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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門外漢(문외한)

    ▶ 한자풀이門 : 문 문外 : 바깥 외漢 : 사내 한‘문 밖의 사람’이라는 뜻으로그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을 이름 -《오등회원》소동파는 북송 시대 최고의 시인이다. “독서가 만 권에 달해도 율(律:당대 정치가 왕안석의 율법)은 읽지 않는다”고 해 초유의 필화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나라 시가 서정적인 데 비해 그의 시는 철학적 요소가 짙다. 그가 동림사에 묵을 때 시 한 수를 지었다.“물소리는 모두가 부처님의 설법이고/산 빛 또한 부처님의 청정 법신이로다/밤새들은 부처님의 팔만사천 법문을/이후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 전할까”어느 날 증오 선사가 암원 선사를 찾아가 얘기를 나누다가 소동파의 이 시를 언급하며 그의 경지를 높이 평가하자 암원 선사가 말했다. “그의 설법에는 길이 없으니, 어디에 도달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 않은가.” 증오 선사가 반박했다. “그가 ‘시냇물 소리는 부처의 설법이오, 산 빛은 청정한 부처의 몸일세’라고 읊지 않았습니까.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암원 선사가 다시 말을 받았다. “문외한일 뿐이다(是門外漢耳).” 이에 증오 선사가 “그렇다면 스님, 부디 설법을 베풀어 주십시오” 하니 암원 선사는 “지금 여기 앉아 참선하며 구하다보면 네가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암원 선사의 말을 듣고 밤새 잠을 못 이루던 증오 선사는 이튿날 동틀녘에 갑자기 의구심이 풀려 “동파거사는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소리와 빛의 울타리 속에서 도달하려 하네/계곡물이 소리라면 산은 빛이니/산과 물이 없어야 수심 깊은 이에게 좋으리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이라고?

    2018년 11월 나온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저출산 극복이 사회적 현안이 된 지 오래된 터라 신문들은 그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다. 수많은 관련 기사 가운데 <국민의 절반 이상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이란 제목이 눈에 띄었다. 혹시 이런 문장을 보면서 아무 이상을 느끼지 않는 이가 있을까? ‘필수 아닌 선택’은 무슨 뜻일까? 이게 어색하게 보였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아니라’를 써야 할 데에 ‘아닌’ 남발‘무엇(이) 아니라 무엇’ 또는 ‘무엇(이) 아니고 무엇’이라고 쓰던 말이었다. 이 표현이 요즘은 ‘무엇 아닌 무엇’으로 쓰인다. 이른바 우리말에서 진행되고 있는, 부사어의 관형어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어법의 변화로 봐야 할까, 아니면 단순히 잘못된 글쓰기 습관 탓으로 돌려야 할까.글쓰기에서 관형어 남발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아니라’와 ‘아닌’의 관계는 그런 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부사어를 써야 할 곳에 습관적으로 관형어를 붙이는 것이다. 그런 사례는 너무나 많아 모국어 화자들이 더 이상 어색하게 여기지 않을 정도다. 예를 들어보자. “전북 익산시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유턴 기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국내가 아닌 해외’가 됐을까? 이런 표현은 정통 어법에 익숙한 사람에겐 낯설다. ‘해외’를 강조하려다 보니 ‘국내가 아닌’을 수식어로 덧붙였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국내가 아닌 해외’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적어도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라고 써야 한다. 그게 일반적으로 공유하는 ‘문법&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欲速不達(욕속부달)

    ▶ 한자풀이欲 : 하고자 할 욕速 : 빠를 속不 : 아닐 부達 : 통달할 달빨리 하고자 하면 도달하지 못함급하게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논어(論語)》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거보라는 고을의 장관이 되자, 공자를 찾아와 정치를 물었다. 공자가 다스리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작은 이익만 보고 일을 서두르면 되레 이루지 못한다. 작은 일을 취하려 하면 결코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욕속부달(欲速不達)은 ‘일을 속히 하려고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을 이른다. 같은 대목에서 나오는 ‘잘 만들려고 너무 기교를 부리면 도리어 졸렬하게 된다’는 욕교반졸(欲巧反拙)도 뜻이 같다. ‘천천히 서둘러라’는 로마 속담도 서로 맥이 닿는다. 고대 로마 첫 황제 옥타비아누스는 정치를 하면서 이 말을 늘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 ‘사흘 길을 하루에 가 열흘 드러눕는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 등 우리말에도 서두름을 경계한 속담이 많다.일상에서 자주 쓰는 조장(助長) 역시 조급증을 경계하는 고사성어다. 《맹자》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옛날 중국의 어느 마을에 성질이 급한 농부가 있었다. 늦봄이 되어 논에다 벼를 심기는 했는데, 벼이삭이 달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논에 나가 보니 이웃집 논의 벼가 더 많이 자란 듯이 보였다. 조급한 마음에 머리를 굴렸다. 바짓가랑이를 걷어붙이고 논에 들어가 벼 포기를 하나하나 조금씩 뽑아올렸다.농부는 저녁에 집

  • 영어 이야기

    trunk에는 '나무의 몸통'이라는 뜻도 있어요

    They did not sing or tell stories that day, even though the weather improved; nor the next day, nor the day after. They had begun to feel that danger was not far away on either side. They camped under the stars, and their horses had more to eat than they had; for there was plenty of grass, but there was not much in their bags, even with what they had got from the trolls. One morning they forded a river at a wide shallow place full of the noise of stones and foam. The far bank was steep and slippery. When they got to the top of it, leading their ponies, they saw that the great mountains had marched down very near to them. Already they seemed only a day's easy journey from the feet of the nearest. Dark and drear it looked, though there were patches of sunlight on its brown sides, and behind its shoulders the tips of snowpeaks gleamed.- J.R.R Tolkien의 ≪The Hobbits≫ 중에서 -비록 날씨가 좋아졌지만, 그들은 그날 노래도 하지 않았고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도 하지 않았고, 그 다음 날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느 쪽에서든 위험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은 별 아래에 잠자리를 마련했고, 말들은 그들보다 먹을 것이 더 많았다. 왜냐하면 많은 풀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롤들로부터 그들이 얻은 것을 합쳐봤자 그들의 가방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어느 아침, 그들은 넓지만 얕은, 돌과 거품 소리로 가득 차 있는 강을 건넜다. 멀리 있는 강둑은 가파르고 미끄러웠다. 그들이 그들의 조랑말을 이끌며 강둑의 맨 위에 도달했을 때 그들은 큰 산줄기가 그들 가까이에 펼쳐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이미 그들은 제일 가까운 산 아래에서 시작해 그 산맥에 여유롭게 하루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햇빛이 갈색 산비탈 군데군데 비쳤지만 그 산은 어둡고 음침해 보였고, 산마루 너머에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세계를 대립되는 둘로 나눠 이해해 봐…그럼 모든 게 명쾌해져

    피타고라스학파는 미가 물질적인 대상의 형식적인 구조 속에 표현되는 객관적인 법칙이라고 생각하였다. 피타고라스는 수를 이 세상의 근원으로 보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은 그 대상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간의 수적인 비례에 의한 것이라는 균제 이론을 내세웠다. … 균제 이론은 부분과 부분, 또는 부분과 전체의 관계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다. <중략>플라톤은 이 세계를 이데아계와 현상계로 나누고, 현상계는 이데아계를 본떠서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플로티노스도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세상을 이데아계인 예지계와 감각세계인 현상계로 구분했다. 그러나 두 세계가 근본적으로 단절되어 있다고 본 플라톤과는 달리 플로티노스는 … 이 둘이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중략>플로티노스에 의하면 세상의 근원인 ‘일자(一者)’는 가장 완전하고 충만한 원천으로 … 만물은 일자의 빛이 흘러넘침, 즉 유출에 의해 순차적으로 생성된다. 일자로부터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절대적이며 초개별적인 ‘정신’이고, 정신으로부터 우주 영혼과 개별 영혼들이 산출된다. 일자, 정신, 영혼 이 세 가지 존재자들이 비물질적인 예지계를 구성한다. 이를 뒤이어 감각적 존재자들의 현상계가 출현하는데, 먼저 영혼으로부터 실재하는 감각 대상들의 세계인 자연이 유출되며, 다시 자연으로부터 가장 낮은 단계의 존재자들인 아무런 형상이 없는 질료들이 유출된다. <중략>플라톤은 예술이 이데아계를 모방한 현상계를 다시 모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 플로티노스에게 있어 미의 형상은 본래 정신에 있는 것이지만 예술가의 영혼에도 정신의 속성인 미

  • 영어 이야기

    동시에 일어난 사건을 표현하려면…

     “Ron!” breathed Harry, creeping to the window and pushing it up so they could talk through the bars. “Ron, how did you What the ?”Harry’s mouth fell open as the full impact of what he was seeing hit him. Ron was leaning out of the back window of an old turquoise car, which was parked in midair. Grinning at Harry from the front seats were Fred and George, Ron’s elder twin brothers. <중략>“Stop gibbering,” said Ron. “We’ve come to take you home with us.”“But you can’t magic me out either ”“We don’t need to,” said Ron, jerking his head toward the front seat and grinning. “You forget who I’ve got with me.”“Tie that around the bars,” said Fred, throwing the end of a rope to Harry.“If the Dursleys wake up, I’m dead,” said Harry as he tied the rope tightly around a bar and Fred revved up the car.-J· K· Rowling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에서-“론!” 해리는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창문 쪽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창문을 위쪽으로 열어서 철창을 넘어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론, 어떻게… 이게 무슨….”그가 본 것에 대한 놀라움에 충격을 받아 해리의 입은 떡하니 벌어졌다. 론은 공중에 떠 있는 오래된 청록색 차의 뒷좌석 창문으로부터 몸을 내밀었다. 론의 쌍둥이 형인 프레드와 조지가 앞좌석에서 해리를 보고 활짝 웃고 있었다. <중략>“쓸데없는 말 하지마. 너를 우리 집에 데려가려고 왔어.” 론이 말했다.“그렇지만 너도 나를 탈출시키려고 마법을 쓸 수 없잖아.”“우리는 마법을 쓸 필요가 없어. 내가 누구랑 왔는지 잊었구나.” 론은 그의 머리를 앞좌석 쪽으로 홱 돌리고 웃으며 말했다.“철창 주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시인, 왜 사물을 의인화하는 걸까?…데카르트주의자는 될 수 없으니까

    겨울산에 가면밑둥만 남은 채 눈을 맞는 나무들이 있다쌓인 눈을 손으로 헤쳐내면드러난 나이테가 나를 보고 있다들여다볼수록비범하게 생긴 넓은 이마와도타운 귀, 그 위로 오르는 외길이 보인다그새 쌓인 눈을 다시 쓸어내리면거무스레 습기에 지친 손등이 있고신열에 들뜬 입술 위로물처럼 맑아진 눈물이 흐른다잘릴 때 쏟은 톱밥가루는 지금도마른 껍질 속에 흩어져해산한 여인의 땀으로 맺혀 빛나고,그 옆으로는 아직 나이테도 생기지 않은꺾으면 문드러질 만큼 어린것들이뿌리박힌 곳에서 자라고 있다도끼로 찍히고베이고 눈 속에 묻히더라도고요히 남아서 기다리고 계신 어머니,눈을 맞으며 산에 들면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바라보는나이테가 있다.- 나희덕, 「겨울산에 가면」- 나이테가 나를 보고 있다/… 이마와/도타운 귀…/… 손등…/신열에 들뜬 입술 …/… 눈물…/해산한 여인의 땀…/ 어머니사물에도 영혼, 정신, 의식, 마음이 있을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이고, 없다고 생각하면 데카르트주의자이다. 시인은 아무래도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여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만 가슴 속에 있는 마음이 움직일 테니까….데카르트주의자에게 ‘나는 나이테를 본다’는 가능해도, ‘나이테가 나를 본다’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인간만이 정신, 의식을 지닌 존재, 즉 주체이고, 그 외의 것들은 정신, 의식이 없어 객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에서 ‘나이테가 나를 본다’는 것은 주체인 ‘나’를 객체로, 객체인 ‘나이테’를 주체로 놓은 주객전도의 표현이다. 이를 쉽게 말하면 나이테라는 사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정치인 출신의 홍길동'이 어색한 까닭

    《혈의 누》는 1906년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이다. 이인직이 ‘만세보’ 주필로 있으면서 연재한 소설인데, 원래 제목은 ‘혈의루’였다. 당시만 해도 한글 맞춤법은 개념도 없었고 띄어쓰기도 잘 몰랐다. 말의 구조는 더 이상하다. ‘혈(血)의 루(淚)’라고? ‘피의 눈물’이란 뜻인데 우리말은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한자어로 한다면 ‘혈루’이고, 순우리말로 하면 ‘피눈물’이다. 그게 우리말다운 표현이다. ‘정치인 출신인 홍길동’이 좋은 표현우리말은 명사로 연결된다. 명사가 잇따를 때 많은 경우 중간에 관형격 조사 ‘-의’를 넣지 않는다. ‘우리의 소원’이 아니라 ‘우리 소원’이고, ‘실력의 향상’이 아니라 ‘실력 향상’이라고 한다. 작은 차이지만 그게 간결하고 자연스럽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가 아니라 ‘회사 발전을 위해~’ 식으로 말하고 쓰는 게 좋다. 그럴 때 문장성분 간의 연결이 더 긴밀하고 글의 흐름도 빨라진다.한때 ‘나의 생각’이나 ‘우리의 소원’ 같은 것을 일본어투니 한문 번역투니 해서 쓰지 말자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시절 우리말 진흥을 위해 그런 지적이 필요한 적이 있었고, 실제로 이는 우리 말글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요즘은 이런 주장에서 조금은 자유스러울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인식도 커졌고 우리말 자체도 많이 발전했다는 뜻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본질은 우리말을 건강하게 과학적으로, 경쟁력 있는 언어로 육성하기 위해 ‘-의’ 사용을 줄이자는 데 있다. 이는 우리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