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논술 강의노트
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 유형 다지기(13)
지난 호(9월 11일자 16면)에서 제공한 문제는 문화에 대한 제시문 [가]와 [나]의 논지 비교를 요구했습니다. 우선 정확한 답안 작성을 위해 각각의 논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1) 기준 제시문부터 각각의 논지를 정리하자보통 여러 제시문이 주어지는 경우, 어떤 제시문들은 문제의 답변을 위한 기준 개념을 제공합니다. [가]와 [나]의 경우 [나]를 기준 제시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중문화에 대한 아도르노의 개념과 주장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 제시문에서는 ‘문화’에 대해 또렷한 주장 정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나]와 대조해 [가] 제시문만의 의미를 밝혀보라는 문제의 요구사항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럼 대중문화에 대한 [나] 제시문을 먼저 파악해보도록 합시다.2024학년도 대입 인문논술 기본 유형 다지기(13)
일반적으로 대중문화는 가요, 드라마, 영화 등 한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집단들이 누리는 문화를 말합니다. 대중문화는 대중매체가 급격히 발달하고 대중 위주의 사회가 정착된 근대사회에 들어와서 활성화되었고, 대중은 문화의 주체로 급부상합니다. 따라서 대중문화는 매체의 발전과 같은 궤도에 있습니다. 아도르노는 이러한 대중문화가 현대사회를 규정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주장합니다.
여러분은 현대사회가 무엇에 의해 유지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누군가는 시민이나 대중, 누군가는 자본주의적 경제, 누군가는 근대국가의 정치적 이념 등을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중문화’가 현대사회의 지속 원리라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현대사회의 본질적 성격이 ‘동질성’이라면 이러한 동질성이 바로 대중문화에 의해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대중문화를 통해 사람들은 유사하게 생각하고 소비하며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지요. 즉, 문화는 사회를 규정하는 일종의 정체성이 되겠습니다.
문화에 대한 [나]의 논지도 분명한 편입니다. 대중문화는 일종의 상품이므로, 자본논리에 의해 복제되며 표준화됩니다. 이렇게 상품화된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상품성의 사고로 동질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결과적으로 현대사회의 일원화된 자본적 논리를 재생산하는 데 있어 대중문화가 핵심적 매개로 작용한다는 분석입니다. 이처럼 명확한 논리를 바탕으로 대중문화에 대한 결론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나]의 논지 : 대중문화가 현대사회의 시장자본주의적 본질을 지속시키는 핵심 수단이다.
그렇다면 이제 [가] 제시문을 살펴봅니다. 수꾸아미족의 추장 '시애틀' 씨가 1855년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입니다. 이 편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감동을 준 데다, 공감대 형성에서 그치지 않고 문명의 이기성과 폭력성에 대항해 자연을 보호하려는 목소리가 모일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에서 ‘문화’는 인디언의 전통입니다. 인디언들은 공생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연 속에서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내면과 행동을 일체화시킵니다. 이러한 정신을 계승하면서 집단의 전통과 규범을 형성하고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가]의 논지 : 문화는 도덕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규정하는 일종의 도덕적 규범이다. (2) 유의미한 공통점을 탐색해보자.‘상대적으로 생각하면서 양쪽의 범주를 규정하자’, 그리고 ‘본질적인 차이, 핵심적 쟁점을 찾아보자’는 관점에서 비교 답안을 구상해보겠습니다. 우선 유사한 점을 찾아봅시다.
문화에 대한 생각들이다 : 이것은 맞는 말이지만, 공통된 ‘소재’ 정도에서 그친 데다가, ‘문화’에 대한 논지를 비교하라고 한 것은 문제의 요구사항에서 주어진 것이므로 유의미한 공통점으로 내어놓긴 어렵겠지요?
양 사회에서 모두 문화가 한 사회의 동질적인 삶의 양식과 가치관을 형성하고 지속시키는 핵심 매개로 기능한다 : 이는 기준 제시문인 [나]로부터 생각해 것입니다. [나]에서 대중문화는 현대 문화의 동질성을 이어줍니다. 그런데 인디언 문화 또한 사회적 동질성을 형성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네요. 백인 집단에 맞서 저항하는 모습과 별개로, 집단 내부의 관점에서 인디언 문화는 그 사회의 보편적 양식이며, 그들의 자연 친화적 동질성 구축에 기여합니다. [나]에 제시된 내용들 중에서 [가]와 유사한 점은 없는지 하나씩 조목조목 따져보았더니 이러한 유사점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근거와 함께 유사점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 되겠지요? (3) 차이는 상대적으로 규정된다.다음으로는 차이점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나]와 대조하면 [가]의 문화는 자본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백인 문화가 물질주의적 사고로 무장한 대중문화에 가까운 것 같지요? 그에 비해 인디언 문화는 비주류 문화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이는 한 집단의 도덕규범, 가치관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지요?
[나] : 물질주의적 상품화 논리를 강제적으로 수용하며 지배하는 원리/ 도덕적 행위 원리나 규범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함
[가] : 백인 문화와의 관계에서는 지배적 원리가 되지 못하며, 물질주의적 문화의 폭력성에 밀려남. 그러나 집단 내에서는 생태주의적 가치관을 공유하며 삶의 양식을 지배하는 원리로 작용.
그렇다면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답변을 작성할 수 있겠습니다. 답안[가]는 인디언 사회의 문화를 보여준다. 그들의 문화는 도덕적 정체성과 가치관을 규정하는 일종의 도덕적 규범으로 작동하는 듯하다. 한편 [나]는 현대사회의 대중문화가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데, 여기서 대중문화란 현대사회의 시장자본주의적 본질을 지속시키는 핵심 수단이다. 이들은 이질적인 문화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한 측면에서는 공통된 특성을 보인다. 그것은 양 사회에서 모두 문화가 한 사회의 동질적인 삶의 양식과 가치관을 형성하고 지속시키는 핵심 매개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나]에서 대중문화는 현대문화의 동질성을 매개하는데, 인디언 문화 또한 사회적 동질성을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백인 집단에 맞서 저항하는 인디언 문화와의 모습과 별개로, 집단 내부의 관점에서 인디언 문화는 그 사회의 보편적 양식이며, 그들의 자연 친화적 동질성 구축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이점도 명백하다. 이는 문화의 본질적 성격을 둘러싼 대립이라고 볼 수 있다. [나]에서 문화는 물질주의적 상품화의 논리를 강제적으로 수용하며 지배하는 원리로, 도덕적 행위 원리나 규범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문화가 [가]에서의 백인 문화에 대응한다면, [가]의 인디언 문화는 백인 문화와의 관계에서는 지배적 원리가 되지 못하며, 물질주의적 문화의 폭력성에 밀려난다. 하지만 그 집단 내에서는 생태주의적 가치관을 공유하며 삶의 양식을 지배하는 원리로 작용하여 도덕적 규범과 정체성의 근원으로 작용한다. 두 문화는 이처럼 유사하면서도 전혀 겹치지 않는 대립적 성격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