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교양 기타

    (36) 나스메 소세키 '마음'

    험난한 삶을 산 작가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나스메 소세키. 그의 대표작 <마음>은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으며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판매부수 1700만 부를 돌파할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일본에서는 그를 ‘국민 작가’로 부른다. <마음>은 근대소설의 규범이 되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나스메 소세키는 1914년에 이 책을 발간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이 책을 권합니다’라고 했다.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는 이들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책’이라고 당당히 외친 작가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5남3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작가는 부모가 연로한 탓에 다른 집의 수양아들로 보내졌다가 7세 때 집으로 돌아온다. 14세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20세 때 큰 형과 둘째형이 폐결핵으로 사망한다. 29세에 결혼을 했으나 유산을 한 아내가 자살 소동을 일으킨다. 30세에는 아버지가, 35세에는 친한 친구가 사망한다. 44세에 두 살 난 딸이 갑자기 죽고 만다. 세 살 때 앓은 천연두로 얼굴에 흉터가 남은 것도 상처였을 것이다. 마음 고생이 심해서인지 늘 위궤양을 앓았던 나쓰메 소세키는 1916년에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선생님의 유서를 받은 나험난한 삶을 거친 그는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마음>을 집필하면서 ‘마음의 길’을 터득했다고 생각한 듯하다. <마음>은 대학생인 ‘나’와 나가 우연히 만나 따르게 된 ‘선생님’이 두 축을 이루고 있다. 학식을 갖춘 선생님은 세상과 등진 채 외로운 삶을 산다. “사랑은 죄악이야”라고

  • 교양 기타

    (34) 원나라의 일본정벌

    전체를 조망해야 진실이 보인다. 고구려와 백제 멸망 이후 나당엽합의 당사국 신라와 당나라는 한반도의 지배권을 놓고 전쟁을 벌인다. 670년부터 6년간 이어진 나당전쟁이다. 당나라는 옛 백제지역에 웅진도독부를 설치해 한반도 직할통치 의사를 분명히 하고, 백제왕자 부여융을 웅진도독으로 임명해 신라와 맞선다.신라가 당나라를 물리친 이유부여융은 백제에 우호적이었던 일본에 파병을 요청하고 지원군을 받을 만큼 세력이 탄탄했다. 고구려, 백제의 멸망이 곧바로 신라의 삼국통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신라의 전력이 강성하기는 했지만, 세계 최강의 당나라와 1대1로 부딪힐 정도는 아니었다. 같은 시기, 당나라의 서쪽 변경 토번(티벳)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당은 주력군을 서역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신라가 당나라를 물리친 이유 가운데 하나다.1274년, 원나라 2만명 고려군 5000명, 900척 병선의 일본원정군이 마산항을 출발한다. 대마도 정벌까지는 성공했으나 이후에 몰아친 갑작스런 폭풍우로 원정은 실패로 끝난다. 폭풍이 불지 않았더라면 일본은 당대 최강 원나라 몽골기병에게 일방적으로 당했을 터이다. 일본이 이 폭풍을 ‘신이 보낸 바람(神風: 가미카제)’라고 부른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1281년 2차 원정은 15만 병력 4400척의 병선으로 규모가 늘었다. 2차 원정대도 급작스런 태풍에 일본에 상륙조차 하지 못했다.월남에 발 묶인 원나라그렇다면 왜 3차 원정은 하지 않았을까? 베트남 때문이다. 대월국 진왕조가 지배하던 베트남은 원나라의 침공을 물리쳤다. 1283년 1차 침공, 1284년부터 4년간 이어진 2차 침공으로 원나라는 하노이까지는 점령했으나 베트남의 끈질긴

  • 경제 기타

    가계부채 1년 만에 126조 늘었다

    ◆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정부 대책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늘어난 것만 무려 34조원이다. 왜 이렇게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으며 문제는 없는 걸까. -8월26일 한국경제신문1250조원 넘어선 가계부채가계부채는 한국은행에서 집계한다. 정식 이름은 가계신용이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으로 구분된다. 가계대출은 또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로 나뉜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은 집을 구입하면서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돈이다. 기타대출은 가계가 주택 구입 외의 목적으로 대출받는 돈이다. 판매신용은 신용카드나 백화점카드, 할부금융을 이용해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해당한다.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현재 1257조3000억원이다. 3월 말(1223조7000억원) 대비 33조6000억원(2.7%) 늘었다. 1년 전인 작년 6월 말보다는 무려 125조7000억원(11.1%) 불었다. 2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 1257조3000억원 중 △가계대출이 1191조3000억원(전체 가계부채의 약 95%) △판매신용이 65조9000억원(약 5%)을 차지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527조2000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다. 6월 말 현재 가계대출은 전분기 말 대비 32조9000억원(2.8%), 판매신용은 7000억원(1.1%) 각각 증가했다.이처럼 가계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유는 뭘까.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주택을 사기 위해 빌리는 돈이 급증했다. 지난 2분기 주택담보대출은 17조9000억원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34조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저금리로 인해 아파트 구입과 전·월세 대출이 늘어나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연 1.25%)을 유지하면서 시중 자금

  • 교양 기타

    (35) 라이먼 프랭크 바움 '오즈의 마법사'

    알 수 없는 나라로 날아가다회오리바람이 불어 집과 함께 알 수 없는 나라로 날아간 도로시. 강아지 토토,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와 함께 신비한 여행을 떠난다. 이들 일행은 각각의 소원이 있다. 도로시는 멋있고 화려한 삶을 보장하는 나라에 가서도 자신을 길러준 농부 헨리 아저씨와 엠 아줌마가 사는 황량한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짚으로 만들어진 허수아비는 뇌를 갖는 게 소원이고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은 심장을 원한다. 심장이 사라지면서 사랑을 느끼지 못하게 된 양철나무꾼은 “난 심장이 더 좋아. 두뇌는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 주지는 못해. 행복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이야”라고 말한다. 허수아비는 “그래도 난 심장 대신 뇌를 부탁할 거야. 바보는 심장이 있어도 그걸로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라며 똑똑해지고 싶어 한다. 겁쟁이 사자의 소원은 용기를 갖는 것이다.이들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는 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당한다. 하지만 서로 도와가며 위험을 물리친다. 천신만고 끝에 에메랄드 시에 도착하여 오즈의 마법사를 만났을 때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오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마법사가 아닌 평범한 노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서커스 홍보를 위해 열기구를 타고 올라갔다가 기류에 휘말려 에메랄드 시에 오게 되었고,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넷은 절망한다.오즈의 마법사가 아닌 복화술로 자신을 위장해온 사기꾼은 넷에게 위로의 말을 해줌과 동시에 심장과 뇌, 용기를 얻는 액체를 전해준다. 사실 넷은 오즈가 스스로를 믿게끔 불어넣어준 자신감 때문에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독자들을

  • 교양 기타

    (33) 구텐베르그 금속활자와 직지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물은 1377년에 나온 ‘직지심체요절’입니다. 고려 말 백운이라는 승려가 선불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1452년 독일의 구텐베르그보다 훨씬 앞섰습니다. 하지만 문명사적 관점에서는 구텐베르그의 영향력이 더 지대했습니다. 금속활자 이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손으로 책을 베껴 썼습니다. 손글씨 수작업으로 기록한 책을 필사본(筆寫本)이라고 하는데, 베껴 쓰는 과정에서 오자(誤字)와 탈자(脫字)가 많이 나왔습니다. 후대 학자들이 여러 판본을 모아 서로 비교하는 학문이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필사본은 ‘책을 제작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입니다. 로마자는 하루에 3000단어 정도를 쓰는 것이 물리적, 신체적 한계입니다. 책 한 권을 베끼는 데 한 달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성서처럼 두꺼운 책은 서너 달이 걸렸습니다. 손글씨는 활자 글씨보다 큽니다. 책의 판형과 두께가 지금보다 훨씬 크고 두꺼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이 품질도 현대보다 떨어졌을 터이니 제본 비용도 당연히 어마어마했겠지요. 동서양 모두 인쇄술 발명 이전에는 책 한 권 값이 집 한 채 값과 비슷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구텐베르그가 일으킨 정보 혁명금속활자의 위대함은 책의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정보의 유통량을 비약적으로 늘렸다는 점입니다. 한 번 활자를 제작하고 나면 대량 인쇄가 가능합니다. 활자를 새로 만들 필요 없이, 다시 배열만 하면 아무리 새로운 내용의 책이라도 찍어낼 수 있습니다. 구텐베르그 이후, 정보와 지식의 유통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합니다. ‘책’이 흔해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서양

  • 경제 기타

    상위 0.5% 기업, 5% 고소득층이 법인·소득세의 75% 이상 낸다

    ◆ 세금양극화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비과세·감면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실효세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추진하는 법인세율 인상마저 현실화하면 기업의 투자와 성장잠재력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법인세수가 오히려 위축될 위험성까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8월26일 한국경제신문☞ 우리나라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금은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부가세)다. 이 3가지 세금을 3대 세목(稅目)이라고 한다. 3대 세목은 전체 국세(중앙정부가 거두는 세금)의 75% 가량을 차지한다. 법인세는 기업들이 얻은 이익에 대해, 소득세는 개인의 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둘다 납세의무자와 실제로 세금을 내는 조세부담자가 일치하는 직접세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과세대상 금액, 즉 많이 벌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다. 이에 비해 부가세는 납세의무자와 실제 조세부담자가 일치하지 않은 간접세다. 과세대상 금액에 관계없이 단일세율(물건값의 10%)이 적용된다.증세 논란 거세현재 우리나라에선 증세 논란이 거세다. 야권에선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은 경기부양을 위해 세계적으로 세율을 낮추는 추세인데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세금은 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금액(과세표준·과표)에 세율을 곱해 결정된다. 현행 법인세율은 과표구간이 3단계다. 과표 △2억원 이하 10% △2억 초과 ~200억원 20% △200억원 초과 구간에는 22%가 적용된다. 여기에 지방세(법인세의 10%)를 더하면 각각 11

  • 교양 기타

    (34)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한국의 현실과 닮은 독일 19세기집안과 학교, 나아가 마을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면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담이 될 것이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똑똑하고 재능이 있는 데다 외모까지 출중하다. 현대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작은 마을 슈바르츠발트를 벗어나 넓은 세상에서 성공하고 싶은 한스. 길은 오직 하나, 주 시험에 합격해서 튀빙겐의 신학교 수도원에 들어가 목사가 되거나 교수가 되는 것이다,이를 위해 한스는 매일 오후 4시까지 학교 수업을 받고 뒤이어 교장선생님에게 그리스어를 배웠다. 오후 6시부터는 마을 목사가 라틴어와 종교학 복습을 도와주었다. 1주일에 두 번, 저녁 식사 후 수학선생님에게 학습지도를 받았다.19세기 독일 풍경이 어쩐지 21세기 우리나라 입시현장과 많이 닮았다. 부모의 기대를 잔뜩 받으며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학생들은 일류대에 합격하고 졸업 후 대기업 사원이나 공무원이 되길 원한다.토끼 기르기와 낚시하기, 산책하기를 다 밀쳐두고 오로지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 싫지만 한스는 선생님들의 자랑거리가 된 일에 우쭐한다. 이름을 떨치고 싶은 욕심으로 공부에 매달리다가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동네 철공소나 치즈가게에 취직하게 될 친구들을 나중에 내려다보게 될 거라는 생각으로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한스는 주 2등으로 신학교에 합격해 마을의 자랑거리가 된다. 똑똑한 아이들만 모이는 신학교에서 우등생이 되기 위해 한스는 쉬지 않고 수학, 히브리어, 호머 등을 공부한다.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기보다 선행학습에 지쳐가는 한스를 보면 방학 때도 쉬지 않고 학원에 다니는 대한민

  • 교양 기타

    (32) 벌과 인류문명

    반어(反語)와 역설(逆說)은 문학에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문학도 넓은 의미에서는 자연의 산물이다. 생명 활동에 유용하기에 발생했고 진화했을 터다. 반어와 역설은 자연에도 있다. ‘객관적 엄밀성’을 생명으로 하는 과학자의 시각으로 ‘과학에 깃든 반어와 역설’을 탐색해보자.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복거일의 신간 《생명예찬》에 쓰인 여러 사례를 모아 소개한다.복거일의 신간 ‘생명예찬’많은 사람이 녹음이 우거진 푸르름을 좋아한다. 푸르른 풍경을 상찬한 문학 작품은 고대 이래로 끊이지 않았다. 과학이 밝혀낸 인류의 탄생지도 ‘푸르른 초원(草原)’이다. 초원에서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인류의 본능이다. 푸르름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모든 동물은 본능적으로 푸르름에 끌린다. 생존에 필요한 식물들이 ‘거기 있음’을 알려주는 시각적 지표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먹이는 광합성을 하는 푸른 식물이다. 그렇다. ‘푸르름’은 생존하기에 좋은 환경을 상징하는 빛깔이다.하지만 푸른빛은 정작 광합성과 가장 관련이 적은 색이다. 광합성이 가장 활발한 파장은 엽록소의 흡수 파장인 남청색이라고 한다. 엽록소가 흡수하지 못한 파장들이 남아 식물들의 빛깔을 결정한다. 광합성을 가장 못하는 푸른빛이 식물들을 상징하게 된 까닭이다. ‘상징색’이 ‘식물 본연의 기능’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반어와 역설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쩌면 식물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기능도 식물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뜻일까?꽃, 벌, 열매의 미학세계 문화권에서 ‘꽃’은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