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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 한자풀이盡 : 다할 진人 : 사람 인事 : 일 사待 : 기다릴 대天 : 하늘 천命 : 목숨 명자신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하고하늘의 명(命)을 기다린다는 뜻 《삼국지연의》《삼국지연의》는 명나라 때 나관중이 지은 장편 소설이다.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로 위·촉·오의 3국 정립을 거쳐 진(晉)나라 성립까지의 역사를 소설화했다. 진나라 진수가 편찬한 정사인 《삼국지》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위의 정통 왕조설을 일축하고, 촉나라를 후한의 정통을 잇는 나라로 내세우고 있다. 내용도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로 시작해 촉나라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으며, 여러 영웅 호걸의 활약상과 극적 장면의 연속으로 중국 역사 소설의 백미로 평가받는다.위나라와 초나라·오나라 연합군이 맞붙은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은 관우에게 화용도에서 기다리다 도주해 오는 조조를 죽이라고 했다. 하지만 관우는 옛정을 생각해 조조를 놓아주었고, 제갈량은 군령을 어긴 죄로 관우를 참하려 했다. 유비가 죄는 중해도 피로 결의한 형제를 죽일 수 없으니 살려 달라 간청했다. 이에 제갈량이 “제가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쓴다 해도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려 있으니 하늘의 명을 기다릴 뿐입니다(盡人事待天命)”라고 했다.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큰일을 앞두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후에(盡人事) 하늘에 결과를 맡기고 기다린다(待天命)는 말로 좌우명으로도 많이 쓰인다.청나라 소설가 이여진이 쓴 《경화록》에는 진인사청천명(盡人事聽天命)이란 구절이 있는데 이 또한 의미가 같다.《삼국지》 《삼국지연의》는 고사성어의 보고다. 측근을 벌해 규율을 세운다는 읍참마속(泣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추상적 개념의 틀에 갇힌 '두텁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정부 재난지원금도 이미 네 차례에 걸쳐 나왔다. 그 과정에서 나온 정부·여당의 “더 넓게, 더 두텁게”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단어 사용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그렇다. 발언 맥락은 이랬다. “받는 액수도 더 높여서 ‘더 넓게 더 두텁게’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부 언론 보도는 달랐다. ‘더 두텁게’를 ‘더 두껍게’로 바꿔 전달했다. 왜 그랬을까? 신의·우애 등 추상적 의미로만 쓰게 제한‘두텁다/두껍다’는 일상에서 늘 쓰는 말이라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하지만 막상 따져보면 쓰임새가 꽤 까다롭다. 우선 ‘더 두텁게’란 표현은 지원금을 어떻게 준다는 것인지, 뜻이 금세 와닿지 않는다. 아마도 지원하는 액수를 넉넉하게, 많이 준다는 의미로 말한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 ‘두껍게’를 대체할 수 있을까? ‘두텁게’ 지원하는 것도 모호한데, ‘두껍게’ 지원한다는 것은 아예 어색하기까지 하다.‘두텁다’의 전형적 용법은 신의, 믿음, 관계, 인정 따위가 굳고 깊다는 뜻으로 쓰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직원과 고객, 지역사회와 두터운 신뢰를 형성하는 기업일수록 위기 회복력이 빠르고, 생산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얼마 전 ‘상공의 날’ 기념식 발언인데, 이때의 ‘두터운 신뢰’ 같은 게 대표적 사례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두텁다’는 이런 정신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에 한정돼 쓰인다. 매우 제한적인 쓰임새다.그러다 보니 언어 현실과 자주 충돌한다. ‘더 두텁게&rsq

  • 영어 이야기

    앞 문장 전체나 선행사 일부 지칭할 때 which 사용하죠

     As soon as the Shire-hobbits entered, there was a chorus of welcome from the Bree-landers. The strangers, especially those that had come up the Greenway, stared at them curiously. The landlord introduced the newcomers to the Bree-folk, so quickly that, though they caught many names, they were seldom sure who the names belonged to. The Men of Bree seemed all to have rather botanical (and to the Shire-folk rather odd) names, like Rushlight, Goatleaf, Heathertoes, Appledore, Thistlewool and Ferny (not to mention Butterbur). Some of the hobbits had similar names. The Mugworts, for instance, seemed numerous. But most of them had natural names, such as […], many of which were used in the Shire.J.R.R Tolkien 《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중에서샤이어 호빗들이 들어서자마자 브리 사람들은 환영의 환성을 질렀다. 낯선 사람들, 특히 초록길을 올라왔다는 사람들은 호기심에 가득 차 그들을 바라봤다. 주인이 새로 온 손님들을 브리 사람들에게 인사시켰다. 그런데 말이 너무 빨라서 호빗들은 그들의 이름을 듣기는 했지만 누가 누구인지 거의 알 수 없었다. 브리 사람들은 모두 다소 식물과 관련된 (샤이어 호빗들이 보기엔 특이한) 이름을 갖고 있었다. 가령 골풀양초, 염소풀, 헤더발가락, 사과나무, 엉겅퀴털, 양치식물 등이 그랬다. 머위는 말할 것도 없었다. 호빗들도 일부는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쑥부쟁이란 이름이 꽤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자연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그 이름들의 다수는 샤이어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해설>앞에서 언급된 명사의 일부 개체를 지칭할 때에는 [X of 대명사]의 형태를 사용합니다. 본문의 most of them had natural names가 바로 이 경우입니다. 여기서 them은 앞에 언급된 the hobbits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無爲而化(무위이화)

    ▶ 한자풀이無 : 없을 무爲 : 할 위而 : 어조사 이化 : 될 화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교화함꾸밈이 없어야 백성들이 따른다는 의미 -《노자》무위(無爲)는 도가(道家) 사상의 핵심이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을 인위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도가를 설명하면서 자주 언급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은 바로 이를 뜻한다. 도가는 인위적으로 선을 긋지 말라 한다. 선을 그으면 피아가 구별되고 선과 악, 높고 낮음, 밝고 어둠이 갈라지면서 세상을 이분법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는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는 뜻으로 노자 사상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어 이르던 말이다.《노자(老子)》 제57장 순풍(淳風)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나라는 바른 도리로 다스리고, 용병은 기발한 전술로 해야 하지만,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무위로 해야 한다.(중략) 그러므로 성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백성들이 스스로 감화되고(我無爲 而民自化), 내가 고요하니 백성들이 스스로 바르게 되며(我好靜 而民自正), 내가 일을 만들지 않으니 백성들이 스스로 부유해지고(我無事 而民自富),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 백성들이 스스로 소박해진다(我無欲 而民自樸).’”노자는 문화를 인류의 욕심이 낳은 산물로 본다. 문화가 인류의 생활을 편하게는 하였지만 인간의 본심 또한 잃게 만들었으니 학문과 지식을 버리라고까지 한다. 현대인의 시각과는 어긋나지만 함의는 깊다. 무위이화는 무위이민자화(無爲而民自化)를 줄인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대중들이 영웅에게서 원하는 것은? 사랑과 업적, 그리고 능력

     승상 나업은 딸 하나가 있었다. 재예(才藝)가 당대에 빼어났다. 아이는 이 말을 듣고 헌 옷으로 갈아입고 거울 고치는 장사라 속여 승상 집 앞에 가서 “거울 고치시오!”라 외쳤다. 나 소저는 이 말을 듣고 거울을 꺼내 유모에게 주어 보냈다. 나 소저는 유모 뒤를 따라 바깥문 안쪽까지 나가 문틈으로 엿보았다. 장사가 소저의 얼굴을 언뜻 보고 반해, 손에 쥐었던 거울을 일부러 떨어뜨려 깨뜨렸다. (중략)“거울이 이미 깨졌거늘 때려 무엇 하세요? 저를 노비로 삼아 거울값을 갚게 해 주세요.”유모가 들어가 이를 승상께 아뢰니 허락하였다. 승상은 그의 이름을 거울을 깨뜨린 노비라는 뜻으로 파경노(破鏡奴)라 짓고 말 먹이는 일을 시켰다. 말들은 저절로 살쪄 여윈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루는 천상의 선관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말 먹일 꼴을 다투어 그에게 주었다. 이에 파경노는 말들을 풀어놓고 누워만 있었다. 날이 저물어 말들이 파경노가 누워 있는 곳에 와 그를 향해 머리를 숙이며 늘어서자 보는 자마다 모두 기이하게 여겼다. (중략)이전에 승상은 동산에 꽃과 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파경노에게 이를 기르게 했다. 이때부터 동산의 화초가 무성하며 조금도 시들지 않아, 봉황이 쌍쌍이 날아들어 꽃가지에 깃들었다.[중략 부분 줄거리] 중국 황제는 신라 공격의 빌미를 얻고자, 신라 왕에게 석함을 보내 그 안에 있는 물건을 알아내 시를 지어 올리라 명한다. 왕이 승상에게 과업을 넘기자 승상은 근심하고, 이를 안 나 소저는 아버지에게 파경노가 신인(神人)의 기운이 있다며 그를 추천한다.승상이 말했다. “너는 어찌 쉽게 말하느냐? 만약 파경노가 할 수 있다면 나라의 이름난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예/아니오' 말고 '예/아니요'로 답하세요

    기업인들이 국회에 불려가 진땀을 빼는 것은 미국도 비슷한 모양이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거대 정보기술(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얼마 전 미 의회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SNS에서의 가짜뉴스 확산에 대해 집중추궁을 받으면서였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이 CEO들에게 “예, 아니오로 대답하라”며 일방적으로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예’ 상대어는 ‘아니오’가 아니라 ‘아니요’일상에서도 퀴즈풀이 등 ‘예/아니오’ 답변을 요구받는 경우는 흔하다. 그런데 이런 데 쓰이는 ‘예/아니오’는 실은 틀린 말이다. ‘예/아니요’라고 해야 바르다. “다음 물음에 ‘예/아니요’로 답하시오”와 같이 ‘예’에 상대되는 말은 ‘아니요’를 쓴다. 이때의 ‘예/아니요’는 각각 감탄사로 독립적인 단어다.우리말에서 ‘아니오’와 ‘아니요’는 서로 다른 말이다. 지난 호에서 살핀 ‘책요?/책이요?’의 관계와도 연관성이 있어 많이 헷갈리는 사례 중 하나다. ‘아니오’와 ‘아니요’는 어떤 상황에서 쓰일까? 다음과 같은 대화를 그려보자.“이게 당신 책이오?” “아니오.”(또는 “그건 내 책이 아니오.”) 이때의 ‘책이오/아니오’가 종결어미로 쓰인 ‘-오’다. 경어법으로는 ‘하오체(體)’다. 즉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의 활용형으로써, 어간 ‘아니-’에 하오할 자리에 쓰이는 종결어미 ‘-오’가 결합한 형태다. 하오체는 상대가 친구이거나 아랫사람일 때 격식을 갖춰 대접해 말하는 표현이다. 게다가 화

  • 영어 이야기

    관계절이 앞 명사의 범위를 항상 제한하지는 않아요

     In an increasingly global economy, where barriers to trade and financial flows among nations have been lowered since the early 1970s, policy-makers must be ever vigilant in ensuring that their country’s balance of payments and exchange rate evolve in ways that create the possibility of expanded and sustained economic growth and development. In modern economies linked by virtually instantaneous and twenty-four-hour flows among the world’s financial markets in London, Paris, Frankfurt, Tokyo, Hong Kong, Seoul, Sydney, Mexico City, Buenos Aires, Toronto, and New York, disequilibrium situations that are not corrected can lead to severe crises over the longer term.James M. Cypher 외 1인 《The Process of Economic Development》 중에서점점 더 세계화되어 가는 경제는 1970년대 초 이래로 국가 간 무역과 금융 흐름에 대한 장벽이 계속 낮아지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러한 경제에서 정책입안자들은 자기 나라의 국제수지 및 환율이 경제 성장의 확장 및 지속, 그리고 발전의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을 보장하는 데 있어 조금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도쿄, 홍콩, 서울, 시드니, 멕시코시티, 부에노스아이레스, 토론토, 그리고 뉴욕 사이에 사실상 즉각적이며 24시간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는 현대 경제에서 불균형적인 상황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이는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 해설 >which, who, where, that 등과 같은 관계사로 시작되는 관계절은 바로 앞에 위치한 명사(구)의 범위를 제한하며 수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문의 disequilibrium situations that are not corrected can lead to severe crises over the longer term을 보죠. 여기서 that은 명사를 뒤에서 수식하는 관계절의 관계사로 사용되었습니다. 즉, disequilibrium situation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墨翟之守(묵적지수)

    ▶ 한자풀이墨 : 먹 묵翟 : 꿩 적之 : 갈 지守 : 지킬 수자신의 주의·주장·소신 등을융통성 없이 고집함을 비유 - <묵자>묵자(墨子)는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 사람이다. 그는 생명이 있는 것을 두루 사랑하고 검소질박함을 숭상하는 묵가(墨家)의 시조다. 묵적(墨翟)은 묵자의 본이름이다.초나라가 성벽을 타넘을 수 있는 특수 사다리(운제계)를 개발하고 송나라를 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묵자가 급히 초나라로 갔다. 묵자는 먼저 초나라 실력자인 공수반을 만나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북쪽에 사는 어떤 자가 이 사람을 매우 모욕했습니다. 저는 힘이 없으니 상공께서 저를 대신해 그를 죽여주시지요.” 공수반은 불쾌한 듯 답했다. “나는 의(義)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오. 남의 사사로운 원한에 개입해 살인할 사람으로 보지 마시오.” 이때다 싶어 묵자가 대꾸했다. “상공께서는 그토록 의를 중히 여기시면서 어찌하여 구름에 닿을 만큼 높은 사다리까지 만들어 아무 죄 없는 송나라 백성들을 죽이려 하시는지요?”대답이 궁해진 공수반은 묵자가 왕을 알현하도록 주선하고 한 발짝 물러났다. 묵자는 초왕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전하의 나라는 사방 5000리나 되고 송나라는 겨우 500리에 불과한데, 이처럼 명백한 우열에도 초나라가 송나라를 침공하는 것은 도적의 심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변명이 궁색해진 왕이 우물쭈물했다. “과인은 공수반이 운제계를 개발해 실험해 볼까 했을 뿐이오.” “외람된 말이오나, 그 운제계가 실은 별로 쓸모 없는 물건인 줄 압니다.” 그 말에 발끈한 공수반이 왕 앞에서 모의전을 벌여 그 결과를 가지고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