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주 선생님과 함께하는 한국문학 산책
![[문학이야기(4)] 제망매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802/AA.16025702.1.jpg)
갑작스러운 이별은 아프다.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보낸 이들을 우리는 가슴에서 지우지 못한다. 청춘에 요절한 이 역시 안타깝다. 더 이상 나이 먹지 않는 젊은 얼굴을 늙어가는 우리가 애달파한다. 그럴진대 이 두 가지가 함께인 죽음에 대해서는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가 한 부모에서 난 동기(同氣)라면.
‘제망매가’ 속 누이의 죽음이 바로 그런 죽음이다. 함께 뛰놀며 자란 형제자매가 젊은 나이에 먼저 떠나리라고 예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남들이 범상하게 나누는 남매의 정을 나누지 못하게 된 운명에 월명사는 무상감을 느낀다. 그리고 무상감은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이런 죽음은 죄에 대한 벌도 아니고 어떤 원인에 대한 결과도 아니다. 그저 닥쳐온 것, 피할 수 없는 어떤 절대다. 생사의 길이 바로 여기 있건만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무력한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론적 깨달음 앞에서 우리는 그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문학이야기(4)] 제망매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802/01.16057000.1.jpg)
![[문학이야기(4)] 제망매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802/01.16057001.1.jpg)
월명사는 피리를 잘 불었다고 한다. 일찍이 달밤에 피리를 불면서 문 앞의 큰 길을 지나가니 달이 그를 위해 가는 것을 멈췄다고 한다. 그래서 그 길을 월명리(月明里)라 했고 월명사 또한 이로써 이름이 났다고 한다. 피리를 잘 불던 이 승려는 누이의 죽음을 슬퍼하되 슬픔을 직설적으로 표출하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은 ‘나는 간다 말도 못다 이르고’라는 어구에 간명히 드러냈고 동기의 정을 나눌 길 없어진 비애는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같이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는구나’라는 비유를 통해 표출했다. 절제 속에서 고조된 비감. 고통에 대한 차원 높은 대응이 읽는 이의 마음을 건드린다.
난해한 향찰 표기
![[문학이야기(4)] 제망매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802/01.16056999.1.jpg)
향가는 신라의 노래며 표기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린 향찰로 했다. 향찰 표기는 난해하지만 그 난해함을 잠시만 인내하면 신라인의 품격 있는 정신세계를 접할 수 있다. 현재 《삼국유사》에 14수, 《균여전》에 11수 총 25수가 전한다.
손은주 < 서울사대부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