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막+살' 사이에 접미사 '이'가 붙으면서 연음돼 '가로마기살'이 됐다가 다시 '이'모음역행동화에 의해 '가로매기살'로 바뀌었다.
이어 말이 줄면서 지금의 '갈매기살'로 변했다.
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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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이 다시 나빠지고 있다. 7월 들어 초반 1주일 사이 신규 확진자 수가 전주 대비 두 배로 증가하는 등 빠르게 재유행 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2년 넘게 팬데믹을 견뎌온 자영업자들의 우려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서울 도화동의 속칭 ‘갈매기골목’ 식당들도 그중 하나다. 1970년대 후반 형성되기 시작한 마포 갈매기골목에는 어느덧 40년 넘게 명성을 이어온 노포(老鋪) 여럿이 자리잡았다. 이곳이 워낙 알려지다 보니 지금은 마포 이름을 딴 갈매기살 식당을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준말, ‘이’모음역행동화 등 엿볼 수 있어‘갈매기살’에는 우리말을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문법 코드가 담겨 있다. 말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준말 적는 법과 ‘이’모음역행동화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갈매기살은 돼지의 가로막 부위에 있는 살을 말한다. 소고기로 치면 ‘안창살’에 해당한다. ‘가로막’이란 동물의 가슴과 배를 가로로 나누는 막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로막살’이었다.

‘가로막+살’ 사이에 접미사 ‘이’가 붙으면서 연음돼 ‘가로마기살’이 됐다가 다시 ‘이’모음역행동화에 의해 ‘가로매기살’로 바뀌었다. 이어 말이 줄면서 지금의 ‘갈매기살’로 변했다. 바다의 갈매기를 연상시킬 수도 있지만 어원상 전혀 상관없다.

‘가로마기살→가로매기살’에서는 ‘이’모음역행동화가 눈에 띈다. 우리말에서 이 현상은 매우 광범위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쉽게 말하면 뒤에 있는 ‘이’모음의 영향을 받아 앞 음절 발음이 ‘이’음으로 바뀌어 나오는 현상이다. 가령 가랑이, 곰팡이, 어미, 아지랑이, 지푸라기, 호랑이 등을 발음할 때 [가랭이, 곰팽이, 에미, 아지랭이, 지푸래기, 호랭이] 식으로 말하는 게 그런 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쓰는 것은 바른 어법이 아니다. 모두 앞의 말이 표준이다. 현행 표준어 규정에서는 ‘이’모음역행동화 현상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단어 원형이 살아 있어서, 일부 역행동화된 발음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표준으로 삼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냄비’와 ‘동댕이치다’는 예외적으로 ‘이’모음역행동화가 일어난 형태를 표준으로 정했다. 어원 의식이 흐려진 데다 실제 발음도 대부분 ‘냄비’ ‘동댕이치다’인 것을 반영했다. 한자어와 고유어 교육·진흥 균형도 과제‘가로매기살→갈매기살’의 변화에서는 준말이 만들어지는 여러 과정 중 하나를 엿볼 수 있다. 말이 주는 데도 규칙성이 있다. 대개 본딧말의 일부가 줄면서 남은 형태가 어근이나 어간에 달라붙는다. 예를 들면, ‘어제저녁’이 줄면 ‘엊저녁’이 된다. ‘가지가지→갖가지, 서투르다→서툴다, 서두르다→서둘다, 찰카닥→찰칵’ 등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준말에서도 본말의 형태를 유지함으로써 본말과 준말의 관련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한글맞춤법 제32항에 담긴 규정이다.

고유어 ‘가로막’을 한자어로는 ‘횡격막(橫膈膜)’이라고 한다. ‘가로 횡, 칸막이 격, 꺼풀 막’ 자다. ‘가로질러 막은 얇은 층’이란 뜻인데, 한자어에 익숙한 이들은 이 말이 좀 더 쉽게 느껴질 것이다. 우리말에서 한자어 교육과 고유어 육성 간 균형과 조화를 어떻게 이룰지 깊이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어쨌거나 이 횡격막을 자칫 ‘횡경막’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발음은 [횡경막]이지만, 표기는 원형을 살려 써야 한다. 발음이 달라지는 까닭은 우리말의 ‘비음화 현상’ 때문이다. 이는 받침 ‘ㄱ, ㄷ, ㅂ’ 뒤에 비음(콧소리)인 ‘ㄴ, ㅁ’이 올 때 앞선 ‘ㄱ, ㄷ, ㅂ’이 뒤에 오는 비음의 조음 방식에 동화돼 발음이 [ㅇ, ㄴ, 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표준발음법 제18항에 담겼다. ‘먹는[멍는], 닫는[단는], 밥물[밤물]’ 같은 데서 비음화 현상을 볼 수 있다. 우리말에서 이 규칙은 예외가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긁는[긍는], 꽃망을[꼰망울], 앞마당[암마당] 식으로 대표음이 [ㄱ, ㄷ, ㅂ]으로 나올 때도 비음화 현상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