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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信賞必罰(신상필벌)

    ▶ 한자풀이信 : 믿을 신賞 : 상줄 상必 : 반드시 필罰 : 죄 벌공이 있는 사람에는 반드시 상을 주고죄지은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뜻 - 《한비자(韓非子)》중국 춘추시대 진헌공(晉獻公)의 서자 중이(重耳)는 아버지의 애첩인 여희의 계략으로 긴 세월 망명생활을 했다. 19년 만에 귀국한 그는 진문공(晉文公)으로 등극했다. 62세라는 나이에 군주의 자리에 올랐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살면서 겪은 풍부한 경험이 있었고, 정치를 펼치는 데 주변 인재들에게 조언을 구할 줄 알았다.어느 날 진문공이 오랜 충신이자 장인인 호언(狐偃)에게 물었다. “내가 좋은 음식을 신하들에게 두루 내려주고 백성들의 집에도 술과 고기를 주려 하오. 병사들에게는 공납된 직물로 옷을 만들어 입히려 하오. 이리하면 백성들이 나를 위해 싸우게 하기에 충분하겠소?”호언이 답했다. “부족합니다.” 진문공이 다시 말했다. “백성들이 재산을 잃으면 관리를 보내 전후를 조사해 궁핍한 자에게는 은혜를 베풀어 주고 죄가 있는 사람은 사면해주겠소. 이러면 되겠소?” 호언이 다시 답했다. “그래도 부족합니다.” 문공이 재차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백성들이 나를 위해 전장에 나서려 하겠소?”호언이 말했다. “공이 있는 이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이에게는 반드시 벌을 내리면 됩니다. 그러면 전쟁에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信賞必罰, 其足以戰).” 문공이 다시 물었다. “그럼 징벌의 경계는 어디까지 하면 좋겠소?” 호언이 답했다. “친근한 사람이나 존귀한 사람을 피해가지 않고, 잘못이 있다면 총애하는 사람에게도 형벌을 내려야 합니다.”《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蛇足(사족)

    ▶ 한자풀이蛇 : 뱀 사足 : 발 족‘뱀의 발’이란 뜻으로쓸데없는 군더더기를 비유-《사기》 《전국책》초나라에 제사를 맡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제사를 마친 뒤,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시종들에게 남은 술을 나눠주려고 했다. 한데 술을 마시려는 시종들은 많은데 술이 모자랐다. 이에 한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 “어차피 부족한 술이니 나눠 마시지 말고 한 사람에게 몰아줍시다. 땅에 뱀을 가장 먼저 그린 사람에게 술을 전부 주는 것은 어떻겠소?”시종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는 뱀을 그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한 사람이 그림을 내놓으며 말했다. “자, 내가 가장 먼저 그렸으니 술은 내 것이오.” 말을 마친 그가 술병을 잡으려는 순간 옆에 있던 시종이 술병을 가로채며 말했다. “그 술은 내 것이오. 당신은 뱀에 없는 다리까지 그렸으니 어찌 뱀 그림이라 할 수 있겠소.” 《사기》와 《전국책》에 나오는 얘기다.이 이야기에서 쓸데없이 덧붙인 일, 또는 군더더기를 사족(蛇足)이라 부르게 되었다. 사족은 화사첨족(畵蛇添足)의 준말이다. 뜻이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지붕 위에 지붕을 또 씌운다’는 옥상가옥(屋上架屋)도 함의가 비슷하다.동진(東晉)의 유중초가 수도 남경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양도부(揚都賦)》를 지었을 때 가장 먼저 이 글을 세도재상 유양에게 보였다. “그의 《양도부》는 좌태충이 지은 《삼도부(三都賦)》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유양은 친척의 정리를 생각해서 과장된 평을 해 주었다. 사람들은 앞다퉈 그 글을 베꼈고 종이 값은 치솟았다. 그러나 이 같은 경박한 풍조를 당시 태부(太傅)로 있던 사안석은 이렇게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문제를 인식했는가? 그럼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아라

    할당된 주파수 대역 내에서 수많은 사용자들이 혼선 없이 무선 통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중 접속 기술이 필요하다. 다중 접속 기술이란 여러 사용자가 동일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기술로, 부호 분할 다중 접속(CDMA)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 CDMA 방식은 확산 코드를 이용하여 각 사용자의 신호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여러 송신자가 동일한 주파수 대역으로 동시에 정보를 송신하여도 수신자는 자신에게 보내온 정보만을 구별해 낼 수 있다.송신하고자 하는 정보가 1001이고 확산 코드가 100이라고 가정할 때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송신하려는 정보와 확산 코드를 결합하기 위한 ‘XOR 연산()’을 수행한다. XOR 연산은 비교 대상이 같으면 0, 다르면 1로 나타내는 연산이다. 1001의 맨 앞의 1을 확산 코드 100의 각 자릿수와 XOR 연산을 하면 011로 확산되고, 그 다음의 0을 확산 코드 100의 각 자릿수와 XOR 연산을 하면 100으로 확산된다. 이런 식으로 하면 1001은 12 자리의 011 100 100 011로 확산되고, 확산된 신호가 송신된다.수신자는 송신자와 동일한 확산 코드를 통해 수신된 신호를 원래의 정보로 복원할 수 있다.12 자리 ( )은확산 코드 ( )과 같은 3자리의 블록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첫 블록에서 y1c1, y2c2, y3c3, 다음 블록에서 y4c1, y5c2, y6c3와 같은 수행을 반복한다. 그러면 각 블록의 연산 결과는 111 또는 000이어서 1 또는 0으로 수렴되어 원래의 정보 1001을 복원할 수 있다.<2021학년도 교육청 전국연합평가>  사용자들이 혼선 없이 무선 통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중 접속 기술이 필요하다. … 사용자가 동일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 확산 코드를 이용하여 각 사용자의 신호를 구분세상에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부사어를 쓰면 문장에 리듬이 생기죠

    전국 곳곳에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지난 4월 7일은 제65회 ‘신문의 날’이기도 했다. 구한말 기울어가는 국운 속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이 탄생했다. 그날이 1896년 4월 7일이다. 언론인들의 ‘생일’이라고 할 수 있는 신문의 날은 이날을 기념해 제정됐다. 명사 많이 쓰면 ‘압축성’ 좋아도 ‘서술성’ 떨어져독립신문은 한국 언론사(史)에서 국어사적으로도 큰 획을 그었다. 우리나라 신문 최초로 한글로만 쓰고, 띄어쓰기를 도입했다는 점에서다. 창간 사설에서 한글로만 쓰는 이유를 “상하귀천이 다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로, 띄어쓰기는 “누구나 말을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신문의 ‘알기 쉽게 쓰기’ 정신은 120여 년이 지난 요즘 글쓰기에도 유효하다.첨가어인 우리말은 조사나 어미 변화로 문장 성분을 만들고 운율도 준다. 그러면서도 조사나 어미를 떼어내고 명사만으로도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 글자 수를 줄이면서 개념만으로 의미 표현을 할 수 있으므로 압축 효과도 기대된다. 그래서인지 글쓰기에서 명사(또는 명사구) 사용의 유혹은 끊임없이 일어난다.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주가가 1년 전에 비해 2배로 올랐다.”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문장은 명사를 사용해 다음같이 줄일 수 있다. “정부, 사태 심각 인식.” “주가, 1년 새 2배 상승.” 이 같은 명사 나열체는 그 자체로 ‘의미의 압축성’과 우리말 특성인 ‘서술성 확보’ 간 역(逆)관계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일반적인 글쓰기

  • 영어 이야기

    과거보다 먼저 일어난 얘기 할땐 had+p.p 쓰죠

    There were rumours of strange things happening in the world outside; and as Gandalf had not at that time appeared or sent any message for several years, Frodo gathered all the news he could. Elves, who seldom walked in the Shire, could now be seen passing westward through the woods in the evening, passing and not returning; but they were leaving Middle-earth and were no longer concerned with its troubles. There were, however, dwarves on the road in unusual numbers. The ancient East-West Road ran through the Shire to its end at the Grey Havens, and dwarves had always used it on their way to their mines in the Blue Mountains. They were the hobbits’ chief source of news from distant parts - if they wanted any: as a rule dwarves said little and hobbits asked no more. But now Frodo often met strange dwarves of far countries, seeking refuge in the West. They were troubled, and some spoke in whispers of the Enemy and of the Land of Mordor.That name the hobbits only knew in legends of the dark past, like a shadow in the background of their memories; but it was ominous and disquieting. It seemed that the evil power in Mirkwood had been driven out by the White Council only to reappear in greater strength in the old strongholds of Mordor. The Dark Tower had been rebuilt, it was said.- J.R.R. Tolkien의 《The Fellowship of the Ring》에서 -바깥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에 대한 소문이 있었다. 간달프가 그 당시에는 나타나지도 않았고, 몇 년 동안 아무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기에 프로도는 가능한 모든 소식을 모았다. 샤이어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던 요정들이 저녁에 숲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는데, 요정들이 서쪽으로 가기는 했으나 돌아오지는 않았다. 그들은 가운데땅을 떠나고 있었고, 그곳의 문제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게 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난쟁이들은 자주 길에 나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명사 나열해 쓰면 글이 딱딱해져요

    최근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사건은 통칭 ‘아무개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으로 불린다. 약칭으로 ‘아무개 모해위증 사건’이다. 우리 관심은 사건의 내용이 아니라, 글쓰기 방식인 단어들의 선택과 구성에 있다. 이름 대신 인칭대명사 ‘아무개’를 쓴 까닭은 그 때문이다. ‘쉬운 단어’의 선택이 좋은 글쓰기의 출발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어떤 단어를 쓰느냐 하는 것(어휘 선택)은 글쓰기에서 우선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다. 단어는 단독으로 의미를 띨 수 있는 최소단위다. 그래서 글쓰기의 시작을 ‘단어의 선택’에 있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선택한 단어들을 얼마나 잘 배치하느냐(문장 구성)가 관건이다. 그에 따라 온전한 문장이 되기도 하고 배배 꼬인 비문이 되기도 한다.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그만큼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아무개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은 그런 점에서 얼마나 적절했을까? ‘어휘 선택’과 ‘문장 구성’의 관점에서 보면 피해야 할 어휘 조합이다. 사전 정보 없이 표현만 놓고 볼 때 이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점에서다.우선 ‘모해(謀害)’부터 막힌다. ‘꾀할 모, 해할 해’ 자다. 그나마 한자를 알면 ‘꾀를 써서 남을 해침’이란 뜻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한자 의식이 흐려진 요즘 한글로 쓴 ‘모해’를 알아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법령 용어 순화작업을 해오고 있는 법제처는 2014년 《알기 쉬운 법령 정비기준》을 펴낼 때 ‘모해’를 ‘해침’으로 바꿔 쓰도록 권했다. ‘위증’은 ‘거짓 증언&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牛刀割鷄(우도할계)

    ▶ 한자풀이牛 : 소 우刀 : 칼 도割 : 나눌 할鷄 : 닭 계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뜻으로작은 일에 너무 큰 힘을 사용함을 비유 - 《논어(論語)》자유(子遊)는 중국 춘추시대 오(吳)나라 사람이다. 공문십철(孔門十哲: 공자 문하의 뛰어난 열 제자)에 속하며, 자하(子夏)와 더불어 문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자유가 노나라에서 읍재(邑宰)라는 벼슬에 올라 작은 읍인 무성을 다스릴 때의 일이다. 하루는 공자가 무성에 들렀는데 마을 곳곳에서 거문고 소리에 맞춰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자유가 공자에게서 배운 예악(禮樂)을 가르쳐 백성을 교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자는 흐뭇한 마음에 빙그레 웃으며,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割鷄焉用牛刀)” 하고 물었다. 말뜻 그대로는 ‘이처럼 작은 고을을 다스리는데 무슨 예악이 필요하냐’는 의미지만, 실은 제자의 행함이 뿌듯해 농(弄)으로 던진 말이었다.이에 자유가 답했다. “예전에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군자가 도(道)를 배우면 사람을 사랑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가 쉽다’고 하셨습니다.” 공자는 이 말을 듣고 수행하는 제자들을 불러모은 뒤 “제자들아, 자유의 말이 옳다. 조금 전에 내가 한 말은 농담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공자가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는가”라고 한 것은 자유가 나라를 다스릴 만한 인재인데도 무성과 같은 작은 읍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대견해 빗대 말한 것이다. 《논어》 양화편에 나오는 얘기다.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우도할계(牛刀割鷄)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 뜻으로, 작은 일에 지나치게 큰 힘을 사용하는

  • 영어 이야기

    수동형 동사·~ing·형용사는 왜 앞 명사를 수식할까요

    In this century, the most famous argument that language is like an instinct comes from Noam Chomsky, the linguist who first unmasked the intricacy of the system and perhaps the person most responsible for the modern revolution in language and cognitive science. In the 1950s the social sciences were dominated by behaviorism, the school of thought popularized by John Watson and B. F. Skinner. Behavior was explained by a few laws of stimulus-response learning that could be studied with rats pressing bars and dogs salivating to tones. But Chomsky called attention to two fundamental facts about language. First, virtually every sentence that a person utters or understands is a brand-new combination of words, appearing for the first time in the history of the universe. The second fundamental fact is that children develop these complex grammars rapidly and without formal instruction and grow up to give consistent interpretations to novel sentence constructions that they have never before encountered. Therefore, he argued, children must innately be equipped with a plan common to the grammars of all languages, a Universal Grammar, that tells them how to distill the syntactic patterns out of the speech of their parents.- Steven Pinker <The Language Instinct: The New Sciensce of Language ans Mind >에서 -이번 세기 들어 언어는 본능과 같다는 가장 유명한 주장은 노엄 촘스키로부터 비롯됐다. 그는 언어 시스템의 복잡성을 최초로 밝힌 학자이고, 오늘날의 언어와 인지 과학 혁명을 일으킨 인물이다. 1950년대 사회과학은 존 왓슨과 B F 스키너에 의해 널리 알려진 행동주의 학파에 장악됐다. 막대기를 누르는 쥐와 신호음에 침을 흘리는 개를 통해 자극과 반응으로 이뤄지는 학습이 연구됐고, 이 학습과 관련된 몇 개 법칙으로 행동은 설명됐다. 하지만 촘스키는 언어에 대한 두 가지 근본적인 사실에 주의를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