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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희생자'는 의미변화를 겪은 말이죠

    ‘10·29(이태원) 참사’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세상만사가 다 언어로 표현되기에 이번 참사에서도 주목해야 할 어휘들이 꽤 있다. 정당성을 주장하는 일부 ‘언어 간 충돌’은 ‘다툼’으로 커지고, 자칫 소모적 진영논쟁의 ‘도구’로 전락할 우려마저 크다. 우리 관심은 정치가 아니고 순수하게 말의 용법과 변화에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해 우리말 현주소의 일단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무슨 말이 맞는지, 무엇을 써야 할지 그 판단과 선택은 오로지 독자 몫이다. 요즘은 ‘애석한’ 사고사도 ‘희생’이라고 해2015년 즈음해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코너에 ‘희생자’에 관한 문의가 늘어났다. 그동안 알고 써왔던 의미 풀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희생자’는 한마디로 ‘희생을 당한 사람’이다. 그럼 ‘희생(犧牲)’은 무엇일까? 세 가지 의미로 쓰인다. ①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의 목숨, 이익 등을 바치는 것을 뜻한다. ②사고나 자연재해 등으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음을 가리킨다. ③천지신명 등에 제사 지낼 때 제물로 바치는, 산 짐승을 말한다. 주로 소, 양, 돼지 따위를 바친다.‘희생’은 이 중 ③에서 시작했다. 글자를 풀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희(犧)’ 자는 ‘소 우(牛)+숨 희(羲)’의 결합으로, 제사에 쓸 희생물을 그렸다. ‘생(牲)’은 우(牛)와 살아있음을 뜻하는 생(生) 자가 합친 글자다. 제사 등에 바칠 살아있는 소를 말한다. ‘희생물’ ‘희생양’ 같은 말에 ‘희생’의 본래 의미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여기서 ①의 용법이 나왔다. ‘희생번트&rsq

  • 영어 이야기

    쏟아지는 말·요구사항 등에는 barrage 활용을

    In response, South Korea fired three air-to-ground missiles from warplanes into the sea north of the disputed border. North Korea shelled a different South Korean island in 2010 and a South Korean military unit near the Demilitarized Zone in 2015, but Wednesday was the first instance of Pyongyang flying a missile south of the countries’ disputed maritime border.South Korean authorities are analyzing whether the missile that crossed the border had gone off course or whether the flight path was intentional.Following the barrage of missiles, North Korea fired about 100 artillery shells in the buffer zone around the disputed maritime border. South Korea’s military sent messages warning North Korea to stop firing in violation of a 2018 inter-Korean military agreement.South Korean President Yoon Suk-yeol called an emergency meeting shortly after the launches, vowing a swift and firm response so that North Korea pays a price for its provocation.이에 대응해 한국도 북방한계선 이북의 공해상으로 세 발의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2010년 한국의 또 다른 섬에, 2015년에는 비무장지대 인근의 한국군을 향해 각각 포격을 가한 적은 있지만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한국의 정보당국은 북방한계선을 넘은 미사일이 중간에 폭발했는지, 비행경로가 의도적이었는지 등을 분석하고 있다.북한은 미사일 발사에 이어 북방한계선 근처의 해상 완충구역에 약 100발의 포격도 가했다.한국군은 2018년 남북 간 맺은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포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북측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비상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의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해설barrage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군사용어입니다. 적진의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짧은 1,2번 문항…풍부한 글감으로 답해야

    지난 시간 문제의 해제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짧은 분량에 비해 문제의 요구사항이 상당히 많습니다. 무려 다섯 가지나 되네요!①[가]에 제시된 한글 맞춤법 제1장 제1항에서 한글 맞춤법의 대상을 밝히고 나서 ②서로 상충되는 두 가지 원리를 설명하고, 제2항의 아래에 제시된 예시를 참조하여 ③제1항과 제2항을 규정한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밝히시오. 그리고 [가]가 추구하는 목적을 참조하여 ④[나]와 [다]에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여 제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⑤[라]와 같은 문학작품이 쓰인 이유를 밝히시오.동국대 문제를 풀 때 생각해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짧은 글일수록 더 높은 밀도로 풍부하게 기술하도록 노력하기, 그리고 긴 글에서는 논리적으로 답변할 것. 짧은 분량에서 별도의 제시문 정리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분량상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동국대 기출문제를 풀면서 어떤 학생들은 마치 ‘퀴즈’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문제의 요구사항에 일정한 패턴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당면한 문제에 대해 충실하게, 풍부한 글감으로 답변을 전개해야 합니다.우선 한글 맞춤법의 대상은 ‘표준어’입니다. 그리고 두 가지 상충하는 원리는 소리대로 적는 원리와 의미로 구분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세 번째 요구사항을 봤을 때, 원리가 상충하더라도 결국 목적만큼은 동일합니다. 모두 의미 혼동을 막아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들을 제한된 분량 안에 논리적인 맥락을 살려서 기술하면 아래와 같이 답변할 수 있습니다.[부분 답안] 표준어를 대상으로 삼는 한글 맞춤법의 1항은 상충한다. 소리대로 적는 표음주의와 ‘업다’, ‘없다’처럼

  • 영어 이야기

    고의 방해는 'put a spoke in someone's wheel'

    Korea must embrace diversity to sustain K-culture: Sam RichardsThe country must encourage ideas from outside the center to continue its dynamic changes, the Penn State University professor says▲ Some critics say that Korean society lacks diversity and doesn’t fully embrace differences in terms of race, gender, class and others. Do you think this could affect K-culture’s power in the future?“Of course. I know that many Korean parents want their children to go to prestigious universities, work for conglomerates and live successful lives. Like them, people in the center of society want to remain as part of the center and they reproduce it. But cogs in the wheel are also very important - people on the margins or outside the center have less to lose and they can be more creative by seeing different possibilities and making dynamic changes. This is no exception for Korea.”K컬처를 지속하려면 한국은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 샘 리처즈한국이 역동적인 변화를 이어가려면 외부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말한다.▲ 한국 사회가 다양성이 부족하고 인종, 성별, 계급 등의 관점에서 차이점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앞으로 K컬처의 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시나요?“물론입니다. 한국의 많은 부모님이 자기 자식은 명문대에 진학하고,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원한다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마찬가지로 사회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은 그 지위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그대로 지키기를 원하지요. 하지만 사회 구성원 각자가 모두 소중합니다. 주변부에 있거나 소외된 사람들은 잃을 게 없기 때문에 더욱 독창적으로 다른 가능성을 바라보고 더 역동적인 변화를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일탈의 언어' 선보인 60년 전 비문논쟁

    “‘야만한 원색’은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고, ‘서기한 광채’는 아마 ‘瑞氣한 光彩’인 모양인데 ‘서기(瑞氣)’는 명사다. 명사 밑에 ‘-한’이 붙어도 좋다면 ‘인간(人間)한’ ‘지구(地球)한’ ‘적색(赤色)한’ ‘청색(靑色)한’도 다 말이 되어야 할 것이다.”(김동리)“‘야만(野蠻)’은 ‘야만한’ 따위로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서기하는 광채’는 기호지방, 특히 충청도에서 쓰는 말이다. 어둠 속에서 인광처럼 퍼렇게 빛나는 것을 ‘서기한다’고 한다. ‘고양이가 서기한다’ ‘서기하는 호랑이의 눈’이라고 얼마든지 말한다.”(이어령) 이어령-김동리 대가들도 국어문법성 다퉈1959년 2월, 20대 청년 비평가로 활동하던 이어령 선생의 번역시를 두고 경향신문을 통해 지상논쟁이 벌어졌다. 우리 사회 대표적 석학이던 고(故) 이어령 선생이 젊은 시절 당대 문단의 중진인 소설가 김동리 선생과 벌인, 이른바 ‘비문논쟁’의 한 대목이다. 은유와 비문(非文) 여부를 둘러싼 내밀한 공방 속에서 수사법과 국어 문법 사이의 거친 충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들의 논쟁 가운데는 특히 ‘명사+하다’ 용법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대목도 있다. 이를 통해 우리말에서 ‘규범의 준수’와 ‘일탈의 유혹’ 사이에 생기는 딜레마를 살펴보자.‘서기한 광채’에서 ‘서기’를 ‘瑞氣’로 해석한다면 어법적으로 ‘서기한’은 틀린 표현이다. ‘瑞氣’란 ‘상서로운 기운’이다. ‘기운하다’가 말이 안 되는 것처럼 ‘서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姑息之計 (고식지계)

    ▶한자풀이姑: 시어미 고息: 아이 식之: 갈 지計: 셈할 계부녀자나 어린아이가 꾸미는 계책근본책이 아닌 임시변통을 이름  -<시자(尸子)> 등고식(姑息)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잠시 숨을 쉰다’는 의미로, 우선 당장에는 탈이 없고 편안히 지내는 것을 비유한다. 또 하나는 부녀자와 어린아이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쓴다.전국시대 시교(尸校)가 지은 <시자(尸子)>에는 “은나라 주왕은 노련한 사람의 말을 버리고 부녀자나 아이의 말만 사용했다(紂棄老之言 而用故息之語)”는 구절이 있다. 널리 보는 지혜가 아니라 눈앞의 이익만 좇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화를 가져온다는 뜻이다.주왕은 은나라 마지막 임금으로 술을 좋아하고 음란했으며, 가혹하게 세금을 거둬 백성들의 원망을 산 인물이다. 시교는 진(秦)나라 재상 상앙의 스승으로, 유가(儒家)·묵가(墨家)·법가(法家) 사상을 두루 아울렀다.<예기(禮記)> 단궁편에는 “증자가 말하기를, 군자가 사람을 사랑할 때는 덕으로 하고 소인이 사람을 사랑할 때는 고식으로 한다(君子之愛人也以德 細人之愛人也以姑息)”는 구절이 있다. 군자는 덕으로 사랑하므로 오래가고 소인은 목전의 이익을 두고 사랑하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고식지계(姑息之計)는 ‘부녀자나 어린아이의 계책’이란 뜻으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이나 당장에 편한 것을 택하는 걸 비유한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깔린 한자성어다.바늘로 꿰매듯 임시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미봉책(彌縫策),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괸다는 하석상대(下石上臺), 제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엄이도령(掩耳盜鈴), 신발을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비율을 고려한 글 읽기, "얼마를 곱해야 하지?"

    13.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보기>갑의 재산으로는 A 물건과 B 물건이 있었으며 그 외의 재산이나 채무는 없었다. 갑은 을에게 A 물건을 무상으로 넘겨주었고 그로부터 6개월 후 사망했다. 갑의 상속인으로는 갑의 자녀인 병만 있다. A 물건의 시가는 을이 A 물건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는 300, 갑이 사망했을 때는 700이었다. 병은 갑이 사망한 날로부터 3개월 후에 을에게 유류분권을 행사했다. B 물건의 시가는 병이 상속받았을 때부터 병이 을에게 유류분 반환을 요구했을 때까지 100으로 동일하다.(단, 세금, 이자 및 기타 비용은 고려하지 않음.)① A 물건의 시가 상승이 을의 노력과 무관한 경우 유류분 부족액은 300이다.② A 물건의 시가 상승이 을의 노력과 무관한 경우 유류분 반환의 대상은 A 물건의 3/7 지분이다.③ A 물건의 시가가 을의 노력으로 상승한 경우 유류분 부족액은 100이다.④ A 물건의 시가가 을의 노력으로 상승한 경우 유류분 반환의 대상은 A 물건의 1/3 지분이다.-2023학년도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을의 노력과 무관한 경우…을의 노력으로 상승한 경우‘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에 관한 글은 판정도로 정리하며 읽으라 했다.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판정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 문제에서는 ‘노력’의 상관성 여부가 그것이다. 이와 관련한 지문의 내용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무상 처분된 물건의 시가가 변동하면 유류분 부족액을 계산할 때는 … 상속 개시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다만 물건의 시가 상승이 무상 취득자의 노력에서 비롯되었으면 이때는 무상 취득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보라해', 규범의 틀지움에 일격을 가하다

    지난 15일 부산은 온통 보랏빛 물결이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며 자선 콘서트를 연 것. 언론들은 이날 공연을 주요 기사로 다루며 분위기를 전했다. “보라해 BTS…5만 아미 떼창에 부산은 보랏빛 밤” “방탄소년단 보라해…도시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든 부산” 수많은 동사·형용사 파생시킨 접사 ‘하다’그런데 방탄소년단 앞뒤로 붙은 말 ‘보라해’가 예사롭지 않다. 자주 붙어다녀 익숙해진 듯하면서도 왠지 낯설다. 우리말이긴 한데 무슨 암호 같기도 하다. 사전엔 나오지 않는다. 어색함이 묻어나는 까닭은 이 말이 통상적인 우리말 조어법에서 벗어난, 독특하게 만들어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보라해’를 통해 우리말 조어법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접미사 ‘-하다’ 용법과 그 일탈이다.‘보라해’는 ‘서로 믿고 사랑하자’는 뜻으로 쓰는 신조어다. BTS 멤버 뷔가 2016년 팬사인회 때 즉석에서 만들어 널리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보라해’로 쓰이지만, “옷을 보라하게 입었다” “아미 여러분, 정말 많이 보라합니다” 식으로 활용해서도 쓴다. 동사 ‘보라하다’를 기본형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일견하기에도 ‘보라+하다’의 결합으로 이뤄진 말임이 드러난다. 이때의 ‘-하다’는 접미사다. 일부 명사 밑에 붙어 우리말에서 부족한 동사, 형용사를 파생시킨다. 동작명사에 붙으면 그 말을 동사로 만들고, 상태명사에 붙으면 형용사로 바꿔준다. 가령 ‘칭찬하다, 명령하다’ 같은 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