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주 선생님과 함께하는 한국문학 산책
갑작스러운 이별은 아프다.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보낸 이들을 우리는 가슴에서 지우지 못한다. 청춘에 요절한 이 역시 안타깝다. 더 이상 나이 먹지 않는 젊은 얼굴을 늙어가는 우리가 애달파한다. 그럴진대 이 두 가지가 함께인 죽음에 대해서는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가 한 부모에서 난 동기(同氣)라면.
‘제망매가’ 속 누이의 죽음이 바로 그런 죽음이다. 함께 뛰놀며 자란 형제자매가 젊은 나이에 먼저 떠나리라고 예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남들이 범상하게 나누는 남매의 정을 나누지 못하게 된 운명에 월명사는 무상감을 느낀다. 그리고 무상감은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이런 죽음은 죄에 대한 벌도 아니고 어떤 원인에 대한 결과도 아니다. 그저 닥쳐온 것, 피할 수 없는 어떤 절대다. 생사의 길이 바로 여기 있건만 다른 길을 택할 수도,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무력한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론적 깨달음 앞에서 우리는 그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월명사는 피리를 잘 불었다고 한다. 일찍이 달밤에 피리를 불면서 문 앞의 큰 길을 지나가니 달이 그를 위해 가는 것을 멈췄다고 한다. 그래서 그 길을 월명리(月明里)라 했고 월명사 또한 이로써 이름이 났다고 한다. 피리를 잘 불던 이 승려는 누이의 죽음을 슬퍼하되 슬픔을 직설적으로 표출하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은 ‘나는 간다 말도 못다 이르고’라는 어구에 간명히 드러냈고 동기의 정을 나눌 길 없어진 비애는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같이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는구나’라는 비유를 통해 표출했다. 절제 속에서 고조된 비감. 고통에 대한 차원 높은 대응이 읽는 이의 마음을 건드린다.
난해한 향찰 표기
향가는 신라의 노래며 표기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린 향찰로 했다. 향찰 표기는 난해하지만 그 난해함을 잠시만 인내하면 신라인의 품격 있는 정신세계를 접할 수 있다. 현재 《삼국유사》에 14수, 《균여전》에 11수 총 25수가 전한다.
손은주 < 서울사대부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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