나 경제 동아리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2. 자신은 어떤 경로를 통해 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지 친구들과 얘기해보자.

3. 경제는 수학이나 물리같이 논리적으로 사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청소년 경제이해력 개선될 조짐 안보여
개인과 나라 발전에 걸림돌 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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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경제 이해력 정도가 왜 중요한 문제인지 살펴볼까요? 경제 이해력은 개인의 풍요로운 삶과 경제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개인의 풍요는 요즘 말로 하면, ‘경제적 자유’를 쟁취하는 것이죠. 경제적 부를 기대하는 수준으로 쌓으려면 시장경제 질서와 운행 원리, 한정된 자원의 배분 문제, 투자와 수익에 대해 기본 개념을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제생활과 관련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하겠지요.

이런 경제주체들이 많아질수록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믿음과 지지가 늘어납니다. 경제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국가경쟁력도 높아지게 됩니다. 반대로 국민의 경제 이해력이 낮으면 신용불량자가 늘고, 도덕적 해이가 빈발하며, 공적자금 투입이 반복되는 등 국가적으로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국경제학회(AEA) 회장을 지낸 케네스 볼딩은 “경제학 지식이 소수 엘리트 집단에 한정되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학 지식이 세상에 널리 전파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국민 전반의 경제 이해력을 높이는 것은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데 중요한 기초라는 얘기입니다.

중국·러시아에 뒤처진다는 평가

정부의 이번 청소년 경제 이해력 조사는 기획재정부가 2020년부터 시작해 2년에 한 번씩 실시합니다. 조사 수치는 2022년 조금 개선되는 듯하다가 이번 조사에서 다시 나빠졌습니다. 2022년 조사 결과는 코로나19 팬데믹 해제로 대면수업이 가능해지는 등 학습 환경이 크게 좋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청소년의 경제 이해력 수준이 본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란 의미죠.

눈길을 끄는 것은 물가, 수요와 공급, 기회비용 등 경제의 기본 원리나 개념과 관련한 정답률은 30~40%로 극히 낮은 반면 합리적 선택, 전자상거래, 투자 등 실생활 관련 문항의 정답률은 60%대 후반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입니다. 고교생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TV를 통해 경제와 관련된 이해를 높인다고 답했습니다. 유추해보면 재테크를 포함한 경제적 이해관계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늘어나고 있지만, SNS를 통해 알아보는 정도에 그친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제 이해력이 국제적으로는 어떤 수준일까요? 아쉽게도 구체적인 국가 간 비교 자료는 충분치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 학생들이 경제 기본 개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수준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금융 이해력 평가에서 과거 중국 청소년의 약 33%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이해력을 보였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러시아 청소년도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PISA 평가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다른 조사에서 보듯이 중고생의 경제 기본 개념의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테샛 등 학교 밖 교육 기회도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변화는 경제 이해력과 경제 교육에 주의를 집중하게 만듭니다. 지금의 고1 학생들이 치를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모든 수험생이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을 풀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사회탐구, 과학탐구 과목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죠. 총 20문항의 공통사회 문제 중 경제와 관련한 문항이 4~5개는 나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인문·역사·지리·문화 등과 연계해 경제적 이해 정도를 물어보는 문제가 출제될 수 있습니다.

학교 밖에서 제공하는 경제 교육의 기회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경제신문의 테샛(Test of Economic Sense And Thinking)은 국내 최초로 국가 공인 인증을 받은 경제 이해력 검증 시험입니다. 이런 시험에 대비한 공부를 통해 경제의 기본 개념과 시사·경제 상식 등을 폭넓게 익힐 수 있습니다. 테샛 성적은 금융회사를 비롯한 국내 100여 개 기업에서 인사자료로 쓸 만큼 공신력이 큽니다. 대학 진학과 취업 단계에서도 테샛의 유용성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NIE 포인트1. 경제 이해력이 왜 민주주의 발전의 기초인지 친구들과 토론해보자.

2. 경제와 관련해 가장 헷갈리는 개념이나 원리는 무엇인가?

3. 재미있는 경제 교육이 되려면 무엇이 꼭 필요할까?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