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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저신뢰 사회'의 경제적 비용은 얼마나 들까

    “미친 소, 너나 먹어.”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나온 구호다. 지금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불만을 듣기 힘들다. 2016년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전자파가 성주 참외 농사를 망칠 것이라는 낭설이 돌았다. 올해 성주 참외 수출이 사상 최대다. 지난해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둘러싼 논란에 전국 횟집이 문을 닫을 지경이라며 아우성이었다. 그럴듯한 선동에 휩쓸리는 저신뢰 사회의 단면이다. 경제학에선 신뢰를 사회적 자본의 하나로 본다. 인적자본, 물적자본처럼 신뢰가 경제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경제에서 불신은 곧 비용이다. 거래 상대방을 믿을 수 없다면 사기를 당할 경우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 거래 비용이 커지는 것이다. 그런 위험과 비용을 정부가 나서 제도적으로 해결하려 들면 규제가 된다. 신뢰가 높은 사회라면 거래비용이 낮아지고 규제 필요성도 줄어든다.우리는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신뢰 부족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옷 한 벌을 사기 위해 여러 매장을 돌며 발품을 팔고, 10원이라도 싸게 파는 곳을 찾아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판매자를 신뢰하지 못해서 나오는 행동이다. 판매자보다 상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는 정보 비대칭을 극복하기 위해 ‘탐색 비용’을 치른다. 리뷰 할인을 하는 이유이런 사정을 간파한 기업들은 ‘리뷰 할인’을 한다. 제품 구매 후 인터넷에 후기를 올리는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매자의 리뷰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을 줄여준다. 소비자는 다른 구매자의 리뷰를 통해 탐색 비용을 아끼고, 판매자는 소비자 신뢰를 높여 구매

  • 숫자로 읽는 세상

    대통령실 "종부세 폐지 검토"…불붙은 세제개편

    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포함한 종부세법 개편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을 먼저 언급하자 대통령실이 아예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종부세 폐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상속세제 개편도 추진하기로 했다. 제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세제개편 논의에 불이 붙으면서 올해 안에 대대적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보면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도한 세금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서 종부세는 완전히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종부세 전반을 재검토해 과세 형평 및 시장 안정에 기여하도록 제도를 개편할 예정”이라고 31일 말했다. 아직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 단계는 아니지만, 대통령실이 의지를 보이는 만큼 오는 7월 발표되는 세법개정안에 종부세 폐지 및 그에 준하는 개편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국민의힘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고, 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상속세 개편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며 “상속세율을 주요 선진국 사례를 감안해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와 추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상속세 부과 방식이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뀌면 상속자가 2인 이상일 때 세 부담이 줄어든다. 대주주 할증과세(대기업 기준 20%)가 폐지되면 최고 상속세율이 현행 60%에서 50%로 낮아진다.정치권에서 종부세 개편은 민주당 의원들이 먼저 언급한 사안인 만큼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

  • 시사·교양 기타

    자원의 저주와 자원의 축복

    주니어 생글생글 제116호 커버 스토리 주제는 ‘자원의 저주’입니다.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데도 경제적으로 낙후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자원이 많은 나라가 경제 발전에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천연자원보다 더 중요한 발전의 요소는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자원을 바탕으로 경제 발전에 성공한 ‘자원의 축복’ 사례도 살펴봤습니다. 꿈을 이룬 사람들에선 한국인의 의류 생활에 혁신을 일으킨 이원만 코오롱 창업자의 일대기를 조명했습니다.

  • 키워드 시사경제

    3000 돌파…'홍해 사태'에 치솟는 해상운임

    해상운임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으로 불거진 ‘홍해 사태’가 미국과 영국의 후티 공습으로 장기화 조짐을 나타내면서다. 지난달 31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 SCFI)는 일주일 전보다 341.34포인트 오른 3044.77을 기록했다. SCFI가 3000 선을 넘은 것은 2022년 8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해운업계 비수기로 통하는 3∼5월에 운임이 급등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수출입 물동량의 운임 흐름 보여줘삼면이 바다인 한국에서 해운 산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가 해상을 거쳐 운송되고 있다. 해운업체들이 물건을 실어나른 대가로 받는 돈, 즉 운임의 추이를 보면 해운사가 장사를 잘하고 있는지는 물론 경기 상황까지 엿볼 수 있다. 해운사들이 운영하는 배는 크게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으로 나눈다. 컨테이너선은 화물을 담은 컨테이너를 차곡차곡 쌓아 운반하는 배로 완제품 수송을 주로 맡는다. 벌크선은 화물을 덩어리째 실어나르는 배로 철광석, 곡물, 석탄 같은 원자재 운송에 많이 활용된다.SCFI는 여기서 컨테이너선 시장을 대표하는 운임지수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15개 주요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 등을 토대로 산출한다. 벌크선 업계의 상황을 반영하는 지수로 발틱운임지수(Baltic Dry Index, BDI)도 있다. 영국 런던 발틱해운거래소가 세계 26개 주요 항로의 벌크선 운임 등을 종합해 지수화한 것이다.해상 운임이 크게 오르는 것은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운하 통항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유럽과 미주로 향하는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조만간 SC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자유주의 대 공동체주의' 등 깊이 알고 있어야

     ■ 빈출 주제(1) - 개인과 사회의 관계지난호에(5월 27일자 15면) 논술고사에서 출제되는 대표적 주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다루면서 그 관계를 규정하는 사회명목론과 사회실재론의 입장 간 대비되는 특징을 살펴봤습니다. 이 관계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안정 중 무엇을 중요시할 것인가(자유주의 vs. 공동체주의), 효율성과 형평성 중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 사회정의의 핵심을 과정의 공정성과 결과의 공정성 중 어디에 둘 것인가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주제들은 깊이 이해해두고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이해가 비슷한 주제에서 깊이 있는 시각과 통찰력으로 드러날 테니까요. 그럼 이번에는 논술형으로 만든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문제] 제시문 <1>~<4>를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상반된 입장으로 분류한 후 그중 적절한 것을 활용해 <자료>의 갑이 가지고 있는 관점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갑의 관점으로 아르바이트 청소년 부당 대우 문제를 볼 때 나타날 수 있는 한계를 서술해보시오.<1> 콩트에 따르면 비록 사회학이 위계상 그에 앞선 다른 과학들과 구분되는 특수한 방법론적 특성을 지녔다 하더라도, 역시 앞의 여러 과학에 의존하는 것이다. 특히 위계상 바로 아래에 있는 생물학에 매우 많이 의존한다. 생물학이 다른 자연과학 분야와 구분되는 점은 그것의 전체론적(holistic) 성격에 있다. 각 요소를 분리시킴으로써 발전되어온 물리학이나 화학과 달리, 생물학은 유기적 전체를 연구함으로써 발달한 것이다. 그리고 사회학이 생물학과 공유하고 있는 점은 바로 이 유기적 측면과 유기적 단위에 대한 강조다. 사회를 각

  • 역사 기타

    세계사 입체적으로 이해하면 의미와 재미 다 가져

    역사는 왜 배울까.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건 학교 시험지에나 쓰는 답. 십수 년 역사를 공부했지만 단 한 번도 선택을 위한 기준 같은 걸 역사에서 구한 적은 없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현재는 미래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아니면 역사 공부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거나.문제를 살짝 바꿔보자. 그렇다면 더 이상 시험 같은 걸 볼 일이 없는 사람들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솔직한 답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동네 찐 맛집은 절대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 이유와 같다. 답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너무나’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재미를 혼자만 독차지하려고 이유를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역사 공부에는 특별히 지능이 필요하지 않다. 대학 시절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알았다. 내 머리가 신통찮다는 것을. 이후 철학으로 종목을 바꾸면서 더 확실하게 깨달았다. 내 머리는 신통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역사로 방향을 틀었다. 잘한 선택이었다.역사는 (대체로) 정직하고 공부한 보상을 반드시 돌려준다. 주변을 보면 역사가 재미없다는 사람이 태반이다. 일단 수험 공부로 토막 역사를 읽었고 그러다 보니 실제 역사와 별 상관없는 연도만 지겹게 외운 탓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올바른 방향으로 역사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이다. 공부가 없으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공부가 안 된다. 악순환이 역사 문맹을 만든다. 미리 말하지만 인생의 막심한 손

  • 과학과 놀자

    유전자 변이로 세계 인구 1.7%가 제3의 성 가져

    지난 4월 5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간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의 핵심 내용은 각 나라에 "성적 특성에 선천적 변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 폭력, 유해한 관행에 맞서 싸우고 그 근본 원인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금은 생소한 '간성'에 대해 알아보자.단어를 살펴보면 ‘사이 간(間)’과 성별을 뜻하는 ‘성품 성(性)’으로 이뤄졌다. 영단어 또한 ‘사이에’라는 의미의 접두사 ‘inter’가 성별(sex) 앞에 붙어 있다. 이렇듯 간성이란 흔히 알고 있는 두 가지 성별 ‘남’과 ‘여’ 사이의 중간을 나타낸다. 사전에는 ‘신체 특성상 남성 또는 여성으로 구분할 수 없는 성’으로 정의돼 있다. 염색체, 유전자, 호르몬, 성기 등 성별과 관련된 신체적 특징이 이분법적 구조에 들어맞지 않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1.7%가 간성인으로 태어나는 걸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간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이를 규정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다.과학적으로 살펴보면, 간성은 성염색체 수가 다르거나, 성별에 해당하는 기관이 없거나, 또는 반대로 갖고 있거나,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 선천성 부신 과다 형성 등의 증상으로 알아챌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태어날 때부터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차 성징 때 드러나기도 한다. 심지어 본인이 ‘간성’이라는 사실을 평생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성염색체가 XYY인 사람은 유전적으로 간성이지만, XY인 사람과 외형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간성은 왜 일어나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성별은 언제, 어떻게 정해지는지 이해

  • 생글기자

    함께 하는 작은 실천이 큰 목표 이룬다

    몇 달 전 학급회의에서 학급 특색 활동의 주제에 대해 토의하던 중 ‘환경보호’라는 주제가 나왔다. 도덕과 수행평가 선정 도서이기도 하고, 환경 관련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평소 환경 분야에 관심이 있던 친구들과 함께 전기 소비를 줄이는 프로젝트를 한 달 동안 진행했다.절전 프로젝트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몰랐지만, 다 함께 사소하고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먼저, 아침 자습 시간에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영상을 틀었고, 학교 행정실에 부탁해 우리 반의 전력 소비량 변화를 볼 수 있는 차트를 구했다. 전자 칠판을 쓰는 대신 칠판을 사용하고, 보일러는 항상 적정 온도에 맞춰놓았다. 또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직접 만든 간식을 나눠줘 일회용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 매점의 간식 섭취량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이동 수업이 있을 때는 전등과 공기청정기의 전원을 끄고, 수업 필기는 태블릿 PC 대신 노트에 하는 방안을 실천했다.그 결과, 우리 반의 전력 소비량이 약 10% 가까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쓰레기량 또한 확연히 줄어들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아낀 전기만큼을 돈으로 환산해 우리 학교, 우리 반 이름으로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하기까지 했다.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일들이 함께하니 이루어졌다. 이러한 관심과 실천이 우리 학급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교, 전국,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으며 좋겠다. 그러면 모두가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김도경 생글기자(대원국제중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