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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수탁받다'란 말은 없어요

    점입가경, 가관, 천고마비, 청천벽력, 요령, 횡설수설, 장광설, 엉터리, 주책, 독불장군…. 전혀 연관성이 없는 말들을 나열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의미변화를 일으킨 말이란 점이다. 특히 그것도 거의 정반대 쓰임으로 굳어진, 독특한 우리말 유형에 해당하는 말들이다.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닿는 대로 다시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이 중 ‘점입가경’의 중복표현 여부에 대해 살펴보자. ‘갈수록 점입가경’은 중복 표현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들어갈수록 점점 재미가 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일 때 “점입가경이다”라고 한다. 이를 흔히 “갈수록 점입가경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대개는 무심코 이렇게 말하지만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쓰기도 한다. 점(漸)이 ‘차츰, 점점’이란 뜻의 말이다. 그러니 앞에 ‘갈수록’을 붙이는 것은 중복 표현 아니냐는 지적이다.“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같은 표현은 ‘겹말’을 얘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대표 사례다. 겹말이란 처갓집이나 전선줄, 고목나무, 역전앞, 전단지, 동해바다와 같이 같은 뜻의 말이 겹쳐서 된 말이다. 사전에서는 이들 가운데 단어화한 말을 따로 올려 공식적으로 표준어 대접을 하고 있다. 처갓집을 비롯해 전선줄, 고목나무 따위가 그것이다. 이에 비해 역전앞, 전단지, 동해바다 같은 말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같은 유형의 말이지만 아직 단어로 처리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들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쓴다면 ‘오류’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런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토포악발 (吐哺握髮)

    ▶한자풀이吐: 토할 토  哺: 먹을 포  握: 쥘 악  髮: 터럭 발먹던 것은 뱉고 감고 있는 머리를 거머쥐다인재를 얻기 위해 애쓰는 것을 비유하는 말 -<한시외전(韓詩外傳)>주(周)나라는 무왕(武王)이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멸하고 세운 나라다. 무왕의 치세로 혼란한 정세는 점차 회복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무왕이 질병으로 죽고 나이 어린 성왕(成王)이 제위에 오르자, 무경과 관숙 등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정세는 다시 혼탁해졌다.이 같은 혼란을 정비하고 주 왕조의 기반을 굳건히 다진 인물이 주공단(周公旦)이다. 공자가 평생 흠모한 주공단은 무왕의 아우이자 성왕의 삼촌으로 권좌를 넘보지 않는 충직한 섭정을 펼쳐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세웠다. 주공은 주왕실의 일족과 공신들을 중원 요지에 배치해 백성들을 다스리게 하는 대봉건제를 시행해 주왕실의 수비를 공고히 했다. 주위에서 주공을 왕위에 올리려 했지만 주공은 단칼에 거절하며 조카 왕에 대한 충심을 잃지 않았다. 공자는 주공의 이런 마음을 높이 샀다.주공이 노(魯)나라 땅에 봉해져 집을 떠나는 아들 백금(伯禽)에게 말했다.“나는 한 번 씻을 때 세 번 머리를 거머쥐고(一沐三握髮), 한 번 먹을 때 세 번 음식을 뱉으면서(一飯三吐哺) 천하의 현명한 사람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주공은 아들에게 나라를 살피는 일은 잠시도 쉴 틈이 없고 훌륭한 인재를 얻으려면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는 <한시외전>에 나오는 이야기다.토포악발(吐哺握髮)은 먹던 것을 뱉고 감고 있던 머리를 거머쥔다는 뜻으로, 현사(賢士)를 얻기 위해 정성을 다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훌륭한 인재

  • 경제 기타

    은행 건전성 관리, 대출 규제가 중요 수단

    수능이나 평가원 모의평가에서는 경제 관련 지문이 나올 때 금융시장에 대한 내용이 종종 출제됐습니다. 중앙은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가장 무난한 경제 지문이기도 하지요. 이번엔 금융 안정 측면에서 금융당국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금융 안정이란금융은 무엇일까요. ‘금전의 융통’을 줄인 말입니다. 즉 돈을 빌리고 갚는 행위가 금융인 셈이죠. 정부, 개인, 기업 등 모든 이가 금융 활동의 주체입니다. 돈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 돈을 잘 빌리고, 또 빌려주는 사람은 그 돈을 이자 쳐서 잘 돌려받으면서 금융은 원활히 돌아가죠. 실물경제 곳곳에 필요한 돈을 공급함으로써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어요. 문제는 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금융 안정’이라고 합니다.금융시스템은 은행·저축은행·증권사·보험사 등 금융기관과 채권·주식시장 등 금융시장 그리고 금융인프라로 구성돼 있어요. 이 세 가지가 원활하게 돌아가야 금융 안정이 달성되죠. 그런데 금융기관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요.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바로 그 경우였어요. 부실한 빚덩어리들을 묶어서 그럴듯한 빚덩어리인 것처럼 꾸며 금융상품으로 판매했지만, 결국 부실이 터져버린 것이죠.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금융기관이 줄줄이 무너진 경험이 있어요. 금융 안정을 위해선 금융정책 당국이 적절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한국은 금융기관이 충분한 자본을 쌓아두도록 합니다. 이를 ‘자기자본비율규제’라고 하는데요, 최소한 8%의 자기자본은 갖고 있으라는 겁니다.금융안정을 위한 조치국제결제은행(BIS)에

  • 성큼 다가온 'AI 선생님 시대'

    주니어 생글생글 제136호 커버스토리 주제는 ‘AI 논술 선생님’이다. 주니어 생글생글이 국내 어린이·청소년 매체 중 처음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AI 논술 서비스’를 내놨다. 주니어 생글생글 콘텐츠를 바탕으로 AI가 논술 문제를 내주고 글을 써서 입력하면 첨삭 지도까지 해준다. 서비스 이용 방법과 특징을 설명했다. AI는 국어, 영어, 수학 등 대부분 과목에서 교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AI 선생님 시대에 대해 알아봤다.

  • 전세계 '텍스트 힙' 열풍

    제871호 생글생글은 ‘텍스트 힙’을 커버스토리 주제로 다뤘다. 최근 ‘글을 읽는 것이 멋지다’는 의미의 텍스트 힙 흐름이 세계 각국의 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SNS에 독후감을 올리거나 책에 나온 멋진 구절, 책 표지, 자신의 서가 등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이런 현상에 힘을 더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활자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를 살펴봤다. 대입 전략에선 수능 킬러 문항이 주로 어디에 배치되고 문항당 평균 풀이 시간은 얼마인지 분석했다.

  • 커버스토리

    10년 만의 독서 열풍…주목받는 '텍스트 힙'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온라인에 올리곤 합니다. 실생활에서는 주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온라인 공간에선 자신을 활짝 드러내는 이도 많죠. 디지털 시대 네트워킹의 달라진 단면인데요, SNS에 등장하는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이런 일상이 ‘힙(hip)하다(멋지다)’ 싶으면 너도나도 따라 하는 게 유행이 됐습니다.최근엔 ‘글을 읽는 것이 멋지다’는 뜻의 ‘텍스트 힙(text hip)’ 흐름이 세계 각국의 Z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책의 멋진 구절이나 표지, 자신의 서가 등을 찍어 공유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물질인 도파민이 독서할 때 많이 나온다는 뜻에서 ‘독(讀)파민’이란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책과 글이 쇼츠(짧은 동영상) 인기에 자리를 내준 것 같았는데,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도 ‘텍스트 힙’ 확산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습니다. 매년 축소되던 국내 출판 시장이 10년 만의 독서 열풍에 다시 기지개를 켠다고 하니 참 반갑습니다.이런 텍스트 힙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독서 열풍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궁금해집니다. 나아가 인공지능(AI) 시대에 책 읽기의 의미와 독서량이 많은 나라는 어떤 점에서 차별점을 보이는지도 흥미롭습니다. 이어지는 4·5면에서 두루 살펴보겠습니다.독서는 자신을 차별화하는 멋진 수단짧은 영상 시대에 텍스트 오히려 인기죠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국내 출판계 불황을 역대급 호황으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한강의 소설은 노벨상 수상 발표 이후 100만 부 넘게 팔리며 ‘독서의 귀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白龍魚服 (백룡어복)

    ▶한자풀이白: 흰 백  龍: 용 룡  魚: 물고기 어  服: 입을 복흰 용이 물고기 옷을 입는다는 뜻으로신분이 높은 자가 서민복을 입고 미행함-<사기(史記)>오(吳)나라 왕이 백성들과 함께 술을 마시려고 하자 옆에 있던 오자서(伍子胥)가 이를 말렸다.“옛날에 하늘에 있던 흰 용이 지상으로 내려와 차가운 연못에서 물고기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때 어부 예저(豫且)가 용의 눈을 쏘아 맞추니 용은 하늘로 올라가 하느님에게 이를 고하였습니다. 하느님이 용에게 ‘너는 그때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었느냐’라고 물으니 용이 대답하기를 ‘저는 그때 찬 연못에서 물고기로 변해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하느님이 다시 ‘연못에 있는 물고기는 사람들이 잡으라고 있는 것이니 그 어부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고 오히려 너에게 잘못이 있느니라’라고 했습니다. 지금 모든 것을 버리시고 미천한 백성들과 어울려 술을 마신다면 예저와 같은 이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오자서의 간언을 듣고 왕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사기> 오자서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백룡어복(白龍魚服)은 흰 용이 물고기 옷을 입는다는 뜻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 서민의 옷을 입고 미행(微行)하는 것을 이른다. 미행은 일부러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무엇을 살피기 위해 남모르게 다니는 것을 가리킨다. 조선시대 암행어사를 연상하면 된다. 외교 사절이나 국가원수가 신분을 알리지 않고 사적으로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위 고사에서 용은 신분이 높은 사람, 어부는 평민을 이르는 말이다. 구중궁궐(九重宮闕)에 사는 왕이 신하들이 전하

  • 경제 기타

    저축은 자본량을 늘려 1인당 GDP 증가시키죠

    이번 주에 살펴볼 솔로(Solow)의 경제성장 모형은 지난주에 배운 맬서스(Malthus)의 모형과 함께 외생적 성장 모형으로 분류되는 개념이다. 외생적 성장 모형은 생산요소의 투입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맬서스가 살던 시절에는 농업이 가장 큰 산업이었다. 노동을 주요 투입 요소로 한정하여 식량의 생산과정을 통해 경제성장을 설명한 것은 어느 정도 타당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는 노동과 더불어 자본도 생산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좀 더 현실적인 성장 모형이 필요해졌다. 많은 경제학자가 노동과 자본을 함께 고려한 다양한 경제성장 모형을 제시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솔로가 1956년에 발표한 성장 모형이다. 솔로의 시각현대 경제에서 자본은 중요한 생산요소다. 거의 모든 생산과정에 노동과 함께 투입되면서 경제성장에도 큰 역할을 한다. 노동과 달리 자본은 생산과정을 통해 축적되는 생산요소다. 한 번 사용하면 소멸하는 대부분의 소비재와 달리 자본은 생산에 투입되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생산자들이 일정한 주기로 지속해서 자본을 구매하면 자본축적이 이루어져 생산과정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할 수 있다. 자본이 꾸준히 증가하면 노동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노동자의 평균생산성이 올라가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다. 노동이 증가하면서 한계생산이 감소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는데, 자본축적으로 노동생산성이 늘어나면서 이를 상쇄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의 한계생산이 체감함으로써 더 이상 1인당 생산량이 늘지 못하고 오히려 점점 줄어들 수도 있는 맬서스 성장과정의 한계를 자본이 극복할 수 있다고 솔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