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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은행의 기능과 은행원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한 달에 서너번 이상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은행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온라인을 통해 수행되면서 어떤 달에는 한 번도 은행을 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우리 일상의 변화는 불과 10여년 만에 은행과 은행업무가 얼마나 급변했는지를 반증해 준다.은행의 업무 방식과 형태가 이처럼 급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하는 궁극적인 기능과 역할들은 여전하다. 은행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시적인 기능이자 필요성이 자금의 보관과 결제 기능이다. 이는 은행의 형성과정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초창기 은행은 12세기 베니스와 제노아에서 설립되었다.당시 은행들은 선박을 타고 먼 거리를 돌아다니며 상거래를 해왔던 상인들을 위해 그들의 자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하였다.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객주(客主),여각(旅閣)에서 상인들이 가져온 물건을 비롯한 자금의 보관 업무 및 결제 업무 등을 담당한 바 있다. 그리고 곧이어 은행 역할을 해온 이들을 통해서 예금의 일정액이 구두 지시,가끔은 서면 지시를 통해서 상거래에 따라 다른 계좌로 이체되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상거래를 통해 얻은 주화나 자금을 다시 가지고 다니는 데 많은 위험과 비용을 수반해야 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이러한 번거로움 없이 은행에 자금을 맡겨두었다는 사실만으로 서로 믿고 거래하는 신용거래를 선호하게 된다.당시 상인들이 이러한 신용거래를 선호하게 된 또 다른 이유로는 초창기 화폐인 주화가 균일하지 못한 데에서도 기인한다. 당시 주화는 그 크기와,무게,금이나 은의 함량 등이 지역,주조시기 등에 따라 서로 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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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광해군의 두 얼굴
전란으로 피폐해진 조선을 다시 일으키고 실용적 외교노선으로 나라를 지킨 위대한 군주인가, 아니면 인륜을 어기고 무리한 토목공사로 나라를 망친 폭군인가. 조선의 역대 왕 중 오늘날까지 가장 상반된 평가를 받는 한 왕이 있습니다. 그는 너무나 정반대의 민낯을 역사에 고스란히 남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한국사를 단지 위인전의 나열이 아니라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됩니다. 두 얼굴의 사나이, 그는 조선 제15대 왕이자 연산군과 함께 ‘군’으로 역사에 영원히 남은, 광해군입니다.위대한 군주인가 패륜적 폭군인가광해군은 선조의 둘째 아들이자 후궁의 자식이라 사실 조선의 예법을 엄밀히 적용하면 왕이 될 수 없었습니다. 바로 위 형인 임해군이 있었고, 자신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왕비(인목대비)가 낳은 영창대군이 적자로 존재했기 때문이지요. 객관적으로 보면 서자인 광해군이 왕이 되기에 무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임진왜란 때 광해군은 선조를 대신해 조정을 이끌던 왕세자였습니다. 이른바 ‘분조’ 활동이라 하여 의주와 평양에 있었던 선조를 대신해 조정을 쪼개 전쟁 상황에서 국가를 이끄는 것이지요. 전국을 돌며 광해군은 민심을 달래고 군량을 모았으며, 한편으론 의병활동을 펼치던 유생들과 뜻을 함께하게 됩니다. 이때 남명 조식의 제자이던 정인홍 등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데, 훗날 이들이 곧 북인 집권 세력이 됩니다. 이렇게 전쟁 속에서 국가를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광해군은 재위 15년 동안 나름대로 국가를 재건하기 위한 정책을 펼칩니다.특히 이원익의 건의를 받아들여 조선 중기 이후 문제가 되었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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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법률가가 경제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
재판을 진행하고 최종 판결을 내리는 판사, 국가를 대표해 사건을 조사하고 재판을 청구하는 검사, 법정에서 사건 당사자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고 옹호하는 변호사.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우리는 흔히 법률가라고 한다. 법률을 연구하고 이해하여 이를 운용하는 사람을 법률가라고 부르는 것이다.법률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경과 선망의 직업이다. 이는 전문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법의 특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또한 올바른 법질서 확립이 국가와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불가결한 조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칫 잘못된 판결을 내리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거나 억울한 피해자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법률가들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에는 세심한 판단력이 요구되며, 그것이 미칠 파급력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법이 다루어야 할 영역과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요즈음은 더 그러하다.법이 경제학을 만났을 때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 백화점 사이에서 무료 셔틀버스 운행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당시 대부분 백화점은 인근 지역을 셔틀버스로 운행하면서 사람들을 백화점으로 실어 날랐다. 물론 이런 서비스는 매출 향상을 위한 백화점 영업활동의 하나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대단했다. 고객들은 셔틀버스 덕분에 편안하고 쾌적한 쇼핑을 즐길 수 있었고, 이 가운데는 백화점 셔틀버스를 개인적 이동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자 셔틀버스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백화점으로 주부들이 발길을 돌려 상권이 위축됐다고 주장하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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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이순신, 일본군의 기세를 꺾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시작돼 그가 죽음으로써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 이 전쟁이 시작되기 1년 전부터 직감적으로 전쟁을 예감하고 준비했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물러가는 일본군에 결정타를 가했지만 안타깝게 산화한 영웅이 있습니다. 23전 23승의 전승을 올린 인물, 바로 성웅 이순신입니다.조선의 상식을 실천한 이순신이순신에 대해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은 조선의 상식을 곧이곧대로 실천한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전라 좌수사로 임명되기 전, 한때 함경도에서 여진족을 물리치다 중과부적으로 밀리게 됩니다. 상관에게 추가 병력 지원을 요청하지만 상관이 이를 묵살했고, 나중엔 적장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백의종군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이 상황에서 거리낌없이 당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도 그 백의종군을 받아들입니다.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었기 때문이죠.어릴 적 친구였던 유성룡이 그를 늘 칭찬하고 추천하자,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율곡 이이가 그를 만나기를 청합니다. 그때도 이순신은 같은 문중(덕수 이씨)이지만 율곡 이이가 당시 이조판서, 즉 인사권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라 만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문중이라 출세하게 된다는 둥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요. 임진왜란 중 원균의 오판과 모함, 그리고 일본군의 모략으로 옥에 갇히고 두 번째 백의종군을 하게 될 때는 상황이 매우 심각했습니다. 마침 그의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에요. 그는 억울함과 슬픔을 모두 가슴에 안고 전쟁터로 향합니다. 그것이 그가 지켜야 할 상식선이었으니까요. 1598년 노량해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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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꽃재배의 외부효과를 활용한 직업, 원예치료사
우리는 일상생활 중에 전혀 의도하지 않게 다른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혜택을 주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생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다면, 이는 자기 자신을 위해 수행한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이 독감에 걸릴 확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대게 사람들이 교육을 받는 이유는 자신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행위이거나 자신의 지적 만족을 채우기 위한 행위이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을 사용함으로써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들의 후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을 외부효과라 지칭한다.외부효과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어떤 경제 행위를 수행할 때 해당 경제 행위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에게 의도치 않게 이익이나 손해를 가져다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대가나 벌칙을 받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외부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외부경제’와 ‘외부불경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외부경제는 쉽게 말해 긍정적 외부효과로, 어떤 경제 행위가 제3자에게 의도치 않게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시장에서 정당하게 대가를 받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반면 외부불경제는 부정적 외부효과로, 어떤 경제 행위가 타인에게 경제적 손실을 주었으나 시장에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경제학에서 외부효과를 주목하는 이유는 외부효과가 사회 전체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경제 행위는 비용과 편익을 수반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유발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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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한국 첫인상 좌우하는 직업 '관광통역안내사'
취업난이 심한 요즘 대학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하나가 있다. 어떤 직업이 유망한가요 내지 어떤 직업이 취업 가능성이 높나요 같은 일련의 질문들이 그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인력이 부족한 분야가 취업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주목해야 할 분야가 있으니 다름 아닌 관광이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400만명에 이르렀다. 2007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수가 644만명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불과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2배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가장 각광받는 제주 지역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만 200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은 강남구만 하더라도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혜택을 받고자 찾아온 중국인이 연간 3만명 수준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전체로는 연간 의료관광객만 26만명에 이른다. 관광객 증가 추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면세점이다. 현재 국내 면세점 시장은 8조2000억원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이처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직업이 관광통역안내사다. 관광통역안내사는 쉽게 말해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에게 국내 관광지를 설명하고 여행을 도와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흔히 ‘관광가이드’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어학능력 필수, 국가관도 중요과거에는 관광안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별도의 전문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관련 법규가 일부 개정돼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자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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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아파트의 효율화 도모하는 '주택관리사'
도시가 형성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에 경제원리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도시의 탄생은 생산활동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과거 원시시대에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던 시절에는 굳이 함께 모여 살 필요가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함께 모여 살면서 도시를 형성할 경우 오히려 경제적 손실만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았다. 모여 살면 도난의 위험성도 그만큼 더 커질 뿐만 아니라 위생상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땅값이 상승하기 때문에 거주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거나 농산물 생산에 투여된 비용이 늘어나 오히려 자급자족마저 어려워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조달하며 살아가는 경제시스템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사는 것은 이익보다 비용이 더 많이 유발되는 행위였던 것이다.하지만 신분제도의 등장과 함께 신분과 출신 지역에 따라 다른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그 과정에서 직업의 전문화 내지 분업화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각 개별 경제주체들은 각자 특정 생산활동에만 전념하기 시작했고, 이런 전문화를 통해 추가로 얻은 잉여생산물을 다른 사람들과 교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훨씬 풍요롭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간의 생산물을 교환하며 살기 위해서는 함께 모여 사는 것이 훨씬 편리했다. 다시 말해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사는 것이 교환경제 하에서는 거래비용을 낮춰 비용보다 혜택이 더 많은 상황으로 변했던 것이다.세계 인구 절반 이상 도시에 거주가장 초창기 도시라 할 수 있는 4대 문명은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이다. 이후 인간의 주거지는 도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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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미식 관광을 주도하는 직업 '요리사'
최근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신종 산업 중 하나가 미식관광(gastronomy tourism)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식관광이란 좋은 먹거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체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 음식을 제조하는 과정을 살펴보거나 혹은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마저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수익성 높은 산업많은 국가에서 이처럼 미식관광에 주목하는 이유는, 미식관광이 내포하고 있는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해외 관광객들이 여행 중에 먹거리에 소비하는 비중이 평균적으로 전체 소비 지출 중 17%에 해당한다고 한다. 먹거리 문화가 특히 발달한 스페인 내지 이탈리아 같은 일부 국가들의 경우에서는 관광 지출 비중 중에서 먹거리 관련 지출이 30%를 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국가들은 자국의 국제수지를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리고 추가적인 관광 수입을 창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미식관광에 주목하고 있다.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미식 문화 내지 산업을 활성화시키려는 이유는 더 있다. 우리는 특정 국가를 기억할 때 해당 국가의 건축물 내지 국기 등으로 떠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특정 국가의 음식으로 해당 국가를 떠올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한국하면 김치, 일본하면 스시, 중국하면 중국요리, 이탈리아하면 피자가 떠오르는 것이 그것이다. 때문에 미식관광의 활성화는 해당 국가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도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뿐만 아니라 미식관광은 해당 국가의 도심지를 중심으로 번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국가의 토착 식자재를 바탕으로 미식관광이 번성하는 경우 또한 많기 때문에 교외지역 내지 변두리 지역에서 성행할 수 있는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