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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우리 뇌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닌 이유는? 일반화와 유추 때문이지

    우리 집 뒷동산에 복숭아나무가 하나 있었다. 그 꽃은 빛깔이 시원치 않고 그 열매는 맛이 없었다. 가지에도 부스럼이 돋고 잔가지는 무더기로 자라 참으로 볼 것이 없었다. 지난 봄에 이웃에 박 씨 성을 가진 이의 손을 빌어 홍도 가지를 접붙여 보았다. … 나는 그것을 보고 ‘대단히 어긋난 일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느새 밤낮으로 싹이 나 자라고 … 올봄에는 꽃과 잎이 많이 피어서 붉고 푸른 비단이 찬란하게 서로 어우러진 듯하니 그 경치가 진실로 볼 만하였다.(중략)내가 여기에 이르러 느낀 바가 있었다. 사물이 변화하고 바뀌어 개혁을 하게 되는 것은 오로지 초목에 국한한 것이 아니요, 내 몸을 돌이켜 본다 하여도 그런 것이니 어찌 그 관계가 멀다 할 것인가! 악한 생각이 나는 것을 결연히 내버리는 일은 나무의 옛 가지를 잘라 내버리듯 하고 착한 마음의 실마리 싹을 끊임없이 움터 나오게 하기를 새 가지로 접붙이듯 하여, 뿌리를 북돋아 잘 기르듯 마음을 닦고 가지를 잘 자라게 하듯 깊은 진리에 이른다면 이것은 시골 사람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나무 접붙임과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중략)그리고 또 느낀 바가 있다. 오늘부터 지난 봄을 돌이켜 보면 겨우 추위와 더위가 한 번 바뀐 것뿐인데 한 치 가지를 손으로 싸매어 놓은 것이 저토록 지붕 위로 높이 자라 꽃을 보게 되었고, 또 장차 그 열매를 먹게 되었으니 만약 앞으로 내가 몇 해를 더 살게 된다면 이 나무를 즐김이 그 얼마나 더 많을 것인가! 세상 사람들은 자기가 늙는 것만 자랑하여 팔다리를 게을리 움직이고 그 마음 씀도 별로 소용되는 바가 없다. 이로 미루어 보면 또한 어찌 마음을 분발하여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돗자리 말듯 휩쓸어 '석권'이라 하죠

    지난 5월 3박5일간 방미 외교활동을 펼친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우리말과 관련해서도 생각할 거리 하나를 던졌다.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 문 대통령이 5월 23일 워싱턴DC에서 조지아주 애틀랜타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회담 성과를 자평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문구다. 이때 쓰인 ‘순방’이 이상하다. ‘대첩’은 곧 ‘큰 승리…싸움 전에 써선 안돼순방(巡訪)은 ‘돌 순, 찾을 방’, 즉 여러 곳(나라나 도시 등)을 돌아가며 방문할 때 쓰는 말이다. 외국 방문이라면 가령 ‘유럽 4개국 순방’ 같은 것이고, 국내 상황이라면 ‘광역시 순방’ 식으로 말한다. 문 대통령의 방미 활동은 순방이 아니라 ‘방문’ 정도가 적합했다. 이에 비해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11일 영국으로 출발한 일정이 바로 ‘순방’이다.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17일까지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사회가 발전할수록 개념이 복잡다단하게 분화해 새로운 말이 파생해 나온다. 이에 따라 말도 더 섬세하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어를 정교하게 쓰지 않는다. 있는 말조차 지키지 않고 대충 두루뭉술하게 쓰는 것은 나쁜 버릇이다.선거철만 되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OO 후보들, 주말 수도권 대첩 벌인다.” 행주대첩, 한산도대첩, 청산리대첩…. 다들 익히 아는 역사적 사건이다. 모두 싸움에서 크게 이긴 것을 나타낸다. ‘대첩(大捷)’이란 그렇게 쓰는 말이다. ‘큰 대, 이길 첩’ 자다. ‘대승(大勝)’과 비슷하다. 당연히 싸움을 앞두고 쓰는 게 아니라, 이미 승패가 갈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安貧樂道(안빈낙도)

    ▶ 한자풀이安 : 편안할 안貧 : 가난할 빈樂 : 즐거울 락道 : 길 도가난을 편안히 여기고 도(道)를 즐기다재물에 욕심을 버린 삶의 태도를 일컬음 -《논어》안회(顔回)는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다. 자는 자연(子淵)이며, 자(字)를 따서 안연(顔淵)·안자연(顔子淵)이라고도 부른다. 그는 은군자적인 성격으로 “자기를 누르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이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동하지도 말라”는 공자의 가르침을 지켰다. 공자는 “안회는 화를 남에게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는다(不遷怒 不貳過)”며 그를 특히 아꼈다.《논어》에는 안연과 관련한 대목이 많이 나온다. 술이(述而)편에는 “나물밥에 물을 마시고 팔을 베고 눕더라도 즐거움이 있으니, 떳떳하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고 하여 먹는 것이 하찮고, 누리는 것이 보잘것없어도 욕심 부리지 않고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이를 가장 잘 지킨 제자가 바로 안연이다. 옹야(雍也)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어질다, 안회여.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음료로 누추한 시골에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다, 안회여(賢哉回也. 一簞食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라고 했다.안빈낙도(安貧樂道)는 구차(苟且)하고 가난한 생활에서도 그에 구속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도(道)를 즐기는 것을 일컫는다. 이는 옛 선비들의 생활신조이기도 했

  • 영어 이야기

    prevent A from B…ban A from B

     [...] a small group of experts conducted a comprehensive review of the available information and concluded that ‘Diet significantly influences athletic performance’. This statement is unequivocal: what we eat and drink, how much we consume and when it is consumed can all have positive or negative effects on performance in training and in competition. For the athlete striving to succeed at the highest level and training to the limits of what can be tolerated, this offers an avenue that cannot be ignored. Choosing the right foods will not make the mediocre performer into a world beater, but a poor choice of diet will certainly prevent all athletes from realizing their full potential.Ronald J. Maughan의 《Nutrition in Sport》에서소수의 전문가 그룹이 이용 가능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음식은 운동선수의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말은 분명하다 :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 소비하는 양, 섭취하는 시기는 모두 훈련 및 대회 성과에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고 수준으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내의 한계치까지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이것은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제대로 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중간 성적의 선수를 최고의 선수로 만들 수는 없지만, 음식을 잘못 선택하는 것은 분명히 운동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실현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 해설 >prevent는 ‘~을 막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These rules are intended to prevent accidents는 ‘이 규칙들은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그런데 ‘누군가(A)가 무엇을 하는 것(B)을 막다’는 의미를 전달할 때에는 [prevent A from B]라는 형태로 사용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B는 명사 또는 [동사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수입산' '부족난'은 정체불명의 말

    글쓰기가 사고의 바탕이 되기 위해서는 글을 논리적으로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이치에 맞게 글을 풀어가는 습관이 몸에 배야 한다. 합리적 사고와 논리적 글쓰기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 합리적 사고는 과학적 글쓰기에 반영되고, 거꾸로 과학적 글쓰기를 하다 보면 생각도 합리성을 좇게 마련이다. 비논리적 표현 방치하면 우리말 퇴보해하지만 언어현실은 그런 이치를 방해하는 ‘잡음(noise)’으로 가득하다. 툭하면 쓰는 ‘수입산’이란 말이 대표적이다. ‘-산(産)’은 (지역이나 연도를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거기에서 또는 그때에 산출된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한국에서 만들어졌으니 한국산이고, 미국에서 들어온 것이면 미국산이다. 2010년에 생산한 물품이면 ‘2010년산 OO’라고 하면 된다. ‘-산’은 그렇게 쓰는 말이다. ‘수입산’이 왜 안 되는 것인지 자명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수입산 쇠고기’ 등 ‘수입산~’ 표현이 여전하다. ‘수입 쇠고기’라고 하면 그만이고, 더 구체적으로 쓰면 ‘OO산 쇠고기’다,공급난이나 전세난, 자재난 같은 것은 말이 되지만 ‘실업난’은 또 뭘까? 심지어 ‘부족난’이란 말도 만들어 쓴다. ‘-난(難)’은 어려움 또는 모자람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취업이 어려우면 취업난이고, 구직이 잘 안 되면 구직난이다. 주택이 모자라서 주택난이라고 한다. 취업난이나 구직난을 겪다 보면 그 결과 실업이 늘어나는데, 그렇다고 이를 ‘실업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업’과 ‘-난’은 결합하지 않는다. ‘실업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는 것? 변화와 시간에 대한 인식의 산물

    JPEG 형식의 압축은 크게 전처리, DCT, 양자화, 부호화 과정을 거친다.첫째, 전처리 과정에서는 색상 모델 변경과 ‘샘플링’이 이루어진다. 우선 디지털 이미지의 색상 모델을 RGB에서 YCbCr로 변경한다. RGB 모델은 빛의 삼원색을 조합하여 화소의 색과 밝기를 함께 표현하는데, 변경된 YCbCr 모델에서는 밝기 정보를 나타내는 Y와 색상 정보를 나타내는 Cb, Cr로 분리하여 화소의 정보를 표현한다. 색상 모델이 RGB 모델에서 YCbCr 모델로 변경되면, 화소들에서 일부 값만을 추출하는 샘플링이 진행된다. … 샘플링에서는 밝기 정보를 나타내는 Y는 모두 추출되고, 색상 정보를 나타내는 Cb와 Cr은 인간의 눈이 색상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 내에서 일부만 추출된다. <중략>전처리 과정 후에는 DCT라고 불리는 변환 과정이 진행된다. DCT란 샘플링한 화소의 정보들을 주파수로 변환하여 주파수 영역에 따라 규칙적으로 분리된 데이터로 나타내는 과정이다. … DCT가 수행되면, 인접한 화소들 간의 정보 차이가 작다는 것을 나타내는 저주파 성분은 행렬의 왼쪽 위로, 차이가 크다는 것을 나타내는 고주파 성분은 행렬의 오른쪽 아래로 모여 주파수 영역에 따라 분리된 행렬값으로 표현된다. <중략>다음으로 양자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양자화 과정에서는 DCT로 얻은 행렬값을 미리 설정된 특정 상수로 나눈 뒤 반올림하게 된다. 이때 저주파 성분의 행렬값은 작은 상수로 나눈 뒤 반올림하지만, 고주파 성분의 행렬값은 0의 값으로 만들기 위해 큰 상수로 나눈 뒤 반올림한다. 이는 … 저주파 성분의 절댓값은 줄이고 고주파 성분은 제거해 데이터의 용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마지막으로는 부호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千篇一律(천편일률)

    ▶ 한자풀이千 : 일천 천篇 : 책 편一 : 한 일律 : 법 률천 가지 작품이 한 가지 율조라는 뜻으로어떤 것들이 특성 없이 엇비슷함을 일컬음 -《예원치언(藝苑言)》 등개성의 시대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차 낡은 구호가 되어가고 있다. 이 시대는 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일상에서 또는 신문기사 등에서 자주 쓰이는 천편일률(一律千篇)은 ‘천 가지 작품이 한 가지 율조’라는 뜻으로 여러 시문의 격조가 차별 없이 비슷비슷함을 이르는 말이다. 사물이 특성 없이 판에 박은 듯이 엇비슷함을 일컫는 데도 두루 쓰인다. 대동소이(大同小異)도 맥락은 비슷하다. 다만 대동소이가 가치중립적인 뜻을 내포하는 반면 천편일률은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천편일률이란 표현은 여러 곳에서 언급된다. 왕세정(王世貞)은 명나라 후기 고문사(古文辭)파의 지도자가 된 문학가로, 격조를 소중히 여기는 의고주의(擬古主義)를 주창했다. 그의 문학·예술론이 담긴 《예원치언》에는 “백낙천(白樂天)은 나이가 들어 족함을 알라는 글을 썼는데 모든 작품이 천편일률이었다.(白樂天晩更作知足語, 千篇一律)”라는 구절이 나온다.송나라 문호 소식(蘇軾)도 《답왕양서(答王庠書)》에서 “오늘날 시험에 제출한 문장들은 천 사람의 글이 하나의 격률이어서 시험관들도 역겨워한다(今程試文字, 千人一律, 考官亦厭之)”고 탄식했다. 허균은 《성소부부고》에서 “소식은 텅 빈 듯하면서도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사람들과 경계를 다투지 않으셨다. 현명하거나 어리석거나, 귀하거나 천하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즐겁게 어울렸으니 유하혜의 화광동진(和光同塵) 풍

  • 영어 이야기

    대조를 이룰땐 접속사 whereas, while을 써요

     Archaeology is the study of history as written not with ink on paper but with the debris of human activity found where it fell. Whereas historians read the written records of our ancestors, archaeologists read the material record, either to augment the historic one or to reconstruct prehistory when there is no written record. As with the historic record, the archaeological record is often prejudiced by accidental survival, biased sources, and skewed representations of certain materials. Of course, both historic and material records from the past may carry inadvertent meaning.-Harrison Eiteljorg Ⅱ의 《Computing for Archaeologists》 중에서고고학은 종이에 잉크로 쓰인 역사가 아니라 인간 행동의 잔해가 있는 곳에서 발견되는 것들에서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역사가들은 우리 선조의 글로 표현된 기록을 읽지만, 고고학자들은 역사적 기록을 늘리거나 글로 표현된 기록이 없는 선사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물질적인 기록을 읽는다. 역사적 기록과 마찬가지로 고고학적 기록은 특정 자료의 우연한 생존, 편향된 출처, 왜곡된 묘사로 인해 종종 편견을 갖게 된다. 물론 과거의 역사적 기록과 물질적 기록은 모두 의도치 않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 해설 >접속사는 단어와 단어, 구절과 구절,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문장 성분을 일컫습니다. 접속사를 포함하는 본문의 예로는 whereas historians read the written records of our ancestors가 있습니다. whereas는 ‘~인 반면에’라는 의미를 지니며, whereas를 포함하는 문장과 연결된 문장을 대조시키고자 할 때 사용됩니다. 역사가들은 우리 선조의 글로 표현된 기록을 읽는다는 것과 (그 다음에 뒤따르는 문장인) 고고학자들은 물질적 기록을 읽는다는 것을 대조하기 위해 whereas가 사용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