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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최근 기출문제 바탕으로 문장 연습을 할 것

    아주대 논술 시험 시간은 120분이나 됩니다. 왜냐하면 1번 세트와 2번 세트의 주제가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논술 시험을 상당 기간 준비해왔다면 1번 세트의 문제는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2번 세트는 사회과학형 문제로, 제시문 혹은 자료를 정확히 분석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지원을 염두에 두는 수험생들은 기출문제를 여러 번 풀어보면서 글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오늘 풀어볼 문제는 2021학년도 수시 기출문제입니다. 1, 2번 각각의 세트에서 첫 번째 소문항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해제는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문제 1] 다음 제시문을 읽고 아래 문제에 답하시오.(가) ‘극장의 비유’는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경쟁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포착할 수 있는 비유다. 어느 도시에 영화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계단식 극장이 있다. 영화는 시작되었고 모두들 가만히 앉아서 조용히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맨 앞줄의 누군가가 벌떡 일어섰다. 자기 혼자만 주인공의 멋진 모습을 좀 더 잘 보기 위해서였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나도…”라고 말하며 일어서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 뒷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영화를 잘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순간에 바로 앞줄 사람들에게 “좀 앉으시라”고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혹시 결례가 되거나 보복을 당할까봐, 그리고 짜증도 나고 귀찮기도 해서 자기도 그냥 일어서 버렸다. 약 30분 늦게 극장에 들어온 사람이 “어? 내가 잘못 들어왔나?” 할 정도로 이상하다. 모두 일어서서 영화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있다가 맨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벤투 감독과 사도 바울에겐 공통점이 있다

    “포르투갈 출신인 한국 벤토 감독은 (자신의) 모국을 쓰러뜨리고 다시 월드컵 무대로 돌아갈 권리를 얻었다.”(일본 마이니치신문) “한국을 이끄는 포르투갈인 파우로 벤토 감독은 (외국인 감독으로서) 월드컵 사상 모국과의 대전에서 승리한 두 번째 감독이 됐다.”(일본 일간스포츠)한국이 포르투갈을 극적으로 꺾고 월드컵 16강에 오른 3일 새벽. 일본 신문들은 한국의 승전보와 함께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 소식을 함께 전했다. 그는 직전 가나와의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포르투갈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파울루·바울·바오로·폴은 같은 이름그런데 그의 성(姓) ‘벤투(Bento)’를 일본에선 [벤토](ベント)라고 부른다. 실은 발음상으론 [벤또]가 좀 더 가깝다. 우리 외래어 표기에서 특별한 경우를 빼곤 된소리를 적지 않는 규범에 따라 ‘-토’가 된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예전에 도시락 의미로 쓰던 일본말 ‘벤또’(べんとう)와 발음이 같아 그를 장난삼아 ‘벤또 감독’으로 부르기도 한다.이름 역시 한글로는 ‘파울루’로 적으면 그만인 것을 일본에서는 ‘파우로(パウロ)’ 정도로밖에 옮길 수 없다. 일본어 자모 체계는 단순해 받침 표기가 안 되는 등 실제 발음을 온전히 옮기는 게 불가능하다. 가령 ‘맥도날드 햄버거’는 [마쿠도나루도 한바가](マクドナルド ハンバガ) 정도로만 적을 수 있다. 중국의 한자나 일본 가나에 비해 우리 한글은 웬만한 로마자는 실제 발음과 비슷하게 얼마든지 옮길 수 있다. 한글의 우수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외래말을 현지 발음에 가깝게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근묵자흑 (近墨者黑)

    ▶한자풀이近: 가까울 근墨: 먹 묵者: 놈 자黑: 검을 흑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주위 환경에 따라 변함을 비유   -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어울리면 서로 닮는다. 그러니 친구를 보면 그가 누군지를 안다.진(晉)나라 학자 부현(傅玄)이 편찬한 잠언집 <태자소부잠(太子少傅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무릇 쇠와 나무는 일정한 형상이 없어 겉 틀에 따라 모나게도 되고 둥글게도 된다. 또 틀을 잡아주는 도지개에 따라 습관과 성질이 길러진다. 이런 까닭으로 주사(朱砂)를 가까이하면 붉게 되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게 된다(故近朱者赤 近墨者黑). 소리가 조화로우면 울림이 맑고, 형태가 곧으면 그림자 역시 곧다.”근묵자흑(近墨者黑)은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말이다. 백로가 까마귀와 어울리면 안 되는 이치를 깨우쳐주는 한자성어다. 맹자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과도 뜻이 맞닿는다. 모두 주위 환경의 중요성을 이르는 말이다.마중지봉(麻中之蓬)은 삼밭에 나는 쑥이라는 뜻으로, 구부러진 쑥도 삼밭에 나면 꼿꼿하게 자라듯이 좋은 벗을 사귀면 절로 선인이 됨을 비유한다. 귤화위지(橘化爲枳) 역시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듯, 사람도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비유한다.“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白鷺)야 가지 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새올세라. 청강(淸江)에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고려 말 정몽주 어머니 영천 이씨가 쓴 시조로, 간신과 소인배들의 다툼에 충신이 물들까 염려하는 글이다. 새오다는 질투하다란 뜻으로, 권력에 눈먼 간신들이 충심을 시기하고 이간질한다는 의미다.유유상종(類類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주어진 조건 여러 개일 때 숨은 함수의 정체는?

    수능뿐만 아니라 논술 문제에서도 많은 수의 조건이나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주어질 때가 있다. 이런 문제는 보통 어떤 특정한 함수를 미리 상정하고 이 함수의 정체를 꽁꽁 숨겨놓기 위한 수단으로 여러 다양한 조건을 주는 방식으로 출제된다. 이와 같은 문제는 마치 조각 퍼즐로부터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것처럼 주어진 각각의 조건으로부터 얻은 개별 결과를 취합해 전체의 모양을 추정해가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문제는 체감 난이도와 변별력이 높아지며 해당 시험의 ‘킬러문항’으로서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포인트주어진 각각의 조각 퍼즐(조건)로부터 전체 그림(함수의 모양)을 완성해보자.

  • 영어 이야기

    도전장을 던질 땐 'throw down the gauntlet'

    When industry sources last week revealed that Samsung Electronics Co. was developing state-of-the-art semiconductors with the industry’s most advanced 3-nanometer process node for big names in the HPC and mobile sectors, it came as a surprise.The news was proof that the world’s top memory maker has improved its production yield to make its clients happy. During its third-quarter earnings call, Samsung announced record quarterly sales and net profit, which it attributed to its improved yield of advanced nodes.The news also came amid market chatter that its archrival,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could be behind schedule in the launch of its 3 tech for mass production. The rivalry between the world’s two largest contract chipmakers has been intensifying with their key former client, namely, Intel Corp., also throwing down the gauntlet to reenter the fast-growing foundry business.지난주 삼성전자가 고성능 컴퓨팅과 모바일 부문의 대형 회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최첨단 3나노미터 공정용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고객사들을 만족시킬 만큼의 수율 개선을 이뤄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는 첨단공정의 수율 개선 효과로 분기 기준 최고의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이번 소식은 삼성의 최대 경쟁자 대만 TSMC의 3나노 양산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전해져 더욱 관심을 모았다.파운드리 시장에서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의 경쟁은 과거 핵심 고객사였던 인텔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나서면서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해설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중계를 보면 가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손해 입다와 손해 부담의 차이는 뭐지?

    6. (가)를 바탕으로 할 때, <보기>에 대한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보기>… A가 B와 체결한 계약을 지키지 않았다. 그 결과 A는 0원의 이익을 얻었고, B는 100원의 손해를 입었다. 계약법은 A가 B에게 손해 배상 책임을 지게 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100원의 손해는 A가 부담하고, 후자의 경우에는 B가 부담한다. 만약 A가 손해의 일부만 배상한다면 100원의 손해를 서로 나누어 부담한다. 단, A와 B는 동일한 금액에 대해 동일한 후생을 갖는다.① 100원의 손해를 A가 일부라도 부담하도록 계약법이 정해지면 사후적 효율 측면에서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사회 전체의 손실은 100원보다 적어지겠군.② 100원의 손해를 A가 전적으로 부담하도록 계약법이 정해지면 사전적 효율 측면에서 A에게는 계약을 덜 파기하려는 유인책이 생기겠군.-2022학년도 10월 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① … 사후적 효율 … 사회 전체의 손실①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려면 ‘사후적 효율’과 ‘사회 전체의 손실’이 무엇인지 (가)에서 다음 내용을 통해 이해해야 할 것이다.효율이란 사회 전체 후생의 크기가 증가하느냐의 여부인데, 후생은 어떤 행동의 결과로 얻는 주관적인 기쁨이나 만족감을 의미한다. … 사후적 효율은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산출을 얻는다는 의미… 갑의 물건을 을이 아무 허락도 받지 않고 훔쳐서 사용했다. … 해당 물건에 대한 갑과 을의 후생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 갑의 후생이 100원이고 을의 후생이 80원이라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20원의 후생 감소가 생긴다.<보기>에 의하면 ‘손실’은 ‘손해&rsq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자신이 알고 있던 개념 적용은 신중히

    검색 엔진은 빠른 시간 내에 검색 결과를 보여 주기 위해 웹 페이지들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인덱스를 미리 작성해 놓는다. 인덱스란 단어를 알파벳순으로 정리한 목록으로, 여기에는 각 단어가 등장하는 웹 페이지와 단어의 빈도수 등이 저장된다.(중략)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 엔진은 인덱스에서 검색어에 적합한 웹 페이지를 찾는다. ㉡적합도는 단어의 빈도, 단어가 포함된 웹 페이지의 수, 웹 페이지의 글자 수를 반영한 식을 통해 값이 정해진다.해당 검색어가 많이 나올수록, 그 검색어를 포함하는 다른 웹 페이지의 수가 적을수록, 현재 웹 페이지의 글자 수가 전체 웹 페이지의 평균 글자 수에 비해 적을수록 적합도가 높아진다. 검색 엔진은 중요도와 적합도, 기타 항목들을 적절한 비율로 합산하여 화면에 나열되는 웹 페이지의 순서를 결정한다.15. … ㉡을 고려하여 검색 결과에서 웹 페이지의 순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⑤ 다른 웹 페이지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주제를 간략하게 설명하되 주제와 관련된 단어를 자주 사용하여 ㉡을 높인다.-2023학년도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인덱스…각 단어가 등장하는 웹 페이지와 단어의 빈도수 등인덱스는 옆의 ‘찾아보기’처럼 책 내용 중에서 중요한 단어나 항목, 인명 따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일정한 순서에 따라 별도로 배열해 놓은 목록으로, 색인(索引)이라고도 한다. 지문에서도 ‘각 단어가 등장하는 웹 페이지와 단어의 빈도수 등’을 저장한 것이 인덱스라 했다. ‘빈도수’는 통계에서 기본 개념으로, 같은 현상이나 일이 반복되는 도수(度數: 거듭하는 횟수)다. 한 번이라도 나타난 항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리말다운 '민법 조문'을 보고 싶다

    가)사단법인은 사람이 없게 되거나 총회의 결의로도 해산한다.(민법 제77조 ②항)나)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민법 제162조 ①항)민법 조문을 그대로 옮긴 것인데, 얼핏 보기에도 비문(非文)임이 드러난다. 비문이란 어법에 맞지 않아 틀린 문장이다. 우리 민법에는 이런 오류가 200개도 넘는다고 한다. 민법이 1958년 제정 공포됐으니 60년 넘게 방치돼온 셈이다. 민법은 대한민국 법률 가운데 가장 조항 수가 많다. 1118조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특히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라, 법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법률이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장을 지낸 김세중 박사가 민법 개정 운동에 나선 까닭이기도 하다. 민법 제정 64년…비문만 200군데 넘어올 한 해 우리말과 관련해 조용히 활동하면서도 가장 큰 울림을 준 학자로 그를 꼽을 만하다. 처음에는 신문 사설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다 우리 생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법조문이라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민법의 오류 분석에 매달렸다. 그 결과를 모아 <민법의 비문>이란 책을 펴냈다. 나아가 SNS 활동 등을 통해 꾸준히 법조문 속 문법 오류를 알리고 개선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그의 지적을 듣다 보면 민법 비문의 유형이 어쩌면 그리도 일반 글쓰기에서의 오류와 똑같은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예문 가)는 이른바 ‘등위접속 오류’의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과(와), -나, -며, -고, -거나’ 등이 국어의 등위접속어다. 이들은 문장 안에서 앞뒤에 오는 말을 대등하게 연결해주는 문법요소다. 이때 ‘대등하게’에 주목해야 한다. 접속어를 사이에 두고 명사면 명사, 동사면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