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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8) 우리나라 중세는 서양 중세와 무엇이 달랐는가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식민지시대부터 우리나라 중세가 서양의 중세와 닮은 점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근대 이후 세계를 제패한 유럽의 역사가 정상적인 발전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졌을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일본만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하였던 이유가 봉건제를 경험하였기 때문이라는 역사관을 비판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인류가 원시공동체,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 단계를 밟아 사회주의를 거쳐 공산주의 사회로 전진하는 것이 법칙이라고 믿었던 마르크스 주의 역사학자에게는 그러한 역사법칙이 한국사에서도 관철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미래의 전망을 위해서 중대한 의의를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한국 중세에서 봉건제를 ‘발견’하려는 시도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군사력을 보유한 영주들이 국가권력을 나누어 가지고 영지를 독립적으로 지배하는 서양 중세와 국왕이 과거제도로 선발한 관리를 지방에 파견하여 전국을 중앙집권적으로 통치하는 한국 중세를 똑같이 봉건제 사회라고 칭하기 위해서는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중앙집권적 통치와 지방 영주들이 지배하는 분권적통치 무엇보다 서양 중세의 분권적인 정치체제와 대조적인 중앙집권적인 국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봉건제 앞에는 ‘아시아적’, ‘집권적’, ‘국가적’, ‘관료적’과 같은 다양한 수식어를 붙일 수밖에 없었는데, 마치 천동설을 지탱하기 위해서 주전원을 고안한 것과 같았다고 해야 할까? 이러한 학술적 곡예를 통해서 다른 점은 모두 지우고 남은 봉건제는 대토지소유자가 토지소유에 기초하여 타인노동을 착취하는 제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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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銀구두 신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로시의 마음을 옐런은 알까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오즈의 마법사’ 를 통해 본 국제통화체제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무지개 너머 어딘가 저 높은 곳에~자장가 속에나 나오던 그런 곳이 있어요~) 미국의 제작사 MGM이 1939년에 만든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Over the rainbow’라는 주제가로도 유명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든 빅터 플레밍이 메가폰을 잡았다. 미국의 동화작가 프랭크 바움(1856~1919)이 쓴 불멸의 작품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1900년)가 원작인 이 영화는 ‘도로시’라는 소녀가 회오리바람에 날려 오즈라는 마법의 나라에 떨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도로시와 그의 개 토토, 그리고 두뇌는 없지만 말을 할 줄 아는 허수아비, 양철로 만들어진 나무꾼,겁 많은 사자 등이 힘을 합쳐 갖은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스토리는 연극 영화로도 상영돼 청소년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디플레이션 20년의 그늘 2009년 9월에는 영화개봉 70주년을 기념해 미국 전역의 400여개 영화관에서 디지털로 복원된 ‘오즈의 마법사’가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는 도로시의 은색구두가 진홍색으로 바뀌었다는 점 외에는 소설의 내용을 충실히 담았다. 주디 갈랜드의 노래 실력과 환상적인 모험을 담은 스토리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작자 바움이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를 쓴 데는 미국도 그림형제와 안데르센의 작품 못지않은 자국 동화를 내놓을 때가 됐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소망대로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는 유럽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출간 첫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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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신종직업 '이혼상담사'로 살펴 본 수요증가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늘 새로운 직업이 대두되고 다른 한편으로 기존 직업이 사라지기도 한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직업이었던 인력거꾼, 신문팔이, 버스 안내원, 뱃사공 등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직업이 됐다. 대신 커플매니저, 음악치료사, 프로게이머 등은 새로 등장한 직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직업 사전에 소개된 직업만도 1만개 이상에 달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직업이 새로 생겨나고 어떠한 직업이 소멸되는가? 물론 이에 대해 하나의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기술 발달로 인해 소멸되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가치관이 변화하여 소멸된 직업도 있을 것이다. 법과 제도적 규율로 인해 사라진 직업들도 있다. 이처럼 직업 소멸의 이유에는 많은 원인들이 있지만, 특정 직업이 생성되는 가장 주된 이유로는 ‘수요의 증가’가 대부분인 듯하다. 원래 경제주체가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욕구인 수요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하나의 심리상태다. 그러나 수요는 재화에 지급하고자 하는 가격까지 포함된 아주 구체적인 의사라는 점에서 재화에 대한 단순한 ‘욕구’나 ‘필요’와는 구별된다. 특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직업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 행위를 대신 해주었음 하는 욕구 수준의 내용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금전적 지급까지 이어질 정도의 명확한 사회적 수요 증가가 유발돼야 한다. 정부 44개 신종 직업 발표 직업의 태동이 무엇보다 해당 직업이 사회적 수요 증가에 기반한다는 사실은 직업의 정의에서도 드러난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직업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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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고대의 대외교역과 거래비용

    전쟁과 교역은 양립하기 힘들다. 전쟁의 시대였던 고대에는 어떻게 대외 교역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현재 우리는 고대인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세상, 클릭 한번으로 외국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다. 정보기술과 운송 수단이 비약적으로 발달하였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지만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의 감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대는 교역에 수반되는 거래 비용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교역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교역의 이익을 충분히 누릴 수 없었던 시대였다. 거래비용은 102세로 작고한 코즈(Ronald Coase, 1910~2013)가 창안한 개념으로 쌍방 간에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거래에 수반되는 모든 비용을 뜻한다. 코즈는 시장경제 안에 명령에 의해서 작동하는 기업이 왜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시장거래에는 ‘시장을 이용하는 비용’, 거래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코즈는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개념을 고안한 공로로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거래비용이 너무 높으면 약탈과 정복 당해 재화 A와 재화 B를 교환하는 아주 단순한 물물교환에도 거래비용이 소요되는데, 상대방이 가진 B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측정비용) 내가 A를 주었을 때 상대방이 나에게 B를 양도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도 자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집행비용). 상대방이 A를 받고도 B를 주지 않거나 계약을 파기하고 B를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거래를 위해서 상대방을 만났다가 A를 빼앗기고 생명까지 잃을 수도 있다. 이렇게 거래비용이 높은 경우에는 교역의 이익이 아무리 크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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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정보에 대한 맹신이 계유정난 불렀다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관상’을 통해 본 정보경제학 “수양대군은 전하를 두려워하며 그 그릇이 결코 왕위 찬탈을 감행할 그릇이 못 되옵니다.” (내경) 영화 ‘관상’의 등장 인물 내경(송강호 분)은 얼굴을 보면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는 천재 관상가다. 그를 ‘스카우트’하려고 한양에서 찾아온 기생 연홍(김혜수 분)이 거짓말을 하자 “도홧빛이 돌고 입술이 붉은 게 무당 끼가 있어 보이긴 한데…. 무당 될 팔자는 아니고…. 무슨 꿍꿍인진 모르나 거짓말할 거면 가라는 것이지요”라며 대번에 간파해낸다. 내경의 실력에 감탄한 연홍은 거액의 계약금(?)을 주고 자신이 운영하는 한양의 기생집으로 그를 데려온다. 술을 마시러 온 고객들의 사주를 봐주는, 요즘말로 ‘사주 카페’와 비슷한 곳이다.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 내경은 금세 유명인이 된다. 당대의 정치가였던 좌의정 김종서(백윤식 분)는 그를 눈여겨보고 임금인 문종(김태우 분)에게 데려간다. 문종은 내경에게 역모를 일으킬 만한 사람의 관상을 살펴볼 것을 명한다. 정보는 매력적인 상품 고전경제학은 모든 거래 당사자들이 완벽하게 정보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합리적 행동은 차치하더라도 완전한 정보 자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정보를 얻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이유다.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정보 역시 사고파는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는 특정 인물의 프로필이나 기업 혹은 국가의 신용과 관련한 정보를 거래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조지 애컬로프 UC버클리대 교수는 2001년 조지프 스티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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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공공재도 만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공동 창업한 것으로 유명한 스티브 워즈니악이 최근 이색적인 발언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IT잡지 와이어드는 ‘애플이 안드로이드 폰을 만들어야 한다’는 워즈니악의 다소 충격적인 주장을 보도했다. 워즈니악의 주장은 애플에 경쟁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라는 것으로, 마치 코카콜라에 펩시콜라를 코카콜라 병에 담아 판매하라는 말과 같다. 물론 워즈니악은 애플의 발전을 염원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주장을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창업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애플과 애플의 제품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일이 현실화되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애플에서 만드는 안드로이드 폰. 어쩌면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스마트폰이 등장하여 사람들의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지 않을까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애플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만드는 것은 가능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애플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다. 안드로이드 폰의 핵심 요소인 운영체제(OS)가 오픈소스, 다시 말해 공개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열람 가능 ‘오픈소스’ 모바일 OS 개발을 꿈꿔오던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 업체 구글(Google)은 2005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안드로이드사를 인수하였다. 이후 구글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을 규합하여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HA)’라는 개방형 휴대전화 동맹을 결성하였고, 이 동맹을 통해 개발한 소프트웨어 안드로이드(모바일 OS)를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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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우리나라 고대는 노예제 사회였는가?

    노예제 문제는 한국사의 대표적인 난제다. 그리스·로마시대의 노예(slave)에 해당하는 신분은 ‘노비’(奴婢)이기 때문에 조선시대에 노비가 전체 인구의 3~4할을 차지하였다는 사실을 접하면 무척 당혹스럽다. 예를 들면, 17세기 초의 호적에서 산음현은 41.7%, 단성현은 무려 64.4%의 인구가 노비였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서 노예가 전체 인구의 대략 3~4할이었고 남북전쟁 전 미국 남부에서도 3분의 1 정도였기 때문에 만약 노비가 모두 노예라면, 적어도 조선 전기는 전형적인 노예제사회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서양사의 기준에서 보면 고대에서 발전을 멈추어 버렸다는 뜻인가? 중세에 속하는 조선시대가 노예제 사회였다면 그보다 앞선 고대는 도대체 어떠한 사회였다는 말인가? 서양의 고대와 마찬가지로 노예제 사회였는가? 노예는 친족과 단절된 ‘사람 재산’ 노예는 두 측면에서 정의할 수 있다. 첫째는 다른 사람의 ‘재산’이 된 사람, 둘째는 친족관계(공동체)로부터 단절된 사람이다. 노예는 주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친족관계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동시에 친족관계에서 단절되었기 때문에 주인의 뜻대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이 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서 발생한 포로를 처리하는 방법에서 기원하였다고 추측되는데 포로를 죽이거나 대가를 받고 풀어주는 대신 일을 시키기로 한 것이다. 공동체의 규칙을 어겨서 ‘사회적 죽음’을 당한 자도 노예가 되었는데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다는 점에서는 전쟁포로와 마찬가지였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채무를 갚지 못한 자들로서 공동체 안에서 살지만 사회적으로는 공동체 밖으로 추방된 자들이었다. 우리나라의 고대에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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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도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의 게임…첫사랑은 그저 아련할 뿐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건축학개론’을 통해 본 사랑의 경제학적 가치 건축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승민(엄태웅 분). 여느 때처럼 야근으로 사무실에서 밤을 새운 어느 날 어디선가 본 듯한 여자(한가인 분)가 불쑥 찾아온다. “나 기억 안 나? 대학교 1학년 때, 음대 다녔던….” 승민은 그제서야 15년 전을 떠올린다. 첫사랑 서연이다. 영화는 그녀가 승민에게 집을 지어달라고 의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은 풋풋한 대학교 새내기 시절 서로에게 첫사랑이었지만 끝내 알아채지 못한 채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남녀가 30대 중반에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영화 속 캐치프레이즈처럼 누구나 한번쯤 아프고 설레었던 시기로 시계바늘을 돌리고 있다. 애틋한 첫사랑의 기억 건축과 1학년인 승민(이제훈 분)과 음대생 서연(수지 분)은 ‘건축학개론’이라는 수업에서 처음 만난다. 같은 동네(서울 정릉)에 사는 둘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수업 과제를 하다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서연은 어느 날 승민에게 자신이 살고 싶은 미래의 집을 그려 보이며 나중에 내 집은 네가 꼭 지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날 승민은 버스정류장에서 자신에게 기대 잠든 서연에게 몰래 ‘도둑 키스’이자 첫 키스를 한다. 승민은 서연에 대한 마음을 점점 키워가지만 서연은 돈 많고 인기 좋은 건축학과의 다른 남자 선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느 날, 선배가 술에 취한 서연을 부둥켜안고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뒤 승민은 애틋한 첫사랑에 종언을 고한다. 돌이켜 보면 사소한 오해가 빚은 ‘참사’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